억세게 운 나쁜 불륜커플 '풀스토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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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고 못 산다더니…공소시효 25일 남기고 덜미

[일요시사=사회팀] 15년 전 남편 명의로 된 보험금을 노리고 내연남과 함께 전 남편을 둔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여성이 공소시효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경찰에 붙잡혔다. 25일만 더 버텼다면 조용히 보험금을 타먹으며 지낼 수 있었지만 결국 꼬리가 잡혀 죗값을 치르게 됐다.




지난 3일 서울지방경찰청은 1998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만취한 남편의 머리와 얼굴 등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꾸민 혐의로 신모(58)씨와 내연남 채모(63)씨를 지난달 구속했다. 이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를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사고 위장

1997년 9월 강씨와 이혼한 신씨는 이혼하기 5년 전인 1992년부터 남편 몰래 개인택시업을 하는 채모씨와 내연관계였다. 신씨는 채씨를 보증인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이 1억원이 넘었다. 은행으로부터 채무변제 독촉이 들어오자 이들은 범행을 모의했다. 신씨는 1997년 7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강씨 명의로 보험 3개를 몰래 가입했다. 휴일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고액의 보험금을 받는 조건이었다.

사건 발생 전날 신씨는 “채씨와의 관계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이미 이혼한 강씨를 불러냈다. 그리고 1998년 12월 신씨는 이혼한 전 남편 강모(당시 48세)씨를 채씨 소유 그랜저 차량에 태워 군산시 외곽 매운탕집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술을 마셨다. 강씨는 만취했다. 이 시각 채씨는 신씨 소유 프린스 차량을 몰고 인근 야산에 와 있었다. 신씨와 강씨가 음식점에서 나와 그랜저에 타자 채씨는 미리 준비한 둔기로 강씨의 머리를 여러 번 내리쳐 결국 살해했다.

신씨와 채씨는 숨진 강씨가 몰던 프린스 운전적으로 강씨 시신을 앉혔다. 그리고 야산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시동을 켠 채 약 2km 떨어진 돼지농가를 향해 차를 내려보냈다. 타살이 아닌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함이었다. 숨진 강씨의 차량은 다음날인 오전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신씨와 채씨에게 혐의를 두고 조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당시 두 사람은 이미 주변 사람들과 짜고 거짓 알리바이를 만든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이렇게 미궁으로 빠졌고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경찰은 단서를 잡고 재수사에 들어갔다.

신씨는 일명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였다. 올해 8, 9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수차례 병원에 입원했다. 보험금 수령 기록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의 신고로 사기 혐의로 붙잡힌 신씨는 전북 군산경찰서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해당 보험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도 이 내용을 알려줬다. 상습 보험사기는 숨겨진 추가 범행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험사는 경찰과 정보를 공유한다.

15년 전 내연남과 보험금 노리고 남편 살인
증거 없어 미제로…끈질긴 추적 끝에 검거

사건을 살핀 서울경찰청 강력계 장기미제전담팀은 신씨가 15년 전에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기록을 발견했다. 1998년 12월20일 오후 11시 반경 강씨는 전북 군산시 지곡동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운전적에 있던 강씨의 시신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8%였다. 소주 3병을 마신 수치다.

사고 석달 전 강씨는 아내 신씨와 이혼했지만 사망보험금 수령자는 모두 신씨였다. 게다가 신씨는 내연남 채모씨와 사귀고 있었다. 경찰은 신씨와 채씨가 공모해 강씨를 죽이고 보험금을 타냈을 것으로 의심했으나 이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신씨의 딸은 “사고 시각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고 채씨의 주변인들도 “채씨는 그때 우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둘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사건은 미제 타살사건으로 종결됐다. 신씨는 사건 3년 뒤 보험사와의 민사소송 끝에 사망보험금 약 1억원을 수령했다.


장기미제전담팀이 이 사건 무혐의 처리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을 때는 공소시효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전담팀은 재조사를 서둘렀다. 신씨가 보험금을 수령해 미리 준비한 자녀들의 계좌에 나눠 이체한 사실을 알아냈다. 보험 가입 서류의 강씨 서명은 신씨의 필적이었다.

알리바이를 진술했던 참고인들은 전담팀의 끈질긴 설득에 “당시 신씨와 채씨가 시켜서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15년 전 채씨가 자기가 사람을 죽였고 2억원이 생긴다고 말했다”는 참고인의 진술도 확보했다. 사고 시각에 어머니와 같이 있었다고 주장했던 신씨 딸이 그 시각에 집전화로 어머니의 무선호출기(삐삐)에 호출한 기록을 찾아냈고 결국 딸도 허위 진술이었다고 실토했다. 전담팀은 공소시효 만료 불과 25일 전인 지난달 24일 채씨와 신씨를 구속했다.

조사 결과 신씨는 남편의 사업이 망한 뒤 채씨와 가까워지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남편 강씨 앞으로 3개 보험사에 5억7500만원의 교통사고 보험에 가입한 뒤 범행 당일 오후 7시경 남편을 불러내 술을 마시게 한 뒤 채씨를 불렀다. 채씨는 승용차 안에서 차량공구로 만취한 강씨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내려쳐 죽인 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둘은 범행 한 달 전 범행 장소를 여러 번 답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신씨와 채씨는 범행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보험금은 모두 신씨의 몫이 됐다. 최근 신씨가 저지른 보험사기가 아니었다면 15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묻힐 뻔했다.

드러난 진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은 7만 1930건이다. 이 중 살인은 11건, 강도는 25건, 강간은 33건이다. 올해는 1월부터 8월 사이 6846건의 범죄가 미제사건으로 종결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소시효 없는 범죄는?

공소시효는 범죄행위 종료 후 그 범죄 혐의자의 도피 등으로 인하여 검사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 국가의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이 공소시효는 모든 범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의 경우 2010년 4월에 살인, 강도살인 등 12가지 중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또한 독일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나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미국 대부분의 주와 영국도 계획적인 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형법상의 내란죄, 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 이적죄의 경우는 공소시효 적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2년 8월부터 만 13세 미만 아동,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 또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아직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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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