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정지'가 전력난 주범? 글쎄…

일본 '올스톱' 때도 정전사태 없었다…대기업 등 절전 동참이 '관건'


[일요시사=경제2팀] 잇단 원전 고장 정지와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 연기 등으로 본격적인 추위를 앞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전력난 우려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100만㎾급 한빛원전 3호기가 터빈발전기의 이상으로 갑자기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85만㎾급 고리 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발전을 멈췄다. 여기에 부품 비리로 멈춘 각 100만㎾급 신고리 원전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한수원이 추가적인 정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정기검사 연장을 신청해 연내 재가동은 힘들어졌다.

여기에 정기적인 정비로 가동을 멈춘 원전까지 합하면 전체 23기의 원전 중 7기, 총 626만㎾ 용량의 원전이 가동을 멈춘 상태다. 여기에 오는 12일 100만㎾급 한빛원전 5호기도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면 726만㎾의 전력공급이 중단될 예정이다. 과연 전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원전 가동이 필수적인 요소일까?

원전 비중 30% 일본 

원전 ‘제로’ 때도 전력난 없어

역대 최악의 전력난으로 꼽히는 지난 여름. 순환 정전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기도 했는데, 지난 여름에는 원전비리 등 각종 원인으로 총 10기, 771만kW 용량의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당시 정부는 전력공급능력을 8,000만㎾, 최대전력수요는 7,900만㎾로 예상했다.

지난 여름에는 최대전력수요가 8,008만㎾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다행히도 예상과는 달리 순환정전 없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원전 한기만 멈춰서도 ‘전력난’을 운운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는데, 10기가 멈춰도 큰 위기 없이 지나갔다. 결국 전력난은 원전의 가동 여부가 결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지난 9월 일본은 정기검사를 위해 일본 내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의 원전은 총 50기로 일본 전력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사의 우려와는 달리 대규모 정전상태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이 원전 가동을 모두 멈춘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에 대해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번 두 번째 ‘핵발전소 제로’ 상태는 일본이 충분히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 정부는 탈핵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발전소 정지 역시 ‘재가동 심사’를 위한 사전단계일 뿐 탈핵정책과는 상관없는 절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국내 원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26.4%. 일본보다 오히려 낮다. 일각에서는 원전 정지로 전력난을 운운하는 것도 원전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려는 원전업계의 음모, 혹은 지나치게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장 한 곳이 원전1기 전력사용

국민들 콘센트 뽑을 때 공장은 ‘풀가동’

정부는 전력난에 대비해 전기다소비업체에 강제 절전 규제를 시행하고 피크시간대에 공장 가동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쓰는 돈만 매년 수천억원이 넘는다.

몇 기업들은 이를 성실하게 지켜 수백억원의 지원금을 받아가 ‘중복특혜’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또 다른 기업들은 이를 무시한 채 전기를 펑펑 쓰고 있어 정부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절전 규제를 지키지 않은 대기업 20곳, 29개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산업부는 8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최악의 전력난에 대비해 대기업과 백화점 등 전력 다소비업체의 전력 사용량을 3%에서 최대 15% 줄이도록 하는 절전 규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절감량은 당초 목표로 했던 280만㎾를 달성했다. 원전 3기 정도의 전력량을 줄인 셈이다.

하지만 이행률은 지난 겨울철(89.4%)과 비교해 약 7%포인트 낮은 83%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5일간 하루도 절전규제를 지키지 않고 배짱을 부린 업체는 기아차(광주), LG화학(파주), LG실트론(구미2), 현대하이스코(순천), 에스오일(울산), 현대로템(안양), 남양유업(나주), 하이트진로(전주), SK네트웍스(서울) 등이었다.

4일간 지키지 않은 곳도 기아차(광명, 광산), 현대차(전주, 아산), 한화케미칼(여수), LG실트론(구미1), 금호타이어(평택, 광산), LS산전(청주), 롯데칠성(대전) 등 10곳에 달했고, 기아차(오산), 현대차(울산), SK케미컬(울산), 대한제강(부산), 전주페이퍼(전주), 한솔제지(서천), LS전선(구미) 등 7곳은 3일간 절전규제를 지키지 않았다.

민주당 전순옥 의원실에 따르면 전기다소비업장 500곳의 전력사용량이 전 국민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전순옥 의원실에 제출한 ‘연간 2000TOE 이상을 사용하는 에너지다소비 사업장 상위 500개 업체 현황’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산업용전기를 사용하는 36만여 업체(36만7888개) 중 0.1%에 해당하는 500개 사업장이 1,300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6,548만3,733MWh)의 84%에 해당하는 5,500만MWh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순옥 의원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역사나 현재 진행상황을 볼 때 원자력발전소는 전부 대기업, 재벌기업이 짓고 있다. 민간발전소도 모두 대기업, 재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전력산업에서 짓고, 팔고, 쓰는 전력의 기본 순환 구조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며 재벌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서영욱 기자 <syu@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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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