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발 '페이퍼컴퍼니 괴담'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3: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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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의원님…사정기관 타깃 정해졌다?

[일요시사=사회팀] 효성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페이퍼컴퍼니 괴담'이 눈길을 끈다. 박근혜정부 들어 타깃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모두 페이퍼컴퍼니를 직·간접적으로 운용했기 때문. 이 같은 배경으로 사정기관의 다음 타깃 역시 페이퍼컴퍼니를 개설한 사회고위층이 될 것이란 소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정·재계를 아우르는 유명 인사들은 케이맨 군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조세피난처는 실제 발생한 법인 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뜻한다. 

사회고위층
비자금 통로

조세피난처는 기업 입장에서 세제상의 혜택뿐 아니라 외국환거래법 등의 규제가 적고 경영상 장애요인이 거의 없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더구나 조세피난처에선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역외 탈세 및 돈세탁용 자금 거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는 흔히 비자금 통로로 의심받는다. 기업들은 경영상 소요되는 제반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페이퍼컴퍼니)을 설립한다고 하지만 조세정의 측면에서 페이퍼컴퍼니는 말 그대로 '눈먼 돈'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5월 <뉴스타파>의 특종 보도 이후 유명 인사들의 페이퍼컴퍼니 소유 여부는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결과물을 공개하면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45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90년대 중반부터 재벌 중심으로 '유령회사' 성행
거래시 차명 기본…조세피난처서 제3국으로 은닉

보도에 따르면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었다. 그리고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 중 일부는 경과세국인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 소득을 다시 해외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 세금을 탈루했다. 이는 한국에서 빠져나간 돈이 경과세국을 거쳐 조세피난처로 옮겨졌다가 다시 제3국을 경유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해외 주소를 갖고 있는 이들과 더불어 주목되는 무리가 있다.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들로 불리는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법률상 한국인이 아니면서 한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쓸어 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투자 목적으로 개설한 페이퍼컴퍼니는 관계 당국이 파악한 총량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스위스를 본거지로 했던 검은머리 외국인들은 한국과 스위스가 금융정보 교환 협정을 맺게 되자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외국인 신분으로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지만 외국 법인 명의를 빌리기 때문에 신원을 감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은머리 외국인의 존재는 외국에 등록된 일부 기관투자사의 대주주가 국내 고액 자산가일 가능성과 연결된다. 다시 말하면 대주주가 자신의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 설립 과정에서 검은머리 외국인의 명의를 빌린 것이다.

꼭꼭 숨겨진
눈먼 돈의 행방

우리나라는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면서 가명이나 무기명을 이용한 금융 투자를 1993년부터 금지해왔다. 때문에 국내 지하자본은 일찍부터 각종 금융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를 주목했다. IMF를 전후로 한 시점에 국내 자본의 상당수는 해외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고위층의 재산도 국외로 유출됐다. 특히 지난 2007년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사회고위층의 재산 은닉 시도는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산 은닉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대표적인 인물로 불리고 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인 블루아도니스를 설립하면서 비자금 은닉 의혹을 샀다. 그러나 재국씨는 지난 10월 말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재국씨가 직접 밝힌 사건 개요는 이렇다. 재국씨는 미국 유학생활 중 부친인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가게 되면서 급히 귀국했다. 귀국 후 그는 미국에 남겨둔 미화 70만 달러를 해외로 옮기는 게 좋다는 주변 권유에 따라 아랍은행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아랍은행 관계자는 법인하고만 거래한다면서 재국씨의 예금 예치를 거절했다. 그러자 재국씨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게 됐다는 해명이다.

여기서 재국씨 해명의 진실성과는 별개로 전 전 대통령은 미납 추징금 전액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전두환 수사의 불씨는 또 다른 곳으로 옮겨 붙었다. 미납 추징금 규모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사기대출·횡령 등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17조9253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전체 추징금 중 887억원만을 납부해 눈총을 사고 있다. 또 김 전 회장은 해외로 빼돌린 수백억원의 재산으로 호화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은 그간 조세 당국의 추적을 피해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운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복수 언론은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해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방콕은행으로 송금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내용을 종합한 전체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는 옥포공영이라는 유한회사를 통해 베트남 하노이 중심부에 위치한 반트리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선용씨의 골프장 개발 사업권 획득 과정에서 노블에셋과 노블베트남이란 페이퍼컴퍼니가 등장한다. 일각에선 이 두 법인의 실소유주를 선용씨로 보고 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의 내부문서 등에 따르면 방콕은행 뉴욕지점은 노블에셋의 지시를 받아 2003년 9월부터 2006년 5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미화 670만달러를 노블베트남에 송금했다.

하지만 노블에셋의 관리 대행업체였던 PTN 직원들은 노블에셋이 방콕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 방콕은행으로 송금된 670만달러의 출처를 알지 못했다. 2004년 말 기준 노블에셋은 단 2달러를 소유한 유령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02년 있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김 전 회장의 민사소송 기록이 심상치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대우 미주법인을 통해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인 KMC에 수천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어 KMC는 이중 2500만달러를 방콕은행에 개설된 데레조프스키 명의 계좌에 입금했는데 데레조프스키는 선용씨의 가명인 것으로 보도됐다.

즉 대우에서 빠져 나온 거액의 돈은 페이퍼컴퍼니로 흡수됐고, 조세피난처를 거쳐 마지막엔 골프장 인수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소문만 무성
의뭉스러운
 거래

하지만 선용씨는 지난 10월 모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재국씨와 함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노블에셋에 대해 "태국 부동산개발업자가 싱가포르에 세운 특수목적법인"이라며 "이 회사가 지난 2007∼2008년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자 요청에 따라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분 인수 대금은 옥포공영 비상장 주식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것"이라며 남은 의혹을 일축했다. 즉 선용씨의 부친인 김 전 회장과는 아무 관련 없는 돈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김우중 일가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의뭉스러운 거래는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다. 선용씨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한 투자회사는 베트남 하노이에 건설 중인 대형 주상복합 건물 사업권을 매각하면서 이득을 남겼는데 해당 거래 과정에서 코랄리스 S.A.란 페이퍼컴퍼니가 고개를 들었다. 코랄리스 S.A.는 유럽의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선용씨 측은 "정상적인 투자 과정을 거쳤고, 조세 당국에도 세금을 완납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가 반드시 불법으로 사용되는 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예가 있다. 지난 10월31일 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현대글로비스와 대한항공이 마셜아일랜드와 파나마, 케이맨 군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파장은 미미했다.

 같은 날 이 의원은 현대글로비스와 대한항공의 역외 탈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이 의원은 국세청의 조사를 촉구하며 "현대글로비스와 대한항공이 각각 선박과 항공기를 페이퍼컴퍼니에서 리스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경영 과정에서 복수의 금융기관(대주단)이 자신들의 금융 담보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권리는 모두 대주단이 갖고 있어 대한항공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조세 회피 목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해명이 진실인지 여부는 중립기관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로 알려진 대로라면 지금껏 국세청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대응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여겨볼 인물이 있다. 대한항공 부회장을 역임한 조중건 고문의 부인 이영학씨다.

앞서 이씨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됐고 탈세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예고했던 국세청은 아직까지 잠잠하다. 원인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탈세 혐의를 최종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지고 있을 확률이다. 지난 9월 국세청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405명의 명단을 확보, 39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정상 빠르면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 조사 결과가 발표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에 이씨가 포함돼 있는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이씨에 대한 조사가 처음부터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일각에선 "털어도 더 나올 게 없어서 그런 것 아니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는 페이퍼컴퍼니의 설립 여부보다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이 어디로 도착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에 무게를 싣는다. 따라서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역할은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효성그룹 총수 일가의 수천억원대 탈세 고발 사건과 관련해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바로 전날 조석래 회장의 핵심 측근인 이상운 그룹 부회장을 소환조사한 데 이은 광폭 행보였다.

해외에 꼬불친 '검은돈' 뿌리
전두환·김우중 비자금도 흘러가

현재 검찰은 효성그룹이 IMF 사태 때 해외사업에서 손실을 입자 총수 일가가 1조원대 분식회계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996년 홍콩에 임원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100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 등은 싱가포르 법인 명의로 외국계 은행에서 200억원을 대출받은 뒤 자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 행세를 하며 국내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임직원 및 법인 등 250여개 명의로 된 차명 계좌 수백개를 운용하면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특수2부는 해당 사건을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총수 일가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정황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비자금이 정계 로비 용도로 사용됐는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8∼2009년 있었던 효성그룹 수사 당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 오너 일가의 개입 여부 등을 입증하지 못했다. 다만 조 사장 개인은 지난해 9월 회사돈으로 미국 고급 주택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바 있다.

자금 종착지는
해외 부동산?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이 나왔을 때부터 눈길을 끌었던 해외 부동산 불법 매입 여부도 관심이다. 추적 불가능한 대규모 건설 사업(혹은 건물)에 법인이 만든 검은 돈이 쏠렸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기업 A사가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는 설과 MB정권 실세인 B씨가 한 건설사 지분을 검은머리 외국인 명의로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설 등은 지난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의도 안팎에 나돌았다.

얼마 전에는 대기업 C사의 오너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역외 탈세, 주가 조작 등 혐의로 내사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C사의 경우는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은 돈의 종착지를 두고 루머가 춤을 추는 상황인 것이다.

페이퍼컴퍼니를 겨냥한 역외 탈세 수사는 지하경제 양성화란 박근혜정부 공약에 부합한다. 현 정부 들어 타깃이 된 전 전 대통령과 조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모두가 페이퍼컴퍼니를 직·간접적으로 운용했다는 점은 꽤 놀랍다. 이른바 페이퍼컴퍼니 괴담은 정보를 다루는 입장에서 매혹적인 소스가 틀림없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앞서 밝혔듯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만으로 법적 처벌을 가할 수 없다. 또 일부 기업들은 벌써 역외 탈세 세무조사에 대비한 방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수록 대담해지고 교묘해지는 사회고위층의 검은 돈 숨기기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는 한 뿌리 뽑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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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