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요시사>는 일감 몰아주기 연속기획을 통해 동화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932호 참조) 형제인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과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 등 승씨일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동화기업'과 '원창흥업'에 매년 수백억원대의 계열사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거니 받거니
그런데 두 회사 외에도 내부거래가 많은 동화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대성목재공업' '동화그린켐' '이유니크'등이다. 이들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36년 설립된 대성목재공업은 부엌가구용 원재료 및 가구 산업뿐만 아니라 건설산업과도 관계가 있는 파티클보드(PB) 등을 생산하는 강화·재생 목재 제조업체다. 처음 조선목재공업이란 회사였다가 1942년 현 상호로 변경했고, 2000년 동화그룹에 인수됐다.
대성목재공업의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지금까지 <일요시사>가 지적한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대성목재공업의 관계사 의존도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8∼29%로 나타났다. 문제는 금액이다. 거래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성목재공업은 지난해 동화기업(207억원), 동화자연마루(1억원)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 208억원에 이른다. 2011년에도 동화기업(162억원), 동화그린켐(43억원) 등과의 내부거래액이 206억원이나 됐다.
그전에도 해마다 평균 100억원대의 매출을 내부에서 채웠다. 대성목재공업의 내부거래액은 ▲2004년 177억원 ▲2005년 49억원 ▲2006년 77억원 ▲2007년 120억원 ▲2008년 157억원 ▲2009년 171억원 ▲2010년 183억원으로 나타났다.
동화그룹이 인수한 직후엔 더 심했다. 내부거래 금액은 물론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율도 높았다. 2001∼2003년 동화기업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비중은 각각 ▲70%(매출 1040억원-내부거래 729억원) ▲96%(1023억원-987억원) ▲76%(937억원-710억원)로 조사됐다.
동화그룹은 최근 목재를 중심으로 하는 소재사업과 중고차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사업으로 기업구조를 재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인적 분할, 합병 등 적지 않은 개편이 이뤄졌다. 그중 하나가 동화그린켐과 이유니크의 정리다. 두 회사는 지난해 1월 동화기업에 흡수합병됐다.
연 수백억 거래…한때 매출 70∼90% 의존
돌연 흡수합병 두고 "과세 피하기" 뒷말도
당시 회사 측은 "사업의 효율성 증대 및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선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게 동화그린켐과 이유니크는 내부거래 금액이 많았다.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처지였다.
동화그린켐은 2010년 동화기업에서 MFB(멜라민페이스트보드) 및 화학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이후 계열사 일감이 몰려들었다. 동화그린켐은 2010년 매출 929억원 가운데 716억원(77%)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동화기업(442억원), 동화자연마루(124억원), 대성목재공업(127억원), 동화인터내셔널(22억원) 등이다. 2011년에도 동화기업(519억원), 대성목재공업(150억원), 동화자연마루(105억원), 동화인터내셔널(34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1072억원 중 808억원(75%)에 달하는 일감을 동화그린켐에 퍼줬다.
1996년 설립된 이유니크는 국내 자회사 및 해외 계열사에 대한 IT자산 운영 전반에 관한 용역 제공 등을 주요 사업으로 운영돼왔다. 그렇다 보니 내부거래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니크의 2011년 내부거래율은 98%. 매출 48억원에서 동화기업(14억원), 동화그린켐(9억원), 동화자연마루(7억원), 대성목재공업(5억원) 등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47억원에 이르렀다. 2009년과 2010년의 경우 각각 12억원, 2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100% 모두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었다.
다만 이들 3개사는 오너 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 대선목재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동화기업이 지분 58.35%(150만7086주)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1.65%(107만5514주)는 '형제기업' 코린도그룹 자회사인 판웰IND가 갖고 있다. 동화그린켐과 이유니크는 합병 전까지 지분 100% 소유한 동화기업의 자회사였다.
동화기업은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이 지분을 각각 8.69%(174만8925주), 7.9%(158만9769주)를 소유하고 있다. 승명호 회장의 아들 승지수 동화기업 이사(0.98%·19만6838주)와 이혜자(0.19%·3만9700주)·김정아(0.13%·2만7621주)씨 등 특수관계인 지분도 있다.
흩어졌다 뭉쳤다
고 승상배 동화그룹 창업주에 이어 동화그룹 경영권을 쥐고 있는 차남 승명호 회장은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동화기업에 입사해 1993년 대표이사, 2006년 부회장으로 경영전면에 나섰다. 2009년 승 창업주가 별세하고 이듬해 회장에 취임했다. 승 회장의 장남 승지수 이사는 올해 27세로, 지난해 부장(해외경영관리팀장)으로 입사해 지난 5월 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승 회장의 형 승은호 회장은 1969년 동화그룹이 인도네시아에 세운 현지법인을 발판 삼아 코린도그룹을 설립했다. 인도네시아 재계순위 20위권인 코린도그룹은 현지에서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물류, 부동산, 리스, 건설 등 3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