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요계 춤바람 열전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1.26 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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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짧아지는 하의, 앨범만 내면 ‘야하다∼’

[일요시사=사회팀올해도 역시 가요계에 새로운 춤바람이 불었다. ‘칼군무’ 등 외국 가수들도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절도있는 춤부터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 올해의 춤에는 뭐가 있을까.




지난 14일 개최한 멜론뮤직어워드에서 그룹 샤이니가 뮤직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그룹 비스트가 이 상을 수상했다. 수없이 비슷한 리듬의 음악들 속에서 가수들의 경쟁력은 노래실력을 넘어서 ‘춤’까지 더해졌다. 가수들의 포인트라고 불리는 춤은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 독창적인 춤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가수들은 누가 있을까.

소녀시대 ‘코브라 춤’
피에스타 ‘학예회 춤’

올해 초 싱글앨범 ‘I Got a Boy’로 가요계에 돌아온 여자 그룹 소녀시대는 ‘힙합걸’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는 유명 팝스타의 안무를 연출한 내비탭스와 리노 나카소네, 질리언 메이어스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의 합동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그동안 ‘화살 춤’ ‘제기차기 춤’ 등 여러 춤을 유행시켜 온 소녀시대는 이번에도 ‘꽃받침 춤’ ‘코브라 춤’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춤은 노래 중간에 온 몸을 비틀어 웨이브하는 골반 댄스 코브라 춤이었다.


피리소리에 맞춰 춤추는 ‘코브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코브라 춤 또는 ‘압둘라 춤’은 걸스힙합을 소녀시대만의 스타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대에서 파워풀한 코브라 춤을 선보인 소녀시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온몸을 비틀어대는 코브라 춤이 쉽지 않았지만 연습생 시절 매일 했던 안무라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소녀시대란 자부심이 없으면 시도하지 못했을 춤이다”고 말했다.

신인 여자 그룹 피에스타의 싱글 ‘아무것도 몰라요’는 ‘학예회 춤’이 포인트다.

걸그룹 노래보다 안무에 시선 꽂혀 
치마 벗고 엉덩이를…선정적 논란 ‘’

지난해 아이돌의 후배가수로 이름을 알리며 싱글 ‘We Don't Stop’로 카리스마있는 군무를 선보였던 피에스타는 1년 만에 컴백해 소녀 이미지를 강조했다.

학예회 춤은 손바닥을 펼쳐 수평방향으로 흔들다 얼굴을 가리는 안무다. 동요 ‘열 꼬마 인디언’을 차용한 ‘한 번 두 번 세 번 말해줘도 몰라요’ 리듬에 맞춰 추는 학예회 춤은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춤으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다.




춤의 차별화로 기존의 이미지를 변화시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소녀시대, 피에스타와 달리 일부 가수들은 ‘섹시미’가 돋보이는 포인트 안무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잦은 부상과 선정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6월 싱글 앨범 ‘첫사랑’을 발표한 애프터스쿨은 쇼케이스에서 봉 춤(폴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봉 춤은 다리의 힘을 이용해 수직 기둥(봉)을 타고 공중에 매달려 추는 난이도가 높은 춤으로 미국의 건설 노동자들이 처음 선보인 후 유흥업소에서 주로 행해지던 춤이다.

봉 춤은 국내 여가수들의 뮤직비디오, CF 등에 종종 등장한 적이 있으나 무대에서는 애프터스쿨이 최초였다. 그 동안 ‘북 퍼포먼스’ ‘탭 댄스’ 등으로 보이시한 매력을 강조했던 그들은 봉 춤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표현했다.

와썹 ‘트월킹’
달샤벳 ‘먼로춤’

애프터스쿨은 지난해 tvN <화성인 X-파일>에 봉 춤 마니아로 출연한 윤보현 안무가로부터 6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봉 춤을 배웠다. 체력소모가 큰 봉 춤을 배우면서 몸매가 좋아지고, 고소공포증을 극복했다는 멤버들이 있는 반면 일부 멤버들은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멤버 리지는 착지하는 과정에서 인대를 다치는가 하면 멤버 레이나는 연습 도중 팔을 다쳐 컴백 무대에서 노래만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애프터스쿨의 봉춤이 공개되자 “섹시한 몸 동작이 선정적이다” “미국의 스트립 댄서들이 추는 춤”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애프터스쿨은 “선정성이 아닌 전체적인 ‘아트’로 봐 달라”며 “그럼에도 안무가 문제된다면 수정이 가능하다. 다른 동작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신곡 ‘내 다리를 봐’로 컴백해 늘씬한 다리가 돋보이는 ‘먼로 춤’을 선보인 달샤벳은 선정성 논란에 춤을 수정했다.

먼로 춤은 치마를 접었다 펼쳤다하는 안무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치마를 날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내 다리를 봐’의 먼로 춤은 티저(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전 일부만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달샤벳 멤버 지율은 “티저 영상이 다리 위주로 공개되다 보니 선정적이란 말이 나온 것 같다”며 “음원 및 뮤직비디오 전체가 공개되면 선정적이란 말은 쏙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전체 공개된 이후에도 선정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치마를 이용해 다리를 강조한 먼로 춤을 본 시청자들은 해당 방송사 게시판에 ‘지나치게 선정적이다’는 민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KBS <뮤직뱅크> 제작진은 “달샤벳의 먼로 춤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시청자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해당 포인트 안무 부분을 수정하도록 제작자와 협의했다”고 입장을 밝혔고, 달샤벳의 소속사는 기존의 안무와 의상을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달샤벳 멤버 수빈은 “사실 야심차게 준비해 나왔는데 먼로 춤을 수정하게 돼 한편으로는 속상하기도 하다”며 “그러나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더 파이팅하겠다”고 말했다.

애프터 스쿨 ‘봉 춤’
걸스데이 ‘멜빵 춤’

지난 8월 데뷔곡 ‘와썹’으로 가요계에 등장한 여자 그룹 와썹은 빠르게 골판을 튕겨 엉덩이를 흔드는 트월킹(Twerking)을 선보였다.

트월킹은 미국 흑인 문화에서 유행하고 있는 춤으로 기존의 여자 가수들이 선보였던 엉덩이 털기 춤과는 차원이 다르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고난도의 몸놀림이 필요해 국내에서는 전문적으로 시도한 가수가 없어 와썹의 시도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렸다.


데뷔 전, 와썹의 트월킹 연습 영상이 공개되면서 트월킹이 성행위를 연상시킨다 `해 논란이 됐다. 미국에서도 ‘저급한 춤’으로 비난받고 있는 트월킹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십명의 재학생이 트월킹 영상을 제작했다가 정학을 당한 바 있다.


짧은 핫팬츠와 엉덩이를 흔드는 춤의 선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지상파 방송사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다”는 이유로 심의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후 MBC뮤직 <쇼 챔피언>을 통해 와썹의 데뷔 무대를 본 네티즌들은 여전히 반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일종의 퍼포먼스’라며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주일 후 “미국의 스트릿 힙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의상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새로운 힙합신을 전파하겠다”며 의상을 수정한 와썹은 KBS <뮤직뱅크>를 통해 정식으로 지상파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많은 논란으로 이름을 알린 와썹은 지난 20일 새로운 싱글 앨범 ‘놈놈놈’을 발표하면서 고무줄뛰기를 응용한 안무로 다시 한 번 이목을 끌고 있다.

여자 그룹 크레용 팝은 ‘직렬 5기통 춤’으로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
고난도에 잦은 부상도


섹시함과 귀여움이 대세였던 가요계에 트레이닝복과 헬멧으로 무장한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 춤은 신선함을 가져왔다. 자동차 엔진 실린더의 피스톤 움직임과 비슷해 직렬 5기통 춤이라고 불리는 포인트 안무는 경찰, 여고생 등 전 국민이 수많은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에서 직렬 5기통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크레용 팝은 다국적 음악회사인 소니뮤직과 해외 배급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9월 글로벌 버전의 ‘빠빠빠 2.0’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50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갖는 직렬 5기통 춤에 대해 <빌보드닷컴>은 “5명의 소녀들은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키는 헬멧을 쓰고 밝은 색의 트랙 수트를 입은 채 춤을 춘다. 마치 매력적인 5중주를 연출하는 것 같다”며 “멤버들이 마치 엔진 실린더처럼 움직인다. 점프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놀이공원의 회전목마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가요계에 직렬 5기통 춤의 열풍을 몰고 온 크레용팝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호주 국영 ABC 방송의 TV프로그램 <Wacky World Beaters>에 출연해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직접 춤을 가르쳐주는 등 춤을 선보인 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5기통 춤’으로
 외국방송 출연

여자 그룹 걸스데이는 ‘멜빵 춤’으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걸스데이는 지난 3월 정규 1집 타이틀곡 ‘기대해’의 안무로 멜빵을 응용한 멜빵 춤을 선보였다. 200만 명의 네티즌들이 ‘기대해’ 뮤직비디오를 통해 멜빵 춤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배우 박신혜, 가수 진운, 성시경, MC 유재석 등 유명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안무를 따라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멜빵 끈을 내렸다가 올리면서 골반을 돌리는 멜빵 춤의 매력에 빠진 수백만명의 외국인들은 온라인에 커버(외국인들이 한국 가요에 심취해 노래와 춤, 가수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멜빵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걸스데이는 ‘여자대통령’을 발표해 여우 꼬리를 흔드는 듯한 ‘구미호 춤’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멜빵 춤과 구미호 춤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데뷔한 지 3년 만에 음악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 걸스데이는 치킨, 속눈썹 광고 등의 모델 제의를 받으며 한류열풍에 합류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발라드 황제’신승훈

“아이돌은 아티스트 아니다”

최근 가수를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사람을 일컫는 ‘아티스트형’ 가수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에 ‘발라드계의 가왕’ 신승훈이 가요계 세태에 쓴 소리를 했다.

신승훈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가수한테 뮤지션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는 아직도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다. 그런데 그냥 노래 부르는 가수들한테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면 나는 뭐가 되나. 아티스트라는 표현은 백남준 작가 정도에 비견할 만한 가수에게만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 성시경으로 이어지는 발라드 계보가 끊어질 지경”이라던 그는 “요즘 케이윌 외에는 정말 잘하는 발라드 솔로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가요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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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