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동원수산 왕권전쟁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3: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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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 vs 왕자' 증오의 불씨 살아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 드라마’. 안보면 보고 싶고 보고나면 찜찜한 막장 드라마에 절대 빠질 수 없는 3요소가 있다. 바로 재벌가와 배다른 형제, 그리고 경영권 다툼이다. 40년 업력을 가진 상장기업 동원수산의 최근 상황도 이러한 막장 드라마 몇몇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회사 창업주가 세상을 뜨면서 전처와 현처일가의 경영권 분쟁 서막이 올랐다.




창업주의 재혼은 때론 상장사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재혼한 부인이 경영에 등장하면서 회사 내 요직을 차지하는 인물이나 지분구조가 바뀌는 일이 상장사 사이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원양수산업체인 동원수산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 경영권을 두고 엎치락뒤치락 논란이 많았지만 전처 일가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막장 드라마

동원수산은 별세한 왕윤국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이 완료되면서 최대주주가 장남인 왕기철 대표로 변경됐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왕 대표는 상속주식의 47.61%에 해당하는 25만2395주를 받아 12.59%였던 지분이 19.32%로 늘어났다.

왕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고인의 둘째부인 박경임씨와 네 딸의 지분은 14.56%에 그쳤다. 왕 대표와의 지분율 격차가 4.76%로 벌어졌다.

동양수산의 경영권 분쟁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 명예회장과 재혼한 박씨는 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지폈다. 그리고는 자신과 왕 명예회장 사이의 막내딸인 왕기미 식품사업부문 전략기획총괄 상무를 대표이사에 올리겠다며,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 싸움을 벌였다. 박씨와 왕 상무의 지분은 5% 수준으로, 왕 대표의 지분을 압도했다.


극으로 치닫던 경영권 분쟁은 3월 주총에서 극적으로 합의됐다. 박씨의 견제를 받아왔던 왕 명예회장의 손자 왕기용씨가 이사 자리를 포기하는 선에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왕 대표는 가까스로 대표이사직 연임에 성공했고, 왕 상무는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왕 대표는 당시 “가족 간의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해 죄송하다. 오늘 주총으로 가족 간의 문제는 봉합됐다”고 말했으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본처 아들과 후처일가 2년간 경영권 다툼
반격에 반격…창업주 상속지분 승부 갈라

같은 해 9월 사내이사로 선임된 왕 상무가 조용히 지분을 늘려나가기 시작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다시 발화됐다. 당시 왕 상무는 동원수산 주식을 장내에서 1만5500주(0.5%) 매수해 지분율을 1.45%로 늘렸다.

취득금액은 2억 1885억원으로 크지 않았지만 왕 대표의 개인지분이 0.5%(1만5200주)에 불과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격적인 지분매수로 읽혔다. 왕 상무 측은 또 사내 관련 실무자에게 장내 주식 매입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또 같은 해 10월 왕 대표를 재차 해임하고 자신을 비롯한 관계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임시주총을 열겠다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물론 다음 달인 11월 해당 소송을 취하하기는 했다.

왕 대표도 반격했다. 2011년 12월 12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지분확대 의지를 보이며 맞대응했다. 당시 왕 대표는 본인과 특수관계인 왕수지씨에게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주식 보유 0.5%(1만5200주)에 불과하던 왕 대표는 1년10개월 뒤 신주인수증권의 권리행사를 통해 45만6794주를 취득하며 단숨에 12.59%(47만1994주)로 증가시켰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 9월 왕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예견됐다. 왕 명예회장이 남긴 유산(53만29주, 14.14%)의 향배에 따라 또 다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왕 명예회장의 유산이 법정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각 1의 비율)대로 상속되면 양쪽의 격차가 줄어들어 다시 한 번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때문에 왕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특별한 유언장을 남기지 않아 민법상 배분 원칙에 따라 상속절차가 진행됐다. 민법상 상속 배율이 정해지기 때문에 왕 대표가 불리했다.

그러나 이번에 왕 대표가 상속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면서 최대주주로서 입지를 굳히게 됐다. 동시에 길고긴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동원수산 관계자는 “법정상속분에 따르지 않고 가족 간 협의에 따라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주식 보유에서 우위를 점한 왕 대표의 승리로 보이지만 향후 언제 또 이런 분쟁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며 “현실 속에서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신경전이 계속 벌어지는 것을 보니 어쩐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마무리 형국

동원수산은 창업주인 왕 명예회장이 지난 1954년 신흥냉동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 설립한 회사로 1970년 사명을 현재의 동원수산으로 변경했다. 40년간 어업 및 식품가공, 수산물유통 등 수산분야에 매진한 기업으로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과는 무관한 기업이다.

현재 원양에서 횟감용 참치를 어획하고 있는 참치연승선(14척)과 뉴질랜드 근해에서 조업하고 있는 트롤선(3척), 국내 자회사 3개사, 해외투자법인 4개사를 보유하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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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