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회장님이 누드 사진을 찍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다소 생뚱맞지만 누가 들어도 호기심이 생길 만한 얘기다. 그래서 의문이 든다. 사실일까. 왜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일까. 그 진원지를 찾아봤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 회장이란 것이다. 또 하나, 모두 사진 촬영이 취미다.
"사교의 장"
조 회장은 매년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캘린더를 제작해 지인들에게 선물하는가 하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한 권의 사진집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07년 수행원 자격이었던 남북정상회담 당시 디카의 셔터를 열심히 누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박 회장은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는다. 중학생 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사진은 거의 전문가 수준. 평소 야생화 찍기를 즐긴다.
이처럼 돈 많은 대기업 회장들도 취미가 있다. 선입견상 화려할 것 같지만 일반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취미를 가진 회장들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진이다. 출장뿐만 아니라 업무 중 짬이 나면 렌즈에 세상을 담기 바쁘다. 평상시에도 항상 카메라를 지니고 다닐 정도로 재계엔 사진 마니아가 많다.
단순히 취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기업인들도 늘고 있다. 마땅한 학원이 없기 때문에 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사진클럽(SPC)은 사진에 목마른 기업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국사진영상원이 운영하는 SPC는 사진촬영이 건전한 취미활동으로 인식되면서 기업 경영인과 고위직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사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종의 사진 학원인 셈이다.
등록금은 각 과정에 따라 220만∼495만원이다. 비싼 만큼 수강생은 여러 분야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소수의 엘리트로 구성된다. 한국 사진의 로열 소사이어티란 게 SPC 측의 설명이다.
정관재계 거물들 모인 사진클럽 화제
교육에 누드 촬영도 포함…작품 공개
실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지금까지 300명 이상의 정·관·재계 리더들이 이곳을 통해 사진 세계에 입문했다. 최근 감사원장 인사 청문회를 마친 황찬현 전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임채진 전 검찰총장, 김현웅 부산고등검찰청 고검장, 이태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법조계 거물들이 SPC 과정을 거쳤다. 백운찬 관세청장, 박천화 전 인천지방경찰청장, 임희섭 청와대 기획실장 등 고위공무원들도 SPC 원우 명단에 포함돼 있다.
특히 주로 기업인들이 SPC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과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김용흠 SK에너지 사장,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경규한 리바트 사장, 최성진 GS네오텍 사장, 배중호 국순당 사장, 김동민 아남정보기술 사장, 유종석 농심 부사장, 고주환 롯데건설 부사장 등이 수강했다. 이윤 포스코 고문과 김봉수 삼성생명 고문, 김상교 에쓰오일 고문, 최병렬 이마트 고문 등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CEO들도 교육을 받았다.
SPC는 2009년 국내 최초로 'CEO 정규과정'을 개설했다. 교육은 주 1회씩 18주에 걸쳐 이뤄진다. SPC 측은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강화시키는 최고경영자들을 위한 사진 교육 과정"이라며 "카메라 구조에서부터 야외와 스튜디오 촬영실기, 사진작품 제작과 전시에 이르기까지 사진에 관한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전문가와 인맥을 쌓고 교류할 수 있는 사교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9기 수업 일정표를 보면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사진의 원리, 카메라 기능과 조작법 등 이론수업을 먼저 실시한다. 이어 자연을 대상으로 한 풍경사진을 찍기 위해 외부로 촬영 실습을 나간다. 해외 촬영 일정도 있다. 그리고 끝으로 그동안 닦아온 사진 솜씨를 선보이는 수료작품 전시회를 연다.
거의 전문가 수준
눈에 띄는 과정은 누드 촬영도 교육 일정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8주차 때 누드 촬영 워밍업을 하고 9주차 때 실습에 들어간다. 일부 수강생은 수료작품 전시회에 누드 사진을 전시하기도 한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은 수료작품(SPC 홈페이지 공개)으로 총 8컷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중 6컷이 누드 사진이다. 서진우 SK플래닛 사장도 누드 사진 1컷을 제출했다.
배 사장은 SPC 홈페이지에 "한 눈 팔지 않고 일에 몰두해서 살아왔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뒤로 미뤄야 했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며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에 든 것이 카메라였다"고 입문 배경을 밝혔다.
서 사장은 "카메라는 내가 본 것과 느낀 것을 충실하게 그려주는 최고의 도구"라며 "카메라를 조작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배웠지만, 그보다 사물을 새롭게 보고 다르게 느끼는 법을 더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