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검·복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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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2생 로드맵 "셋 중 한명 낙마 시킨다?"

[일요시사=사회팀]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인사청문회가 11일부터 예정돼 있다. 정국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피 말리는 수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포스트 국정감사 정국의 승부처로 불리는 인사청문회가 11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비롯해 대한민국 핵심 권력기관인 검찰, 박근혜정부의 명운을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까지 어느 하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기관이 없어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인사청문회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초전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정국 승부처
여야 동상이몽

몸이 달은 쪽은 민주당이다. 앞서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고강도 검증으로 여권을 궁지에 몰았던 민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박근혜정권의 인사 난맥상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물러설 곳도 없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마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된 터라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관·군이 동원된 광범위한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라 대여 공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당 안팎으로 쇄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지만 지난 2·3월의 악몽이 재현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 일각에선 인사청문회 자체가 이슈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있다.

기본 입장은 명확하다. 후보자의 자질은 철저히 검증해야겠지만 이번 인사청문회가 자칫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우려다. 최근 있었던 재보궐 선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던 새누리당은 여세를 몰아 야권의 집중 견제를 무력화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민주 고강도 예고…새누리 정쟁 우려
정국 주도권 놓고 치열한 수싸움 전망

동상이몽 속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여야. 그러나 정작 마른 입술로 청문회 날짜를 기다렸던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이번 인사청문회의 주인공인 세 후보자들이다.

지난달 여야는 인사청문회 일정을 합의했다. 일정 별로 보면 11일에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검증대에 오르며, 12일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3일에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각각 뒤를 잇는다.

황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경우는 각각 감사원과 검찰이라는 거대 권력기관을 대표할 인사기 때문에 청문회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명분으로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자는 앞선 두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난한 청문회를 기대하고 있다. 일정으로 봐도 가장 집중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날짜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장관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보건복지부이기 때문에 결과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이처럼 각 후보마다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 가운데 이들 세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황찬현·문형표
중립·도덕성 관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특징은 증인 및 참고인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다. 먼저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양건 전 감사원장,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 최명진 서울중앙지법 사무관 등 3명이다.

이중 양 전 감사원장과 김 총장은 세간에 악연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전 감사원장이 지난 8월 이른바 외압 논란을 지피면서 떠날 때 '밀어내기'의 당사자로 거론된 인물이 김 총장인 탓이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 총장은 소위 PK인맥(부산·경남)으로 분류된다. 감사원 안팎에선 김 총장이 PK의 인맥의 대부인 김 실장을 등에 업고 감사원 막후 실세로 등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런데 양 전 감사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황 후보자의 고향이 경남 마산이다. 때문에 '황찬현-김영호'로 이어지는 서남부 PK인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여야는 황 후보자의 출신지역을 놓고, 인사청문회 증인 선정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야당은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 김 실장과 더불어 경남 마산 출신인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을 출석시키려 했지만 여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당은 야당이 김 실장과 홍 수석을 증인으로 요청하자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장고 끝에 증인채택 요구를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의 기막힌 반격으로 야당의 PK 공세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그러나 중립성 논란을 비롯한 각종 의혹들은 아직도 황 후보자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특히 양 전 원장은 청와대 외압을 직접 거론한 인물이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양 전 원장의 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현직 법관 신분이었던 황 후보자(전 서울중앙지법원장)를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보장이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함께 근무했던 최 사무관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건 이를 검증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덕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무소속 강동원 의원은 "황 후보자가 판사 재직 시절에 취득한 대규모 비상장 주식의 보유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 공직자 재산신고사항 서류에 따르면 신고된 유가증권은 4개 종목의 비상장 주식 4만342주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드림창업투자(주) 1만5750주, 삼경하이텍(주) 1만5000주, 주식회사 넷웍스 2만1792주, (주)알에프트론 400주 등으로 추정 가액은 2562만9000원이 신고 됐다. 비록 액수는 크지 않지만 비상장주식이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강 의원은 "황 후보자가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은 가액이 상당한 규모이고, 당초 가액은 4000만원이 넘었다"며 "공직자 신분으로 비상장주식에 수천만원을 투자해 차익을 남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황 후보자는 현역 입영 대상자였다가 2년 뒤 병역을 면제 받았다. 고위 공직자에겐 가장 치명적인 병역 기피 의혹이 발견된 것. 그는 1975년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뒤 1977년 재검에서 근시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청문회 단계에서 소명 자료를 준비할 것"이라며 "병역 기피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에 대한 문 후보자의 견해다. 아울러 국민연금 및 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 그가 보건·의료분야에선 어떤 아젠다를 갖고 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기초연금 축소 지급' '연금 지급 시기 67세로 연장' 등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1년 정부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아 발표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역할방안 보고서'에서 "(기초노령연금 지급이)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낮추고, 국민연금 제도의 내실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정부 정책기조 중 하나인 '복지 확대'와는 상반된 견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문 후보자는 장관 내정자로 발표된 직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문 후보자가 기초노령연금 개선방안을 검토하면서 (최근 언행과는 다르게)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었다"며 오는 인사청문회에서의 날선 검증을 예고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1998년 1월부터 ING생명 '프리스타일 연금보험 전기납 50' 상품에 3581만원, 2001년 5월부터 삼성생명 '연금저축골드연금'에 2400만원, 지난해 11월 추가로 삼성생명의 같은 상품에 420만원을 납입해 사립연금액이 6400만원에 이르렀다.


또 그의 부인도 2004년 10월부터 ING생명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 2160만원을 납입해 부부 합산 사립연금액은 8561만원에 달했다. 공공연금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문 후보자의 사립연금 가입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각종 세금의 '고의 체납' 의혹이다. 지난 7일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 후보자가 장관 내정 후 소득세를 뒤늦게 낸 사실이 드러났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아들에게 준 예금 2700만원에 대한 증여세 111만원을 내정 사흘 뒤 납부했고, 2010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106만3220원은 지난 7월 납부했다. 또 2011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81만8900원은 임명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에 납부했다.

이처럼 파면 팔수록 지각 납부 사례가 계속 나오자 일각에선 문 후보자의 상습 체납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문 후보자는 적십자회비 15만원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미루다가 장관이 내정되자 뒤늦게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년간 어떠한 기부 사실도 없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문 후보자는 황 후보자처럼 병역 면제는 아니지만 만기 전역을 하지 않아 의혹의 대상이다. 그는 육군 보충역으로 1년1개월을 복무하다가 일병으로 소집해제 됐다.

PK인맥 김진태
'김기춘 배후설' 도마

이번 인사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란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 후보자를 검증하게 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별도 증인채택 없이 김 후보자 본인과의 질의응답에만 집중키로 합의했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직무능력, 검찰 독립성 확보에 관한 소신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현 정권의 자타공인 2인자로 자리매김한 김 실장의 배후설이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PK인맥의 방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 후보자의 해명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황찬현] PK인맥·비상장주식·병역기피
[문형표] 세금 지각납부·사립연금 가입
[김진태] 부동산 투기·아들 군대 면제   

하지만 '김기춘 배후설'이 끝은 아니다. 각계의 눈과 귀과 신임 검찰총장에게 쏠린 만큼 불거진 의혹도 가장 많다.
첫째 김 후보자와 그의 부인 송모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전남 지역에 1억7900여만원 상당의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전남 여수시 율촌면 밭 856㎡(2568만원)와 대지 129㎡(387만원)는 김 후보자 명의로 돼 있으며, 전남 광양시 황금동 임야 6611㎡(9387만원)와 성황동 임야 6825㎡(5630만원)는 부인 송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부가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1988∼1989년은 부동산 투기 붐이 일었던 시기라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며 "초임 근무지였던 여수·순천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돼 퇴임 이후 집을 짓고 살기 위해 매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둘째로 김 후보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유명 동양화가인 허백련 화백과 박생광 화백의 그림을 재산 목록으로 신고하면서 가액을 0원으로 기재했고, 이듬해 작품 가액을 각각 400만원, 300만원으로 신고했다가 올해엔 신고조차 하지 않는 등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재산등록 당시 미술품 가격을 모르는 경우 가액을 기재하지 않아도 돼 작품 목록만 신고하고 가격은 신고하지 않아 자동적으로 0원으로 처리된 것 같다"며 "이후 모든 품목에 가액을 작성토록 시스템이 바뀌면서 화랑 등에 문의한 가격을 토대로 가액을 작성한 바 있지만 500만원 이하의 미술품은 등록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 목록에서 제외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셋째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이제 막 시작한 자녀들이 각각 7000만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탄로났다. 이와 관련해 증여세 탈세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독립적 경제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자녀들이 성년이 됐을 때 각각 3000만원씩 증여하고 자진 신고했지만 면세 대상이어서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나머지는 자녀들이 용돈 등을 모은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넷째 김 후보자와 부인 송씨의 유동자산이 최근 10개월 사이에 1억8000만원가량 증가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달 30일 김 후보자 동의 하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본인 명의 예금 1억5400여만원과 현금 1500만원 등 모두 1억7100여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인 송씨는 예금 4억7100여만원과 현금 1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김 후보자 부부는 예금과 현금을 합쳐 모두 6억5200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지난 5월24일 관보에 공개된 김 후보자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김 후보자 부부의 예금과 현금은 모두 4억7200만원으로 10개월 사이 무려 1억8000만원이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 김 후보자는 예금 6700만원과 현금 2000만원을, 송씨는 예금 3억6800만원과 현금 17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법사위 관계자는 "검사 재직 시 후보자 본인의 월급과 퇴직금을 합쳐 1억1500만원이 늘었고, 퇴직연금과 변호사 급여 등이 포함돼 있는 액수"라고 자료를 설명했다.

청문회 결과는?
중도 낙마할까?

한편 김 후보자 역시 본인은 아니지만 아들이 병역 기피 의혹에 연루돼 있다.

지난 2005년 6월 김 후보자의 아들 김씨는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복무가 가능한 3급 판정을 받았지만 2009년 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지원 과정에서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군 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구체신염은 신장 사구체에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한때 일부 연예인 등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씨는 일반적인 병과가 아닌 카투사와 공군지원병, 한국국제협력단 등을 골라 지원하다가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병역 기피의 고의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장남이 3급 판정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운전병에 지원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군 복무를 다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으로 고의성이 없음을 항변했다.

그러나 만약 김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아들의 병역 면제는 그에게 뼈아픈 대목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야당은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검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 관계자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전망하면서 "아마 '1사2생'이 되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즉 세 후보 중 누군가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면 그건 황 후보자나 김 후보자 중 1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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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