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1990년대 재계순위 30위권까지 올랐던 대한유화그룹은 현재 4개 계열사(해외법인 제외)를 두고 있다. 이중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대한유화공업' 등이다. 이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70년 설립된 대한유화공업은 폴리프로필렌, 에틸렌, 올레핀 등 플라스틱물질 및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다. 1999년 상장한 이 회사는 연매출 2조원 규모의 ‘공룡 기업’이다. 본사는 서울 종로에, 공장은 울산·온산에 있다.
2008년부터 급증
문제는 자생력. 관계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가량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천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무려 1조원에 달했다.
대한유화공업은 지난해 매출 2조753억원 가운데 9543억원(46%)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KPIC코퍼레이션(6591억원), ATMAN(2557억원), 유니펩(235억원), 코리아에어텍(153억원) 등이다. 2011년에도 KPIC코퍼레이션(6649억원), ATMAN(1909억원), 유니펩(219억원), 코리아에어텍(156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2조164억원 중 8967억원(44%)에 이르는 일감을 대한유화공업에 퍼줬다.
대한유화공업의 내부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7년까지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10%를 넘지 않다가 이듬해부터 급증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후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는 주는 데 반해 대한유과공업은 오히려 갈수록 늘었다.
대한유화공업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비중은 2001∼2007년 각각 0.3∼11%였다가 ▲2008년 25%로 오르더니 ▲2009년 45% ▲2010년 39%로 크게 차지했다.
내부거래 금액도 마찬가지다. 대한유화공업은 매년 매출이 증가 추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6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03년 7000억원이 넘더니 2004년 1조원, 2011년 2조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대한유화공업의 내부거래액도 ▲2001년 19억원(매출 6277억원) ▲2002년 47억원(6083억원) ▲2003년 78억원(7698억원) ▲2004년 613억원(1조117억원) ▲2005년 867억원(1조411억원) ▲2006년 1427억원(1조3075억원) ▲2007년 797억원(1조4309억원) ▲2008년 4335억원(1조7471억원) ▲2009년 7503억원(1조6598억원) ▲2010년 7040억원(1조8212억원)으로 늘었다.
매출 절반 계열서 "매년 수천억씩 거래"
지난해엔 1조 육박…오너 일가 지분 소유
대한유화공업은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총자산이 2002년 7454억원에서 지난해 1조2515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3091억원이던 총자본은 7297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경우 적자를 낸 지난해만 제외하고 최근 몇년간 수백억∼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대한유화공업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분을 갖고 있는 오너 일가는 14명으로 총 17%에 이른다.
이순규 회장은 2.55%(16만6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모친 장경숙씨(0.46%·2만9880주)와 형제 이현규(2.91%·18만9190주)·이창희(3.08%·20만131주)·이국희(3.08%·20만367주)씨도 지분이 있다. 친인척 구자향·이교임·이교석·문제연·이데이몬·이교혁·이진규·이온규·이창규씨는 각각 0.06∼1.14%를 쥐고 있다.
대한유화공업의 최대주주는 25.11%(163만2470주)를 소유한 유니펩(합성수지 및 합성수지 부산물 도매업)이다. 계열사인 유니펩은 사실상 이 회장의 개인회사다. 지분 61.95%(2만1100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KPIC코포레이션도 이 회장이 89.85%(5만3118주)로 최대주주다.
오너 일가는 대한유화공업에서 두둑한 배당금도 챙겼다. 대한유화공업은 2000년대 들어 2001년과 지난해만 제외하고 해마다 배당금을 풀었다. 2002∼2006년 각각 35억∼79억원을, 2007∼2011년엔 평균 100억원대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2008년의 경우 무려 991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1994년 자금 부족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한유화공업은 1998년 정상화됐다. 당시 고 이정림 창업주에서 동생 고 이정호 명예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 명예회장은 슬하에 6명의 자녀(택규-현규-용규-순규-창희-국희)를 뒀다.
금액도 갈수록 늘어
이중 4남 이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았다. 이 창업주의 아들 이덕규씨와 이풍규씨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한양대 법학과와 미국 호프스트라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한유화공업 감사, 상무, 부사장 등을 거쳐 2001년 사장, 2007년 회장에 올랐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대한유화공업 기부는?
대한유화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을 받고 있는 대한유화공업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유화공업은 지난해 20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매출(2조753억원) 대비 0.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1년엔 1억원만 기부했는데, 이는 매출(2조164억원)의 0.00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