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사생결단 액션플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8 13: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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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란 사태' 큰거 한방으로 돌파한다

[일요시사=취재2팀] 채동욱 체제는 막을 내렸지만 검찰의 화력은 여전하다. 정·재계를 아우르는 전 방위 수사가 권력층의 숨통을 죄고 있다. 4대강 비자금 사건,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실종 사건 등 정계 거물들을 겨냥한 수사는 물론이고, 효성·동양·KT가 차례로 검찰의 사정권에 들었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차례로 무릎 꿇린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 이목은 '서울'로 집중된다.




제2의 검란(檢亂) 사태를 맞은 검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쪽에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고, 또 한쪽에선 채동욱 체제 때부터 이어져 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제2의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앞서 채 전 총장은 정치권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검 중수부를 폐지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직속 기구로 그간 권력형 비리나 대기업 수사를 전담해왔다. 그러나 중수부가 간판을 내리면서 굵직한 사건들은 서울중앙지검을 위시한 서울 관할 지검이 마크하게 됐다.

지난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필두로 최근까지 서울중앙지검이 핸들링한 사건은 정국을 요동치게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건설사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탈세 혐의가 입증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차명대출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서부·남부·북부·동부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는 몇몇 수사의 칼끝이 결국은 사회 저명인사를 겨눌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정·재계 거물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검찰과 비바람을 피하려는 권력층의 수싸움이 채 전 총장 사퇴 이후에도 계속되는 중이다.


앞서 밝혔듯 검찰의 광폭행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주도하고 있다. 검찰조직 내 엘리트들이 모인 서울중앙지검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출세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일선 검사들의 의욕이 높고 수사력과 정보 수집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명박·문재인 등 거물급 연루된 수사 촉각
대기업 수사 2라운드…대형사건 비화 가능성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정치권 등 외풍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대형 사건에 얽힌 인물들은 대체로 산 권력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MB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최고 책임자인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청와대가 연루된 내곡동 사저 사건에서 이른바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던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때 봐주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번 검란 사태를 촉발시킨 국정원 댓글 사건 역시 조용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고의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검찰 내 복잡한 역학구도는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정치검찰'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던 탓에 일련의 대형수사를 바라보는 검찰 밖의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정치권 정조준
거물급 걸릴까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수사 중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건은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실종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지난 7월25일 새누리당으로부터 대화록 실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개시했다. 그리고 검찰은 참여정부로부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모든 자료를 압수·분석했다.


지난 2일 검찰은 대화록 실종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기록원에는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브리핑을 했다. 아울러 "봉하 이지원(e-知園)에선 대화록 2개가 나왔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즉 봉하 이지원에 있는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는 이관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기서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된 원본을 복구했다"는 표현으로 논란을 촉발시켰다. 검찰의 발표를 곱씹으면 '대화록에 접근할 수 있던 누군가가 원본을 삭제했다'는 내용이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은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김경수 전 청와대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이른바 친노 인사였다. 특히 지난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마저 관련 의혹에 연루돼있던 상황이라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는 새누리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이후 문 의원은 "차라리 나를 소환하라"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친노 세력의 반발도 거셌다. 그러나 논란이 확대될수록 타격을 입는 사람은 문 의원이었다.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직결된 대화록 실종 사건의 마지막 타깃은 결국 문 의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2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문 의원의 소환조사 가능성이 타진됐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 지검장은 대화록 실종 사건과 관련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의 소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문 의원이 대화록 실종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문 의원의 정계은퇴는 물론 야권 전체가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야권은 서울중앙지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화록 실종 수사와는 별개로 현 정권에 불리한 대형 수사도 진행 중이라 여권 역시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가 담당하고 있는 4대강 사업 수사는 지난 정권의 폐부와 맞닿아있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담합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로 현대건설 김중겸 전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등 2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검찰은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한 설계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장석효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과정에서 형성된 비자금이 어디로 향했는지. 공사 수주 청탁 등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윗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검찰의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 즉 'MB정부 실세들이 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것.

또 최근 4대강 사업이 감사원에 의해 ▲정경유착 ▲부실공사 ▲입찰담합 등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 또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2일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을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국민은 모두 3만9775명. 사상 초유의 단체 고발로 4대강 사업의 검은 배후가 드러날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더불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된 국정원 댓글 수사는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현 정부의 외압 의혹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수사는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따라 또 한 번의 태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만만한 재계
다음 타깃은?

정계에 비해 비교적 직접적인 외풍이 적은 재계와 관련한 수사는 검찰이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재계 저승사자'로 새롭게 지목된 투톱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기소한 특수1부는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의 실형을 이끌어냈다. 재판에서 최 회장은 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특수1부의 집요한 수사로 2심에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구속됐다.

특수2부도 대기업 수사에서 막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올초 특수2부는 CJ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이재현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를 입증했다.

아울러 특수2부는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의 대가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에게 고가의 시계와 미화 30만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전 전 청장과 허 전 차장을 각각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특수2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대기업 수사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검찰은 효성그룹 오너의 자택과 효성그룹 본사, 효성캐피탈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포문을 열었다.


검찰은 효성으로부터 압수한 압수물 및 국세청의 고발자료 등을 토대로 조석래 일가의 불법 차명대출 및 법인세 탈루,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K 상무 등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조현준 효성 사장 등 일가 전원을 상대로 한 소환조사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효성은 지난 MB정권 당시 청와대와의 유착이 끊임없이 의심됐던 기업이라 수사과정에서 정계 거물의 비리·비위 혐의가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효성과 함께 잔인한 10월을 보내고 있는 동양그룹도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기업 임원진이 대거 연루된 1조600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 사건은 특수1부가 배당받았다. 특수1부 입장에선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레이스다.

지난해 특수1부는 LIG그룹의 2000억원대 ‘사기성 CP 발행’ 사건을 수사해 구자원 LIG 회장 등을 기소한 바 있다. 이번 '동양사태' 역시 지난 LIG 사건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현 회장 등의 사법처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 회장은 CP를 발행한 뒤 자금난을 이유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채동욱 사퇴 이후 공정성 의심
서울중앙지검에 대형수사 몰려
'국면전환용' 게이트 터뜨리나

공기업 성격이 짙은 KT도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양호산)는 KT본사를 비롯해 KT광화문지사, 서초지사, KT회장 자택 등 16곳에서 전 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청와대 출신 한 관계자는 이번 KT 압수수색에 대해 "이석채 회장을 찍어내기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같다"며 "검찰 입장에선 총장 선출을 앞두고 벌이는 일종의 시위로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즉 효성이나 동양과는 다른 관점에서 검찰 수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

지난 2월 참여연대는 스마트애드몰 등 검증되지 않은 사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KT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이석채 KT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혐의 중 KT사옥 특혜 매각과 BIT 사업 업체 선정과정 의혹들은 정·관계 로비자금과 연결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번 KT 수사와 같은 맥락으로 최근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포스코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만약 KT의 이 회장이 사법처리를 받게 된다면 그 다음 타깃은 포스코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의외의 인물
부상할 수도

현재까지의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서울중앙지검의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채 전 총장 퇴임 후 굵직한 대형 사건은 기피하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검찰의 저격수사는 더욱 독해진 모양새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신임 총장 부임 전 (검찰 안팎에) 실력을 보이려는 것 아니겠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쪽으로 사건이 너무 몰리다보니 다른 조직이 소외받는 느낌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검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식품안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됐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4대악 척결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셈. 그러나 식품안전과 관련한 사안이 통상 대형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과거 끗발을 날렸던 서울서부지검의 명성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이 들여다보고 있는 사건으로는 현대산업개발의 관급공사 특혜 의혹이 눈길을 끈다.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된 수사 중 눈여겨봐야 할 사건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배임 및 횡령 의혹과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이중 라 회장의 로비명단에 든 인물이 지난 정권 막후권력이란 소문이 있어 그 사실 여부가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대우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비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언급한대로 4대강 사업 비자금 의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얼마 전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퍼진 "여당 대표급 정치인이 한 건설사로부터 6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정·관계 게이트로 확대된 원전사태도 그 출발은 한 중소업체의 납품 비리였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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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