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고독사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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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있어도 외로운 저승길

[일요시사=사회팀] 방송을 통해 일명 '맥도날드 할머니'로 알려진 권하자(73) 할머니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생전 권 할머니를 둘러싼 스포트라이트가 그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된 상황. 하지만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어가는 노인은 권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맥도날드 할머니'로 유명세를 치렀던 권하자 할머니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중구청 등에 따르면 권 할머니는 지난 7월12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새희망요양병원에서 숨졌다. 앞서 권 할머니는 지난 5월29일 서울역 노숙인 시설 앞에 쓰러져 있다가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새희망요양병원으로 이송됐다.

엘리트 노숙인

숨진 권 할머니는 서울 중구 정동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매일 밤을 보내 '맥도날드 할머니'란 별칭을 얻었다. SBS를 비롯한 방송매체들은 권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을 꾸준히 조명했다.

이후 권 할머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맥도날드 할머니'란 말은 맞지 않는다"며 "1년 전쯤부터는 스타벅스에 주로 있었는데 24시간 하는 이 카페를 발견해서 주로 신세를 진다"고 자신의 근황을 밝히기도 했다.

권 할머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한 뒤 1976년부터 1991년까지 외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또 대학 재학 당시 '메이퀸'으로 뽑혔다는 내용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권 할머니는 다른 노숙인들과 달리 역이나 길이 아닌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에서 생활했다.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는 없었고, 친족들과도 왕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 할머니는 2000년대 초부터 노숙생활을 시작한 뒤 맥도날드에 자리를 잡았고,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로 예배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에 따르면 권 할머니는 영어 성경 교실에 참석했는데 이를 계기로 매일 새벽예배에 나갔다고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1940년생인 권 할머니는 그가 다섯 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권 할머니의 아버지는 성공한 목재사업가였으며 집안 환경은 부유했다. 그러나 교우 관계는 좋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인터뷰를 종합하면 권 할머니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 이 때문에 평생을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권 할머니는 신앙생활에만 매진했으며 매일매일을 성경 읽기와 기도로 보냈다. 하지만 그의 혈육들은 권 할머니와 관계가 썩 좋지 못했는데 한 방송사는 교양프로그램을 통해 권 할머니의 '남달랐던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권 할머니는 외로움과 싸우며 한편으로는 가족을 그리워했다. 권 할머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오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오빠네 식구들이 참 보고 싶다. 연락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살아있으면 언젠가 꼭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몇몇 방송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여동생에게도 "시집가기 전날 나랑 붙들고 울면서 헤어졌는데 동생은 나에게 왜 그렇게 섭섭한 게 많았을까"라고 말했다.

결국 권 할머니에게 제일 필요했던 것은 주위의 관심어린 애정이었다. 그는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 대해 "어머니가 가장 그립다"며 "어머니를 대신해 나를 구원해줄 사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할머니는 세상이 본인을 노숙자 취급하는 것을 경멸했다. 서울시와 구세군이 권 할머니를 돕겠다고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권 할머니는 끝내 도움을 거절했다. 방송이 나가고 권 할머니의 동창생, 옛 외무부 동료들, 연락이 끊겼던 지인까지 구조에 나섰지만 권 할머니는 "내 방식대로 살겠다"며 도움을 거부했다.

대신 권 할머니는 카페에서 책과 영자신문을 읽고 커피를 주문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커피 한 잔만으로 끼니를 때웠던 권 할머니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맥도날드 할머니' 사망…가족은 연락 끊겨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810명 "매년 증가"

권 할머니는 결국 쓰러져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입원 뒤에도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나를 잘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며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권 할머니는 병원에서도 트레이드마크인 백발을 단정하게 넘기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권 할머니의 강인한 정신력도 암세포의 전이는 끝내 막지 못했다. 권 할머니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병상에서 쓸쓸히 숨을 거뒀다.

관련 절차에 따라 관계 당국은 권 할머니의 가족에게 시신 인수 의향을 물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무연고자로 처리된 권 할머니는 화장된 후 서울시립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에 안치됐다. 안치 기간은 10년이며 이후에도 가족들이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권 할머니의 유골은 다른 무연고자와 함께 매장된다.

쓸쓸한 죽음

권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이번 죽음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경기개발연구원이 조사하고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해마다 100명 가까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2010년 647명에서 2012년 810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무연고 고독사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는 것.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인 가구는 모두 414만 가구였다. 이는 2000년에 집계된 222만 가구보다 86% 정도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경기개발연구원은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무연고 사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쟁으로 인한 개인주의'를 꼽았고 이중 '고독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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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