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성폭행 사건 '기막힌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15 1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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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엄마를…성욕에 눈먼 패륜아들

[일요시사=사회팀] 성폭력의 완전한 사각지대는 없다. 가족 안의 누군가가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심지어는 성욕에 눈이 멀어 아들이 친모를 성폭행하는 천인공노할 범죄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27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함께 발간한 '2013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전체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다.

성범죄 증가
사각지대 없다

2000년 집계된 피해자 8765명 중 6245명(71.3%)이었던 여성 피해자는 2011년 들어 전체 2만8097명 중 2만3544명(83.8%)으로 10년 새 양과 비중 모두 크게 증가했다. 이는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 발생 및 신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성범죄의 완전한 사각지대는 없다. 심지어는 가족 안의 누군가가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아들이 어머니를 성폭행하는 패륜범죄도 예외는 아니다.

A씨는 20여 년간 헤어져 지내다가 3년 전 다시 만난 친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장에 올랐다. 지난 6일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오석준 부장판사)는 친어머니를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로 기소된 A(30·회사원)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1년 8월30일 오후 8시30분께 충남 아산시 어머니 B(52)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B씨를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모자지간인 A씨와 B씨는 20여 년간 헤어져 살다가 2010년부터 다시 연락하며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친어머니를 성폭행한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행으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며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두고 일각에선 '형량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다.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징역 3년6월'은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4년 전과 비교해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의 형량은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2010년 7월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최상열)는 친어머니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로 보이고 친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C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강간 ·강제추행 등 패륜범죄 갈수록 증가
초범 낮은 형량…어머니 눈물로 선처 호소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C씨는 2009년 7월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던 중 처음으로 성폭행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잠을 자고 있던 어머니를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또다시 성폭행했다.

재판부는 "낳아주고 길러준 친모를 성적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삼아 두 차례 성폭행한 것은 천륜을 어긴 것"이라며 "모친이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갈 점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가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인 친모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초범에겐 관대
재범에겐 냉엄

4년 사이 있었던 두 사건의 공통점은 ▲범행이 우발적이었고 ▲가해자(아들)에게 동종 전과가 없었으며 ▲피해자(친모)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범행이 계획적이고 동종 전과가 있다면 형량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난 2011년 6월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자신의 친어머니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로 기소된 D(38)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D씨는 전자위치추적 장치 부착 20년과 치료 감호 등도 함께 명령받았다.

D씨는 2011년 1월27일 대구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서울에 있는 어머니 E(64)씨의 집에 있었다. 사건이 있던 날인 2월3일은 설날이었고 이날 오전 7시께 E씨는 아들을 위해 떡국을 끓이고 있었다.

하지만 D씨는 어머니의 집에서 어머니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손바닥과 주먹으로 어머니의 얼굴과 머리 등을 수차례 때리고 부엌에 있는 칼을 집어든 뒤 "좋게 한 번 하자, 가만히 있으라"며 어머니를 위협했다.

E씨가 항거 불능에 이르자 아들 D씨는 어머니의 하의를 벗긴 뒤 모두 2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D씨의 폭력으로 E씨는 전치 8주의 골절 상해도 함께 입었다.

앞서 D씨는 2009년 자신의 어머니를 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에 불만을 품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D씨는 어머니에게 감내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과 모성을 부정당하는 등의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인륜에 반하는 중대한 범행으로 그 죄질이 매우 무거우므로 엄중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다만 D씨가 특정불능의 비기질성 정신병으로 인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 있던 점과 D씨의 나이와 성행(품행), 가족관계 등 제반 양형 조건을 두루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D씨는 2004년 4월1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강간미수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출소로부터 1년4개월이 지난 2009년 6월19일 존속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또다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1년 1월 출소한 D씨는 3번째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

아들의 증오
가장 가까운 곳

친모 성폭행은 엄연한 범죄이자 결혼 제도와 같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금기다. 때문에 범죄 발생 빈도도 낮지만 사건이 터져도 외부로 알려지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9년 있었던 충격적인 친모 성폭행 살인 사건은 그야말로 감출 수가 없는 비극이었다.

2009년 7월22일 전북 익산경찰서는 자신의 어머니 E(40)씨를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그의 아들 조모(21)씨를 긴급체포했다.

범행 5시간 만에 자수한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살해 동기가 석연치 않음을 느낀 경찰은 죽은 E씨의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숨진 E씨에게서 정액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조씨는 "어머니를 성폭행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E씨는 이른 나이에 조씨를 출산했다. E씨 가족의 가정 형편은 좋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석공이었던 아버지는 조씨가 10살 때 암으로 숨졌고, 조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아닌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 사이 E씨는 자주 집을 비웠다. 조씨가 11살이 될 무렵, E씨는 교통사고로 받은 보험금 7000만원을 들고 나갔다. 사건 발생 몇 달 전에는 집수리 명목으로 A씨 앞으로 300만원을 대출받았고, 이 돈을 PC방에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씨는 주로 PC방에서 생활하며 게임에 열중했다. 2008년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함께 살던 조씨는 이런 E씨에게서 따뜻한 모정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씨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후 이벤트 회사에서 월 80만원을 받고 음향기기 기사로 일했다. 여동생이 고향을 떠난 뒤에는 밀린 공공요금 납부까지 온전히 조씨의 몫으로 남았다. 조씨에겐 기댈 구석이 어디에도 없었다. 

사건 발생 당일 조씨는 새벽 2시께 소주 2병을 마시고 돌아와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평소에도 조씨는 어머니의 팔을 베고 자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안아주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조씨를 뿌리쳤다. 두 사람의 말다툼은 이내 몸싸움으로 번졌다. 순간 조씨는 E씨에게 성욕을 느꼈다. 조씨는 결국 해선 안 될 선택을 하고 말았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전북 익산시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어머니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어머니를 강간했다는 죄책감, 자신이 신고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조씨를 엄습했다. 조씨는 어머니가 옷을 챙겨 입자 신고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봤다. 둔기를 집어 든 조씨는 망설임이 없었다. 

조씨는 화장실의 핏자국을 지우고 사체를 보일러실로 옮기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다 범행 5시간 만인 오전 8시께 자수했다. 경찰은 조씨가 범행 직후 시신을 앞마당에 묻으려고 옆집에서 삽과 수레를 빌렸던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경찰은 조씨의 진술을 인용해 "여동생과 친구에게 범행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지만 '자수를 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성욕을 채우기 위해 어머니를 성폭행한 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평생 수감 생활을 통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참회하고 교화하는 것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이상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년 뒤 조씨는 형기 도중 세상을 떠났다. 조씨는 자신이 수감 중이던 전주시 평화동 전주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교도소 운동장 옆 공장동 처마에서 자신의 런닝셔츠를 이용해 목을 맨 채 숨져 있었고, 이를 교도소 관계자가 발견했다. 해당 관계자는 "조씨가 운동시간에 사라져 인원점검을 하던 중 목을 맨 것을 발견했다"며 "유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친모를 강간한 패륜범의 쓸쓸한 최후였다.

강제로 덮친 후 살인까지
짐승 아들은 쓸쓸한 최후
부모에 증오범죄도 잇달아

조씨와 같은 범죄자들에겐 대개 무기징역형이 선고된다. 지난 2010년 10월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강원)는 친모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오씨는 같은 해 2월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어머니 F씨의 집에서 F씨가 '운이 없어 너 같은 애를 낳았다'는 등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에 분노하던 중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오씨는 어린 시절부터 친척집과 복지시설 등을 전전했으며 14세 무렵에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지만 F씨의 집에선 어머니와 동거남의 잦은 다툼이 있었다. 이들의 싸움을 피해 교회 등에 거주했던 오씨는 고등학교를 다니다 중퇴했으며 이후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다.

사건 전날 오씨는 어머니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사건 당일 새벽에 귀가해 안방에서 잠을 자던 어머니를 죽이려 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같은 날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 아침 식사를 차려주자 함께 식사를 한 후 어머니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 안방에서 인기척이 없자 오씨는 공구함에 들어 있던 망치를 들고 자고 있던 어머니의 머리를 내리쳤다.

자신의 범행 과정에서 피가 튈 것을 두려워한 오씨는 어머니의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그런데 이불 사이로 얇은 잠옷 바지를 입은 어머니의 하체가 드러나자 오씨는 곧 강간할 마음을 먹었다. F씨의 바지와 팬티가 벗겨졌고, 오씨는 잔인한 수법으로 F씨를 강간했다.

오씨는 강간 후에도 어머니가 살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려움에 빠진 오씨는 손으로 이불을 눌러 어머니를 질식사시켰다. 어머니가 죽자 오씨는 어머니의 지갑에서 신용카드 등을 꺼내 집을 나섰다.

이후 오씨는 PC방과 모텔 등을 전전하며 유흥을 즐겼다. 하지만 오씨의 도피생활은 1주일도 안돼 끝났다.

끔찍한 패륜
쓸쓸한 최후

재판부는 법정에 선 오씨에게 "어린 시절 부모가 별거를 하고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았다는 불우한 소년시절을 겪었다고 해도 친모를 성폭행하고 죽인 다음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강취한 사건은 범행의 패륜성 및 참혹성에 비춰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원심은 징역 20년을 선고했지만 특수강도강간살인의 범행에 대해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 범위가 무기징역 이상이라 사형을 선택했고 심신미약자란 점을 감안해 무기징역으로 감경했다"고 판시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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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