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주먹' 로열패밀리 폭행 잔혹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11 15: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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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둥이부터 담뱃불까지…회장님의 나쁜 손버릇

[일요시사=경제1팀]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빵 회장’부터, 항공사 직원을 때린 ‘아웃도어 회장’까지. 싸구려 삼류소설에나 나올 법한 회장님들의 손찌검 파문이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장지갑, 신문지가 사용되고 심지어 담뱃불까지 폭행도구로 사용됐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회장님들의 ‘폭행 잔혹사’.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기업, 존중받는 기업,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가가겠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이 무색하게 됐다. ‘항공사 용역 직원 폭행’ 논란에 휘말려 ‘갑(甲)의 횡포’라는 비난을 받고 있어서다.

사회공헌과 폭행
두 얼굴의 회장님

지난달 30일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 회장이 27일 오후 3시쯤 김포공항 탑승구에서 아시아나항공 용역 직원에게 욕을 하며 신문지로 얼굴을 때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여수로 가는 오후 3시10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던 강 회장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하게 도착한 탓에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무리한 탑승요구를 하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이 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 회장은 당일 오후 6시 여수에서 열리는 생방송 ‘2013 슈퍼모델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오후 3시30분께 “항공사 직원이 승객에게 맞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출동 도중 신고가 취소돼 현장에 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아시아나 항공 측은 “강 회장이 게이트 쪽에서 늦게 나왔는데 탑승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듣자 기분이 상해서 신문을 가지고 훈계 비슷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 회장은 비행기를 타지 못했고, 현장에서 바로 사과를 했다. 해당 직원 역시 그 자리에서 사과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결국 다른 비행기편으로 여수에 도착했고 생방송 일정은 차질 없이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강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현장에서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고 약 1시간 후 재차 당사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강태선 회장 항공사 직원 신문지 폭행 소동
“역시 갑”잊을 만하면 터지는 손찌검 사건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사회공헌재단까지 출범한 강 회장의 폭행소식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야크 불매운동까지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실제 강 회장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26일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사회공헌 재단인 ‘사회복지법인 블랙야크 강태선 나눔재단’과 ‘재단법인 블랙야크 강태선 장학재단’을 출범했다.

이 사건으로 재단 설립 출연금으로 29억원을 내놓고 매년 블랙야크 이익의 2%를 출연해 1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 기금을 운영하겠다는 사회공헌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앞서 지난 4월 말 강수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호텔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강 회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는 자신의 차량에 이동 주차를 요구한 호텔 직원의 뺨을 장지갑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이 같은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프라임 베이커리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한편, 주요 납품처인 코레일로부터 납품 중단 통보를 받는 등 강 회장은 한동안 비판의 중심에 서야했다.

두 명의 강 회장 사건이 나란히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사회 고위층이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가하는 직접적인 폭력 사례이기 때문이다. 규모를 떠나 기업을 책임지는 이가 여론이 납득할 수 없는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최근의 일만도 아니다.

무차별 폭행 후
한 대에 100만원

2010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인 최철원 전 M&M 대표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맷값’을 지불한 사실이 드러나 노동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최 전 대표가 화물연대 소속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모씨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구타한 사건을 방송했다.

화물연대 울산지부 탱크로리 지부장이었던 유씨는 2010년 10월 18일 서울 M&M 사무실에서 최 전 대표에게 알루미늄 방망이로 총 13대를 맞았다.

최 전 대표는 유씨에게 “매 한 대에 백만원”이라며 유씨를 야구방망이로 10여 대 내리치다가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만원”이라며 3대를 더 때렸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유씨의 입안에 두루마리 휴지를 집어넣은 뒤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7∼8명의 회사 간부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최 전 대표 측은 폭행을 가한 뒤 유씨에게 서류 2장을 작성하도록 했다. 맷값 2000만원을 현장에서 수표로 바로 줬고 탱크로리 차량가격 5000만원은 통장으로 입금했다.

제작진은 최 전대표가 유씨를 때린 이유에 대해 유씨가 다니던 회사가 M&M사에 흡수 합병됐을 때 고용승계에서 제외된 것을 항의하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M&M사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운수 노동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와 이후 가입 금지를 고용 승계 조건으로 명시한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으나 유씨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최 전 대표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 전 대표는 같은 해 12월 말 상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이듬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밖에도 이윤재 피죤 회장은 2011년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 혐의에 휘말렸다. 당시 이 회장은 광주 폭력조직 무등산파 조직원 등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했다가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이 전 사장이 해직된 뒤 회사에 해고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회사를 비난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애인하자”
문신까지 새겨

과거 재벌2세 폭행의 대표격은 롯데가에서 나왔다. 지난 1994년 신년에 벌어진 이른바 ‘프라이드’사건이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롯데 그룹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준호(현 푸르밀 대표)씨의 외아들 신모씨를 비롯,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씨의 손자이자 제일화재해상보험 이동훈 회장의 아들 이모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운전자 한모씨를 수배했다.

끊이지 않는 재벌 2세들 추태
창업자 아들 엽기행각 구설도

이들은 1월 17일 새벽, 그랜저를 타고 도산대로를 달리다 프라이드 승용차가 끼어들자 차를 세우게 한 뒤 시비를 벌였고 프라이드 운전자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했다. 도로변에 있던 벽돌과 화분으로 프라이드 일행의 머리를 때렸고, 프라이드에 함께 타고 있던 한 일행은 뇌출혈을 일으켜 수술을 받았다.


롯데 재벌 2세인 신씨는 이튿날 낮에 영국 런던으로 도망치려다 김포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씨의 부친인 제일화재해상보험 회장의 직업을 보험회사 직원 등으로 축소하고,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는 등 재벌 눈치 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담뱃불로 테러를 한 재벌2세도 있었다. 1979년 7월 2일 한국시티즌공업 주식회사 이사였던 하모씨가 폭처법위반으로 구속됐다. 하 씨는 당시 단골로 사귀던 H호텔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김모양에게 애인되기를 강요하며 깨진 맥주병으로 위협하고, 김양의 하복부에 담뱃불로 자신의 성인 ‘하’자를 새긴 혐의다.

하씨는 이날 김양에게 결혼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김양이 이를 거절하자 김양의 옷을 모두 벗긴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하씨의 아버지는 기업 운영에 따른 이익을 지역사회와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1965년의 평창전분을 시작으로, 한미시티즌정밀, 시그너스그룹, 한송학원, 한국리즘시계공업, 중앙상호신용금고 등의 기업을 경영하면서 100여 차례가 넘는 기부를 통해 재산 수십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한국 재벌은
법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돈 있는 사람은 법이 더 이상 무섭지 않기 때문에 죄를 짓는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을 보도한 <LA 타임스> 역시 한국 사회 내 재벌의 특혜를 꼬집으며 “한국 전쟁 이후 경제 성장에 대한 강박관념에 재벌이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재벌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재벌이 1960년대 군사 정권 아래에서 번성하기 시작했다며 재벌들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사라졌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돈 있는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이 대신 죄를 짓기도 하는 이른바 ‘유전유죄’의 새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부터 재벌가 사람들은 백한 불법행위임을 알면서도 스스럼없이 범법행위를 저질렀고, 그 일로 인해 그 누구도 징역형을 살지도 않았다.

물론 최근에 발생한 ‘신문지 회장’과 ‘빵 회장’ 사건이 과거 기업 총수가 법적 처벌을 받았던 사건보다 경미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사회적 분노를 사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갑을관계’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대두돼 이전보다 더 심각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이라며 “사회 고위층이 ‘반기업 정서’가 생겨나는 근본 원인을 살피고 상대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폭행 물의’강태선 회장은?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용역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인 강 회장은 도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경영을 하는 산악인’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유명 등산용품 기업인 블랙야크 대표인 강 회장은 1973년 24살의 젊은 나이에 서울에 국내 최초 국산 등산장비 전문점 ‘동진산악’을 열었다. 이후 엄홍길 대장을 발굴하고, 대한산악연맹 부회장을 지내는 등 35년간 산악인으로 삶을 살아왔다. 1995년 블랙야크를 론칭한 뒤에는 지난해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강 회장은 지난해 12월 통일기반 조성 및 자연보호 활동 등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으며, 지난 7월 국내 순수 기술로 등산의류 및 용품을 생산하고 제주도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주대에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비영리 사회 공헌 공익 재단인 ‘블랙야크 강태선 나눔재단’과 ‘블랙야크 강태선 장학재단’을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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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