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선행’ 천사표 연예인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09.24 1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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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뼛속까지 착한 스타들

[일요시사=사회팀] 연예인 홍석천의 이름이 경찰 SNS에 등장해 팬들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커밍아웃’ 이후 그가 하는 모든 행동에 비난과 조롱을 일삼았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그를 칭찬했다. 도대체 홍석천은 무슨 일을 한 것일까.



지난 2일 홍석천의 선행이 경찰청 SNS를 통해 알려졌다. 길에 쓰러진 취객을 돕기 위해 경찰지구대에 도움이 요청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온라인 소통계는 SNS에 “오늘 새벽 자정이 넘은 시각 저는 소내 상황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연예인 홍석천이 지구대에 뛰어 들어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홍석천이 ‘큰 길가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투철한 시민정신

홍석천은 경찰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한 후 취객에게 계속 말을 걸며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칭찬글이 화제가 되자 홍석천은 자신의 SNS에 “어젯밤 취객을 도와드린 일로 과하게 칭찬받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막내경관님이 진심 끝까지 도와주셔서 가능했어요. 고생하셨어요”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개그맨 정범균도 홍석천과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선행을 베풀어서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 4월 마포대교 난간에서 투신자살을 하려던 40대 남성을 구했다.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는 그의 앞에 자살시도를 하던 남성을 보고 시민들과 함께 구조했다. 남성을 소방대에 인도하고 현장을 떠난 정범균은 119 인적대에 적은 것이 알려지며 선행이 알려지게 됐다. 최초 신고자에 의하면 남성이 욕을 하며 계속 자살시도를 하자 정범균은 “뭐가 그렇게 힘드시냐. 이러시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한 방송에 출연한 정범균은 “처음부터 내가 구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못 본 척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혼자 있었다면 나섰을지 의문”이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소방서는 투신하려던 시민을 구한 정범균에서 감사의 뜻으로 119명예구조대원 위촉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뼛속부터 개그맨 유상무는 선행도 웃기다. CJ E&M센터에 “예재형, 박충수, 장동민처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개그맨들이나 막내작가는 돈을 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양심매점이 열렸다. 코미디 프로에 출연하는 후배 개그맨들을 위한 선배 개그맨 유상무의 배려다. 직원없이 운영되는 이 양심매점은 상품을 구매한 만큼 각자 형편에 맞게 저금통에 돈을 넣어 수익을 내는데 짭짤하다고 한다. 이렇게 모아진 수익금 또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그가 돕는 불우한 환경의 친구들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나 사용처에 대해 상세히 적혀 있기 때문에 그 취지에 동감한 프로그램 식구들이 실제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석천 취객 도운 사실 알려져 화제
자살시도 막고 전세계로 봉사활동도

얼마 전, 여자 아이돌 최초로 결혼을 한 원더걸스의 리더 선예는 지금의 남편도 아이티 봉사활동 중에 만났을 정도로 평소 바쁜 스케줄 중에도 봉사활동을 나서 개념있는 아이돌로 유명하다. 지난 2011년 SBS의 한 프로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인적이 없는 곳에 ‘움막을 짓고 사는 할아버지’ 사연을 방영했다. 

이 방송을 본 선예는 매니저를 통해 제작진에 문의해 ‘움막 할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옷과 생활용품을 전달하고 말동무가 되어 드렸다고 한다. 산길이 험해 안내를 맡아 함께 간 PD는 “땀을 흘리며 1시간 가량 산길을 올라가는 선예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담당PD는 짧게나마 선예의 선행을 방송하고자 했지만, 보도나 방송을 원치 않는 선예의 태도에 뒤늦게 알려졌다. 대신 다시 찾아간 움막 할아버지의 영상편지를 통해 선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엉뚱한 ‘은초딩’도 선행에 있어서만큼은 어른스러운 ‘은대딩’이다. 한때 SBS <스타킹>에서  중증 근무력증을 비롯한 각종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변혜정씨가 출연했다. 은지원의 열혈 팬이라 밝힌 변씨를 위해 당시 출연자였던 은지원은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변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되며 은지원의 팬사이트에서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였다.

모금활동 중 갑자기 큰 액수의 모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팬사이트 운영자가 입금자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고 이는 우연히 소속사와의 모금 이야기를 통해 은지원의 선행이 밝혀졌다. 은지원은 이를 비밀로 하길 원했으나 무기명의 많은 기부금을 숨길 수가 없어 팬사이트 운영진 사이에서 은지원의 선행소문이 퍼졌고 결국 외부에 알려졌다. 소속사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신문을 읽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은지원이 한 초등학교에도 신문 구독 후원을 하는 등 평소에도 후원과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김지수는 백혈병에 걸린 환자를 위해 자신의 골수(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김지수는 지난 2005년 2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뇌사 시 장기기증, 사후 각막기증, 골수기증에 서약했다. 서약 이후 6년 만에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생겼고, 이를 위해 골수를 기증했다. 골수기증 사실을 소속사나 지인에게 알리지 않고 수술 후 퇴원해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쉿! 비밀이에요”


지난 4월 한 예능프로에 출연한 김지수는 당시의 심정을 “막상 연락이 오니 겁이 났다”며 “도망가고 싶기도 했지만 내가 뭔가 좋은 쓰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했다”라고 털어놨다. 골수기증은 고통이 심하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이 골수기증 등록을 하더라도 연락이 오면 두려움 때문에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려운 결심을 한 김지수에게 네티즌들은 “천사다” “대단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이 남몰래 골수기증을 한 연예인으로 개그맨 정명훈, 배우 최강희 등이 있다.


최현경 기자<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왕’조용필의 선행 지론
“자극 받으라고 더 알린다”

가수 조용필은 한 병원의 심장재단에 20억을 기부하면서 기자회견을 했다. 대중들이 대놓고 선행하는 “연예인은 좋은 이미지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과 비난을 받는 와중에 조용필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더 이런 일에 참여 해주길 바란다.”

일부는 연예인들의 공개 선행은 팬을 비롯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시 서해안에 연예인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여 서해안 살리기에 동참했다.

무한도전은 매년 달력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판매되고 그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 이들의 선행은 공개가 되었는데도 비난받기는 커녕 지지를 받는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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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