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화> ‘사이코 성형의사’ 괴담 추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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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원한’ 원장이 환자얼굴 난도질?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닥터>는 사이코패스 성형외과 의사가 저지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끔찍한 내용을 다룬 <닥터>는 실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을 모델로 삼았다. 실제로 사이코 의사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이 인터넷 카페에 자신들이 겪은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해당 병원 원장에 대한 의혹이 괴담처럼 번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성형외과 수술 부작용 모습이라며, 뒤집어진 눈과 함몰된 코, 진물이 나오는 배와 이마 등 여러 장의 사진을 카페에 올렸다. 일부에서는 여자에 대한 원한을 지닌 원장이 고의적으로 환자를 난도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인간 마루타로?
끔찍한 후유증

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닥터>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성형외과 의사 인범이 어느 날, 자신만 바라보던 아내의 외도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인범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아내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짠다. 결국 인범은 순정의 얼굴을 칼로 도려내 얼굴가죽을 벗겨버린다. 그리고 우연히 구걸하는 노숙자를 발견하게 되고 가던 발걸음을 돌려 그 노숙자를 벽돌로 죽이고 노숙자의 품 속에 있는 주민등록증 하나를 챙긴 후 벽돌로 자기 얼굴을 내리친다. 몇 달 후 한 성형외과, 인범은 이제 인범이 아닌 다른 얼굴과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 <닥터> 개봉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성형외과에서 성형을 받은 여성들은 현재 대부분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여성들이 고통을 호소한 지 수년째다.


강남 모 성형외과 피해자들 부작용 호소
흉측한 모습 인터넷에…신체장애도 발생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A성형외과에서 사이코 의사에게 성형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한 여성은 재수술을 위해 강남 인근 H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H성형외과는 그녀의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해 재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여성을 돌려보냈다. H성형외과의 한 간호사는 “이 여성이 A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심각한 성형 부작용에 시달려 온 것 같다”며 “이런 고객들이 종종 우리 병원을 찾는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얼굴을 망쳐놓는 A성형외과와 관련된 피해사례가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피해자가 꾸준히 생겼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당시 A성형외과의 실장은 “성형수술은 원래 말이 많다”고 한 뒤 “하지만 (이 병원에서) 한 번도 부작용이 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작용이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술 후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셔서 그렇다”며 “아무래도 술집 종사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성형외과 원장은 사실 온라인에서 악명높은 의사였다. 그의 병원에서 수술받은 한 환자는 2011년에 “미친 의사한테 3500만원 상당의 수술(전신성형)을 받고 결국 장애인이 됐다. 죽고 싶다. 부작용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가 음란한 내용의 욕설을 퍼붓고 강제로 내쫓았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환자는 자신의 수술 부작용 모습을 담은 여러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렸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 많았다. 눈꺼풀은 뒤집어지고, 눈꼬리는 심하게 벌어졌다. 코는 함몰됐으며, 콧방울은 6㎝가 넘어갈 정도로 커졌다. 지방흡입한 배에서는 진물이 흘러나오고, 이마에는 더이상 머리가 나지 않는 등 피해내용이 끔찍했다. 이러한 부실수술로 이 원장은 ‘사이코패스 의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명품’기대했다가
평생 불구로 살판


이 피해 여성은 “사각턱으로 고민하다 보톡스를 맞으러 갔더니 원장이 앞트임, 뒤트임, 안검하수교정, 눈밑지방 재배치, 코 수술(엉치뼈 절골해 사용), 알로덤, 광대축소수술, 사각턱축소수술, 앞턱V라인 교정술을 권유해 수술받게 됐다”며 “무언가에 홀린 듯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내가 미쳤다”고 한탄했다.

수술 후 피해자는 원장에게 코 성형 전에 왜 보형물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에서는 그렇게 수술하는 의사도 없고 한국 의사들은 보형물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 보형물로 코 수술 받은 사람은 모두 재수술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장은 “코 수술에서 가장 좋은 재료는 엉치뼈(엉덩이뼈)”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선 성형외과에서는 코 성형에 늑골연골, 귀연골, 비중격연골 등의 자가조직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턱수술의 경우엔 오른쪽 턱뼈만 잘라내 왼쪽은 사각턱은 그대로 남아 말도 안되는 얼굴형으로 변해버렸다.
피해 여성은 “그렇게 자상하고 상냥하던 원장은 수술 후 울면서 찾아가자 웃으며 ‘왜 왔냐, 수술도 성공적이고, 당분간 바쁘니까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며 “그게 사람이 할 소리냐”고 분노했다. 이 여성은 병원 업무가 끝날 시간까지 병원에서 울고 있었고, 원장은 결국 피해 여성을 불러 “넌 처음 관상 볼 때부터 알아봤다. 너같이 음모 털 많은 ×들은 (성형 부작용이 생겨도) 그래도 싸. 나가 이×아”라고 말했다는 것.

이 여성은 재건을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상태를 살펴봐주신 교수님은 ‘이건 일부러 장난친 거다. 수술을 의도적으로 망치지 않는 한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피해 여성은 수술 실패가 고의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송 등 사건 잇따르자 조용히 잠적
병원 문 닫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또 다른 피해여성 김모씨는 2009년 같은 원장에게 융비술, 이마보형물삽입술 등 21가지의 수술을 권유받고 3000만원을 들여 약 18시간 동안 수술받았다. 당초 코 성형만 받으러 갔으나 원장이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부위도 성형을 해야 한다”며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 성형수술을 한 후의 가상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모습으로 100% 변화시켜 주겠다’고 장담하자 뭔가에 홀리듯이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술 직전 친동생이 보호자 대기실에 왔지만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다”며 “보호자 한 명 없이 18시간 동안 강제로 수술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이상한 생각에 화장실을 핑계로 수술 중단을 요청했지만 ‘수술대 위에서 해결하라’는 이 원장의 말에 할 수 없이 수술실 바닥이 넘칠 만큼 소변을 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볼 및 앞광대 확대술을 받은 뒤 우측 볼의 확대 부위에 입안 쪽으로 리프팅실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자 원장은 왼쪽 실은 그대로 둔 채 오른쪽 실만 제거했다. 김씨는 좌우 볼 모양이 대칭이 되지 않는다며 왼쪽 실도 제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원장은 김씨에게 수술비 반환이나 보상, 민·형사적인 이의도 제기하지 말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에 서명하라고 했지만 김씨는 거부했다. 이후 왼쪽 볼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씨는 안면 좌우 비대칭은 물론 탈모·하안검외반증·연골구축 변형 등의 각종 신체장애가 발생했다.

환자에게 수술 강권
그리고 고의적으로?

김씨는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눈이 안 떠지고 콧구멍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해 숨도 쉬기 어렵다”며 “이마 윗부분은 대머리가 돼 괴물처럼 변해버린 얼굴 때문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넘게 한다”고 토로했다. 가족관계도 나빠졌다. 그는 “남편은 이제 이혼하자고 하는 지경이다. 이 원장을 죽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가 원장에게 김씨의 수술 결과에 대해 묻자 원장은 “김씨의 수술 전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비대칭으로 원래부터 이상했다”며 “내가 수술해줘서 그나마 괜찮아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줬지만 김씨가 상처 딱지를 떼는 등 관리 부주의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원장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한 코디네이터는 한 매체와 만나 “재직하던 당시 일주일에 1∼2건 이상 환자로부터의 항의가 있을 정도로 원장의 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원장은 수술 결과가 나쁘면 무조건 환자가 수술 후 관리를 못한 탓이라며 환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격분한 환자가 항의하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음란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코디네이터는 원장의 수술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 원장은 타 병원 원장들에 비해 수술 시간이 약 2∼3배 더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김모 환자의 승소로 결판났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성형수술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킨 원장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모씨 외의 또 다른 피해여성은 2008년 미용실 원장의 추천으로 이 원장에게 상담만 받으러 갔을 뿐인데 일어나 있을 땐 3일이 흘렀고, 수술비는 자신의 카드로 이미 결제돼 있었다. 그녀는 전신성형을 당했다.
원장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작성하면 원장은 진단서를 써 준 의사를 용케도 찾아내 협박전화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원장은 김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 수료자격을 국내에서 인정되는 면허인 것처럼 과장한 것도 드러났다.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장은 “나는 국제성형전문의 자격증이 있다”며 “의료법상 엄연한 전문의 자격증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정을 안해주는데,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내가 선진국에서 따낸 훌륭한 자격증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는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주는 자격증 혹은 수료증임에도 피고가 면허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고에게 피고가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해 수술을 감행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해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수술을 함에 있어 수술 여부 및 그 시기·방법 선택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수술과정 상 피부의 절제·절제 부위 선택·봉합 선택 등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통상 예상하기 어려운 과도한 흉터와 안검외반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장은 1996년 8월 주름살제거 시술 도중 초등학교 교장 박모씨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1년6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재판장 한종원)은 원장에게 벌금 200만원과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재판을 끝으로 원장의 ‘공식적인’ 행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성형외과에 직접 찾아가봤지만 병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로 된 내부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건물 관계자에게 찾아가 성형외과 원장의 행방을 묻자 “성형외과가 건물에서 나간 지 꽤 오래됐다”며 “원장이 어디서 무얼 하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장이 과거에 친인척과 함께 다른 성형외과를 운영했었다고 한다. 원장과 동업자였던 친인척은 과거 의료업계의 큰 손이었다고 전해진다.

“의사를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

성형수술이 여성들 사이에서 보편화됨에 따라 성형에 대한 인식이 180도 변했다. 요즘엔 성형수술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성형을 쇼핑하듯 선택해 날카로운 매스에 자신의 얼굴을 맡긴다.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물론 성형수술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지만 성형외과 선택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www.cosmeticdoctor.or.kr)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면 윤곽수술 받다…
의식 잃고 한달 만에 사망

강남 성형외과에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의식 불명에 빠진 환자가 한 달 만에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성형수술 도중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가 된 뒤 결국 사망에 이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들을 지난달 17일 수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A(30·여)씨는 지난 6월 24일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마취 상태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돌연 의식을 잃었다. A씨는 사고 직후 인근 종합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7월24일 사망했고 A씨의 가족은 해당병원을 고소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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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