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포 논란’ 갑의 역습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0:46:10
  • 댓글 0개

적반하장도 유분수…드디어 ‘철판 반격’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불어 닥친 ‘갑을 논란’은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었다. 갑은 여론에 밉보일까 전전긍긍하고 을은 기존에 갖지 못한 우월적 지위를 얻게 된 것. 상황은 곧 반전 됐다. 거듭된 폭로에 고초를 겪던 갑들은 결국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는 식이다.




‘갑의 횡포’ 대명사였던 ‘빵 회장’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4개월 전, 롯데호텔 주차관리 지배원을 폭행해 논란을 일으켰던 강수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당시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와 롯데호텔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에 나선 것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사건을 왜곡 보도한 A 언론사에 대해 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는 한편 롯데호텔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언론의 왜곡 과장 보도,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지난 4월24일 이 호텔 1층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과정에서 호텔 현관서비스지배인과 승강이를 벌였다. 해당 장소가 공적인 업무로 호텔을 방문한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등이 잠시 이용하는 임시 주차장임을 감안해 지배인이 여러 차례 이동 주차를 요구하자, 이에 발끈한 강 회장이 들고 있던 지갑으로 지배인의 얼굴을 때린 것이다.

호텔 앞에서 
‘화풀이’

이 사건은 6일 뒤, A 언론사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마침 당시 포스코 임원의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 사건이 불거졌던 터라, 두 사건은 함께 엮여 네티즌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급기야 온라인상에서 프라임 베이커리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그 여파로 프라임베이커리는 주요 납품처인 코레일로부터 납품 중단 통지를 받고, 갑작스러운 세무조사를 받는 등 궁지에 몰렸다. 결국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강 회장은 직원들의 임금 체불로 노동부에 고발당했다.

이후 강 회장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롯데호텔을 상대로 손해배상 준비에 착수했다. 사건 당일 당사자 간의 사과 후 강 회장이 지배인에게 전달한 명함을 롯데호텔이 유출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그러나 58억원 규모의 피해보상과 정정보도를 요청한 조정에서 실패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서울 제8중재부는 지난달 12일 “당사자간 합의 불능 등 조정에 적합하지 않은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불성립을 결정했다. 이후 강 회장은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청부살인 남편
“욕먹긴 싫어”

고소로 맞선 회장님은 또 있다. 이번엔 ‘밀가루 회장님’이다.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 피의자 윤길자씨의 전 남편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은 최근 네티즌 140여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윤씨의 전 남편 류 회장이 지난 7월부터 8월 초까지 네티즌 140여 명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영남제분 측은 “피고소인들이 윤씨의 형집행정지와 관련이 없는 영남제분과 회장 일가를 근거 없이 비판하는 등 악성 댓글을 다는 바람에 회사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영남제분은 또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 ‘안티 영남제분’의 운영자를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규명위원회’(antiynam)라는 아이디를 쓰는 카페 운영자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영남제분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니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류 회장의 전 부인 윤씨는 10년 전 사위와의 불륜을 의심한 여대생을 청부살인했으나 권력을 이용해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병원 특실에서 호의호식한 사실이 방송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방송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2002년 1억7000만원을 주고 청부 살해를 의뢰해 여대생을 살해했다. 윤씨는 판사이던 자신의 사위가 숨진 여대생과 바람을 피운 것으로 의심해 현직 경찰관 등 10여명을 동원해서 두 사람을 미행했으나 불륜 현장을 잡지 못하자 청부 살해를 감행했다.

“수십억 피해”“명예 실추”고소고발 남발
악플러 수백명 조사…폭로하면 법으로 응대

더 큰 문제는 이후 윤씨의 이상한 수감생활이었다. 윤씨는 청부살인 혐의로 2004년 5월 대법원으로부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2007년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검찰로부터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수차례 연장처분을 받았다. 게다가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윤씨의 모습은 환자라기보다는 호화 병실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일반인처럼 비춰져 충격을 줬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윤씨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의 모 제분회사’와 진단서를 끊어준 연대 세브란스병원, 수사당국에 대해 분노했다. 급기야 네티즌들은 청부살인을 의뢰한 윤씨에 대한 신상 털기에 나섰고, 윤씨가 부산 소재 코스닥 상장기업인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이라는 정보를 캐냈다.

네티즌들은 영남제분 불매운동을 벌이는 한편 주식관련 사이트나 게시판 및 온라인커뮤니티에 ‘여대생 청부살인’과 관련 영남제분 회장 일가와 영남제분을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다. 이것을 문제 삼아 류 회장은 네티즌 140여 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류 회장은 지난 3일 허위 진단서를 대가로 주치의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진실 놓고 공방
“누가 거짓말?”

이른바 ‘딸기찹쌀떡 논란’의 ‘갑’으로 지목됐던 대웅홀딩스 역시 사측으로 쏟아진 비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한편,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청년사업가 김민수씨를 고소했다.

대웅홀딩스는 지난 7월 권용순 대표이사 명의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딸기찹쌀떡’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권 대표는 “최근 인터넷에 대우홀딩스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다”며 “그 정도가 상식을 뛰어넘어 관련 법적 조치와 더불어 입장을 표명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대표는 “대웅홀딩스는 과일찹쌀떡 사업과 관련해 인수 또는 합병 계획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2013년 6월13일자 인터넷 기사 보도대로 ‘이찌고야’ 브랜드와 업무 관련 컨설팅 계약만 체결했으며 그 외 관련 사업은 검토조차 한 사실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권 대표는 또 “만약 인터넷 유포 내용이 거짓으로 판명되면 관련자들은 당 회사가 입은 모든 유·무형적인 손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갑의 횡포’라는 시대적인 이슈를 교묘히 이용한 행태가 있다면 이는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하며 이에 의한 선의의 피해를 보는 기업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은 ‘딸기찹쌀떡의 눈물’ 편에서 청년사업가 김씨 사연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방송에 따르면 김씨는 영화 스태프로 일하던 2009년, 일본의 떡 장인인 다카다 쿠니오에게서 어렵게 ‘과일 찹쌀떡’ 제조비법을 전수 받았다.


이후 김씨는 명동의 한 분식집 사장 안모씨와 51%로 49%로 지분을 나누고 지난 6월 딸기 찹쌀떡 전문점을 차렸다. 창업 5일 만에 김씨는 '청년창업 달인'으로 TV에도 출연하는 등 사업이 번창했으나, 보름 만에 안씨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김씨는 안씨가 갑작스레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에 대해 안씨가 자신 몰래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해 오는 과정에서 대웅홀딩스랑 계약을 맺었으며, 자신이 TV에 등장하자 쫓아내다시피 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대웅홀딩스와 안씨가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이 이즈음 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에 밉보일라’ 전전긍긍 ‘때는 이때’
앉아서 당할 수 없다 ‘을의 눈물’ 물타기

하지만 안씨는 이에 대해 김씨가 청년창업 달인으로 등장한 프로그램은 조작이었으며 김씨는 딸기찹쌀떡을 만들 줄도 모르는 초보였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안씨는 김씨가 딸기찹쌀떡 제조 방법을 일본의 장인에게 전수받았는지도 믿을 수 없고 분식집에서 딸기찹쌀떡을 만든 하씨에게서 이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딸기찹쌀떡에 투자한 4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이 투자금이라도 받기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중이며, 안씨는 김씨가 이 같은 내용을 인터넷 등에 퍼뜨렸다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월 “하도급업체로부터 음해와 협박을 당했다”고 고백, 이들을 고소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청업체가 ‘갑의 횡포’라며 현대백화점을 공정위에 제소하자 현대백화점이 하청업체를 사문서 위조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아이디스파트너스가 2004년부터 수의계약 방식으로 백화점 광고와 관련한 일체의 업무를 독점했지만 지난해 내부감사 결과 160억원의 비용을 부당 편취하는 내부 비리가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아이디스파트너스는 지난 2004년 현대백화점에서 퇴사한 직원들이 출자해 설립한 종업원 지주회사로 최근까지 현대백화점 광고와 관련한 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해왔다. 아이디스파트너스는 기자회견 하루 전날, 현대백화점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인건비와 광고제작비 등 용역비 51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정위에 제소했다.

고소로 일관 대응
돌연 ‘소 취하’

롯데월드도 잠실 롯데월드 내 점포 임차인들이 ‘롯데 횡포’를 들고 일어서자 지난 4월 상인들을 형사 고소했다. 상인들은 대기업의 이름만 믿고 투자했다 갑작스런 계약 해지로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주장했고, 롯데월드 측은 “계약서상 내용이 명시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반면 고소 후 더욱 논란이 커지자 고소를 취하하는 갑도 있었다. ‘갑 횡포’ 정점을 찍었던 남양유업은 지난 1월 대리점주들이 인터넷과 언론에 사실이 아닌 조작된 자료를 뿌렸다는 이유로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후 영업사원 욕설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남양유업 사태가 장기화되자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이어 이들에 대한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

최근 가맹점과 불공정거래로 논란이 됐던 화장품업체 토니모리도 마찬가지다. 7월 말 토니모리는 ‘본사 횡포’를 국회에 고발한 여천 대리점주를 사기죄로 고소한데 이어 8월 초 허위사실 유포 등 불법 행위 금지 요청 건에 대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상황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토니모리=악덕 기업’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본사 측은 돌연 전략을 바꿨다. 가맹점과의 상생 협력 참여를 약속하고 일부 점주들과의 소송도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스스로를 갑이라 여기는 갑들은 ‘갑을 논쟁’에서만큼은 자신들이 ‘을’의 위치에 있다고 호소한다. 기업 이익만을 앞세워 을을 괴롭히는 존재로 인식돼 늘 여론의 질타를 받는 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가 갑의 반란을 만들어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을의 눈물’로 갑의 반란이 시작됐지만 어디까지나 상생의 관계에서 그쳐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갑과 을’의 인식 변화다. 갑은 관행처럼 해오던 ‘갑질’을 자제해야 하고, 을 역시 여론과 언론을 등에 업은 ‘을의 횡포’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