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불명예스럽지만 한국은 세계적으로 높은 이혼률을 자랑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최근 들어 ‘불륜 시약’이라는 묘한 스프레이가 등장해 불신이 싹튼 부부관계를 헤집고 있어 문제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부부사이는 더욱 더 그렇다. 특히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봤거나 경험해본 경우는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나타난 제품이 있다. 바로 ‘불륜시약’이다. 배우자의 외도와 불륜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테스트 시약이다. 이제는 흥신소 없이도 의심의 응어리를 푼다.
1분 만에 ‘OK’
배우자의 외도 현장을 잡기위해 007 뺨치는 특수 장비들이 동원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휴대가 간편한 ‘불륜시약’은 음성적으로 널리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고 휴대가 간편한 불륜시약은 스프레이 한 방으로 배우자의 외도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이제는 흥신소 없이도 탐정놀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좋은 목적으로 개발한 첨단 장비들이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잡는 불륜시약 장비로 판매되고 있어 ‘음지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불륜시약 물건들은 당초 범죄를 막기 위해 개발됐다. 그런데 이러한 장비들이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잡는 불륜시약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불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을 때, 라이터만한 소형 녹음기나 캠코더가 인기였다. 그러나 최근엔 첨단 위치 추적기와 더불어 불륜 여부를 한방에 확인할 수 있는 불륜시약까지 등장했다.
남편의 불륜을 의심해온 40대 주부 A씨는 남편의 불륜 증거를 찾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써 봤다. 처음 A씨가 사용한 방법은 남편의 차에 녹음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당시 녹음기에는 자신의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결혼생활 16년이 되던 해, 남편이 회사 여직원과 눈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A씨는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A씨는 이같은 녹음 내용을 바탕으로 그 여직원을 해고하라고 남편에게 종용했다. 하지만 적반하장이었다. 남편은 미안한 기색 없이 오히려 아내를 의부증에 걸린 환자처럼 취급했다.
A씨는 “심증을 느낀 여자들은 외도사실을 확실하게 알 때까지 잠을 못 잔다”며 “남편의 외도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위치추적, 흥신소는 기본이었다. 그러나 불륜의 확실한 물증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A씨는 결국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남편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것이다. 이 제품은 2분 간격으로 이동 경로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제품이었다. 결국 A씨는 남편의 불륜 현장을 잡을 수 있었고, 남편이 약 일주일 동안 한 모텔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팬티에 뿌리면 성관계 여부 확인 가능
정액 배출 자국으로 배우자 외도 판별
하지만 위치추적기는 당초 불륜 확인 용도로 나온 것이 아니다. 범죄행위 방지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다. 물론 A씨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사용하게 됐다.
보통 불륜시약업체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주문량이 대폭 늘어났다. 업체관계자는 “하루 내방 손님 10명 중 8명은 모두 배우자의 불륜 행위로 인해 증거를 잡을 목적으로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방범용으로 나온 공이나 라이터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들도 판매하고 있다. 불륜 현장을 직접 촬영하기 위한 것이다. “배우자가 여행을 가면 집이 2∼3일 비는데 그런 때 모텔로 안가고 (외도 상대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게 의심스러울 때 이런 거(초소형 카메라) 하나 갖다 놓으면 3∼4일씩 간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끄는 제품은 바로 1분 만에 외도 증거를 잡을 수 있다고 알려진 이른바 ‘불륜시약’이라 것이다. 이 ‘불륜시약’은 배우자의 속옷에 뿌리면 외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깨끗한 속옷의 경우 시약에 반응하지 않지만 만일 외도를 저질렀다면 정액이 속옷에 묻어 있어 시약을 뿌린 속옷이 빨갛게 변한다. 관계 후 아무리 청결히 씻더라도 여성의 경우 약 5일동안 미량의 정액이 흘러나온다. 남성 역시 관계 후 2∼3일간 미세한 정액이 흘러나오거나 소변과 함께 배출된다. 또 자위를 통한 정액인지 남녀관계를 통한 정액인지를 구분할 수 있고 노래방, 자동차, 모텔 등의 대략적인 장소구별도 가능하다고 한다. 속옷은 말한다. 증거는 반드시 자국을 남긴다고. ‘불륜 시약’은 ‘불륜 헌터’인 셈이다.
배우자의 속옷 주요 부위에 먼저 노란색 시약을 뿌려 충분히 스며들게 한 후 같은 부위에 붉은 색 시약을 뿌린다. 만약 정액의 흔적이 있다면 해당 부위가 붉은색과 보라색으로 변하게 된다. 검출량이 많을수록 시약의 반응 속도는 더 빠르고 확연하게 나타난다. 외도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 증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업체관계자는 “답답하신 분들이 이 제품을 찾는데, 그런 분들이 제품을 사면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불륜시약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서 남편의 외도 현장을 포착한 주부 A씨는 불륜시약을 두고 “정말로 그것(외도 사실 확인) 때문에 미치고 환장하겠으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궁금한데 어떻게 하냐. 혼자 끙끙 앓느니”라며 “대신 자신이 판단한 것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말든지”라고 외도 현장 포착을 위한 배우자들의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주문량 폭증
이와 같은 세태에 대해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불법적인 방법까지 써가면서 배우자를 감시한다면 부부관계가 상당히 깨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오히려 이런 불륜 감시도구는 부부불신을 더욱 조장해서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륜 확인장치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 가정을 파괴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프레이 한방으로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캐내는 불륜시약은 시대착오적 제품일까, 아니면 부부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를 지탱해주는 필요악일까. 어쨌든 비상식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불륜시약은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륜시약 사용자 B씨는 아내의 속옷에 이 스프레이를 뿌려 색깔이 변하자 아내를 다그쳤다. 하지만 분석을 해보니 정액은 발견되지 않았고 아내는 이를 문제삼아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정액을 감별하는 특수시약을 빙자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30명 불륜 뒷조사
최첨단 흥신소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월 심부름센터를 차린 뒤 위치추적 장비를 이용해 불륜 뒷조사 등을 해온 혐의로 업주 이모(여·51) 씨와 이를 도운 남편 최모(56) 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8월 사이 경기 안산에 심부름센터를 차려 놓고 130여 명의 고객으로부터 “배우자의 불륜 행적을 알아봐 달라”는 등의 의뢰를 접수한 뒤 승용차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미행하는 등 불륜 현장을 촬영, 총 3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