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인천 모자 실종사건 미스터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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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 증거만…점점 더 미궁 속으로

[일요시사=사회팀] 두 사람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어머니에게는 10억원대 빌라가 있었고, 큰 아들은 회사와의 재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매일 1000명이 넘는 경찰이 이들의 행방을 좇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발견된 것은 없다. 그리고 남은 한 명. 둘째 아들 A씨는 실종된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미스터리한 실종사건의 내막은 무엇일까.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실종된 김애숙(58·여)씨와 그의 장남 정화석(32)씨의 행방이 3주째 묘연하다. 이번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부경찰서는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실종된 모자
죽었나 살았나

김씨와 정씨가 실종된 날은 지난달 13일. 경찰은 실종신고가 접수된 16일부터 모자가 살았던 인천 남구 용현동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또 경찰은 김씨와 정씨의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지 등을 배포하며 모자를 수배하고 있다.

현재 인천 전 지역의 빈집과 재개발 구역 등이 수색대상에 올랐다. 모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후 시체가 유기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 실종사건으로 접수된 이른바 '인천 모자 실종사건'은 두 사람의 실종이 장기화됨에 따라 범죄와의 연관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김씨의 둘째 아들 A(29)씨는 8월16일 인천 한 지구대에 어머니의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A씨는 "어머니 김씨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형 정씨의 실종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6일 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A씨를 지목했다. '단순 실종'에서 살인 등의 '강력범죄'로 수사방향을 튼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의 영장청구를 검찰이 반려했기 때문이다.

3주째 행방 묘연 사건 장기화 조짐
공개 전환했지만…수색작업도 난항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검찰 측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보강수사 후 체포영장 신청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A씨는 지난달 22일 경찰서를 걸어 나왔다.

A씨가 풀려나고 나서야 경찰은 부랴부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용의자도 놓치고, 실종자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에 하나 A씨가 진범이라면 경찰이 범인의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셈이다.

차남 A씨는 실종된 장남 정씨 소유의 은색 혼다 시빅(51머9821) 승용차로 지난달 14일 강원도에 다녀왔다. 하지만 A씨는 어머니가 실종된 날인 13일 이후 줄곧 인천에 머물러왔다고 진술했다. 거짓말이었다. 

A씨의 진술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발견되자 경찰은 A씨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그리고 경찰은 A씨가 강원도에 다녀온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A씨가 강원도에 다녀온 것이 증거인멸을 하기위한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원도에 다녀 온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고속도로에 설치된 CCTV화면을 보여주자 A씨는 입을 닫았다. 그 후 A씨는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A씨의 자백에 매달렸다. 경찰은 "A씨가 형이 실종된 지 이틀 뒤인 15일에 어머니 집에서 형을 만났다고 진술하는 등 행적에 모순된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남 정씨의 마지막 통화기록은 8월13일 오후 7시40분이며, 친구와의 마지막 전화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런 정씨를 A씨가 15일에 만났다고 진술한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수상한 차량
어디로 향했나

어머니 김씨의 소재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은 자택 인근 새마을금고 현금인출기다. 8월13일 오전 8시30분께 김씨는 그곳에서 현금 20만원을 인출하고 행방불명됐다. 김씨의 휴대폰과 지갑은 자택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김씨는 매주 화·목요일마다 열리는 동네 노래교실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그러나 실종된 당일 수업에는 결석했다. 이날 오전 김씨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날 정씨도 친구와 통화한 뒤 행방불명됐다. 정씨의 방에는 지갑과 시계가 있었으며, 자신의 혼다 시빅(51머9821)도 실종 전까지 주차장에 그대로 있는 상태였다.

정씨는 경기도 분당의 한 전자부품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실종 다음날인 14일에는 회사와의 연장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씨는 출근하지 않았다. 정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추적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차남 A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형이 실종된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경찰이 확인한 그의 동선은 어머니의 집에서부터 출발한다.

8월13일 밤 A씨는 어머니 집에 들러 형의 방에서 혼다 시빅 차량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 강원도 동해IC를 거쳐 경북 봉화로 핸들을 돌렸다. 봉화는 어머니 A씨의 친정이 있는 곳이다.

A씨는 차량에 하이패스 단말기가 설치돼 있음에도 일반 차로로 요금소를 통과했다. 차 안에 있던 내비게이션 장치는 사라진 상태였다. A씨가 고의로 내비게이션 장치를 없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A씨는 16일 오후 4시40분께 실종신고를 했다.

A씨에게는 뚜렷한 알리바이가 없었다. 다만 A씨는 "어머니 집에 갔다가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이틀을 어머니 집에서 묵었다"고 진술했다. 또 A씨는 "15일에 형을 집에서 봤는데 형이 ‘어머니가 등산을 갔으니 집에 가 있어라’고 말해 내 집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과 달리 경찰이 발견한 A씨의 지문이 묻은 톨게이트 영수증은 A씨가 실종 당일 인천을 벗어났다는 증거가 됐다. 현재 경찰은 A씨가 몰았던 형 소유의 시빅 차량을 목격한 사람을 찾고 있다.

모자간 불화
고부간 갈등


익명의 경찰 관계자는 "범행 의도나 수법 등도 거의 파악됐는데 범행의 결정적 증거인 실종 당사자들이 없다"고 귀띔했다. 경찰은 A씨가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등에 모자의 시신을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가 석방된 뒤 인천 경찰청은 안정균 인천 남부경찰서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지난달 23일 설치했다. 그리고 경찰 1300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 경찰청과 강원 경찰청은 일부 인력을 수사본부에 지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수사 지휘부가 경북 봉화로 급파됐다. 수사본부는 봉화 일대에 모자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전경 1개 중대를 현지에 남겨 수색을 강화했다.

같은 날 경찰은 인천 남동구에 있는 A씨의 집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모자가 실종된 지 13일만의 일이다. 경찰은 압수한 증거물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단 최근의 불안한 심경 등을 담은 쪽지를 발견한 것으로 관계자는 전했다.

A씨는 결혼과 동시에 분가해 지금은 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다. 이웃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A씨가 결혼을 하려고 아내를 소개시켜 줬을 때 어머니 김씨는 결혼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A씨와 김씨의 사이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 소재 모 대학을 나와 현재는 퀵서비스 배달원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한 친척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사준 빌라를 차남이 몰래 팔아버린 문제로 모자 사이가 틀어졌고, 어머니와 A씨 부인 사이의 고부갈등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장남과 차남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 차남 A씨가 형 정씨를 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종된 김씨는 10억원 가량의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재력가로 남편과는 10여년 전 사별해 홀로 두 아들을 키웠다. 김씨는 장남 정씨와 최근까지 다정히 사진을 찍는 등 정씨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남 A씨와는 잦은 말다툼을 하는 등 '모자' 간의 불화는 여러 경로로 확인됐다.

그러나 차남 A씨가 범인이라는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고 있다. 앞서 A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는데 '어머니' '형'의 단어를 말할 때 거짓반응이 나온 점은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결과는 법적효력이 없어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경찰이 톨게이트 영수증에서 발견한 A씨의 지문도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형의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A씨의 자백을 유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때문에 A씨는 석방되고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결국 문제는 실종된 두 사람의 생사여부 확인이다. 만약 살인사건이라면 하루라도 빠른 시일에 사체를 찾아야만 사인을 더 명확히 규명할 수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A씨가 진범일 경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구성한 A씨의 범행 계획과 실종자의 소재는 대략 이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초동수사 허점투성이 지적
유력용의자 차남 증거불충분 석방

A씨는 먼저 노래교실에 가려던 어머니를 혈흔이 남지 않는 수법(교살, 독살 등)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같은 날 형도 혈흔이 남지 않는 수법으로 살해한다.

형 소유의 혼다 시빅 차량의 트렁크에는 죽은 두 사람이 실린다. A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형을 인천이 아닌 강원도에 유기하기로 마음먹고 강원도로 향한다. 강원도로 가는 도중 A씨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하이패스 차로가 아닌 일반 차로를 선택한다.

강원도에 도착한 A씨는 해안이나 임야 등 인근 지역에 시체를 유기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한다. 그리고 A씨는 다시 경북 봉화로 내려와 두 번째로 인근 해안이나 임야 등에 시체와 증거를 유기·은폐하려 시도한다.

만약 A씨가 이번 사건의 주범을 형으로 몰아가려 했다면 매장이 아닌 수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씨 입장에선 어머니를 죽인 것이 형이고, 어머니를 죽인 형이 죄책감에 자신도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하기 위해선 범인의 용의주도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석방 당시 A씨는 신상노출을 피하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을 보여줘 그 치밀함을 가늠케 했다. 모든 정황적 화살은 현재 A씨를 향하고 있다.

검·경 기싸움
범인 풀어줬나

그러나 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유력 용의자인 건 사실이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증거가 불충분하면 경찰 입장에서 아무리 심증이 있어도 기소할 수 없다"고 말해 속단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이 청구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한 배경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천지검과 경찰 간의 힘겨루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인천 경찰은 검찰의 내사 지휘 및 검사의 전화 통화지시 등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 만약 A씨가 진범으로 특정된다면 검찰도 용의자를 풀어주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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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