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 넘어간 진익철 서초구청장 비리 의혹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13: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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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면피 구청장’ 뻔뻔한 자기사람 심기

[일요시사=사회팀] 그간 온갖 구설로 몸살을 앓던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결국 경찰에 입건됐다. 자신의 처남 등을 이른바 ‘노른자 보직’에 ‘낙하산’으로 앉힌 혐의다. 그간 진 구청장이 뽑은 ‘낙하산’들이 또 다른 비위에 연루됐는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구 도시계획위원을 교체하면서 담당 과장에게 압력을 넣은 혐의다. 구 도시계획위원은 구가 발주하는 각종 개발 사업 인·허가에 관여할 수 있어 이른바 ‘노른자’ 보직으로 불린다. 
 
“전부 사실 아냐” 
해명도 거짓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5일 진 구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복수 언론은 ‘진 구청장이 자신의 처남 등 측근을 도시계획위원에 앉히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4월29일자 보도에서 “진 구청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 친인척을 알짜 기구에 앉혔다”는 내용과 함께 “경북 안동 출신의 건축설계사이자 진 구청장의 처남인 김모씨가 진 구청장과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 등을 조명했다. 

김씨는 서초구 산하 건축위원회와 건축민원조정위원회 위원으로 2010년 9월 임명됐으며, 문제가 된 도시계획위원회에는 2010년 11월 위원으로 위촉됐다.  
구 도시계획위원은 모두 25명이다. 이중 21명이 외부 위원이다. 진 구청장은 2010년 10월 도시계획위원 17명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담당 과장에게 자신이 작성한 명단을 건넸다. 이 명단에는 진 구청장의 처남인 김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담당 과장은 “잔여 임기가 남은 위원들을 갑자기 교체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진 구청장의 ‘묻지마 인사’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 구청장은 김씨뿐 아니라 김씨의 고려대 동문까지 도시계획위원으로 위촉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진 구청장에 의해 교체된 위원들은 보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태였다. 또 비위 등 마땅한 해촉 사유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 구청장은 김씨 등 명단에 오른 인사를 위원으로 위촉하라며 담당자에게 압력을 넣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경찰은 위원 교체 후 서초구가 발주한 각종 개발사업 이권에 진 구청장이 개입된 사실이 있는지 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경찰청 수사협조의뢰’ 공문에 따르면 모두 5개 공사가 ‘수상한 거래’로 오르내린다. 
 
경찰 ‘직권남용’기소의견 검찰에 송치
'노른자 보직'에 처남·측근 배치 논란
 

첫째는 ‘태풍피해관련 서초휴양소 보수공사’다. 계약일은 2010년 11월2일이며, W사가 수사망에 올랐다. 둘째는 ‘우면산 관문사 주변 예방사방 사업’이다. 계약일은 2012년 7월26일. 계약 업체는 안동시산림조합이다. 셋째는 ‘말죽거리공원 산사태 복구사업’. 계약일은 2012년 7월25일이며, 계약업체는 안동시산림조합이다. 넷째는 ‘횃불선교회 주변 산사태 복구사업’이다. 계약일은 2012년 6월25일. 계약업체는 안동시산림조합이다. 마지막 다섯째는 ‘말죽거리공원 호우피해 복구사업’이다. 계약일은 2011년 12월 30일로 확인됐고, 안동시산림조합이 계약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이 사업들은 모두 계약자 선정과정에서 내외부적인 압력에 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5개 건설 사업서
특혜·외압 있었나
 
서초구는 앞선 2∼5번째 공사에서 안동시산림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관련 기사에서 <일요시사>는 서초구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우면산 산사태 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병민)’ 구청 보고(1월30일) 질의를 인용해 “안동시산림조합이라는 부실 건설업체에 사업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서초구는 “(중략) 안동시산림조합은 산림조합법 제14조에 따라 산림청장의 인가를 받아 설립한 시공능력을 갖춘 조합”이라고 반박했다. 또 '진 구청장이 계약자 선정 과정에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 없이 구청장이 안동 출신이라는 이유로 안동시산림조합과 수의계약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 유포는 구청장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답했다. 
서초구가 작성한 ‘수련원 공사 계약현황’에 따르면 ‘태풍피해관련 서초휴양소 보수공사’에는 모두 33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사업 이권에는 당시 구 건축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던 처남 김씨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증언이 있었다. 이와 관련 핵심 관계자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 초 관련 내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내사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서초구는 “해당 공사는 구청장의 처남인 김씨와 무관한 업체에서 시행했다”며 “허위사실로 구청장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반박했다. 
이렇듯 서초구의 주장만 들으면 진 구청장은 구가 발주한 각종 개발사업 이권과 완전히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경찰 관계자는 7월26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진 구청장 처남(김씨)의 지인이 서초구 발주 공사에 참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공사 대금을 받아낸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과 진 구청장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각종 개발사업 이권개입 수사 확대
건설 편법 인허가 등 특혜도 도마
 
아울러 <채널A>는 지난 6월28일자 보도로 “서초구 도시계획위원회가 2010년 말 승인한 건설폐기물업체 토지 인허가와 관련 특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경찰은 이 토지 인허가 특혜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진 구청장은 지난 6월19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당시 진 구청장은 “도시계획위원 위촉과 임명, 해촉은 구청장 고유 권한”이라며 직권남용 혐의를 일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진 구청장의 소명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진 구청장의 직권남용 및 개발사업 이권 개입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법정에서 진실 여부가 가려져야 할 사건은 더 있다. 
앞서 진 구청장은 소환조사를 받기 전인 5월2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소인은 기자 본인이다. 진 구청장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자를 고소했다. 그리고 <일요시사>를 상대로도 기사 정정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진 구청장은 5월14일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서초구 건설뇌관 막전막후’였다. 진 구청장 측은 “모두 17개 항목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본지에 정정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2차 심리가 있던 6월4일 최후 조정은 결렬됐다.
 
진익철 혐의부인
경찰은 기소송치
 
진 구청장 측이 중재위에 제출한 자료(사건번호 2013서울조정606607)를 보면 전체 항목은 가,나,다,라로 나뉘어있다. 최초 가는 ‘언더그라운드 시티’ 관련 내용이며, 나는 ‘우면산 산사태 복구공사’, 다는 ‘서초구 수련원’, 라는 ‘구민회관 재건축’이다.
이중 수사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가 항목을 생략하고, 나 등에서 쟁점이 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사는 ‘서울시가 우면산 복구사업 및 예방사업 시행을 서초구로 위임했으므로 공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기관이 서초구’라고 적었다. 이에 진 구청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는 “관계 법령에 의거, 원래는 서울특별시장이 시행해야 하는 사무지만 시의 인력·조직 부족으로 구가 우면산 1∼4공구 중 4공구만을 대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서초구는 ‘2011년 긴급복구사업’(예방사업과 다름) 20공구 중 17공구의 감독을 맡았다. 또 ‘2012년 예방사업’ 26공구 중 16공구의 감독을 맡았다. 
둘째, 진 구청장 측은 ‘안동시산림조합이 우면산 예방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된 관문사 주변의 공사를 맡았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송동마을 공사에 47억원이 투입됐다는 자료가 제출됐다. 그러나 송동마을 공사는 ‘예방사업’이 아닌 ‘긴급복구사업’으로 2012년 시행됐다. 2012년 ‘우면산 예방사업’ 중 관문사에는 10억3782만원의 예산이 책정됐으며, 이중 8억2379만원이 계약금으로 사용됐다.
셋째, 진 구청장 측은 ‘서울시의 각 구청 중 모든 예방사업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맺은 구는 서초구가 유일했다’는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산사태 복구의 시급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서울시의 사업시행 요구가 먼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서초구에게 수의계약을 지양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혹 보도한 본지 상대로 소송
“무작정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
 
넷째, 진 구청장 측은 ‘2012년 4월, 구가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을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진 구청장 측은 “2012년 있었던 사방사업은 긴급 복구를 요하는 사업이었으며, 우기 이전에 사방사업 완료를 위해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추진하라는 시의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2년 4월에 착공한 복구·예방공사 중 우기인 6∼7월 전까지 공사가 완료된 공구는 단 한 곳(인능산 공원)에 불과했다. 
다섯째, “처음부터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업체(안동시산림조합)에 수의계약을 몰아줘 사업이 지속적으로 연기됐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진 구청장 측에 따르면 안동시산림조합은 정부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 적격업체이며, 진 구청장이 특정업체에게 수의계약을 몰아준 일이 없다.
그러나 <MBN>이 지난 5월 보도한 안동시산림조합의 주소지는 경북 안동이며, 중장비는 단 1대.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하다. 기자는 지난 4월 기사작성 전 해당내용을 구 고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지역방송인 <현대HCN>이 지난 2012년 11월20일 보도한 ‘구 행정사무감사 질의’에 따르면 문경재 당시 공원녹지과장은 안동시산림조합의 공사실적 등을 모르고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섯째, 진 구청장 측은 ‘안동시산림조합이 이번 예방사업으로 모두 4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취재 당시 기자가 확인한 ‘책정 예산’은 40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구가 계약서를 근거로 밝힌 실도급액은 34억원이다.
일곱째, 진 구청장 측은 ‘서초구청 뒤편과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주변의 산림이 예방사업으로 무분별하게 훼손됐다’는 내용과 인근 주민 멘트를 인용한 ‘수해는 없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진 구청장 측은 “말죽거리공원 대부분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특히 서초구민회관, 양재KBS우성아파트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지난 3·4월 방문한 서초구청 뒤편·횃불선교원 주변은 수많은 나무가 잘려나간 그야말로 ‘벌거숭이’였다.
더 큰 문제는 라 항목으로 별도 표기된 ‘구민회관 재건축’ 관련 진 구청장 측의 해명이다. 진 구청장 측은 ‘구청장이 1000억원 규모의 구민회관 재건축 등에서 턴키방식으로 설계를 의뢰하려 한 적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신청인은 구민회관 재건축 등에서 턴키방식으로 설계를 하려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서울특별시 서초구 2012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보면 제출자 서초구청장(진 구청장)은 예산 1017억원 규모의 ‘서초구민회관 재건축’을 시에 제안하면서 추진방법으로 ‘설계시공 일괄방식(Turn-Key)’을 적시했다. “턴키로 하려한 적이 없다”는 구청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자료다. 더불어 진 구청장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때 상기 내용을 피고소인의 범죄사실로 명시했다. 현재 이 사건은 방배경찰서에 배당돼있다. 
 
무리한 입막음
진실 밝혀질까
 
지난 5월22일 서초구의회는 우면산 산사태 복구 및 예방사업과 관련 구 공사가 적법했는지 감사해줄 것을 감사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구청 한 고위 관계자는 “구청 직원이 나와 의회 안건으로 상정된 ‘감사청구안’을 무마했다”고 폭로했다. 
원래 ‘서울특별시서초구우면산산사태복구및예방사업공사의투명한감사를위한감사원감사청구안’은 지난 4월29일 열렸던 237회 서초구의회 임시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하지만 회의 시작 전 구청 한 관계자가 나와 이를 삭제토록 했다는 것이다. 
또 구는 감사청구안이 재상정된 238회 임시회를 앞두고서도 서초구의회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서울특별시 조사담당관의 감사가 진행 중에 있고 ▲경찰청 및 서초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관련 법안(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원 감사청구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청구대상(제5조) 제2항 1호(수사 중), 6호(타 기관에서 감사 중)로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즉 행정부가 의회의 감사청구에 사실상 압력을 행사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진 구청장의 입장을 들으려했지만 그는 “홍보정책과장과 얘기하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어 기자는 홍보정책과장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처를 남기면 전화를 주겠다”고 했을 뿐 회신은 없었다. 이에 기자는 공문을 발송한 구청 담당 직원과 통화하려 했지만 담당 부서는 “홍보정책과와 얘기하라”며 말을 돌렸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은 구 홍보정책과 직원은 “구가 공문을 보낸 게 압력이라 볼 수는 없다”며 “이번 직권남용 수사도 법리적으로 봤을 때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지난 4월29일자(903호) 26면과 27면 '서초구 수백억 건설뇌관 막전막후' 제하의 기사에서 강남대로 지하도시 타당성 검토에 쓰인 용역비가 5억원이라고 보도했으나 책정된 사업비는 5000만원이었음을 알립니다. 또 서초역 주변 국유지를 매각했다고 보도했으나 거래 사실이 없어 바로잡습니다. 

 

 
<기사 속 기사>

정치자금법 위반은?
‘쪼개기’후원 적발…진익철은 불기소

 
진익철 서초구청장의 후원회가 이른바 ‘쪼개기’ 헌금으로 약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모은 사실이 적발됐다. 그러나 진 구청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지난 25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진 구청장의 후원회장 A씨와 폐기물 처리업체 대표 B씨와 C씨를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으며,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진 구청장의 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면서 1인당 10만원 한도 내에서 후원금을 받는다고 홍보하고, 실제로는 B씨와 C씨에게 293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와 C씨는 회사 직원과 친인척 등 명의로 1인당 10만원씩 각각 1000만원(100명)과 930만원(930명)을 진 구청장의 후원회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B씨와 C씨는 서초구 관내에서 구청 용역을 받아 생활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를 비롯한 후원회 직원들은 대부분 진 구청장의 측근이었다. 또 후원회와 선거사무실도 같은 건물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진 구청장이 불법 후원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 지난 19일 소환 조사했지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 관계자는 “후원회장이 당시 진 구청장에게 보고를 했다는 진술이 있어야 하는데 진 구청장과 A씨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며 “우리는 기소의견을 냈는데 검찰에서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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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