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고발하는' 충격사회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20 0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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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신고하는 기막힌 자녀들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자녀가 부모를 고발하는 기막힌 상황이 잇달아 발생했다. 억울함을 호소한 아이들은 "부모가 나를 때렸다"며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다. 때린 부모들은 "교육이 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2010년께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국전문매체인 <온바오닷컴>에 따르면 11살짜리 초등학생 A군은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놀랍게도 A군이 지목한 피고소인은 A군의 부모였다.

A군은 "부모가 자물쇠를 열고 자신의 일기장을 꺼내봤으며 일기장을 통해 자신이 같은 반 여학생과 이성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면서 허난성 법원에 정식으로 재판을 요청했다. 그리고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미성년자지만 A군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당돌한 아들의 예상치 못한 승리였다.

아이는 펄펄
어른은 쩔쩔

이 기막힌 사건은 A군의 부모가 A군에게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됐다. 국가 권력이 어른으로부터 침해받은 아이의 권리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가족 내의 상하질서가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의 고발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해당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은 "아이가 어떻게 부모를 신고할 수 있냐"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믿기 힘든 일은 비단 먼 나라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5일 오전 8시10분께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제 갓 9살이 된 초등학생 김모(9)군. 김군은 앳된 목소리로 "엄마가 술을 먹고 나를 때렸다"며 어머니 조모(43)씨의 폭행 사실을 알렸다.


경찰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종합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경기 수원 권선구에 있는 한 자택, 그곳에서 조씨는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아침밥상을 차렸다. 그리고 김군을 불러 "밥을 먹으라"며 식사를 권유했다. 하지만 김군은 손에 쥔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그건 김군이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

밥상 앞의 김군이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자 엄마 조씨는 "빨리 밥 먹고 어서 도서관에나 가라"며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김군을 재촉했다. 그러자 김군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XX, 짜증나네."

순간 열이 오른 조씨는 김군의 머리채를 잡고, 김군의 뺨을 두어 차례 때렸다. 엄마에게 맞은 김군의 코에서는 코피가 흘렀다.

피를 본 김군이 독해졌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두드려 조씨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것. 그리고 첫 번째 신고가 못미더웠는지 거듭 112에 전화해 "엄마가 뺨을 때렸다"며 신고 내용을 확인했다.

 아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마주한 뜻밖의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김군의 아버지가 사건 현장인 자택에 함께 있었기 때문. 김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신고를 보고도 말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를 신고한 것도 모자라 남편이 신고를 용인한 이 난감한 상황에 경찰도 잠시 당황했다는 후문. 하지만 조씨는 이내 폭력 등의 혐의로 인근 지구대에 연행됐다. 아내의 연행 전 김씨는 "법대로 해 달라"며 처벌을 호소했다.

독한 아들
술취한 엄마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횡설수설하며 자신이 취한 상태였음을 고백했다. 조씨는 평소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그동안 아들을 자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김군 역시 "평소에도 엄마가 나를 자주 혼냈다"며 조씨의 잦은 폭력을 시인했다.

또 조씨는 그간 술을 자주 마시면서 남편 및 이웃 등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인 조사를 받던 남편도 "아내를 처벌해 달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군은 "엄마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모성이 그리운 천생 아이였던 셈. 경찰은 피해자인 아들이 엄마의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비록 사건은 불기소로 가닥을 잡았지만 한 번 금이 간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훈육을 빙자한 가정 내의 폭력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9일에는 뺨을 맞은 10대 딸이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알려져 씁쓸한 화제가 됐다.

9살 초등생 "뺨맞았다" 어머니 신고
17살 여고생 "때린다" 아버지 고발

인천 남동경찰서는 딸을 때린 아버지 박모(48)씨를 지난 7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딸 박모(17)양의 뺨을 1차례 때린 혐의를 받았다.

경찰이 밝힌 사건 개요를 종합하면 이렇다. 인천 남동구의 한 자택, 얼마 전 집에 가져다 놓은 휴대전화를 찾던 박양은 휴대전화가 사라져 버린 사실을 알게 됐다. 박양이 찾던 휴대전화는 친구 B양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 휴대전화를 훔친 범인은 바로 아버지 박씨였다.

이를 알게 된 박양은 "친구가 두고 간 휴대전화를 왜 허락 없이 마음대로 팔았냐"며 아버지에게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평소 권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자신에게 대드는 딸을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욱하는 마음에 딸에게 손찌검을 한 박씨. 순간 그는 딸과의 말다툼을 말리던 아내(43)도 손으로 밀쳤다. 이 바람에 박양의 어머니는 벽에 머리를 찧어 상처를 입었다.

이를 본 박양은 망설임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112로 연결됐다는 안내 문구가 나오자 박양은 아버지 박씨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박씨를 폭력 등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박씨는 딸의 휴대전화를 훔친 이유를 묻자 "안 쓰는 휴대전화로 알고 팔았다"고 답했다. 또 딸과의 시비다툼에 대해서는 "집안 청소를 안 해서 혼내려고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씨가 폭행을 한 사실이 변한 건 아니었다.

박양과 그의 어머니는 박씨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김군이 어머니의 처벌을 원치 않았던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경찰은 피해자인 박양이 처벌을 원하고 있음으로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만간 박씨는 딸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순간의 폭력이 부른 씁쓸한 참상이다.

뺨맞은 딸
뻔뻔한 아빠


엄마를 신고한 아들과 아버지를 고발한 딸. 이 낯선 풍경에 어떤 이들은 "천륜을 저버린 불효"라며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위계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업화를 거치며 핵가족화가 심해졌고 ▲서양 문화가 보급되면서 동양 문화권 특유의 예의범절이 퇴색됐으며 ▲가정마다 자녀수가 줄다보니 아이들이 개인주의에 물들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은 가족 간의 문제는 가족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뺨 한 번 맞은 걸로 어떻게 신고까지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앞선 사건들과 폭력의 강도에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가정 내 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돼왔다고 가정해보자. 실제 김군은 자신의 모친이 비교적 잦은 체벌을 가해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우리는 이것을 소위 '가정폭력'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정부는 가정폭력을 '4대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수준은 미미하다. 경찰청이 올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7272명이었던 가정폭력 사범은 지난해 9345명으로 1년 새 약 28%가량 증가했다. 가해자 성분은 박씨처럼 대부분 가장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자녀와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뿌리 뽑고자 하는 사정당국의 의지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9345명 중 구속된 피의자는 겨우 73명에 불과했다. 구속률은 0.8%.


민주당 김현 의원실이 지난 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변화 및 업무수준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조사에 참여한 경찰관(9865명)의 57.8%는 가정폭력 대응 방안에 대해 "가정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또 경찰관의 78.5%는 "가정폭력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담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일선에서조차 사건 개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경찰에게도 이유는 있다. 가정폭력 사건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가 조사 도중 마음을 바꿔 처벌을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사건이 봉합되기 때문이다. 김군의 사례에서도 아버지 김씨는 경찰 조사 말미 기존의 입장을 바꿔 아내의 선처를 바랐다는 후문이다.

사실 어린 자녀의 가정폭력 신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경찰의 개입을 거부하는 등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

지난 1월께 전북에서는 한 여성이 "도와달라"며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고자는 윤모(22)양. 그는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아버지 윤모(54)씨에게서 뺨 등을 맞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사건은 조용히 무마됐다. 딸 윤양이 아버지 윤씨의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 그리고 이 같은 일은 지금 전국 각지의 지구대에서 반복되고 있다.

씁쓸한 자화상
해결책은 없다

최근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이번 사건이 유독 이슈화됐지만 비슷한 사건은 지난 2006년에도 있었다. 당시 서울 금천경찰서는 아들의 뺨을 때린 혐의로 두 아들의 아버지 김모(39)씨를 입건했다.

이 사건은 앞선 사건과 경위가 거의 비슷하다. 아버지 김씨는 일을 마치고 소주 반병을 마신 뒤 새벽 1시쯤 귀가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니 둘째 아들(16)은 휴대전화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난달 휴대전화 요금이 약 9만원가량 나왔던 것을 기억한 김씨는 그대로 둘째 아들에게 다가가 서너 차례 뺨을 때렸다. 그리고 이를 본 큰 아들(18)은 "아버지가 동생을 때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버지는 곧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밤늦도록 잠을 자지 않고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고 있어 혼내줬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입장에선 일종의 훈육이었던 셈.

하지만 신고한 큰 아들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둘러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교육방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건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모는 폭력을 이용해 아이를 길들이려 하고, 아이들은 그런 부모에 반항해 부모의 잘못을 입증하고자 한다. 흔한 말이지만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어른들이 힘으로 누를수록 아이는 더 큰 힘을 찾게 된다. 힘을 갖춘 자가 만능인 시대에 아이들이 힘을 가진 공권력을 찾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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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