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개정안 두고, 여야 및 여론 셈법 '극명'


[일요시사=온라인팀] 정부 세법개정안 두고, 여야 및 여론 셈법 '극명'

정부가 8일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자 한국 납세자연맹이 8일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방식으로 전환하는 이번 개정안은 세금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도 "이번 법안이 중산층에 부담을 주는 개편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소득이 드러나는 근로소득자만 주요 타킷으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박근혜정부가 민주주의 역행에 이어 민생 역행의 길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원안통과를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시청광장 국민운동본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제는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당 민주당이 결코 세법이 이대로 통과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후보시절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공약의 맨 앞에 내세워서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8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대기업과 부유층은 그대로 놔둔 채 월급쟁이 유리지갑만 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경제민주화 포기선언에 이은 명백한 민생역행"이라고 꼬집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재정파탄 우려에도 세정방향도 분명치 않은 가렴주구식 세제개편안이자, 중산층 서민살상용 세금폭탄"이라며 "배고픈 서민들의 등골을 빼서 배부른 재벌 대기업의 배만 채워주는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형 세제개편"이라고 주장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내년부터 세금이 올라가는 직장인 수는 정부 추산만으로 434만명에 달한다. 대부분 서민이고 중산층"이라며 "특히 샐러리맨의 의료비, 교육비, 보장성 보험료,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 특별공제, 인적공제 항목을 축소해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은 부자감세 철회라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 한 마디로 모래위에 빌딩 짓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및 관련단체에서 이 같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들고 나오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튿날, 국회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서 득달같이 '손질 발언'을 내놨다.

최 원내대표는 9일 "어제 정부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 온 유리지갑 중간 소득 계층인 샐러리맨들의 세부담 증가 우려가 크다"며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한다면 (세제개편안은)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조만간 국회로 넘어오면 심의과정에서 국민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중간 소득자의 세금 부담, 가구별 특성 꼼꼼히 분석해서 한꺼번에 과도한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박근혜 정부의 세제정책 방향을 담은 첫번째 행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개정안의 큰 틀은 '경쟁력을 갖춘 공평하고 원칙있는 세제'인데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많은 부분에 손을 댔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다.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다자녀공제 등 6개 종목이 대상이다. 

소득공제는 소득세 금액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기 앞서 미리 일정한 금액을 과세소득에서 배우자공제, 부양가족공제, 근로소득공제 등의 명목으로 미리 공제하는 방식인 반면, 세액공제는 과세소득금액에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 세액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하게 된다. 

정부는 "현행 소득공제제도는 같은 금액을 소득공제해도 소득수준에 따라 혜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교육비 소득공제가 1000만원인 경우 한계세율 38%가 적용되는 고소득자는 380만원, 한계세율 6%가 적용되는 저소득자는 60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소득액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동일하게 세제혜택이 돌아가도록 세액공제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 

대신 본인 및 부양가족에 대한 기본공제, 필요경비 성격의 근로소득공제, 건강보험료·국민연금 등은 기존의 소득공제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함에 따라 중산층 이하 근로소득자의 세금부담이 결국은 증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로 정부가 추산한 소득세 개편에 따른 계층별 평균 세금 부담 변화를 보면 총급여액이 3000만원 미만의 근로자들은 현행보다 세율이 최고 -1.7% 가량 감소하나 4000만원 초과 근로자가 1.0%의 세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직장인들의 꿈이라는 1억 연봉자의 세부담은 9% 가량이나 늘어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세액공제 전환으로 총급여 3450만원을 넘는 전체 근로자중 상위 28%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부양가족수나 소득공제 적용 등을 따져보면 거의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고연봉 근로자들에게 거둬들인 세금은 저소득자에게 전액 쓰이게 됨에 따라 형평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지원을 대폭 강화한 점도 이번 세제개편의 중요 방향이다.

유망서비스업에 대한 R&D세제지원, 지식재산서비스업, 사회서비스업 등 일자리창출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업에 대한 세제지원,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증여세 부과 등이 주 내용이다. 일감몰아주기 대상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도 완화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식기반 서비스분야에 유망서비스업을 추가한 것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 또는 창출함으로써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부가통신, 출판, 영화·비디오·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 광고, 창작예술 서비스를 하반기중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서비스업에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허용하는 것은 고용유발효과가 크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우대하기 위한 조치다. 

전체 취업자 대비 사회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은 2007년 14%에서 2011년에는 16.4%로 증가했고 전체 GDP대비 비중은 2005년 10.2%에서 2010년에는 13.1%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에 한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한 것은 중기 특성상 대기업보다 내부거래 비중과 지배주주 지분 비율이 높다는 점이 반영됐다.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대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6.21%, 중소기업의 지분율은 2010년 현재 53.4%다. 

기재부는 개정안대로 중기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감세되면 세후영업이익 100억원, 지배주주의 지분율 25%, 특수관계자간 거래비율을 45%로 가정할 때 현행 1억3800만원에 달하던 증여세는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특수관계자간 거래비율을 60%로 가정할 경우 현행대로라면 2억3700만원이나 부담해야 할 세금이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세금 부담 경감비율이 37%에 이르는 셈이다. 

마지막 특징은 수익이 있는 곳에는 과세를 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그동안 과세가 없던 농업이 첫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일단 수입금액 10억원이상의 부자 농민을 대상으로 과세함에 따라 대상은 별로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이번 세제개편은 전반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배려하면서 여유있는 고소득자가 이를 분담하는 형태"라며 "비과세·감면제도 운영에서 과다하거나 비효율적인 것을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어 개정안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불가피해 보인다. 

강주모 기자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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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