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수 톱' 대성그룹 사세의 비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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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당간당' 숨만 붙어있는 좀비회사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사회적 책임도 수익이 나야 한다. 그런데 매출이 전혀 없다면…. 보통 이런 법인은 '좀비회사'라 불린다. 대성그룹이 수상한 계열사들을 끼고 있다. 버는 거 없이 쓰기만 하는 '애물단지'다. 그런데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일까. 대성그룹에 빌붙은 좀비회사들의 실체를 캐봤다.



지난달 기준 재계순위 37위(공기업 제외)인 대성그룹은 총 8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서 대성그룹이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77개)과 현대차그룹(57개)보다 많다. SK그룹(80개)·LG그룹(62개)·롯데그룹(74개)·GS그룹(78개)·CJ그룹(82개)도 대성그룹에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대성그룹 계열사 중 상당수가 매출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무려 10개나 된다. 100% 내부거래로 유지되거나 실적이 형편없는 계열사도 17개나 있다. 결국 85개 계열사 가운데 '좀비회사'가 27개에 이른다는 결론. 다시 말해 대성그룹 몸집에 30%가 넘는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실적 없는 애물

업계 관계자는 "대성그룹은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보다 계열사가 많지만 알고 보면 허당인 회사들이 많다"며 "돈은 한 푼도 벌지 못한 채 쓰기만 하는 좀비 계열사가 한둘이 아니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요시사> 확인 결과 '매출 제로'인 대성그룹 계열사는 영컨설팅·대성초저온이엔지·나우필·파주영농·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남곡이지구·제이씨알·대성홀딩스·대성지주 등으로 조사됐다.

1994년 설립, 2008년 대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영컨설팅은 출판 및 경영자문 업체로, 지난해 매출이 '0원'이다. 유지비용으로 500만원 적자만 났다. 공시를 시작한 2010년부터 실적이 없다. 주주는 김영대 회장(75%)과 그의 장남 정한씨(15%), 부인 차정현씨(10%)로 100% 오너회사다.


김영대 회장의 가족들은 다른 좀비회사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차정현씨와 세 아들 정한·인한·신한씨(각각 22%)는 대성초저온이엔지 대주주다. 2007년 설립된 엔지니어링 용역업체 대성초저온이엔지도 지난해 매출이 없다. 200만원만 지출했다. 설립 이후 실적을 찾아볼 수 없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성지주와 대성홀딩스도 매출이 없다는 사실이다. 2000년 설립, 2008년 대성그룹 계열사가 된 대성지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SI)업체다.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다른 대기업의 SI 계열사와 달리 바닥을 기고 있다. 김영대 회장(52.5%)이 최대주주. 차정현(16.25%)·정한씨(16.25%)도 지분을 쥐고 있다.

대성그룹엔 대성홀딩스 법인이 2개다. 둘 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딴판이다. 김영훈 회장(39.9%)이 이끄는 대성홀딩스는 연 4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상장사다. 반면 김영대 회장(100%)이 키를 잡고 있는 대성홀딩스는 산으로 가고 있다.

2005년 설립, 2007년 대성그룹에 소속된 나우필은 김영훈 회장(100%)의 개인회사다. 전시 및 행사·광고대행을 주로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손가락만 빨았다. 2010∼2011년 설립된 파주영농과 디에스아이호텔, 디에스아이리테일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 자본금만 까먹고 있는 실정. 작물 재배업체 파주영농은 대성산업(99.93%) 자회사다. 부동산 임대업체 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도 대성산업(100%) 자회사다. 대성산업으로선 3개 계열사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남곡이지구와 제이씨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5년 설립, 2010년 ‘대성 식구’가 된 남곡이지구는 부동산개발 및 공급업체로 부채가 1244억원에 이르는 등 자본잠식 상태다. 가하이엠씨(45%) 자회사다. 2005년 설립된 선박 운송업체 제이씨알도 인권비만 나가고 있다. 대성밸류인베스트먼트(100%) 자회사다.

계열 30% 손가락만 ‘쪽쪽’…사실상 개점휴업
'직원 0명'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허당 자회사도

이들 10개사 중 2∼3명의 임원만 있을 뿐 직원(종업원)이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영컨설팅·대성초저온이엔지·나우필·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제이씨알·대성지주는 공시상 직원이 단 1명도 없다. 파주영농은 4명, 남곡이지구와 대성홀딩스는 각각 3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력이 전혀 없는 사실상 '뇌사'상태인 대성그룹 계열사도 있다.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가하이엠씨·한국물류용역·에스필·대성나찌유압공업·대성쎌틱에너시스·서울도시개발·굿랜드·굿가든·문경새재관광·가하컨설팅·제이헨·포디알에스 등 12개사다. 이들 회사는 '식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1989년 설립된 가하이엠씨는 부동산 임대업체로 매출의 100%가 내부거래 물량이다. 지난해 매출 22억원을 모두 대성산업과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에도 대성산업과 같은 금액을 거래했다. 모회사는 대성합동지주(100%)다. 1988년 설립된 인력 공급업체 한국물류용역도 계열사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5억원 중 대성합동지주, 대성산업, 대성아트센터, 대성씨앤에스 등 계열사에서 74억원(99%)을 거뒀다. 2011년의 경우 매출 69억원이 전부 내부에서 나왔다. 모회사는 대성산업(100%)이다.

대성산업은 에스필·대성나찌유압공업·대성쎌틱에너시스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에스필(실내건축) 98%(매출 47억원-내부거래 46억원) ▲대성나찌유압공업(유압기기 제조) 78%(181억원-141억원) ▲대성쎌틱에너시스(가스보일러 제조) 99%(631억원-624억원)로 조사됐다.

서울도시개발은 서울도시가스, 서울씨엔지, 에스씨지솔루션즈 등 계열사들과 거래해 지난해 매출 148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김영민 회장이 지분 97.78%를 보유한 오너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여기에 에이원과 알앤알, 디엔에스피엠씨,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대성아트센터 등도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이들 회사도 모두 대성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물론 오너의 개인회사도 있다.

굿랜드·굿가든·문경새재관광·가하컨설팅·제이헨·포디알에스 등은 '구멍가게'보다 못한 실적을 냈다. 그나마 이마저도 내부거래 덕분에 가능했다. 서울도시가스의 작물재배 자회사인 굿랜드와 굿가든은 지난해 매출이 각각 7900만원, 1200만원에 불과했다. 이중 내부거래 금액이 7300만원, 1000만원이나 된다.

대성합동지주의 임업 자회사인 문경새재관광은 지난해 고작 1000만원을 벌었는데, 모두 계열사에서 나온 매출이다. ▲가하컨설팅(경영컨설팅) 1억3000만원 ▲제이헨(경영컨설팅) 4800만원 ▲포디알에스(상품중개) 3600만원도 전부 계열사에 의존한 결과다. 가하컨설팅은 김영대 회장(10%)의 지분이 있다. 제이헨은 정한씨와 그의 가족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포디알에스도 정한씨(51%)가 최대주주다.

'매출 제로'의문의 계열사 실체는?

그렇다면 대성그룹에 좀비회사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

회사 관계자는 "실적이 없거나 적은 계열사들은 이제 막 출범하거나 사업을 확장 중에 있는 회사들"이라며 "매출은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대성일가 '형제의 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고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회장과 차남 김영민 회장, 3남 김영훈 회장 등 삼형제는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 지분 다툼을 벌인 뒤 등을 돌려 아직까지 발길을 끊고 있다. 이들은 2006년 모친 고 여귀옥씨가 타계하자 유산상속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을 빚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삼형제는 유산정리에 합의했지만 이후 전혀 왕래가 없다. 최근엔 '대성'사명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형제 간 과시용?

세 회장은 각각 대성산업, 서울도시가스, 대성그룹을 독자경영하고 있지만 법적으론 계열분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는 2011년 4월 3개 소그룹을 묶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시켰다. 오너 형제 간 경쟁적으로 계열사를 늘리다 보니 좀비회사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즉 계열사 늘리기도 사세싸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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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