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악마의 합의’ 의혹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2: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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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야당 현재 스코어 ‘완패’ “이번엔 좀 다를까?”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불신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연일 파행을 거듭하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야권 지도부 책임론’이 급부상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조사와 관련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김한길 체제’가 과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쯤 되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지치기 마련이다. 민주당은 진통 끝에 어렵게 국정조사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연일 ‘개점휴업’으로 진도를 못 나가 국민의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이 가운데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악마의 합의’라고 비난해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국정원 진상규명 뒷전
여름휴가 챙기기 급급

가까스로 시작한 국정조사는 원래 45일을 기간으로 했다. 진상을 규명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진행 초반 민주당 진선미, 김현 의원 2명이 물러나느냐를 놓고 갈등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국정조사가 겨우 정상화돼나 했더니, 갑자기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름휴가를 가겠다고 나섰다. 국정조사가 1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받고 이틀간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 것.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일정에 합의하면서 1주일간 여름휴가를 보낸 뒤 활동을 재개키로 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특위가 이미 일부 의원의 제척 문제와 국정원 보고 비공개 여부로 파행을 겪고도 얼마 남지 않은 국조 기간마저 여름휴가로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양보’에
“민주당 제정신?”

여야는 지난달 28일 국조특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내달 5일 국정원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특위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합의 뒤 기자들에게 “지금이 하한정국이고 다른 의원들은 다 쉬는데 특위 위원들만 일하고 있다”며 “7월 말은 너무 더우니 8월5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기한이 8월15일까지임을 감안하면 특위 활동기간은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서 “국기문란 범죄 진상조사보다 여름휴가가 먼저라? 국정조사가 심심풀이 땅콩인가? 한심한 위원들!”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허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와 인터넷상에는 “국정조사냐 국정휴가냐” “휴가만큼 국정조사를 일주일 연장해야 한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야권 지지층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이제 민주당을 버려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친야 언론인은 ‘민주당 제정신인가’라고까지 했다.

이에 국정원 국조특위 소속인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정원 국조와 관련해 “악마의 합의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민주당 내분으로 번지는 듯했다.

신 의원은 이날 매체를 통해 ▲국정조사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것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하지 않는다고 한 것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조사 위해 진선미?김현 의원 배제, 여당 의원 여름휴가까지
공개 여부 추후 협의, 증인 선정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 않기로 

신 의원은 국정조사는 원칙적으로 공개인 점을 들어 국정조사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신 의원은 증인 선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더욱 거세게 비난했다. 신 의원은 “더 나쁜 악마는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 발설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것으로 이것(증인 선정)을 발설할 경우에는 여야 합의를 깨는 게 돼 우리가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의원은 또 국정조사 기간에 휴가를 보내기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날을 세웠다. 신 의원은 “(국정원 기관보고를) 8월5일로 합의했는데 이번 주를 거의 쉰다는 것으로, 이는 휴가를 간다는 뜻이다. 특히 여당 간사(권성동)가 휴가를 간다는 이야기는 어제 결정된 게 아니라 국정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7월 마지막 주는 쉬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에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결국 이렇게 (새누리당이) 끌고 가니 무슨 타임테이블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갈 정도”라며 “대단히 불만족스럽고,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아주 만족스럽지 못한 국정원 기관보고가 됐다”고 쏘아붙였다.

신 의원은 이어 “악마의 합의와 처음부터 기본전제가 다른 두 집단 간 국정조사이기 때문에 국정조사의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증인 선정에서 도저히 만족스럽지 못하고, 청문회가 하나마나라고 판단이 되면 더 이상 국정조사를 해야 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조사 실익 없어”
“악마의 비겁함”

신 의원의 발언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끈하며 ‘악마의 비겁함’이라는 말로 맞섰다. 정 의원은 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있던 날 자신의 트위터에 “국조특위 사전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마치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하는 것은 악마의 비겁함인가? 함께 결정한 것에 대해 공동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민주당 국조특위는 그래도 (국정조사를) 안 깨고 가는 것이 맞고, 지상파3사 등 전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1시간만이라도 공개발언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특위 민주당 간사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지난달 28일에 8월5일 국정원 기관보고, 7~8일 증인?참고인 청문회, 12일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의 일정을 합의했다. 5일 기관보고는 국정원장 인사말, 여야 위원 기조발언은 공개하되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양보에 양보 거듭한 민주당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 장외로
긴급 의총 때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의원 강력 대응 주문

또한 최현락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수사 경찰관 15명, 당시 이종명 국정원 3차장, 민병주 국정원 심리정보 국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증인 채택을 합의했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국정원 기관보고 및 질의의 비공개. 여당 의원 휴가 일정에 따른 국정조사 일정 순연 등을 놓고 “너무 많이 내줬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파행·중단을 막기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이해해 달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신 의원이 지도부에 직격타를 날린 것.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긴급 의총을 개최했다. 8월 7~8일로 결정된 청문회를 열기 위해서는 1주일 전인 이날까지 증인?참고인에게 출석을 통보해야 하는데 여야가 이에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쟁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새누리당의 MB와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그리고 민주당의 김현·진선미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에 대한 증인출석 요구 여부다.


민주당은 증인 출석 없는 국정원 국조는 무의미하다며 장외투쟁을 포함한 중대결심까지 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천막당사’
새누리당 ‘자폭’ 비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긴급 의원 총회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강력히 주장한 의원은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의원 등으로 이들은 새누리당과의 ‘대화’를 고수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강한 압박을 넣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 자리에서도 악마의 합의를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 1일 장외투쟁을 선언한 민주당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여당은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고 ‘자폭’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트라우마’로 불리는 촛불집회에 합류하게 됐다. 보수언론에 의해 ‘민주당 강경파’라 불리는 신 의원의 악마의 합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결국 ‘강경모드’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지켜보는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또 다시 새누리당의 ‘여론전’에 무릎을 꿇을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에는 ‘야당 본연의 모습’을 보일지 오랫동안 기다린 국민의 기대가 몹시 커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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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