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악마의 합의’ 의혹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2: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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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야당 현재 스코어 ‘완패’ “이번엔 좀 다를까?”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불신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연일 파행을 거듭하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야권 지도부 책임론’이 급부상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조사와 관련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김한길 체제’가 과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쯤 되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지치기 마련이다. 민주당은 진통 끝에 어렵게 국정조사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연일 ‘개점휴업’으로 진도를 못 나가 국민의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이 가운데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악마의 합의’라고 비난해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국정원 진상규명 뒷전
여름휴가 챙기기 급급

가까스로 시작한 국정조사는 원래 45일을 기간으로 했다. 진상을 규명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진행 초반 민주당 진선미, 김현 의원 2명이 물러나느냐를 놓고 갈등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국정조사가 겨우 정상화돼나 했더니, 갑자기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름휴가를 가겠다고 나섰다. 국정조사가 1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받고 이틀간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 것.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일정에 합의하면서 1주일간 여름휴가를 보낸 뒤 활동을 재개키로 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특위가 이미 일부 의원의 제척 문제와 국정원 보고 비공개 여부로 파행을 겪고도 얼마 남지 않은 국조 기간마저 여름휴가로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양보’에
“민주당 제정신?”

여야는 지난달 28일 국조특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내달 5일 국정원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특위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합의 뒤 기자들에게 “지금이 하한정국이고 다른 의원들은 다 쉬는데 특위 위원들만 일하고 있다”며 “7월 말은 너무 더우니 8월5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기한이 8월15일까지임을 감안하면 특위 활동기간은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서 “국기문란 범죄 진상조사보다 여름휴가가 먼저라? 국정조사가 심심풀이 땅콩인가? 한심한 위원들!”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허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와 인터넷상에는 “국정조사냐 국정휴가냐” “휴가만큼 국정조사를 일주일 연장해야 한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야권 지지층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이제 민주당을 버려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친야 언론인은 ‘민주당 제정신인가’라고까지 했다.

이에 국정원 국조특위 소속인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정원 국조와 관련해 “악마의 합의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민주당 내분으로 번지는 듯했다.

신 의원은 이날 매체를 통해 ▲국정조사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것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하지 않는다고 한 것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조사 위해 진선미?김현 의원 배제, 여당 의원 여름휴가까지
공개 여부 추후 협의, 증인 선정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 않기로 

신 의원은 국정조사는 원칙적으로 공개인 점을 들어 국정조사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신 의원은 증인 선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더욱 거세게 비난했다. 신 의원은 “더 나쁜 악마는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 발설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것으로 이것(증인 선정)을 발설할 경우에는 여야 합의를 깨는 게 돼 우리가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의원은 또 국정조사 기간에 휴가를 보내기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날을 세웠다. 신 의원은 “(국정원 기관보고를) 8월5일로 합의했는데 이번 주를 거의 쉰다는 것으로, 이는 휴가를 간다는 뜻이다. 특히 여당 간사(권성동)가 휴가를 간다는 이야기는 어제 결정된 게 아니라 국정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7월 마지막 주는 쉬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에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결국 이렇게 (새누리당이) 끌고 가니 무슨 타임테이블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갈 정도”라며 “대단히 불만족스럽고,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아주 만족스럽지 못한 국정원 기관보고가 됐다”고 쏘아붙였다.

신 의원은 이어 “악마의 합의와 처음부터 기본전제가 다른 두 집단 간 국정조사이기 때문에 국정조사의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증인 선정에서 도저히 만족스럽지 못하고, 청문회가 하나마나라고 판단이 되면 더 이상 국정조사를 해야 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조사 실익 없어”
“악마의 비겁함”

신 의원의 발언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끈하며 ‘악마의 비겁함’이라는 말로 맞섰다. 정 의원은 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있던 날 자신의 트위터에 “국조특위 사전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마치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하는 것은 악마의 비겁함인가? 함께 결정한 것에 대해 공동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민주당 국조특위는 그래도 (국정조사를) 안 깨고 가는 것이 맞고, 지상파3사 등 전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1시간만이라도 공개발언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특위 민주당 간사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지난달 28일에 8월5일 국정원 기관보고, 7~8일 증인?참고인 청문회, 12일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의 일정을 합의했다. 5일 기관보고는 국정원장 인사말, 여야 위원 기조발언은 공개하되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양보에 양보 거듭한 민주당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 장외로
긴급 의총 때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의원 강력 대응 주문

또한 최현락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수사 경찰관 15명, 당시 이종명 국정원 3차장, 민병주 국정원 심리정보 국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증인 채택을 합의했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국정원 기관보고 및 질의의 비공개. 여당 의원 휴가 일정에 따른 국정조사 일정 순연 등을 놓고 “너무 많이 내줬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파행·중단을 막기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이해해 달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신 의원이 지도부에 직격타를 날린 것.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긴급 의총을 개최했다. 8월 7~8일로 결정된 청문회를 열기 위해서는 1주일 전인 이날까지 증인?참고인에게 출석을 통보해야 하는데 여야가 이에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쟁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새누리당의 MB와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그리고 민주당의 김현·진선미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에 대한 증인출석 요구 여부다.


민주당은 증인 출석 없는 국정원 국조는 무의미하다며 장외투쟁을 포함한 중대결심까지 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천막당사’
새누리당 ‘자폭’ 비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긴급 의원 총회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강력히 주장한 의원은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의원 등으로 이들은 새누리당과의 ‘대화’를 고수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강한 압박을 넣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 자리에서도 악마의 합의를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 1일 장외투쟁을 선언한 민주당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여당은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고 ‘자폭’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트라우마’로 불리는 촛불집회에 합류하게 됐다. 보수언론에 의해 ‘민주당 강경파’라 불리는 신 의원의 악마의 합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결국 ‘강경모드’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지켜보는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또 다시 새누리당의 ‘여론전’에 무릎을 꿇을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에는 ‘야당 본연의 모습’을 보일지 오랫동안 기다린 국민의 기대가 몹시 커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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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