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악마의 합의’ 의혹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2: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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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야당 현재 스코어 ‘완패’ “이번엔 좀 다를까?”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불신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연일 파행을 거듭하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야권 지도부 책임론’이 급부상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조사와 관련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김한길 체제’가 과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쯤 되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지치기 마련이다. 민주당은 진통 끝에 어렵게 국정조사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연일 ‘개점휴업’으로 진도를 못 나가 국민의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이 가운데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악마의 합의’라고 비난해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국정원 진상규명 뒷전
여름휴가 챙기기 급급

가까스로 시작한 국정조사는 원래 45일을 기간으로 했다. 진상을 규명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진행 초반 민주당 진선미, 김현 의원 2명이 물러나느냐를 놓고 갈등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국정조사가 겨우 정상화돼나 했더니, 갑자기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름휴가를 가겠다고 나섰다. 국정조사가 1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받고 이틀간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 것.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일정에 합의하면서 1주일간 여름휴가를 보낸 뒤 활동을 재개키로 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특위가 이미 일부 의원의 제척 문제와 국정원 보고 비공개 여부로 파행을 겪고도 얼마 남지 않은 국조 기간마저 여름휴가로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양보’에
“민주당 제정신?”

여야는 지난달 28일 국조특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내달 5일 국정원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특위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합의 뒤 기자들에게 “지금이 하한정국이고 다른 의원들은 다 쉬는데 특위 위원들만 일하고 있다”며 “7월 말은 너무 더우니 8월5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기한이 8월15일까지임을 감안하면 특위 활동기간은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서 “국기문란 범죄 진상조사보다 여름휴가가 먼저라? 국정조사가 심심풀이 땅콩인가? 한심한 위원들!”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허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와 인터넷상에는 “국정조사냐 국정휴가냐” “휴가만큼 국정조사를 일주일 연장해야 한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야권 지지층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이제 민주당을 버려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친야 언론인은 ‘민주당 제정신인가’라고까지 했다.

이에 국정원 국조특위 소속인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정원 국조와 관련해 “악마의 합의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민주당 내분으로 번지는 듯했다.

신 의원은 이날 매체를 통해 ▲국정조사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것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하지 않는다고 한 것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조사 위해 진선미?김현 의원 배제, 여당 의원 여름휴가까지
공개 여부 추후 협의, 증인 선정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 않기로 

신 의원은 국정조사는 원칙적으로 공개인 점을 들어 국정조사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신 의원은 증인 선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더욱 거세게 비난했다. 신 의원은 “더 나쁜 악마는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 발설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것으로 이것(증인 선정)을 발설할 경우에는 여야 합의를 깨는 게 돼 우리가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의원은 또 국정조사 기간에 휴가를 보내기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날을 세웠다. 신 의원은 “(국정원 기관보고를) 8월5일로 합의했는데 이번 주를 거의 쉰다는 것으로, 이는 휴가를 간다는 뜻이다. 특히 여당 간사(권성동)가 휴가를 간다는 이야기는 어제 결정된 게 아니라 국정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7월 마지막 주는 쉬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에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결국 이렇게 (새누리당이) 끌고 가니 무슨 타임테이블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갈 정도”라며 “대단히 불만족스럽고,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아주 만족스럽지 못한 국정원 기관보고가 됐다”고 쏘아붙였다.

신 의원은 이어 “악마의 합의와 처음부터 기본전제가 다른 두 집단 간 국정조사이기 때문에 국정조사의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증인 선정에서 도저히 만족스럽지 못하고, 청문회가 하나마나라고 판단이 되면 더 이상 국정조사를 해야 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조사 실익 없어”
“악마의 비겁함”

신 의원의 발언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끈하며 ‘악마의 비겁함’이라는 말로 맞섰다. 정 의원은 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있던 날 자신의 트위터에 “국조특위 사전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마치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하는 것은 악마의 비겁함인가? 함께 결정한 것에 대해 공동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민주당 국조특위는 그래도 (국정조사를) 안 깨고 가는 것이 맞고, 지상파3사 등 전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1시간만이라도 공개발언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특위 민주당 간사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지난달 28일에 8월5일 국정원 기관보고, 7~8일 증인?참고인 청문회, 12일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의 일정을 합의했다. 5일 기관보고는 국정원장 인사말, 여야 위원 기조발언은 공개하되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양보에 양보 거듭한 민주당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 장외로
긴급 의총 때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의원 강력 대응 주문

또한 최현락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수사 경찰관 15명, 당시 이종명 국정원 3차장, 민병주 국정원 심리정보 국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증인 채택을 합의했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국정원 기관보고 및 질의의 비공개. 여당 의원 휴가 일정에 따른 국정조사 일정 순연 등을 놓고 “너무 많이 내줬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파행·중단을 막기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이해해 달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신 의원이 지도부에 직격타를 날린 것.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긴급 의총을 개최했다. 8월 7~8일로 결정된 청문회를 열기 위해서는 1주일 전인 이날까지 증인?참고인에게 출석을 통보해야 하는데 여야가 이에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쟁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새누리당의 MB와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그리고 민주당의 김현·진선미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에 대한 증인출석 요구 여부다.


민주당은 증인 출석 없는 국정원 국조는 무의미하다며 장외투쟁을 포함한 중대결심까지 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천막당사’
새누리당 ‘자폭’ 비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긴급 의원 총회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강력히 주장한 의원은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의원 등으로 이들은 새누리당과의 ‘대화’를 고수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강한 압박을 넣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 자리에서도 악마의 합의를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 1일 장외투쟁을 선언한 민주당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여당은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고 ‘자폭’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트라우마’로 불리는 촛불집회에 합류하게 됐다. 보수언론에 의해 ‘민주당 강경파’라 불리는 신 의원의 악마의 합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결국 ‘강경모드’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지켜보는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또 다시 새누리당의 ‘여론전’에 무릎을 꿇을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에는 ‘야당 본연의 모습’을 보일지 오랫동안 기다린 국민의 기대가 몹시 커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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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