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언론계 '전두환 숨은 재산' 찾기 운동 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23 10: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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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비자금? 꼬리가 길어도 너~무 길어

[일요시사=정치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이 씨가 마르게 생겼다. 언론과 정계가 '국민의 자발적 동참'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불법 재산을 환원·환수하라'며 전 전 대통령과 검찰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두고 찾는 자와 숨기는 자의 치열한 추격전이 전국에서 벌어질 태세다. 



<한겨레>는 지난 5월20일 독자 그리고 시민과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을 찾는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대중'(crowd)과 '외부자원활용'(outsourc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나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참여자 기여로 혁신을 달성하면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다시 말해 모든 시민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는 제보자이자 수사관인 셈이다. 

움직이는 지성단체

얼마 전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든 150여 명의 한국인과 함께 기업, 한국 주소를 기재한 외국인 관련 정보를 제공한 <뉴스타파>도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해 관련 지식과 정보를 모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전환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측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크라우드 소싱 프로젝트가 보다 질 높고 파괴력 있는 저널리즘을 실현하고,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차례로 밝혔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를 비롯해 추가로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의 일부가 장남을 통해 해외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알렸다.

언론사가 홀로 취재하기 어려운 사안을 독자와 함께 추적, 취재, 분석, 보도하는 집단협업방식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한겨레>의 움직임도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겨레>는 기사 말미에 '전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 1672억 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추징시효가 2020년으로 늘어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닉재산을 더욱 찾기 어려워집니다'라며 시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한겨레>는 홈페이지에 '전두환 사전 1.0'이라는 원자료를 공개했다. 엑셀파일로 된 이 사전에는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및 관리조력자 명단, 친인척 명단, 일가 재산목록, 골프장 리스트 등 총 네 종류의 정보가 들어있다. 이것은 누구나 마음껏 내려받을 수 있으며 독자들이 이를 검토하고 제보하며 제안할 수 있게 돼 있다.

<한겨레>는 이를 근거로 취재하고, 일정 기간 뒤 업데이트된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 1.2'를 공개할 예정이다. '독자참여-업데이트'의 지속적 작업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징 시효가 만료되는 올 10월까지 계속된다.

크라우드 소싱이 시작된 첫날 독자들의 제보와 격려가 잇따랐다. <한겨레>는 전자우편, 트위터, 페이스북 등 20여명의 시민으로부터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


그중에서 골프장 관련 제보가 가장 많았다.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는 전 전 대통령이 고급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데 대해 시민이 가장 의아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타파> <한겨레> '크라우드 소싱' 활용해 취재 범위 넓혀
기업인 제보로 전두환 금호아시아나 '특혜 골프' 사실 드러나

여러 건의 제보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이 금호아시아나 계열 골프장에서 이른바 특혜골프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인의 제보 중 하나로 좋은 결과물로 손꼽힌다.

차명재산 의혹 제보도 있었다. 특히 전 전 대통령 직계가족이 소유·경영하는 농장, 토지, 기업 등에 관한 것이었다.

<한겨레>는 이후 재국씨가 출판업계 독보적 1위인 시공사 대표이며 약 500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차남 재용씨 또한 부동산투자회사 대표이자 약 300억대에 이르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또한 퇴임 직후 전 전 대통령의 처남과 전 사돈, 그리고 재용씨가 서울 강남의 땅을 매입해 주유소 사업을 벌인 것 등이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이 같은 국민협업방식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찾기 움직임은 민주당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13일 민주당은 '전두환 불법재산 환수 특별위원회'(이하 환수특위)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 전 대통령 불법자금 환수 및 탈루·탈세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국민협업세무조사' 프로젝트 등이 논의됐다.

이후 환수특위는 '전두환 불법자금을 찾습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민에게 추징금 환수를 위한 홍보물을 배포하는 한편, 29만원 밖에 없다는 전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동전 모금 퍼포먼스 '29만원 이하로 받습니다'를 진행했다.

환수특위는 다음 카페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민협업조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환수특위는 "검찰은 전두환씨 불법재산 환수 문제에 대해 '신발 한 짝이라도 찾겠다'는 '소박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이 직접 나서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시민의 생활 가까운 곳에 전두환 불법재산의 흔적을 찾아 모은다면, 16년간 '직무유기'를 해온 정부 당국이 해내지 못한 새로운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자료를 통해 밝혔다.

프로젝트 언제든 '재가동'

민주당 환수특위의 위원장을 밭고 있는 최재성 의원 측은 프로젝트 성과에 대해 "현재는 스톱상태이고 성과부분은 미약하다. 의원실로 비공식으로 들어오는 게 많다"면서 "'환수의 신'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전두환 추징법 통과를 촉구하고 검찰 수사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환수의 신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기 위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민의 제보가 검찰 수사에 얼마나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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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