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 풀가동 전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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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매우 쳐라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위기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12월에 휘몰아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여파에도 불구하고 그간 박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선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을 '성동격서의 달인'이라고 평가했다. 



성동격서(聲東擊西)란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라는 뜻의 한자성어다. 이는 병법(兵法)의 한 가지로, 한쪽을 공격할 것처럼 속여서 방비가 허술한 틈을 타 다른 쪽으로 쳐들어가 적을 무찌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정국의 핵 원세훈
개인비리로 묶어두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자칫 박근혜정부에 대한 '정통성 시비'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NLL·4대강 논란 등에 불을 지펴 야당의 공세를 원천 차단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이나 국정원법 위반이 아닌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는 일단 물 건너간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0일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원 전 원장을 전격 구속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부터 황보건설의 황보연 대표로부터 5000만원어치의 선물과 현금 1억6000만원을 받아 챙기고 공사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그냥 생일선물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원 전 원장은 "억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그냥 생일선물"이라고 답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게 바로 뇌물이에요" "진짜 뇌물을 얼마를 줘야 하는 거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사건 자칫 박근혜정부 '정통성 시비' 비화 가능성 커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시국선언 확산, 박근혜 책임론 일어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을 개인비리로 구속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개인비리 혐의에 덮여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진보정의당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국기문란 행위의 진상과 책임이 혹 원 전 원장 개인비리에 덮이는 일 따윈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한 누리꾼 역시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먼저 구속했어야 했다. 뇌물 및 금품 수수는 한낱 여죄일 뿐이다. 개인비리로 물 타기 하지 마라"라는 의견을 남겼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정원에 대한 민심은 점점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국정원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마저 새누리당의 배수진으로 표류하자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민심이 곳곳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집회에선 일주일 새 2배로 늘어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이후 최대 인원이 몰렸다.

NLL카드 실패
'물 타기용' 비난

집회를 주최한 '국정원 대응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참가자를 2만3000여 명(경찰 추산 6500명)으로 추산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지난달 21일 처음 열렸으며, 초기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평일 150~200명, 주말에는 1000여 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물타기와 버티기 역공이 계속되면서 국민 반발이 증폭, 지난 8일 집회 때부터는 1만여 명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라 서울대 등 이미 전국 30여 개 대학교수들이 참여했고, 분위기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교수들의 이 같은 규모의 시국선언은 극히 이례적이다.

청소년도 들고일어났다. 전국 464개교 중·고등학생 817명이 지난 17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 이들은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청소년 6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의 NLL대화록 공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5.3%가 '국민의 촛불, 시국선언의 확산을 막기 위한 물타기용'이라고 답했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33.2%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촉구'라고 답했다. 이어 '국정조사'(24%), '철저한 진상규명'(20.4%), '원세훈·김용판 구속'(13.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적으로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 의혹과 박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박 대통령은 이에 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정지지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성동격서’ 전략이 현 정국의 위기를 제대로 관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4대강 감사에
친이계 반발 극심

첫 번째 '물타기용'으로 꼽히는 NLL대화록 공개는 '역풍'을 맞아 실패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성급한 자충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 전 원장에 대한 언론 보도는 대폭 줄었다. 물타기라는 비난에도 여야의 NLL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에 국정조사가 미뤄져 새누리당으로선 충분히 시간을 번 셈이다.

NLL 정국이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갈 즈음, 박 대통령은 '4대강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새누리당이 야권과 사활을 건 대치전선에서 4대강 사업은 국정원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부딪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야권의 '대선불복' 조짐을 진화하고 박근혜 정부의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의 산은 반드시 넘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4대강 사업' 정리 '이명박근혜' 고리 끊는 첫 단계로 인식돼
국정원 국정조사 앞두고 검찰 전두환 일가 본격적 압수수색

국민들은 그동안 4대강 사업 정리는 '이명박근혜'라는 고리를 끊는 것으로 인식해왔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이명박정부의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아 박근혜정부의 앞길을 순탄하게 다지는 첩경 역할에 해당하는 사안이지만 이보다는 현정권 앞에 가로놓인 '국정원' 산을 넘기 위한 정치적 징검다리의 성격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웬만해서는 실명보도를 삼가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감사원이 4대강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내 이름을 써도 좋다"면서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첫 포문을 연 것도 그렇다.

친이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4대강을 ‘정치제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마저도 감사원의 4대강 결과에 대해 비판했다. 4대강 사업 정리로 인해 당내 친이와 친박 갈등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
"난센스"라 해놓고…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에 대해 여당 내 잡음이 일자 이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기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지난달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가 불거질 당시 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반론을 제기하는 등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에서 해결을 못 하고, 이제야 새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새정부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앞두고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태도에 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는 것.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찾기가 '박 전 대통령의 성동격서 전략'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다.

진통 끝에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이 검찰의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는 단초가 됐다는 해석도 있지만 검찰 수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새누리당 정문헌·이철우 의원과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 배제를 놓고 벌어진 논란 때문에 개점휴업상태였다.

이들 의원들이 모두 특위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15일 만에 본격적으로 특위가 열렸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 모든 이목이 쏠려 특위 진행 과정과 성과가 얼마나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이은 박 대통령의 다음 성동격서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하는 눈부신 탈출능력으로 위기의 달인이라 평가받는 박 대통령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동욱 검찰총장 VS 전두환 '다시 이어진 악연'  

"무력 점거, 군사 반란 아니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채 총장은 취임 이후 전 전 대통령 등 고액 벌금 추징금 미납 집행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추징금 환수 특별팀 구성을 지시했다.

채 총장은 지난 95년 5·18특별법 제정으로 구성된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해 전 전 대통령의 공소유지를 맡은 전력이 있는데 이번 검찰수사와 맞물려 두 사람의 인연이 회자되고 있다.

채 총장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인 전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위해 집중 추궁했다. 채 총장은 1996년 3월11일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12·12군사반란이) 육군 정식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출동한 것은 불법이지요?"라고 물었다.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식 계통입니까?"라고 반문했고 채 총장은 "국방부, 육본 등 정식 지휘계통의 지휘에 따라야 할 군부대로 하여금 대통령의 사전 승인조차 없이 무력으로 국방부와 육본을 점거하도록 한 것은 결국 군사반란이 아닌가요"라고 불법성을 강조했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그때 상황으로는 그 방법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채 총장은 특히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할 때 논고문 초안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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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