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 풀가동 전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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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매우 쳐라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위기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12월에 휘몰아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여파에도 불구하고 그간 박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선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을 '성동격서의 달인'이라고 평가했다. 



성동격서(聲東擊西)란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라는 뜻의 한자성어다. 이는 병법(兵法)의 한 가지로, 한쪽을 공격할 것처럼 속여서 방비가 허술한 틈을 타 다른 쪽으로 쳐들어가 적을 무찌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정국의 핵 원세훈
개인비리로 묶어두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자칫 박근혜정부에 대한 '정통성 시비'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NLL·4대강 논란 등에 불을 지펴 야당의 공세를 원천 차단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이나 국정원법 위반이 아닌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는 일단 물 건너간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0일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원 전 원장을 전격 구속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부터 황보건설의 황보연 대표로부터 5000만원어치의 선물과 현금 1억6000만원을 받아 챙기고 공사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그냥 생일선물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원 전 원장은 "억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그냥 생일선물"이라고 답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게 바로 뇌물이에요" "진짜 뇌물을 얼마를 줘야 하는 거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사건 자칫 박근혜정부 '정통성 시비' 비화 가능성 커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시국선언 확산, 박근혜 책임론 일어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을 개인비리로 구속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개인비리 혐의에 덮여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진보정의당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국기문란 행위의 진상과 책임이 혹 원 전 원장 개인비리에 덮이는 일 따윈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한 누리꾼 역시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먼저 구속했어야 했다. 뇌물 및 금품 수수는 한낱 여죄일 뿐이다. 개인비리로 물 타기 하지 마라"라는 의견을 남겼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정원에 대한 민심은 점점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국정원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마저 새누리당의 배수진으로 표류하자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민심이 곳곳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집회에선 일주일 새 2배로 늘어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이후 최대 인원이 몰렸다.

NLL카드 실패
'물 타기용' 비난

집회를 주최한 '국정원 대응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참가자를 2만3000여 명(경찰 추산 6500명)으로 추산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지난달 21일 처음 열렸으며, 초기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평일 150~200명, 주말에는 1000여 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물타기와 버티기 역공이 계속되면서 국민 반발이 증폭, 지난 8일 집회 때부터는 1만여 명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라 서울대 등 이미 전국 30여 개 대학교수들이 참여했고, 분위기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교수들의 이 같은 규모의 시국선언은 극히 이례적이다.


청소년도 들고일어났다. 전국 464개교 중·고등학생 817명이 지난 17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 이들은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청소년 6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의 NLL대화록 공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5.3%가 '국민의 촛불, 시국선언의 확산을 막기 위한 물타기용'이라고 답했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33.2%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촉구'라고 답했다. 이어 '국정조사'(24%), '철저한 진상규명'(20.4%), '원세훈·김용판 구속'(13.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적으로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 의혹과 박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박 대통령은 이에 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정지지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성동격서’ 전략이 현 정국의 위기를 제대로 관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4대강 감사에
친이계 반발 극심

첫 번째 '물타기용'으로 꼽히는 NLL대화록 공개는 '역풍'을 맞아 실패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성급한 자충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 전 원장에 대한 언론 보도는 대폭 줄었다. 물타기라는 비난에도 여야의 NLL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에 국정조사가 미뤄져 새누리당으로선 충분히 시간을 번 셈이다.

NLL 정국이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갈 즈음, 박 대통령은 '4대강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새누리당이 야권과 사활을 건 대치전선에서 4대강 사업은 국정원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부딪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야권의 '대선불복' 조짐을 진화하고 박근혜 정부의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의 산은 반드시 넘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4대강 사업' 정리 '이명박근혜' 고리 끊는 첫 단계로 인식돼
국정원 국정조사 앞두고 검찰 전두환 일가 본격적 압수수색

국민들은 그동안 4대강 사업 정리는 '이명박근혜'라는 고리를 끊는 것으로 인식해왔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이명박정부의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아 박근혜정부의 앞길을 순탄하게 다지는 첩경 역할에 해당하는 사안이지만 이보다는 현정권 앞에 가로놓인 '국정원' 산을 넘기 위한 정치적 징검다리의 성격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웬만해서는 실명보도를 삼가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감사원이 4대강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내 이름을 써도 좋다"면서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첫 포문을 연 것도 그렇다.

친이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4대강을 ‘정치제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마저도 감사원의 4대강 결과에 대해 비판했다. 4대강 사업 정리로 인해 당내 친이와 친박 갈등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
"난센스"라 해놓고…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에 대해 여당 내 잡음이 일자 이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기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지난달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가 불거질 당시 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반론을 제기하는 등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에서 해결을 못 하고, 이제야 새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새정부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앞두고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태도에 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는 것.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찾기가 '박 전 대통령의 성동격서 전략'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다.

진통 끝에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이 검찰의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는 단초가 됐다는 해석도 있지만 검찰 수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새누리당 정문헌·이철우 의원과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 배제를 놓고 벌어진 논란 때문에 개점휴업상태였다.

이들 의원들이 모두 특위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15일 만에 본격적으로 특위가 열렸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 모든 이목이 쏠려 특위 진행 과정과 성과가 얼마나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이은 박 대통령의 다음 성동격서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하는 눈부신 탈출능력으로 위기의 달인이라 평가받는 박 대통령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동욱 검찰총장 VS 전두환 '다시 이어진 악연'  

"무력 점거, 군사 반란 아니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채 총장은 취임 이후 전 전 대통령 등 고액 벌금 추징금 미납 집행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추징금 환수 특별팀 구성을 지시했다.

채 총장은 지난 95년 5·18특별법 제정으로 구성된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해 전 전 대통령의 공소유지를 맡은 전력이 있는데 이번 검찰수사와 맞물려 두 사람의 인연이 회자되고 있다.

채 총장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인 전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위해 집중 추궁했다. 채 총장은 1996년 3월11일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12·12군사반란이) 육군 정식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출동한 것은 불법이지요?"라고 물었다.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식 계통입니까?"라고 반문했고 채 총장은 "국방부, 육본 등 정식 지휘계통의 지휘에 따라야 할 군부대로 하여금 대통령의 사전 승인조차 없이 무력으로 국방부와 육본을 점거하도록 한 것은 결국 군사반란이 아닌가요"라고 불법성을 강조했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그때 상황으로는 그 방법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채 총장은 특히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할 때 논고문 초안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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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