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 성추행 피해자의 절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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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쩍’ 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일요시사=사회팀] 직장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신분이 불안한 위치에 있는 계약직이나 인턴 여사원들에게 자행되는 상사의 성폭력은 더욱 빈번하다. 공공기관이라고 다를 바 없다. 구청에서 일하던 한 여성은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1년이 넘도록 ‘외로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 모 구청에서 2011년 9월부터 계약직 주차단속원으로 일해 온 양모씨는 지난 2012년 5월 같이 일하던 선임 단속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지옥과 같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양씨는 지난 2일 기자와 만나 “구청에서 일하던 1년6개월은 악몽과도 같았다”며 “아무리 계약직이 파리 목숨이라지만 부당한 일을 당하고, 직장도 잃고, 이제는 무고죄로 오히려 내가 가해자가 되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하루하루가 악몽

양씨가 주차단속요원으로 일하게 된 것은 홀로 세 아이를 키우기 위한 생계 때문이었다. 5년간 구청 내에서 허드렛일을 성실이 하던 양씨를 좋게 본 상관을 통해서였다.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나마 일을 하게 됐다는 기대감도 잠시. 소위말해 돈 있고 백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주차단속원들 사이에서 양씨는 미운오리나 다름없었다.

양씨는 “대부분의 동료들이 하는 말이 ‘너는 무슨 빽으로 들어왔냐?’였다”며 “이후에 내가 돈도 없고, 연줄도 없고, 혼자 산다는 것을 알고 주변사람들이 함부로 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엔 주차단속요원의 업무 체계가 놓여 있었다. 대부분의 주차단속원들은 면허증 하나만 소지하고 있을 뿐, 단속을 위한 모든 제반사항 들은 선배에 의해 노하우를 전수 받는 식이라는 것이다.


양씨는 “대부분의 업무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며 “선임들 마음에 안 들면 윗선에 ‘쟤랑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말하면 그만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급기야 양씨는 선임 A씨와 업무를 나갔다가 주정차 단속차량 안에서 추행을 당하고 만다. 이날 A씨는 “일을 안 해도 된다. 근처 공원에 데이트나 가자”고 양씨에게 제안했고, 이를 거절하자 “구청장이 너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표창이나 주냐”며 비아냥거렸다.

이에 화가난 양씨가 “녹음기를 켤 테니 다시 한 번 말해보라”며 휴대폰 동영상을 켰고, 말다툼이 길어지면서 A씨는 양씨의 양쪽가슴을 스치면서 움켜쥐었다. 이 과정이 담긴 음성파일은 양씨의 휴대폰에 저장됐다. 

그러나 양씨는 10일 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A씨가 함께 단속을 나간 차량 안에서 콜센터 직원에 업무지시를 받고 있는 양씨의 가슴을 두 번 치고, 양씨가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소리 지르자 왼쪽 허벅지와 어깨를 오른손으로 툭툭 치며 강제 추행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를 당했고, 양씨는 검찰이 강제추행 혐의로 A씨를 기소한 시점에 구청 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에게 성추행당한 것을 동료와 상담하는 중에 A씨가 되레 명예훼손을 했다며 양씨를 고소한 것이다.

양씨는 “되레 역고소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3회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는 더더욱 비통함을 감출수가 없다”며 “성추행 사건을 덮기 위한 A씨의 거짓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씨가 명예훼손으로 양씨를 고소하면서 측근들과 증거를 조작하고, 양씨에게 불리한 조건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게 양씨의 주장이다. 양씨는 심지어 과거에 함께 일하던 동료로부터 A씨 일행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상사로부터 성추행 당한후 명예훼손 피소
사진 조작·위증·공문서 위조 의혹 제기

양씨가 제기하는 의혹은 3가지이다. 사진조작, 위증, 구청의 공문서 위조 등이다. 먼저 A씨는 성추행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법원에 사진 자료를 제출했다. 성추행이 있던 날, 비슷한 시간대에 자신이 언주로 길 앞에 정차된 차량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양씨의 휴대폰에 녹음된 성추행이 일어난 시간은 오전 9시31분 경이며, A씨가 제출한 사진에 찍힌 시간은 오전 9시 23분이다.

양씨는 “본래 주차 단속 요원들은 자신들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날짜와 시간을 필요에 따라 바꾸기도 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조작할 수 없는 데이터에는 그 시간(9시25분∼9시33분)에 A씨와 나는 ○○로 길이 아닌 △△로 길 앞에서 불법 차량을 단속했다고 나와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공단 직원이자 A씨의 측근이었던 한 동료의 위증이다. 양씨는 “A씨의 측근이 재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평소 자신이 나와 같은 팀이 돼 일하기를 싫어했고 건의함에도 그런 불만들을 토로했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며 “성추행이 있던 날 나와 같은 팀을 안 하기 위해 A씨에게 부탁해 A씨가 대신 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추행이 있었던 5월을 기점으로 3개월간 단속요원들의 근무편성 배치를 보면, A씨와 그의 측근과는 한 팀이 될 일이 없었다. 당시 업무배치 규칙은 ▲숙직조로 인해 세칸씩 움직인다 ▲두 번째는 1조가 선임인데 선임은 아래로 세칸 이동한다. 2조가 후임인데 2조는 위로 세칸을 움직인다 ▲단, 여자는 숙직조에 포함되지 않는다 등이었다.

양씨는 “증언을 한 사람이 A씨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선서 후 거짓 위증을 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나를 평소에도 문제가 있었던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구청 측 역시 법원에서 보낸 사실 확인서에 이 같은 거짓말들을 기재하는 등 사실상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이어 “1년이 넘도록 악몽과도 같은 내 상황을 지켜본 주변의 친구들은 마치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한다”며 “성추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무고죄로 가해자가 되게 생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구청은 나몰라라

이에 대해 해당 구청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이라 구청 측 입장이 따로 없다”면서도 구청이 법원에 제출한 사실 확인서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요구한 자료를 주차관리팀으로부터 넘겨받아 제출한 것 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확인서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두 사람 모두 현재 구청에 근무하고 있지 않아 더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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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