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옐로하우스’ 변천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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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서 쇼윈도로…이제 밀실로 ‘쏘옥∼’

[일요시사=사회1팀] 한국은 성매매 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매매가 활발하게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한국 매춘이 본격적으로 불타오른 시기는 언제일까. 윤락가 쇼윈도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봤다.



우리나라의 매춘이 오늘날처럼 구조화된 결정적 단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투와 해방 후 미국 군정의 영향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일본은 통감부 설치와 동시에 조선인 매음부의 공창화를 추진했다. 조선여성에게 있어서 피지배민족으로서의 인권 유린과 함께 성의 유린이라는 이중적 착취를 요구하는 구체적인 장치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해방직후 미군은 일본식 공창문화를 단절시켰고 동시에 새로운 매춘문화를 이식시켰다. 한반도에 진주한 미 군정은 1946년 ‘부녀자의 매매 또는 그 매매계약의 금지’를 발포했다. 이후 입법의원이 제정하고 군정장관이 인준한 형식을 취해 ‘공창제도 등 폐지령’이 공포된다.

아픈 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매매춘

미 군정과 한국의 과도입법 당국은 공창을 폐지한다는 조치를 내리고 공포·시행된 지 1개월 뒤인 48년에 미 군정장관 윌리암은 행정명령을 발포해 공창제도의 불법화를 공식적으로 재천명했다. 이로써 ‘제도 공창’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사창의 시대’가 열렸다. 미군은 일본이 남긴 매춘문화의 빈자리를 ‘기지촌’으로 채웠다.
이러한 미국의 기지촌 문화는 과거 일본의 공창문화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한반도 전역에 있는 미군부대를 기준으로 ‘광역 기지촌화’가 시작됐다. 특히 전방 기지촌으로 경기도 파주의 일명 ‘용주골’, 동두천, 영북면 운천리, 의정부를 거처 서울 용산의 미8군 본부, 이태원일대까지 윤락촌이 퍼졌다. 일제가 남기고 간 매춘문화는 결국 해방 이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빈곤을 타파하고 생존수단을 강구해 나가려는 한국 여성들의 좋은 밥벌이가 됐다.

그렇다면 이른바 ‘양공주(주한 미군을 상대)’의 수는 얼마나 될까. 기지촌의 경기가 가장 활발했던 60년대 중반에는 대략 3만명의 양공주가 있었고 80년대 초에 이르러 2만명 선으로 감소한 후 90년대 초에는 다시 급반등했다. 잠재적 매춘행위까지를 포괄할 때 그 추계마저 불가능한 실정이다.

61년 사회악 일소의 일환으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공포되었으나 성매매 형태와 접근방법은 더욱 다양하게 발전했다. 이후 근대화의 바람은 매춘까지 그 주역으로 만들었다. 이는 70∼80년대를 거쳐 더욱 노골화된다. 권력은 매춘을 비호하고 국가가 매매춘 현상을 묵인하며 계속 이어졌다. 또한 대량의 이농인구가 발생하면서 도시로 유입된 이들의 노동력 수요량이 초과해 유휴노동력이 대규모 실업자군과 도시빈민층을 형성시켰다. 결국 경제 구조의 취약성에 의해 빈곤층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매춘으로 유입돼 청량리 588, 역 주변, 기지촌 등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며 포주와 관계를 맺어 매춘행위를 했다. 전통적 매춘에 속하는 이들은 흔히 ‘창녀’로 불리는데 대부분이 하층계급에 속하며 절대적 빈곤으로 인해 매춘의 길로 빠진 경우다.

한국전쟁 전후 기지촌 사창가 활성화
70∼80년 권력비호 아래 매춘 노골화


그러나 근대화 후기에 이르러 성매매 형태 자체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로 절대적 빈곤 때문에 성을 팔았던 ‘전통적 매춘’이 퇴조하는 반면, 상대적 빈곤 또는 쉽게 돈을 벌기위해 혹은 쾌락을 얻기 위해 매춘의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이 증가했다.

흥미로운 건 한국매춘이 70년대에 ‘국가묵인상태’로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당시 대일무역의 역조현상과 외채상환 압박은 매년 무역수지 적자폭을 늘리는 직, 간접적인 요인이 됐다. 이에 정부는 무역적자폭을 해소시키기 위해 관광산업을 개발한다. 관광산업은 단기간에 보다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고, 기생관광은 자금의 회전과 비축이 가장 손쉬운 사업으로 파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광정책은 유신 직후 관광진흥정책에 입각해 관광진흥법에 근거를 두었던 국제 관광협회에 ‘요정과’를 설치했다. 이 ‘요정과’는 사실상의 매춘허가증과 다름없는 ‘접객원 증명서’를 발부하고 교양교육을 실시하면서 전국 관광기생들의 행정적 존재 근거를 합법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윤락가의 변신

이후 ‘섹스’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전통 매춘’과 달리 술집, 안마시술소, 여관, 다방, 등과 같이 다른 서비스상품이 함께 성장하게 된다. 장소 또한 고정적인 장소에서 심야고속도로주변, 등산로, 심야해변가, 역 주변 등 일상적인 생활공간과의 구별이 어려운 정도가 돼 버렸다. 향락업소의 숫자는 정부에도 통계가 없다. 그러나 추정해 볼 수 있는 항복이 있다. 이른바 ‘특수업태부’라는 직종이다. 쉽게 말해 집단 사창가이다. 또한 ‘성병 정지 검진 대상자’이다. 그리고 기업의 접대비 항목이 있다. 이는 향락산업을 키우는 주요한 젖줄이다. 우리 눈에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매매춘의 규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80년대 보건사회 연감에 따르면 당시 다방은 총 3만 군데였다. 다방에서 매춘이 이루어진 것이다. 90년대에는 가임 여성 13명 중 1명이 매춘을 했다. 대중음식점, 유흥 음식점, 다방, 숙박업소, 목욕업, 이용업, 안마시술소, 관광 요정, 사창 지역 순으로 분류됐다.

매춘여성의 ‘주변적 존재’는 포주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직 인신매매업자나 폭력조직 출신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매춘여성들이 생존해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마련해준다. 기둥서방은 2, 30대 주먹패로 주로 손님 사이에 마찰이 발생할 시 보호하거나 돈을 받아주는 일을 한다. 대신 그 대가로 돈을 뜯어낸다. 기둥서방이 포주에게 예속된다는 사실은 곧 매춘여성이 이중으로 착취당한다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들어,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는 여전히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2001년 출범한 여성부는 성매매 문제를 주요 업무로 다루었고, 성매매업소 화재사건을 반영한 범정부 차원의 ‘성매매종합방지대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국가개입을 천명했다. 또 한국 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한 여성단체들도 법안 마련에 노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당시 조배숙 의원실을 통해 ‘성매매알선 등 범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법은 급진적 여성주의의 색체가 진한 스웨덴의 ‘성적 서비스 구매금지에 관한 법’을 그 입법례로 한 것이다. 이는 성매매 여성이 남성적 권력구조와 폭력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성 판매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는 반면, 성매매 알선 또는 구매자는 강력히 처벌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강한 사회적 저항을 우려해 후에 쌍벌처벌주의로 조정되고, 여러 차례의 논의과정을 거쳐 2002년 국회의원 74인이 동법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법률안 발의 후 국회 의안과에서는 법률 내용이 처벌내용이 반을 넘기 때문에 이 경우 여성위원회가 아닌 법제사법위원회가 다루어야 한다는 이견이 있어 회부할 상임위를 정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성매매 대책 마련을 위해 2003년 국무총리 산하에 성매매방지기획단이 마련되는 등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었고, 조배숙 의원 등 국회의원 86인은 기존 법률안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일명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성매매방지법)으로 분리 발의하여, 2004년에 성매매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2000년대 들어 성매매 근절 움직임
사라지는 업소들…신종업소로 부활

그러나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성매매는 더욱 음성적이고 변종적이며 퇴폐적으로 변화·발전됐다. 그 예로 유사 성매매 업소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안마방, 키스방, 섹시바 등 다양한 변종 성매매 업소가 등장했고 현재도 활발히 영업 중이다. 밤 길거리에는 업소 전단지로 도배되어 있어 흔히 목격할 수 있고, 실제 이를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IT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성매매가 이루어지게 됐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수많은 인터넷 카페,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례도 이젠 흔하다. 자신의 이메일을 확인 할 때마다 스펨메일함에 수십통씩 쌓여있는 성매매 홍보글을 접할 수 있고, 호기심으로 그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요즘에는 ‘성관계 표준 계약서’까지 인터넷에 돌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로 책임지지 않고 ‘원나잇’을 깔끔하게 즐기자는 취지인데 성문화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정부가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성매매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살고 있고, 이는 성매매가 일반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톱니바퀴에 의해 자연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으로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그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유사 성매매 업소가 등장해 활발히 영업중이며, 인터넷을 통해 은밀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매매춘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더욱 더 은밀하게, 자극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본격적인 란제리 룸살롱이 ‘득세’를 하기 전까지 유흥가는 ‘북창동식 룸살롱’과 ‘풀살롱’이 대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창동식 하드코어룸은 광복 이후 강남 룸살롱 업계에 나타난 콘셉트 중에서는 가장 ‘파괴적이고 격렬한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하는 ‘인사’란 말로 포장된 이른바 ‘신고식’이며 마지막 ‘전투’로 통칭되는 유사성행위까지, 기존에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였고, 남성들은 이러한 하드코어적인 쇼킹함에 한동안 엄청난 열광을 해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향은 2000년 이후 10여 년 이상 유지돼왔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술자리 뒤엔 으레 성관계를 해야만 제대로 된 접대 혹은 술자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일부 룸살롱 마니아들은 북창동식에선 ‘2차’가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업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손님들의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매출을 극대화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아쉬워했다.

그래서 새롭게 생겨난 것이 바로 ‘풀살롱’이라는 것이었다. ‘풀코스+룸살롱’이라는 조어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곳은 가볍게 한잔을 하는 것이 곧 ‘2차 성매매’까지를 의미한다. 심지어 ‘구미식 룸살롱’이란 이름의 업소는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이 다 이뤄진다는 의미의 또다른 변종 룸살롱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풀살롱은 ‘막장’이라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술 마시는 시간은 몇 십 분에 불과하고 바로바로 성관계를 하러 모텔로 짝을 지어 내보냄으로써 결국 룸살롱이란 이름만 내걸었지 변종 성매매와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까지 한국 유흥사는 ‘보다 더 강하고 화끈한 서비스’ 쪽으로 진화해 왔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다시 소프트한 서비스로의 변신을 뜻하는 ‘란제리카페’ 혹은 드레스코드를 콘셉트로 삼는 ‘페티시 룸살롱’ 등의 등장과 확산은 신선한 충격이라는 것이 업소 관계자 및 유흥정보 사이트 운영자들의 시각이다. 유흥가에서는 보통 업종 변화를 10년 주기로 보는데 올해가 바로 ‘페티시 룸살롱’ 같은 신종 업종이 자리를 잡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춘은 몇몇 매춘녀들을 찾는 고객들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매춘은 개인적인 문제의 수준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매매춘은 존재한다. 다만, 그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 매매춘은 사회에 필요악이라는 시선도 많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2개국 성매매 정책 보니…

48개국 합법…24개국 불법


영어판 시사토론 사이트인 www.procon.org가 발표한 <세계 72개국의 성매매 정책>에 따르면, 성매매는 세계의 72개국 중에서 39개국(54.2%)에서 합법이고, 9개국(12.5%)에서는 제한적으로 합법이며, 24개국(33.3%)에서는 불법이다.

1984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 정부는 세계 최초로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이어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일본에서는 삽입 성교를 제외한 모든 성적인 행위를 매매할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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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