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히든카드 '박근혜 X파일' 실체 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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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과연 '박근혜 X파일'을 만들었을까? 국정원 대선개입사건과 4대강 사업 관련 금품비리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 X파일의 실존 여부가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에서 '박근혜 X파일을 폭로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시사>가 한동안 잠잠하던 박근혜 X파일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과 고가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정치권은 MB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MB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순간에 '이명박근혜'의 공조(?)가 또다시 이뤄지지 않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가능성은 반반으로 엿보인다. 작년 대선 전부터 각 대선후보 진영에서 떠돌았던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한폭탄급
원세훈 입

"원(세훈) 전 원장은 MB가 재산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원 전 원장을 터는 것은 결국 MB를 터는 것이다. 검찰 수사강도를 두고 MB 쪽에서 현 정권에 다시 '빅딜'을 제안하려 할 것이다."

최근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에서 MB와 박근혜 대통령의 빅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이미 작년 대선 당시 각 후보 진영에서 파다하게 나돌았던 '박근혜 X파일'을 일컫는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을 둘러싼 검찰 수사는 결국 박근혜 X파일의 폭로 여부, 또는 폭로 수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수사강도 두고 MB 쪽에서 현 정권에 '빅딜' 제안할 것"
"박근혜 불법사찰 위해 MB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움직였다"

실제로 얼마 전 여의도와 서초동 사이에서는 원 전 원장 측에서 "재직기간 동안 알게 된 '친박 X파일'을 공개하겠다"며 사실상 청와대를 정면 겨냥해 협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정치권에서 원 전 원장을 계속 궁지에 몰아넣으면 원 전 원장 측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의 수장으로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비리도 상당수 알고 있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새누리당이 원 전 원장의 불구속 기소를 종용하거나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NLL대화록 공개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따지고 보면 청와대와 모종의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들이 핵폭탄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닌 원 전 원장의 입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새누리당 핵심과 청와대 실세들이 원 전 원장 측과 모종의 빅딜을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
'사찰수첩' 전격공개

박근혜 X파일은 MB정권 시절 전국을 뜨겁게 강타했던 '민간인 사찰'과 맥을 같이 한다. MB정권의 민간인 사찰로 논란이 불거질 당시 민주당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침묵사찰 박근혜, 불법사찰에 동조한다"라고 비난의 날을 세운 바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0년 12월7일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던 때였다.


민주당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정권 차원의 사찰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2008년 당시 청와대 박영준 비서관 밑에 있던 이창화 행정관이 박(근혜)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의 동향을 기록한 이 전 행정관의 수첩사본을 공개하면서 "C&그룹의 임모 회장의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의 'D일식집'에서 식사한 게 사찰의 과녁이 됐다"며 "전남 영광 출신의 이성헌 의원이 (박 전 대표를) 그 집에 왜 모시고 갔는지, 임 회장과 회동을 했는지 등을 알아내려고 여주인과 종업원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MB정부 출범과 동시에 탄생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수첩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사찰수첩에 노조동향과 구성원의 성향, 쫓아내려는 공기업 임원직의 판공비, 업무추진비에 대한 관심, 휴대폰 도청 열람한 일, 세무조사, 누구를 밀어내기 위해서 누구를 압박해야 하는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의원은 이 같은 발언으로 국정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MB정권의 박 대통령에 대한 사찰 의혹이 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친박 핵심인 이성헌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논란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전신)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던 당시 박 대통령 역시 정권 차원의 뒷조사를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뭔가 있다?'
역효과 조심

정작 피해자인 박 대통령의 반응은 의외였다. 유력 대선후보가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당사자는 가만히 있고, 주변에 있는 이들이 강하게 나서라는 주문을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후 사찰의혹 논란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의 대변인격이었던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매체를 통해 "사찰 이야기는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다. 사찰을 했느냐 마느냐에 대해 더 알아보겠지만 루머로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에서 결정적인 사실을 내놓는다면 모를까, 우리는 사찰의혹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치적인 필요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찰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강한 대응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vs 친박계 여권 분열 막기 위해 침묵·무대응 일관  
작년 대선 당시 연이은 금품비리·공천헌금은 X파일 맛보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대다수 박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이와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박 대통령이 사찰의혹에 강하게 대응을 하면 여권 내에 분란이 벌어져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구도가 될 것으로 판단해 일절 대응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때와 지금은 엄연히 다른 상황이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일은 저절로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MB정권 심판이라는 큰 과제가 앞에 놓여있다. 잘못하다가는 악화되는 여론으로 국정지지율을 떨어트릴 수 있다. 그렇다고 작년 대선개입 의혹을 다 밝힐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 와중에 새누리당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NLL논란인데, 예상 외로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지금 친박 인사들은 원 전 원장의 입이 제일 무서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박 비리로 쑥대밭
'최후의 무기' 지켜봐야 


그는 "작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일명 '꼬리 자르기 사건'으로 유명했던 공천헌금 사건이 X파일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그는 "MB가 취임하자마자 사찰해서 쌓아놓은 자료만 해도 어마어마한 걸로 알고 있다. 대선 때는 MB가 정무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 쪽에 사람 하나를 심어놨는데 그 사람이 자금 흐름의 전 과정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좀 이상하다 싶은 건 따로 모아놓고 그때그때 언론에 흘리면서 자신의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연이어 위기를 맞았다.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터져 나오고 연타로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자금수수 혐의가 검찰에 수사망에 오르는 악재를 만났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의 좌장 격이었기에 박 대통령의 충격은 더욱 컸다.



홍 전 의원은 박 대통령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6선 의원으로 그 진위를 떠나 불법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었다.

홍 전 의원은 "큰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탈당했지만 바로 다음날 송영선 전 의원의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박 대통령 진영은 한때 쑥대밭이 됐다.

정치권은 그때 '호되게' 당했던 박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을 무리하게 몰고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이 협박에 가까운 폭로전을 예고한 만큼, 이번에는 측근의 공천헌금 정도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한폭탄'이 돼버린 원 전 원장의 입에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MB와 박 대통령의 물밑 줄다리기도 한동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MB가 가지고 있는 박근혜 X파일이 자신의 퇴임 후를 충분히 보장받고도 남을 만한 '비장의 무기'인지는 검찰의 수사를 더욱 지켜봐야 알 일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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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