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히든카드 '박근혜 X파일' 실체 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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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과연 '박근혜 X파일'을 만들었을까? 국정원 대선개입사건과 4대강 사업 관련 금품비리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 X파일의 실존 여부가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에서 '박근혜 X파일을 폭로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시사>가 한동안 잠잠하던 박근혜 X파일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과 고가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정치권은 MB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MB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순간에 '이명박근혜'의 공조(?)가 또다시 이뤄지지 않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가능성은 반반으로 엿보인다. 작년 대선 전부터 각 대선후보 진영에서 떠돌았던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한폭탄급
원세훈 입

"원(세훈) 전 원장은 MB가 재산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원 전 원장을 터는 것은 결국 MB를 터는 것이다. 검찰 수사강도를 두고 MB 쪽에서 현 정권에 다시 '빅딜'을 제안하려 할 것이다."

최근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에서 MB와 박근혜 대통령의 빅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이미 작년 대선 당시 각 후보 진영에서 파다하게 나돌았던 '박근혜 X파일'을 일컫는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을 둘러싼 검찰 수사는 결국 박근혜 X파일의 폭로 여부, 또는 폭로 수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수사강도 두고 MB 쪽에서 현 정권에 '빅딜' 제안할 것"
"박근혜 불법사찰 위해 MB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움직였다"

실제로 얼마 전 여의도와 서초동 사이에서는 원 전 원장 측에서 "재직기간 동안 알게 된 '친박 X파일'을 공개하겠다"며 사실상 청와대를 정면 겨냥해 협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정치권에서 원 전 원장을 계속 궁지에 몰아넣으면 원 전 원장 측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의 수장으로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비리도 상당수 알고 있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새누리당이 원 전 원장의 불구속 기소를 종용하거나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NLL대화록 공개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따지고 보면 청와대와 모종의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들이 핵폭탄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닌 원 전 원장의 입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새누리당 핵심과 청와대 실세들이 원 전 원장 측과 모종의 빅딜을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
'사찰수첩' 전격공개

박근혜 X파일은 MB정권 시절 전국을 뜨겁게 강타했던 '민간인 사찰'과 맥을 같이 한다. MB정권의 민간인 사찰로 논란이 불거질 당시 민주당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침묵사찰 박근혜, 불법사찰에 동조한다"라고 비난의 날을 세운 바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0년 12월7일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던 때였다.


민주당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정권 차원의 사찰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2008년 당시 청와대 박영준 비서관 밑에 있던 이창화 행정관이 박(근혜)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의 동향을 기록한 이 전 행정관의 수첩사본을 공개하면서 "C&그룹의 임모 회장의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의 'D일식집'에서 식사한 게 사찰의 과녁이 됐다"며 "전남 영광 출신의 이성헌 의원이 (박 전 대표를) 그 집에 왜 모시고 갔는지, 임 회장과 회동을 했는지 등을 알아내려고 여주인과 종업원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MB정부 출범과 동시에 탄생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수첩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사찰수첩에 노조동향과 구성원의 성향, 쫓아내려는 공기업 임원직의 판공비, 업무추진비에 대한 관심, 휴대폰 도청 열람한 일, 세무조사, 누구를 밀어내기 위해서 누구를 압박해야 하는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의원은 이 같은 발언으로 국정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MB정권의 박 대통령에 대한 사찰 의혹이 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친박 핵심인 이성헌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논란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전신)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던 당시 박 대통령 역시 정권 차원의 뒷조사를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뭔가 있다?'
역효과 조심

정작 피해자인 박 대통령의 반응은 의외였다. 유력 대선후보가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당사자는 가만히 있고, 주변에 있는 이들이 강하게 나서라는 주문을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후 사찰의혹 논란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의 대변인격이었던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매체를 통해 "사찰 이야기는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다. 사찰을 했느냐 마느냐에 대해 더 알아보겠지만 루머로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에서 결정적인 사실을 내놓는다면 모를까, 우리는 사찰의혹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치적인 필요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찰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강한 대응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vs 친박계 여권 분열 막기 위해 침묵·무대응 일관  
작년 대선 당시 연이은 금품비리·공천헌금은 X파일 맛보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대다수 박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이와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박 대통령이 사찰의혹에 강하게 대응을 하면 여권 내에 분란이 벌어져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구도가 될 것으로 판단해 일절 대응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때와 지금은 엄연히 다른 상황이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일은 저절로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MB정권 심판이라는 큰 과제가 앞에 놓여있다. 잘못하다가는 악화되는 여론으로 국정지지율을 떨어트릴 수 있다. 그렇다고 작년 대선개입 의혹을 다 밝힐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 와중에 새누리당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NLL논란인데, 예상 외로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지금 친박 인사들은 원 전 원장의 입이 제일 무서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박 비리로 쑥대밭
'최후의 무기' 지켜봐야 


그는 "작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일명 '꼬리 자르기 사건'으로 유명했던 공천헌금 사건이 X파일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그는 "MB가 취임하자마자 사찰해서 쌓아놓은 자료만 해도 어마어마한 걸로 알고 있다. 대선 때는 MB가 정무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 쪽에 사람 하나를 심어놨는데 그 사람이 자금 흐름의 전 과정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좀 이상하다 싶은 건 따로 모아놓고 그때그때 언론에 흘리면서 자신의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연이어 위기를 맞았다.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터져 나오고 연타로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자금수수 혐의가 검찰에 수사망에 오르는 악재를 만났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의 좌장 격이었기에 박 대통령의 충격은 더욱 컸다.



홍 전 의원은 박 대통령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6선 의원으로 그 진위를 떠나 불법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었다.

홍 전 의원은 "큰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탈당했지만 바로 다음날 송영선 전 의원의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박 대통령 진영은 한때 쑥대밭이 됐다.

정치권은 그때 '호되게' 당했던 박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을 무리하게 몰고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이 협박에 가까운 폭로전을 예고한 만큼, 이번에는 측근의 공천헌금 정도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한폭탄'이 돼버린 원 전 원장의 입에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MB와 박 대통령의 물밑 줄다리기도 한동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MB가 가지고 있는 박근혜 X파일이 자신의 퇴임 후를 충분히 보장받고도 남을 만한 '비장의 무기'인지는 검찰의 수사를 더욱 지켜봐야 알 일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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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