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히든카드 '박근혜 X파일' 실체 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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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과연 '박근혜 X파일'을 만들었을까? 국정원 대선개입사건과 4대강 사업 관련 금품비리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 X파일의 실존 여부가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에서 '박근혜 X파일을 폭로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시사>가 한동안 잠잠하던 박근혜 X파일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과 고가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정치권은 MB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MB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순간에 '이명박근혜'의 공조(?)가 또다시 이뤄지지 않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가능성은 반반으로 엿보인다. 작년 대선 전부터 각 대선후보 진영에서 떠돌았던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한폭탄급
원세훈 입

"원(세훈) 전 원장은 MB가 재산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원 전 원장을 터는 것은 결국 MB를 터는 것이다. 검찰 수사강도를 두고 MB 쪽에서 현 정권에 다시 '빅딜'을 제안하려 할 것이다."

최근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에서 MB와 박근혜 대통령의 빅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이미 작년 대선 당시 각 후보 진영에서 파다하게 나돌았던 '박근혜 X파일'을 일컫는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을 둘러싼 검찰 수사는 결국 박근혜 X파일의 폭로 여부, 또는 폭로 수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수사강도 두고 MB 쪽에서 현 정권에 '빅딜' 제안할 것"
"박근혜 불법사찰 위해 MB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움직였다"

실제로 얼마 전 여의도와 서초동 사이에서는 원 전 원장 측에서 "재직기간 동안 알게 된 '친박 X파일'을 공개하겠다"며 사실상 청와대를 정면 겨냥해 협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정치권에서 원 전 원장을 계속 궁지에 몰아넣으면 원 전 원장 측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의 수장으로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비리도 상당수 알고 있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새누리당이 원 전 원장의 불구속 기소를 종용하거나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NLL대화록 공개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따지고 보면 청와대와 모종의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들이 핵폭탄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닌 원 전 원장의 입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새누리당 핵심과 청와대 실세들이 원 전 원장 측과 모종의 빅딜을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
'사찰수첩' 전격공개

박근혜 X파일은 MB정권 시절 전국을 뜨겁게 강타했던 '민간인 사찰'과 맥을 같이 한다. MB정권의 민간인 사찰로 논란이 불거질 당시 민주당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침묵사찰 박근혜, 불법사찰에 동조한다"라고 비난의 날을 세운 바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0년 12월7일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던 때였다.

민주당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정권 차원의 사찰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2008년 당시 청와대 박영준 비서관 밑에 있던 이창화 행정관이 박(근혜)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의 동향을 기록한 이 전 행정관의 수첩사본을 공개하면서 "C&그룹의 임모 회장의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의 'D일식집'에서 식사한 게 사찰의 과녁이 됐다"며 "전남 영광 출신의 이성헌 의원이 (박 전 대표를) 그 집에 왜 모시고 갔는지, 임 회장과 회동을 했는지 등을 알아내려고 여주인과 종업원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MB정부 출범과 동시에 탄생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수첩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사찰수첩에 노조동향과 구성원의 성향, 쫓아내려는 공기업 임원직의 판공비, 업무추진비에 대한 관심, 휴대폰 도청 열람한 일, 세무조사, 누구를 밀어내기 위해서 누구를 압박해야 하는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의원은 이 같은 발언으로 국정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MB정권의 박 대통령에 대한 사찰 의혹이 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친박 핵심인 이성헌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논란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전신)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던 당시 박 대통령 역시 정권 차원의 뒷조사를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뭔가 있다?'
역효과 조심

정작 피해자인 박 대통령의 반응은 의외였다. 유력 대선후보가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당사자는 가만히 있고, 주변에 있는 이들이 강하게 나서라는 주문을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후 사찰의혹 논란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의 대변인격이었던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매체를 통해 "사찰 이야기는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다. 사찰을 했느냐 마느냐에 대해 더 알아보겠지만 루머로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에서 결정적인 사실을 내놓는다면 모를까, 우리는 사찰의혹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치적인 필요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찰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강한 대응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vs 친박계 여권 분열 막기 위해 침묵·무대응 일관  
작년 대선 당시 연이은 금품비리·공천헌금은 X파일 맛보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대다수 박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이와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박 대통령이 사찰의혹에 강하게 대응을 하면 여권 내에 분란이 벌어져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구도가 될 것으로 판단해 일절 대응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때와 지금은 엄연히 다른 상황이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일은 저절로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MB정권 심판이라는 큰 과제가 앞에 놓여있다. 잘못하다가는 악화되는 여론으로 국정지지율을 떨어트릴 수 있다. 그렇다고 작년 대선개입 의혹을 다 밝힐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 와중에 새누리당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NLL논란인데, 예상 외로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지금 친박 인사들은 원 전 원장의 입이 제일 무서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박 비리로 쑥대밭
'최후의 무기' 지켜봐야 

그는 "작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일명 '꼬리 자르기 사건'으로 유명했던 공천헌금 사건이 X파일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그는 "MB가 취임하자마자 사찰해서 쌓아놓은 자료만 해도 어마어마한 걸로 알고 있다. 대선 때는 MB가 정무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 쪽에 사람 하나를 심어놨는데 그 사람이 자금 흐름의 전 과정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좀 이상하다 싶은 건 따로 모아놓고 그때그때 언론에 흘리면서 자신의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연이어 위기를 맞았다.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터져 나오고 연타로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자금수수 혐의가 검찰에 수사망에 오르는 악재를 만났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의 좌장 격이었기에 박 대통령의 충격은 더욱 컸다.



홍 전 의원은 박 대통령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6선 의원으로 그 진위를 떠나 불법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었다.

홍 전 의원은 "큰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탈당했지만 바로 다음날 송영선 전 의원의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박 대통령 진영은 한때 쑥대밭이 됐다.

정치권은 그때 '호되게' 당했던 박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을 무리하게 몰고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이 협박에 가까운 폭로전을 예고한 만큼, 이번에는 측근의 공천헌금 정도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한폭탄'이 돼버린 원 전 원장의 입에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MB와 박 대통령의 물밑 줄다리기도 한동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MB가 가지고 있는 박근혜 X파일이 자신의 퇴임 후를 충분히 보장받고도 남을 만한 '비장의 무기'인지는 검찰의 수사를 더욱 지켜봐야 알 일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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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