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참모’ 5공실세 허화평 근황 공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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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1500억 자산 굴리는 ‘5공 설계사’

[일요시사=사회1팀]12·12 사태와 5·17 쿠데타로 들어선 ‘제5공화국’은 전두환 전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참모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전 전 대통령이 신임하던 허화평씨는 그 시대의 진정한 실력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5공화국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최근 허화평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5공 청문회 이후 24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직도 내가 존경하는 리더”라고 말하며 5공화국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77세의 나이치고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한 허씨, 그는 현재 정치, 사회, 교육,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미래한국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5공 브레인…
허화평은 어디에

연구와 더불어 미래한국재단은 <월간 지방자치>라는 26년된 행정자치 전문지를 발행한다. 허씨는 이 잡지의 발행인이다. 편집인은 따로 두었기 때문에 기사에 특별히 관여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허씨의 재단은 장학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매년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선발 대상자는 미리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우수한 학생들(가정형편 고려)을 추천받아 1년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복지연합신문> 기사에 따르면 미래한국재단은 1465억원의 자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허씨가 있는 미래한국재단을 직접 찾았다. 내외관은 비교적 깔끔한 편이었다. 주변 곳곳에서는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경호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효자동이 청와대와 인접해 있는 까닭이다.

건물 1층에는 미래한국재단 직원 10여 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다. 2층은 <월간 지방자치> 편집부 직원 등 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3층에는 넓은 강의실이 있어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한다. 꼭대기 층인 4층에는 허씨의 사무실이 있다. 재단 측에 허씨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청와대 못지않게 으리으리하게 꾸며놨다고 한다. 대신 미래한국재단 관계자를 통해 허씨와 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익재단법인 ‘미래한국재단’이사장 활동
홈피 악플로 폐쇄…자금 조성은 “노코멘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현역 군인으로 광주 현장에 있었다는 재단 관계자는 “미래한국재단은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주무관청에서 해마다 지도감독을 받는다”며 “때문에 다른 수익모델 사업을 실시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생각보다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이어 “재단이 <월간 지방자치>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지만 부수가 점점 줄어 이제는 월 5000부 정도밖에 찍지 못한다”고 말하며 “잡지 발행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과거에 미래한국재단은 판교에 1만5000평의 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판교지역 택지개발로 인해 옮기게 됐다”며 “현재 재단은 기금을 확충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재단 홈페이지에 운영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과거 홈페이지가 있었지만 종북세력들의 무자비한 악플 때문에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자금조성에 대한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이 관계자는 허씨의 가족사를 묻자 “잘 모른다”며 “슬하에 1남2녀가 있다는 것만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화평 이사장님은 정보장교 출신이기 때문에 자기검열이 철저하다”며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허씨의 거주지는 서울시 종로구 신교동 소재 주택인 것으로 밝혀졌다. 허씨의 취미에 대해서는 ‘골프’라고 답했다. 누구와 함께 즐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TV조선에서도 밝혔듯이, 5공 인사들과 종종 연락하며 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효자동에 있는 설렁탕집을 자주 들른다고. 평소에는 재단 4층 사무실에서 독서하며 학술연구에 매진한다고 전해진다.

“5공화국 평가
  아직 이른 편”

허씨는 TV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5공 설계자’라는 수식어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저 5공에 자기 몫을 다해 참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만약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아닌, 본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정치, 사회 개혁을 조금 더 과감하게 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허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치는 창조의 원천,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5공화국이 우리 역사에 기여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마무리한 정권이다.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했다”며 “최소 60년이 지나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5공화국은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5공화국 폄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5공에 의해 희생된 개개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5공을 대표해서는 사과할 마음이 없다. 국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사과하는 일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대통령 주치의로 10·26, 12·12 등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였던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지난 1월 MBN ‘그때 그 사람’ 코너를 통해 그 시절 허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양 회장은 허씨에 대해 “허화평은 제5공화국 출범을 총괄 기획한 감독”이라며 “12·12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시대가 요구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짠 분”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근처 주택 거주
골프 치는 등 건강한 편

양 회장은 5공 당시 허씨가 실세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일부 세간의 평가를 잘못된 평가라고 지적하며 “허화평 수석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나는 새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면서 “그는 군인이자 사상가였으며, 또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5공 당시 대학출신으로 군사문화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양 회장이었지만 허씨를 접하면서 허씨가 상당히 민주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5공이 출범하면서 두발자유화나 통금시간해제, 과외금지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도 전부 허화평 수석의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리던 시절

그는 특히 “허화평 당시 수석은 권력을 좌지우지하면서 무소불위로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라며 “예를 들어 허 수석은 ‘장영자 사건(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사건)’ 때 이규광씨(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의 삼촌)를 구속시켰다. 그 뒤에 말들이 무성히 많았지만, 모든 것을 사회정의 구현에 맞게 처리한다는 원칙적 가치를 부여했던 분이었다. 허화평 수석은 개혁적 군인이자 사상가, 정치가로 돌이켜보면 가장 아까운 인재였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1937년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17기)를 졸업하고 61년 육군소위로 임관했다. 육군대학교도 수료했다. 15사단 수색중대 소대장과 1군단 작전처 교육장교를 거쳐 63년 1공수특전단 게릴라전 교관을 지냈다. 당시 중위였던 그는 소령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게 된다. 이후 보병 제9사단 대대장, 제9사단 단본부 작전참모, 국군 보안사령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 등을 중심으로 조직된 ‘하나회’의 회원으로서 육군 대령으로 재직 중,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 되었고, 10·26 사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범 수사를 지원했다. 이후 신군부를 중심으로 한 12·12 사태에 가담했으며, 80년 5·17 비상계엄에도 참여했다. 그 뒤 육군준장으로 예편했다. 12·12 사태와 5·17 비상계엄 당시 허삼수, 허문도, 장세동 등과 함께 전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육군준장으로 예편 후 전 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대통령 비서실 보좌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5공화국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짰다. 청와대 본관에서 근무하며 권력의 2인자로 각광을 받았다. 허씨는 원리원칙과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로 정의사회구현 슬로건, 통금해제, 두발자유, 과외금지, 연좌제금지 등을 주도했었다.

82년 대통령비서실 정무1수석비서관 시절에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되었던 이철희, 장영자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원칙적인 처리를 주장했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의 미움을 받게 되어 사임했다. 그후 미국으로 떠나 민주주의와 한미관계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다가 1988년 귀국 후 현대사회연구소 소장에 취임했고, 현대사회연구소와 기타 단체들의 통합으로 미래한국재단이 출범하자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에 피선됐다.

허화평의 존재감
아직 살아있네…

6공화국 시절에는 92년 제14대 국회의원(경북 포항,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95년 김영삼 정부시절 5·18 특별법이 제정되자 ‘친북좌파의 음모’라며 반발하다 96년 내란모의참여죄, 반란모의참여죄로 구속됐다. 그러나 그는 옥중 출마하여 4월 제15대 국회의원(경북 포항북, 무소속)으로 재선됐다. 이후 97년 국회의원 재직 중 12·12 군사 반란과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관련 재판에서 징역 8년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우익 정치인 활동과 보수적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전 전대통령, 장세동, 이학봉 등의 5공 인사 및 정관계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 왔다.

2000년 민주국민당 소속으로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였으나 2위(득표율 31%)로 낙선하고, 2007년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으나 3위(득표율 16.1%)로 낙선했다.


“전두환은 아직도 존경하는 리더”

2005년 전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전사모의 유행에 대해 “카리스마의 반향”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5년 8월, 허화평, 정호용, 황영시, 박희도, 장기오, 고명승, 장세동, 이학봉, 정도영, 최웅, 신윤희, 이기룡 등 11명의 신군부 인사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죽이기’ 시나리오의 일부라며 정치 보복의 도구가 되는 드라마라고 항의한 적도 있다.

허씨의 최근 저서로는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가 있다. 이 책은 현 시대의 제도와 정부, 자유주의 체제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실과 이상, 공동체, 사회적 진리 등의 해답을 찾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허씨의 마키아벨리즘을 발견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태우 vs 전 며느리 소송전


“차명콘도 소유권 가져가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며느리였던 신정화(44)씨가 “콘도 소유권 가져가라”며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신씨가 강원도 평창군 용평에 위치한 콘도 소유권에 대해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돼 있는 지분을 실소유주인 노 전 대통령으로 이전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부동산 등기 이전 소송을 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2005년 구입한 이 콘도의 시가는 30억원에 달하며 신씨와 재헌씨 공동 명의로 등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와 지난 5월 이혼했다. 신씨는 이혼 과정에서 이 콘도에 대한 재산 분할을 요구했지만 재헌씨는 “콘도 실소유주는 아버지라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맞서왔다. 이에 신씨는 소장에서 “콘도의 실소유주는 노 전 대통령인데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차명으로 등기를 했던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콘도 실소유주라면 마땅히 등기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이 콘도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신씨가 콘도의 재산분할권을 정식으로 얻게 돼 이혼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재산이 늘어난다. 반면에 노 전 대통령이 신씨의 청구를 인정하면 콘도 소유권은 노 전 대통령에게 이전되지만 미납 추징금 231억원에 대한 환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추징당할 가능성이 높다.

‘전두환 후계자’

허화평이었다면?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지난 1월 MBN ‘그때 그사람’에 출연해 5공 당시 많은 사람들이 후계자를 허화평 수석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나 허화평 수석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징이 항상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보살핌을 받아 커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어 그는 “전 전 대통령은 보안사령관도 노 전 대통령에게 맡기고 갔고, 그 당시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도 물려 줬다. 대통령 자리까지 물려준 격이었다”며 “결국 백담사까지 가게 된 아이러니를 보면서 요즘 드는 생각이 ‘그 때 전 대통령이 허화평 비서실장을 대통령으로 지명했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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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