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참모’ 5공실세 허화평 근황 공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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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1500억 자산 굴리는 ‘5공 설계사’

[일요시사=사회1팀]12·12 사태와 5·17 쿠데타로 들어선 ‘제5공화국’은 전두환 전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참모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전 전 대통령이 신임하던 허화평씨는 그 시대의 진정한 실력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5공화국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최근 허화평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5공 청문회 이후 24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직도 내가 존경하는 리더”라고 말하며 5공화국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77세의 나이치고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한 허씨, 그는 현재 정치, 사회, 교육,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미래한국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5공 브레인…
허화평은 어디에

연구와 더불어 미래한국재단은 <월간 지방자치>라는 26년된 행정자치 전문지를 발행한다. 허씨는 이 잡지의 발행인이다. 편집인은 따로 두었기 때문에 기사에 특별히 관여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허씨의 재단은 장학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매년 20여 명의 학생들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선발 대상자는 미리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우수한 학생들(가정형편 고려)을 추천받아 1년치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복지연합신문> 기사에 따르면 미래한국재단은 1465억원의 자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허씨가 있는 미래한국재단을 직접 찾았다. 내외관은 비교적 깔끔한 편이었다. 주변 곳곳에서는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경호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효자동이 청와대와 인접해 있는 까닭이다.

건물 1층에는 미래한국재단 직원 10여 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다. 2층은 <월간 지방자치> 편집부 직원 등 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3층에는 넓은 강의실이 있어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한다. 꼭대기 층인 4층에는 허씨의 사무실이 있다. 재단 측에 허씨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청와대 못지않게 으리으리하게 꾸며놨다고 한다. 대신 미래한국재단 관계자를 통해 허씨와 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익재단법인 ‘미래한국재단’이사장 활동
홈피 악플로 폐쇄…자금 조성은 “노코멘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현역 군인으로 광주 현장에 있었다는 재단 관계자는 “미래한국재단은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주무관청에서 해마다 지도감독을 받는다”며 “때문에 다른 수익모델 사업을 실시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생각보다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이어 “재단이 <월간 지방자치>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지만 부수가 점점 줄어 이제는 월 5000부 정도밖에 찍지 못한다”고 말하며 “잡지 발행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과거에 미래한국재단은 판교에 1만5000평의 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판교지역 택지개발로 인해 옮기게 됐다”며 “현재 재단은 기금을 확충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재단 홈페이지에 운영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과거 홈페이지가 있었지만 종북세력들의 무자비한 악플 때문에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자금조성에 대한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이 관계자는 허씨의 가족사를 묻자 “잘 모른다”며 “슬하에 1남2녀가 있다는 것만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화평 이사장님은 정보장교 출신이기 때문에 자기검열이 철저하다”며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허씨의 거주지는 서울시 종로구 신교동 소재 주택인 것으로 밝혀졌다. 허씨의 취미에 대해서는 ‘골프’라고 답했다. 누구와 함께 즐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TV조선에서도 밝혔듯이, 5공 인사들과 종종 연락하며 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효자동에 있는 설렁탕집을 자주 들른다고. 평소에는 재단 4층 사무실에서 독서하며 학술연구에 매진한다고 전해진다.

“5공화국 평가
  아직 이른 편”

허씨는 TV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5공 설계자’라는 수식어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저 5공에 자기 몫을 다해 참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만약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아닌, 본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정치, 사회 개혁을 조금 더 과감하게 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허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치는 창조의 원천,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5공화국이 우리 역사에 기여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마무리한 정권이다.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했다”며 “최소 60년이 지나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5공화국은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5공화국 폄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5공에 의해 희생된 개개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5공을 대표해서는 사과할 마음이 없다. 국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사과하는 일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대통령 주치의로 10·26, 12·12 등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였던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지난 1월 MBN ‘그때 그 사람’ 코너를 통해 그 시절 허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양 회장은 허씨에 대해 “허화평은 제5공화국 출범을 총괄 기획한 감독”이라며 “12·12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시대가 요구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짠 분”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근처 주택 거주
골프 치는 등 건강한 편

양 회장은 5공 당시 허씨가 실세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일부 세간의 평가를 잘못된 평가라고 지적하며 “허화평 수석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나는 새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면서 “그는 군인이자 사상가였으며, 또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5공 당시 대학출신으로 군사문화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양 회장이었지만 허씨를 접하면서 허씨가 상당히 민주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5공이 출범하면서 두발자유화나 통금시간해제, 과외금지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도 전부 허화평 수석의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리던 시절

그는 특히 “허화평 당시 수석은 권력을 좌지우지하면서 무소불위로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라며 “예를 들어 허 수석은 ‘장영자 사건(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사건)’ 때 이규광씨(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의 삼촌)를 구속시켰다. 그 뒤에 말들이 무성히 많았지만, 모든 것을 사회정의 구현에 맞게 처리한다는 원칙적 가치를 부여했던 분이었다. 허화평 수석은 개혁적 군인이자 사상가, 정치가로 돌이켜보면 가장 아까운 인재였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1937년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17기)를 졸업하고 61년 육군소위로 임관했다. 육군대학교도 수료했다. 15사단 수색중대 소대장과 1군단 작전처 교육장교를 거쳐 63년 1공수특전단 게릴라전 교관을 지냈다. 당시 중위였던 그는 소령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게 된다. 이후 보병 제9사단 대대장, 제9사단 단본부 작전참모, 국군 보안사령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 등을 중심으로 조직된 ‘하나회’의 회원으로서 육군 대령으로 재직 중,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 되었고, 10·26 사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범 수사를 지원했다. 이후 신군부를 중심으로 한 12·12 사태에 가담했으며, 80년 5·17 비상계엄에도 참여했다. 그 뒤 육군준장으로 예편했다. 12·12 사태와 5·17 비상계엄 당시 허삼수, 허문도, 장세동 등과 함께 전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육군준장으로 예편 후 전 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대통령 비서실 보좌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5공화국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짰다. 청와대 본관에서 근무하며 권력의 2인자로 각광을 받았다. 허씨는 원리원칙과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로 정의사회구현 슬로건, 통금해제, 두발자유, 과외금지, 연좌제금지 등을 주도했었다.

82년 대통령비서실 정무1수석비서관 시절에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되었던 이철희, 장영자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원칙적인 처리를 주장했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의 미움을 받게 되어 사임했다. 그후 미국으로 떠나 민주주의와 한미관계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다가 1988년 귀국 후 현대사회연구소 소장에 취임했고, 현대사회연구소와 기타 단체들의 통합으로 미래한국재단이 출범하자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에 피선됐다.

허화평의 존재감
아직 살아있네…

6공화국 시절에는 92년 제14대 국회의원(경북 포항,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95년 김영삼 정부시절 5·18 특별법이 제정되자 ‘친북좌파의 음모’라며 반발하다 96년 내란모의참여죄, 반란모의참여죄로 구속됐다. 그러나 그는 옥중 출마하여 4월 제15대 국회의원(경북 포항북, 무소속)으로 재선됐다. 이후 97년 국회의원 재직 중 12·12 군사 반란과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관련 재판에서 징역 8년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우익 정치인 활동과 보수적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전 전대통령, 장세동, 이학봉 등의 5공 인사 및 정관계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 왔다.

2000년 민주국민당 소속으로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였으나 2위(득표율 31%)로 낙선하고, 2007년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으나 3위(득표율 16.1%)로 낙선했다.


“전두환은 아직도 존경하는 리더”

2005년 전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전사모의 유행에 대해 “카리스마의 반향”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5년 8월, 허화평, 정호용, 황영시, 박희도, 장기오, 고명승, 장세동, 이학봉, 정도영, 최웅, 신윤희, 이기룡 등 11명의 신군부 인사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죽이기’ 시나리오의 일부라며 정치 보복의 도구가 되는 드라마라고 항의한 적도 있다.

허씨의 최근 저서로는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가 있다. 이 책은 현 시대의 제도와 정부, 자유주의 체제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실과 이상, 공동체, 사회적 진리 등의 해답을 찾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허씨의 마키아벨리즘을 발견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태우 vs 전 며느리 소송전


“차명콘도 소유권 가져가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며느리였던 신정화(44)씨가 “콘도 소유권 가져가라”며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신씨가 강원도 평창군 용평에 위치한 콘도 소유권에 대해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돼 있는 지분을 실소유주인 노 전 대통령으로 이전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부동산 등기 이전 소송을 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2005년 구입한 이 콘도의 시가는 30억원에 달하며 신씨와 재헌씨 공동 명의로 등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와 지난 5월 이혼했다. 신씨는 이혼 과정에서 이 콘도에 대한 재산 분할을 요구했지만 재헌씨는 “콘도 실소유주는 아버지라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맞서왔다. 이에 신씨는 소장에서 “콘도의 실소유주는 노 전 대통령인데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차명으로 등기를 했던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콘도 실소유주라면 마땅히 등기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이 콘도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신씨가 콘도의 재산분할권을 정식으로 얻게 돼 이혼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재산이 늘어난다. 반면에 노 전 대통령이 신씨의 청구를 인정하면 콘도 소유권은 노 전 대통령에게 이전되지만 미납 추징금 231억원에 대한 환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추징당할 가능성이 높다.

‘전두환 후계자’

허화평이었다면?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은 지난 1월 MBN ‘그때 그사람’에 출연해 5공 당시 많은 사람들이 후계자를 허화평 수석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나 허화평 수석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징이 항상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보살핌을 받아 커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어 그는 “전 전 대통령은 보안사령관도 노 전 대통령에게 맡기고 갔고, 그 당시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도 물려 줬다. 대통령 자리까지 물려준 격이었다”며 “결국 백담사까지 가게 된 아이러니를 보면서 요즘 드는 생각이 ‘그 때 전 대통령이 허화평 비서실장을 대통령으로 지명했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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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