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방중 후일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10 18:13:05
  • 댓글 0개

입맛 따라…‘MB맨’들과 밥도 먹기 싫다?

[일요시사=경제1팀] 두 기업 회장이 ‘동병상련’의 길을 걷고 있다. 서울대 동문이지만 삶의 궤적은 다르다. 한 사람은 30년 넘게 철강 기업에 몸담고 있고, 또 다른 이는 장관직을 거쳐 거대 통신 기업을 이끈다. 그런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발탁 돼 중국을 방문한 후 외풍에 휘말렸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살얼음판 행보가 묘하게 겹친다.



날벼락은 이미 두 사람을 강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첫날 열린 국빈만찬에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빠진 것으로 확인돼 재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호사가들은 불참의 진의보다 배경에 주목했다. 새 정부 들어 교체설에 곤혹을 치러온 이들이라 더 그렇다. 

 
같은 배 탄
두 회장님

지난 1일 재계 등 업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 첫 날인 지난달 27일 저녁 베이징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시진핑 국가주석 초청 국빈만찬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경제계 인사 중 정 회장과 이 회장이 불참했다. 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역시 만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등의 참석자들은 청와대가 결정한 뒤 대한상공회의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 일각에선 국빈만찬 참석자 명단 작성에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의 측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입장이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해외 국빈 방문을 수행하는 모든 기업인들이 만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만큼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경영자들을 고루 배분해 선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에 제외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관계자는 “27일 국빈만찬은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행사가 아니었다. 경제사절단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28일 조찬과 오찬은 모두 참석했다”고 말했고, KT나 효성그룹 관계자 역시 “만찬 참석자 선정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면 애초에 사절단에 왜 포함을 시켰겠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대통령 만찬자리에 일부 대기업 회장 제외
불참 이유·배경 두고 미묘한 파장…뒷말 무성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포스코나 KT의 경우,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국 내 사업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정치적·경제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1991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기준 49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또 4대 직할시 중 한 곳인 충칭에서 중국 철강사와 합작으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고르게 배분했다고 하지만 포스코와 KT의 수장들이 초대받지 못한 것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공교롭게도 해당 두 기업 수장들은 지난해 말부터 끊임없이 교체설, 퇴진설 등에 시달렸던 터라 이 같은 사안들이 이번 만찬 제외에 조금은 영향을 미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소문난 잔치
‘뒷말 무성’

포스코와 KT는 ‘공민기업(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기업)’이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 공기업의 탈을 벗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준공기업으로 분류된다.

실제 두 회장은 출발점부터 순탄치 않았다. 이 회장은 2008년 11월 남중수 전 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인 2009년 초에 KT를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 회장 역시 취임 당시부터 정치적 외풍에 부닥쳤다. ‘이명박 정부’ 때 임기가 남아있던 이구택 전 회장이 물러나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몇몇 외부 인사가 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내부 인사가 회장이 돼야 한다는 포스코 안팎의 여론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그러나 당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영준 전 차관 등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정 회장의 인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또 하나의 MB맨으로 분류됐다.

취임 후 두 회장은 적극적인 조직개편과 M&A 등으로 시장에서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정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베트남 냉연공장 준공, 인도네시아 제철소 착공 등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회장은 공무원(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답지 않은 추진력으로 KT의 미래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취임 5일만에 KT와 KTF의 합병을 마무리 지었고, 국내에 아이폰을 처음으로 도입해 스마트 혁명의 불씨를 지핀 ‘혁신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반면 내부 안팎에서는 ‘MB 낙하산’, ‘측근 심기’, ‘문어발 경영’, ‘밀어붙이기’, ‘독불장군’ 등 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MB맨’으로 불리는 두 회장이 임기를 제대로 끝마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한 매체는 인수위 시절 친박계 몇몇 인사들이 박 대통령에게 정 회장의 교체를 건의했다고 보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MB표 기업
멀리하기?

이 매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새누리당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 3∼4명의 친박 의원들이 의견을 모아 박 대통령 참모진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논의에 참여했던 친박 의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박 대통령)에게 인사 청탁을 하기는 어렵지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수준의 보고는 하고 있다. 정 회장 교체에 박 대통령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고 귀띔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이 회장도 지난해부터 끊임없는 교체설과 퇴진 압박에 시달리는 중이다. 정재계 안팎에서는 “올 여름을 전후해 두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 질 것”이라는 루머까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두 회장이 국빈 만찬 자리에 제외되면서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회장과 함께 만찬에서 제외된 기업의 수장들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이들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관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박 대통령은 이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MB를 향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MB 특혜기업’도 빠져
살얼음판 행보 오버랩

이 전 대통령의 사돈 집안인 효성그룹은 현재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룹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주장하나, 일반적으로 정기 세무조사가 5년 만에 행해지는 만큼 지난 2010년에 이어 3년 만에 벌어진 이번 조사는 특별조사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뉴스타파>가 조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가 조세피난처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폭로한 직후여서,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코오롱그룹은 새 정부 출범 후 4대강 사업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계열사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박근혜의
‘MB색 빼기’

민주통합당 우원식 의원이 지난 4월 공개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워터텍㈜은 4대강 사업 추진 시기인 2009년부터 3년간 4대강 수질 개선 사업인 ‘총인 처리 시설 설치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10억 원대의 현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인 처리 시설은 하천 오염의 주요 원인인 총인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줄여주는 설비다. 문건에서는 코오롱워터텍이 총인 처리 사업 심의위원들과 지자체 관계자 등에게 휴가비, 명절 사례비, 준공 대가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7개 지방조달청 등에도 현금이 전달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본금 10억 원대의 회사가 10억 원의 현금 로비를 벌인 점이나 이 회장이 코오롱워터텍 지분 8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불똥이 오너에게 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한 재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효성과 코오롱까지 만찬에서 빠진 것은 박 대통령이 MB 정부 뒷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냐”며 “MB 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 사건들이 사정기관과 정치권의 도마에 오르고 있어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에서 박 대통령이 선긋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