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MB 퇴임 후 검찰 수사 전격비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10 13: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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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그때처럼만~’

[일요시사=정치팀] 대선이 끝나면 통과의례처럼 어김없이 진행되는 게 있다. 바로 검찰의 전 정권 ‘비리 캐내기’가 그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국을 뜨겁게 강타했다. 이는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서거에까지 이르게 하며 악명을 떨쳤다. MB의 최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최근 진행되는 수사는 그때와는 묘한 온도차를 보인다. <일요시사>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검찰 수사를 통해 현시점의 검찰 수사를 점검했다.   



5년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간 봉하마을은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말이면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은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였다. 그들은 소박한 농부의 모습으로 돌아간 노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찾아온 방문객들을 구름같이 몰고 다니며 단체 산책을 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실패 후 희생양

이 같은 소식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퇴임 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소식을 국제면 톱기사로 올려 눈길을 끌었다. <뉴욕타임스>는 “2월25일 청와대를 떠나 고향마을로 돌아온 노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관광명소로서의 전직 대통령이 됐다”라며 “관광객들은 산책 나온 노 전 대통령을 뒤따르고 사진을 찍는다. 그가 집에 있으면 관광객들은 ‘대통령님, 나와 주세요!’라고 한목소리로 외친다”라고 노 전 대통령의 인기를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감사하지만 여기 오신 분 모두 악수를 하거나 차를 대접할 수 없으니 죄송하기도 하다”라며 “정말 바쁘고 할 일이 많지만 자유롭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외신의 극찬까지 받았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검찰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나가며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노무현재단이 출간한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고인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퇴임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짓을 한 대가”라며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 주어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자 검찰은 정치적 중립은 물론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 버렸다”고 그간의 심정을 토로하고 검찰을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기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려 했다. 검찰은 거세게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검찰의 중립은 정치인들이 검찰의 중립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 검찰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재임기간 내내 검찰 개혁에 힘을 쏟았던 노 전 대통령 자신이 검찰개혁 실패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셈이다.

2008년 11월26일 국세청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검찰의 칼끝은 본격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향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표적수사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지방기업인 태광실업의 탈세사건을 ‘거악 척결 중추기관’인 대검 중수부에 배당한 것은 그런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해주었다. 실제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근들과 일가를 대상으로 ‘먼지떨이’에 가까운 저인망 수사를 진행했다.

급물살 ‘저인망 먼지떨이 수사’, 일단 언론에 유출 여론조장 의혹
혐의 드러나도 소환 조사는 차일피일, 피의사실공표죄 엄격 적용

언론도 덩달아 움직였다. 12월29일 언론은 검찰이 박 회장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15억원을 빌려준 내용의 차용증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검찰은 돈의 명목이나 대가성은 물론 차용증의 진위나 신빙성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단계라고 전했다. 검찰과 언론은 이처럼 긴밀한 ‘공조관계’를 유지하며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의혹 수준의 혐의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렸다.

이 같은 검찰과 언론의 합작품은 수사망을 넓히면서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기업 관계자, 관공서 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민주당 국회의원, 청와대 측근, 전 국회의장까지 검찰의 소환조사가 이어졌다.


2009년 4월10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를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아들인 노건호씨까지 검찰 문턱을 넘었다. 5월12일 검찰이 딸 노정연씨가 박 회장에게 수십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을 마지막으로 23일 노 전 대통령은 사저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져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의 피의사실공표죄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수사 지휘선상에 있던 핵심간부들을 피의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소도 검찰 내부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MB의 최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그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지 불과 17일 만에 박연차 전 회장을 구속시킨 후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시킨 것과는 달리, 원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고발장이 접수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서야 이뤄졌다. 또한 원 전 원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 결정은 소멸시효를 단 5일 앞두고 내려졌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당시에는 검찰의 피의사실공표죄를 묵인하고 공조했던 언론이 이번에는 태도를 바꿨다. 국정원사건 수사책임자 발언으로 관련된 수사결과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것이 피의사실공표죄 위반이라며 비난의 날을 세운 것. 검찰은 내부적으로도 유출자를 색출하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내곡동 사저부지 사건으로 MB와 그의 아내 김윤옥 여사, 아들인 이시형씨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언론은 이를 전혀 다루지 않았고, 검찰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검찰 일각에서는 ‘수사 안할 거 뻔히 알면서 고발장을 접수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고발장이 접수된 후 3개월 이내에 검찰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검찰 내부 훈시 규정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때그때 달라요’

불투명한 사실관계에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무척이나 엄격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지고 나서야 칼을 거뒀다. MB와 그 측근들의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히 드러났지만 검찰은 ‘그때’의 호기로움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국정원 댓글 사건과 4대강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이 5년 전 노 전 대통령에게 했던 그만큼만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고 적당히 피의사실을 공표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검찰개혁이 시작될 수 있지는 않을까?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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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