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모’ 활동 입체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08 1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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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계엄군? 지금은 각하의 민간군!

[일요시사=정치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의 일명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됨에 따라 그의 비자금을 둘러싼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전두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전사모)’의 활동이 재조명받고 있다. 혹시 이들이 전두환 추징법에 반대하고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에 <일요시사>가 전사모의 지난 10년간 활동을 낱낱이 파헤쳐 보았다.



전사모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3년 노무현정권 시절에 만들어졌다. 당시 전사모는 카페 개설 목적을 “각하의 업적과 통치행위, 인간적인 매력에 대해 자세히 알게 하고 (중략) 모든 국민들로부터 가장 추앙받고 존경받으시는 역대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각하 명예회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MBC <제5공화국> 방영
전두환 지지자 늘어나

개설 첫해에 1000명 정도였던 회원은 MBC 드라마 <제5공화국> 방영을 전후로 급속도로 늘어났다. 회원 수가 1만8000명을 넘어선 것.

당시 카페에 마련된 가입 인사란에는 신규회원임을 알리는 인사말이 꾸준히 올라오며 지지 열기는 고조됐다. 물론 가입자 중 상당수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안티들도 포함돼 지지팬과 안티의 대결구도가 카페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카페에는 전 전 대통령의 업적과 사진, 또 그의 참모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급격히 늘어나는 가입 열기에 힘입어 ‘10ㆍ26 밤의 진실’, ‘12ㆍ12의 당위성’, ‘5ㆍ18 분석의 코너’ 등도 신설됐다.

5·18 다룬 영화에
300억 소송 준비


전사모는 전 전 대통령이 12ㆍ12사태를 통해 권력의 중심에 등장한 것을 두고 이를 ‘구국의 결단’이라 정의했다. 전사모는 전 전 대통령의 통치 이후 노사문제와 물가가 안정궤도에 오르는 등 유사 이래 가장 이상적인 통치가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평화의 댐, 88올림픽 유치, 통행금지 해제, 교복과 두발 자유화 등을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았다.

전사모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카페모임이 우익을 단결시키는 국민총화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카페모임에서 평가절하된 전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통해 우익역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칭송하며 그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이곳에서 활동했던 카페의 지지자 대다수는 전 전 대통령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지녔다고 치켜세웠다. 혼란한 시대에 대한민국이 강소국이 되려면 그가 지닌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할 때라고 하나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을 여론조작, 좌익옹호, 국군폄하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은 5공화국 신군부 인사들은 드라마 대본의 수정을 요구하는 등 드라마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11명의 신군부 인사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죽이기’ 시나리오의 일부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정치보복의 도구가 되는 드라마”라고 항의했다.

2003년 참여정부 때 만들어져 1000명에서 1만8000명으로 회원 급증
"12·12사태는 구국의 결단" 강력한 리더십이라 칭송하며 절대적 지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보좌관이었던 박철언은 제36회 ‘여간첩 수지김 조작사건’ 편에 관하여 자신이 수지김 사건에 관여된 것처럼 드라마가 묘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MBC와 PD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전사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사모 회원들의 활동은 더욱 탄력이 붙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른 영화 <화려한 휴가>는 개봉을 앞두고 전사모의 극심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리운 오공’이라는 아이디의 회원은 ‘전사모 분들은 뭐 하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사모가 나서서 <화려한 휴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합시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전사모는 영화 <화려한 휴가>를 상대로 최고 300억원의 소송을 준비하며 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소송비용 모금을 시작했다. 전사모는 “거짓으로 꾸며진 영화를 진실인양 홍보해 1만8000명의 전사모 회원 등이 국민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정신병자로 취급당한 것에 대한 정신적 피해보상과 진실규명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영화에 대해 “애국가를 부르는 광주시민에게 진압군이 무차별 발포한 것에 대해 전국민이 분노했으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5·18특별법’ 헌법소원청구
“김대중이 일으킨 내란”

이를 본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등은 “전두환이 선량한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라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5·18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전사모의 끈질긴 공격은 멈출 줄을 몰랐다. 전사모는 급기야 ‘5·18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명칭으로 인해 전사모 회원들의 행복추구권이 묵살됐다며 이른 시일 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논란을 일으켰다.
전사모는 전 전 대통령과 5·18은 무관하다며, ‘5·18은 북한이 배후에서 조종한 시위’이거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이었고 간첩들이 벌인 시위를 진압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드라마, 영화, 그리고 특별법까지 문제를 제기하던 전사모는 5·18민주화항쟁 기념일에 맞춰 교육과학기술부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사모는 “전 전 대통령 각하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할 것이며 그분의 명예를 거짓된 진실로 실추시킨 무리들을 응징할 것”이라면서 “왜곡된 사실과 허구성 있는 만화·영화 같은 내용을 가지고 각하의 업적을 폄하하는 무리들에게 이제부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교과서 내용 ‘이의신청’ 
7월3일 대구에서 5?18 유족들과 법정공방 펼쳐 “북한군 개입했다” 

전사모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둘러싸고 지난 3일 대구지법에서 법정공방이 벌어진 것.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신경진 회장등은 “전사모 측이 5·18은 북한군이 침투해서 저질렀다 등의 내용으로 민주화운동을 비하했다”고 주장했다.

전사모 측 변호를 맡은 서석구 변호사는 이날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신 회장에 대한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서 변호사는 북한에서 출간·발행된 자료들을 제시하며 줄곧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광주항쟁이 시작된 지 4시간 만에 38개 무기고를 장악했는데 과연 순수 시민군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이냐”는 반문도 덧붙였다.

5·18 단체로부터 고소당한 전사모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장에서조차 당시 배경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의견을 펼쳤다. 방청객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면서 재판은 10여 차례나 중단됐다. 일부 5·18 유가족들은 오열하기도 했다.

전사모 회원 37명 소송
오열한 유가족

이에 앞서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38명은 ‘5·18민주화운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사건’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 작전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지만원씨와 전사모 회원 등 36명을 2008년 5월28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009년 대구지방검찰청은 전사모 회원 10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 기소했고 대구지법은 피고 1인당 벌금80만 원씩을 선고했다. 이에 전사모 회원 등 10명과 변론을 맡았던 서 변호사가 최근 정식 재판을 신청해 이날 증인이 참석한 공판이 처음 열린 것이다.

신 회장은 재판 직후 “가슴이 답답하다. 전사모 회원들을 법정 밖에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28일 오후 2시2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현재 전사모 카페는 휴먼상태다. 하지만 이들의 오프라인 조직은 아직 건재해 보인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며 10년이 넘도록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전사모 회원들로 인해 5·18유족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전사모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멈추어 생각할 때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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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