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창당 멤버’ 영입 총력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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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꽂자니 사람이 없고 사람 모으자니 깃발이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출범하면서 그동안 ‘설’로만 떠돌았던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안 의원의 행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안 의원이 정책세미나 등 지방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월 재보선 전에 각 지역의 인재를 영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된다.




안철수 의원이 지방과 스킨십을 넓히며 신당 창당 채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각 지역 지지조직이 결집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인사는 좀처럼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국이 암운 속에 있는 만큼 안철수 신당에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높다고 진단한다. 안 의원을 믿고 정치에 뛰어들어 승부를 걸기에는 아직 무리수라는 이야기다.

차기 대선주자 1위
정당 지지율 2위

차기 대선주자로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야권에선 무소속 안 의원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철수 신당 창당에 동력이 붙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6월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9.0%를 기록, 8.8%를 기록한 김문수 경기지사에 0.2%포인트 앞섰다. 김 지사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6.9%), 정몽준 의원(6.3%), 홍준표 경남지사(4.7%), 나경원 전 의원(3.6%), 남경필 의원(3.2%), 원희룡 전 의원(2.5%), 유승민 의원(1.6%) 등이 뒤를 이었다.

야권 차기 대선주자 조사에서는 안 의원이 26.1%를 기록, 15.4%를 기록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10.7%포인트 앞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1%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7.8%), 김영환 의원(2.9%), 정동영 상임고문(2.6%), 송영길 인천시장(2.1%), 안희정 충남지사(2.0%),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1.2%)가 뒤를 이었다.

전국 순회 세미나 시작
지방정치인 ‘눈독’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창립기념 학술회를 개최한 결과 안철수 신당의 가상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그렇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가정한 정당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이 41.9%, 안철수 신당이 27.3%, 민주당이 14.8%를 기록했다. 이로써 안철수 신당과 새누리당 간 격차는 14.6%포인트로 소폭 줄어들었다. 리얼미터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하면서 보도량이 증가한 것이 지지율 1.1%포인트의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 정당지지율 조사결과 새누리당이 0.1%포인트 하락한 48.6%, 민주당은 0.4%포인트 상승한 21.5%를 기록해 양당 격차는 27.1%포인트로 좁혀졌다. 통합진보당은 2.3%, 진보정의당은 1.5%였고 무당파는 0.2%포인트 하락한 23.4%였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 될 경우 그 파괴력은 더욱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 의원은 얼마 전 국회출입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의 ‘지역발전관’을 피력해 이를 지방의 정치세력화 물밑작업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안 의원은 지방언론사와의 오찬간담회에서 “지역문제를 중앙정부가 마치 나눠주는 식으로 시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가 예산을 나눠주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하기 위해 담당공무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누구보다 지역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지역 발전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국회의원 당선 후 처음이다.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출범 후 가상 지지율 상승
7월 전국 순회 세미나, 대전·창원·전주에 이어 수도권 개최 


안 의원과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7월부터 전국 순회 세미나를 연다. 5일 대전, 6일 창원, 12일 전주에 이어 중순 이후 수도권에서 한 차례 개최한다. 안 의원은 "앞으로도 계속 지역을 방문해 지역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안 의원이 참석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토론회는 충청(대전)을 시작으로 영·호남에 이어 수도권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신당 창당의 기초작업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 세미나가 치러지는 대전지역 안 의원 지지모임으로 알려진 ‘대전내일포럼’ 관계자들 또한 지역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인재들을 살피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상 후보군을 리스트업 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안 의원을 지지해온 지방정치권 인사들의 ‘커밍아웃’도 관심사다.



민주당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지역은 야권의 텃밭인 전주다. 전북은 민주당 텃밭으로 그동안 민주당에 몸담아온 인사들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었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야권 분열의 직접적 변수로 보는 이유다. 이와 함께 오는 10월 재보선은 도내 지역에서 안 의원 정치세력화 여부의 직접적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당장 전주 완산을의 포함 여부에 따라 안철수 신당이 전북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을 기반으로 삼아 안 의원이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정치 도약의 발판을 마련, 내년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주 둘러싼 각축전
군포 스킨십 강화

반면 민주당은 전주 완산을이 재선거지역으로 분류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철수 신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은 것으로 감지된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최근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비롯한 안 의원 측 인사들이 군포지역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정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안 의원 측 인사들이 군포지역 새누리당과 민주당 인사 몇몇과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이 유력한 안철수 신당이 군포시 지역위원회를 만들고 시장선거에 나서기 위한 물밑 작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성 정당에서 눈에 띄는 출마예상자가 없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이 창당돼 선거에 뛰어들 경우 그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군포지역은 20~30대의 젊은층 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많아 야권성향이 강한 곳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지난 선거에서 ‘바람’에 민감한 표심을 보여 지역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신당 창당 서두르지 않을 듯 ‘인재영입 주력’ 시사
신진정치인 발굴과 함께 기성정치인과도 손잡을 것

안 의원은 “그릇 먼저 만들고 사람을 모으지 않겠다”라고 말해 신당 창당을 서두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계별로 진행하겠다”라며 오는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안철수의 사람’을 찾아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정치세력화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 의원은 “인재는 상당히 많은데, 정치 쪽이 워낙 험난해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야권 재구성을 위한 주도권 경쟁의 일환으로 인재 영입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과거 재야세력과 같은 ‘정치집단'이 부재한데다, 어렵사리 찾아낸 후보들도 선뜻 응하는 경우가 드물어 영입작업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벌써부터 주변에선 "제대로 된 인재를 모시려면 삼고초려는 기본이고, '십고초려'의 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안 의원 측은 '안풍(安風)'의 확산은 '제2, 제3 안철수의 출현'이라고 보고, 영향력 있는 인사를 영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기성정치권에서도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은 이른바 '6인회'로 알려진 새누리당 김성식·정태근·홍정욱 전 의원, 민주당 김부겸·정장선·김영춘 전 의원 등 기성정치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의 합류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김성식 전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은 당장 안 의원과 한솥밥을 먹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십고초려’ 보여야
‘새정치’ 분명히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인재영입이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이 내세우는 '새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내용을 분명히 하는 게 우선이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박근혜정권을 비토할 때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 가지’가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안철수의 새정치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안 의원은 지역신문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측근 인사들을 후보로 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 공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각 분야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일해서 성과를 만들어 낸 분들이 있으면 같이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그릇(신당)을 만들고 나서 사람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아니다”고 밝혔다.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신당에 들어올 사람부터 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지금도 많은 사람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깃발을 꽂자니 사람이 없고 사람을 모으자니 깃발이 없는 안 의원의 처지가 ‘내일’은커녕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정치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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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