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권 싱크탱크 ‘내일’ 실체 대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18 1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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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철수사단’ 잘하면 ‘천군만마’ 까딱하면 ‘개미군단’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신당이 드디어 움직이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책연구소 ‘내일’이 출범함에 따라, 그동안 ‘설’로만 떠돌았던 안철수 신당이 본격적으로 준비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 구성원의 면면과 움직임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야는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앞으로 ‘안풍’의 진원지가 될 내일의 실체와 구성원들의 면면을 <일요시사>가 꼼꼼히 살펴봤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앞으로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의 출범을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연구진 영입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 의원은 개소식 자리에서 “정책 만들 때 취한 방식은 이미 문제 해결 방법들이 연구돼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현장에서 만들어진 정책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 다른 분야 외에 연관관계를 재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일의 수평적 방향을 언급했다.

대선캠프 참여했던
‘친안’ 인사 대거 참여

안 의원의 내일은 정책을 주로 다루는 연구소인 만큼 연구진은 안 의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약 마련을 위해 꾸렸던 정책포럼 멤버들에 새로운 인물이 수혈되는 방식으로 짜여졌다.

안 의원 측은 내일의 발기인이 총 52명이라고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명단은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발기인 명단이 결국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친안(親安)’ 인사들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인재 영입은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지난해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18인과 교수?전문가 34인이 내일의 발기인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 때 안 의원의 정책포럼은 세부분야별로 26개가 꾸려졌고, 이름을 올린 교수·전문가 등은 200여 명이 넘었다. 이에 따라 내일의 연구진은 그 이상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안 의원 측은 밝혔다.

안철수 재단 이사진
손학규 재단 강사진

지금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내일 이사진 명단에는 안 의원,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장하성 고려대 교수, 이옥 덕성여대 교수, 소설가 조정래 등 총 5명이다. 그리고 백웅기 상명대학교 교수가 감사를 맡았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이는 최장집 이사장이다. 내일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지난 대선캠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탓에 최 이사장에게 이목이 쏠렸다. 최 이사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과 전망을 연구하며 정치학계를 이끌어온 진보학자로 꼽힌다. 1998년 4월부터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냈으나 한국전쟁 평가를 두고 한 월간지와의 이른바 ‘사상논쟁’에 휘말려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최 이사장은 교수 시절부터 정당정치에 강한 신뢰를 갖고 있었다. 그는 정당정치 복원에 이은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의 활성화와 함께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 이사장은 저서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통해 한국 정치에서 노동이 정당체제로 수렴되지 못한 점을 꼬집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번 대선에서 노동 의제를 정치·사회적 중심이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기인 52명 명단 공개는 아직, 캠프인사 18명 전문인·교수 34명
새 인물 최장집 교수, 내일 이사장 선임돼 신당 창당 핵심인물로 

안 의원과의 인연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안 의원은 작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맞장토론에서 최 이사장의 지적을 인용해 공세를 펴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또한 올 초 한 매체를 통해 “안철수씨가 한국 정치사에 이바지하려면 제3의 정당을 만들어 성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을 ‘독려’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최 이사장이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장하성 교수는 작년 안철수 캠프에서 국민정책본부장을 맡았었다. ‘경제민주화의 기수’로 불리는 장 교수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도 연이 닿아 눈길을 끌었다.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정치아카데미를 개설한 첫날 장 교수가 강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

재단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손 고문의 정치적 가치와 철학, 비전에 동조하는 후진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동아시아 미래아카데미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1기 아카데미에는 현역 기초의원과 정치지망생, 손 고문 지지자 등 전국에서 50여 명이 수강신청을 했다고 재단 측이 밝혀 일각에서는 손 고문의 정치활동이 재개된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장 교수뿐만 아니라 최 이사장도 이름을 올려 안 의원의 신당 창당에 손 고문이 합류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다. 장 교수의 강의주제는 ‘경제민주화와 한국 경제의 발전방향’으로 오는 8월17일이 마지막 강의 날이다.

이옥, 안심육아정책 눈길
조정래, 연재 후 내일에 올인

이옥 덕성여대 교수는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육아정책을 담당했던 인물로 이미 정치권에서는 익숙한 이름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바 없어 기본적인 개인프로필 정도만 열람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1952년 충남 출생으로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한 후 석사과정을 거쳐 유학길에 올랐다. 현재 아동발달과 아동복지가 전문분야이며, 한국아동학회?한국아동권리학회?영유아보육학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작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5일 ‘초등학교 방과 후 어린이센터’를 실시하고, 0~5세 아동에 대해 무상보육을 전면 실시하는 등의 안심육아정책 육아지원 5대 전략을 발표했다. 5대 전략에는 이외에도 ▲가정 내 양육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30%로 확대 ▲보육교사 정규직화가 포함됐다. 대선 당시의 양육 정책 계획은 앞으로도 이 교수를 통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집필한 조정래 작가가 이번에도 안 의원 옆에 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9일 열린 내일 개소식에서 조 작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3년 만에 진행 중인 장편소설 <정글만리> 연재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의 기수’ 장하성 교수, 육아·양육 정책 담당 이옥 교수
무한 신뢰 보내는 조정래 작가, 대기업 정책 지휘할 백웅기 교수

안 의원 측은 “조 작가가 내일 이사진에 합류하는 데 흔쾌히 승낙했다”며 “다만 조 작가는 소설의 연재가 끝난 6월 말 이후부터 내일의 활동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 작가와 안 의원의 인연 역시 작년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작가는 지난해 9월 안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안 의원의 대선캠프 후원회장을 맡았다.

“평생을 통해 보여준 안 후보의 헌신성과 실천성을 믿는다”고 강조하며 안 의원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준 그는 ‘안철수 현상’을 ‘시대적 요구’ ‘역사적 부름’으로 높이 평가했다.

대선이 끝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 조 작가와 안 의원은 각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지점에서 다시 만나 눈길을 끈다. 아직도 손으로 원고를 쓰는 조 작가는 독자들을 만나는 공간으로 ‘인터넷’을 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돌고 돌아 제도권정치에 진입한 안 의원은 내일 출범을 시작으로 독자 세력화의 닻을 올렸다. 두 사람의 인연이 뜬구름이란 비판에 직면한 ‘새정치 3.0’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을 지지했던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내일의 감사를 맡았다. 현재 한국경제연구학회에 소속된 백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산업연구원 연구원, 한국개발원 연구위원,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분석실장을 거쳐 상명대 총장서리를 역임했다.

대기업정책 효율성 논의
과제는 ‘안풍’의 정착

안 의원은 작년 대선에서 재벌개혁 등 대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특별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하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대통령이 직접 ‘장’으로서 참여하는 위원회나 회의체 같은 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의 의결권이 전체 대기업 관련 부처의 정책에 우선하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백 교수가 “대기업정책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정부조직 개편을 먼저 단행하고 부총리급의 특정 부처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게 해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백 교수는 안 의원 측에서 대기업 개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구조를 바꾸는 논의를 하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라면서 “순수한 교수들의 집합으로 봐서는 안 되며, 기존 정치권 인사들의 경험도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새롭게 꾸려진 ‘안철수사단’이 안풍을 현실정치로 정착시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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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