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박심' 이정현 청와대 신임 홍보수석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13:04:44
  • 댓글 0개

'BH 구원투수' 불통 깨고 소통 나선다

[일요시사=경제1팀] '불통'이미지가 강했던 청와대에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정무수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자리를 옮긴 이 수석은 언론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목욕탕 토크' '쪽지 토크' '새벽 토크' 등 파격제안도 서슴없다. 하지만 이 수석의 자리이동에 대한 시각차는 있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공석이었던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정현 정무수석을 기용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홍보수석 자리는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인사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 수석의 수평이동으로 공석이 된 정무수석과 윤창중 전 대변인의 낙마로 비어있는 남성 대변인의 경우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소통 청와대'
시동 건 이정현

청와대는 지난 5월22일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이래 언론인과 정치인 출신 가운데 후임자를 물색해 왔다. 그러나 외부에서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결국 이 수석을 수평이동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수평이동한 것은 청와대 내 홍보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이 수석에 대한 신뢰도 엿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김병호 대선캠프 공보단장의 활동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선거 3개월 전에 공보단장을 이 수석으로 교체한 적이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 "이 수석이 박근혜정부의 '왕수석'"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수석은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부터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일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찾아 각종 파격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남기 전 수석은 100여일 동안 불과 여섯차례 춘추관을 찾았다.

이 수석 지난 4일 오전 10시께 춘추관을 찾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이 수석은 '목욕탕 토크'를 제안, 춘추관을 발칵 뒤집어 놨다. 그는 "오전에 씻기도 해야 하고 청와대로 오면서 여러 가지 조율할 것도 많이 기자들 전화를 다 받을 수가 없다"며 "새벽에 춘추관 지하 목욕탕에서 출근한 기자들과 간단히 얘기하면서 언론이 청와대에 대해 궁금한 게 뭔지 들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수석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자들은 소외된다" "새벽에 출근하는 기자가 얼마나 되나" 등 이의가 제기됐고 이 수석은 "목욕은 청와대 경내에서 하겠다"고 물러났다. 대신 아침 회의 전 오전 7시쯤 춘추관에 들러 '새벽 간이토크'를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 수석은 새벽 간이 토크 외에도 언론과의 접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오전 청와대 회의 이후 한 번, 오후 청와대 회의 이후 한 번 기자실에 들러 언론의 관심사에 대해 백브리핑 형식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씻을 때, 회의할 때 빼고는 언제든 전화를 받겠다. 만나야 할 때 만나고 연락해야 할 때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과 스킨십 강화…'목욕탕 토크' 파격제안 
'그 사람이 그 사람' 회전문·돌려막기 비판도

이남기 전 수석 시절 '청와대 관계자' 보도 자제 요청 논란에 대해서는 '고위 관계자'라는 표현은 자제를 요청하고 '관계자'는 허용했다.

'쪽지 토크'도 제안했다. 이 수석은 기자들이 궁금한 점을 쪽지로 남겨 놓는 미국을 예로 들면서 "우리도 그대로 해보자"고 말했고 이에 홍보수석실 직원들은 기자들이 질문지를 붙일 수 있도록 즉각 게시판을 마련했다.

이틀 째인 지난 5일 오전 6시55분, 이 수석은 전날 약속대로 춘추관을 찾았다. 일부 기자들은 '와∼'하는 탄성을 질렀다.

"긴장이 돼 잠이 안 와서 일찍 나왔다"고 말문을 연 이 수석은 30여 분간 각종 현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그답게 기자들의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변하며 공감을 이끌었다.

2007 대선경선 이후
'박근혜 복심'으로


이 수석은 "미국 백악관 기자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을 살펴보려고 책 5권을 구했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우리 기자들은 왜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기자들과 대변인의 갈등은 우리보다 100배나 심하더라. 그래서 나도 웬만하면 다 참으려고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그는 또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전후로 언론이 제기한 국정 운영에 대한 각종 지적에 대해 "하나하나 귀 기 기울여야 할 부분이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라고 본다"며 "아주 잘못된 팩트 외에는 국민의 뜻으로 알겠다"고 했다.

과도한 언론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도 드러냈다. 이 수석은 "가급적 내 이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내가 중심이 되면 안 된다. 나는 비서일 뿐이다. 공식 발표는 대변인을 통해 하고, 나는 배경 설명을 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정무수석 시절에도 "목에 힘을 빼라"고 당부해 왔다.

언론은 이 수석의 이러한 소통 구상에 대해 '신선한 시도'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도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는 등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수평이동에
인재풀 논란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불통 정치'에 국민의 실망이 컸고 윤창준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참사'와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퇴는 국정혼란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이 신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이 신임 홍보수석이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정치가 개선되고 국정혼선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대선 기간에 공보단장을 역임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만큼 자기 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홍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고 비록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전문성에서 별로 시비를 걸 점이 없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회전문·돌려막기 인사'라는 지적이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현안논평에서 "이 신임 수석은 당선인 시절 정부팀장을 맡아 보안중시를 강조하며 '외과 수술로 입을 없애 버렸다'고 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입을 활짝 열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0일 동안 끊임없이 인사실패, 인사참사로 비판받았던 박 대통령 인사의 종착점은 결국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로 판명됐다"며 "우리 국민들은 벌써 대통령의 수첩 속 명단을 모두 확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정무수석을 홍보수석으로 돌려막는 회전문 인사의 화룡점정"이라며 "박근혜정부 인재풀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수석을 겨냥해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첫째도 소통, 둘째도 소통하는 구원투수 홍보수석이 되시라. 이 수석의 균형 있는 자세가 국민대통합과 소통정치의 성패를 판단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tbs 라디오 <열린 아침 송정애입니다>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비서를 A라는 보직에 놓고 B라는 보직에 놓고는 그야말로 내부의 일"이라며 "회전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역량 있는 분, 그래서 당청관계 뿐 아니라 청와대와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소통을 잘하고 또 국민들에게도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을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빨리 찾아내는 그것을 회전문 인사라고 자꾸 비판만 하고 있으면 적절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가장 잘 통한다"
친박계서도 핵심 중 핵심


김 정책위의장의 말처럼 대놓고 비판만 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박 대통령이 새 인물을 수혈하지 못하고 정무수석을 수평이동시킨데 대한 '회전문·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한 당장 공석이 된 정무수석을 찾는 일도 시급하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정무수석 후보군으로 친박계 출신의 전직 의원군이 먼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중에서 3선 출신의 김학송 전 의원을 비롯해 재선 출신의 이성헌 전 의원, 초선 출신의 권영진·현지환 전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의 속마음과 철학 등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친박계에서도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전남 곡성 출신의 이 수석은 광주 살레시오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정치계에 입문한 때는 1985년 전남도지사를 지낸 구용상 민정당 전 의원의 총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부터다. 이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후보 측 대선기획단장을 맡았으며 당료로 활동하다가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 낙선했으나 민주당의 텃밭에서 39.7%라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해 당에선 호남 배려차원으로 지난해 6월 그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으며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정무팀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되면서 당·청 간의 소통을 주도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박 대통령과는 2004년 처음 만났다. 박 대통령이 17대 총선 직후 오찬 자리를 마련했는데 광주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 수석이 이 자리에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주장한 게 계기였다. 박 대통령은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 하느냐"고 감탄했고, 며칠 뒤 그를 당 수석 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수석은 이후 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홍보 책임자로 활동했으며 박 대통령이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하고 정치적 칩거를 이어갈 때도 대변인 역할을 했다. 이명박 후보 측의 선대위 고위직 제의와 김문수 경기지사 측의 정무부지사 제의를 모두 고사하면서까지 박 대통령을 지켜 '박근혜의 입' '걸어 다니는 박근혜 사전'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당시 혼자서 전 언론을 상대하다 보니 휴대전화 배터리를 12개씩 준비해놓고 사용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후임 정무수석은?
친박계 출신 거론

그는 2011년 쓴 자전적 에세이에서 박근혜 정치에 대해 "부정부패가 얼씬도 못하는 윗물이 맑은 사회를 이룰 것이고 정치 선진화를 실현해 인치가 아닌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최초의 지도자가 될 것이며,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주력한 기존 정치와 달리 사회적 자본, 즉 신뢰·원칙·법치 등을 확립시킬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난달 공개된 공직자 재산현황에서 이 수석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10명 중 가장 적은 4억5000만원을 적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박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온 후 "3년만 일하고 은퇴해서 가족과 삶을 누리며 종교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가족은 부인 김민경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이정현 홍보수석은?>

▲1958년 전남 곡성
▲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 전략기획단장
▲한나라당 정책기획팀 팀장
▲한나라당 상근 부대변인
▲제18대 국회의원
▲국회 예결·문방·법사위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 공보단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정무팀장
▲청와대 정무수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