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세훈 게이트’ MB 정조준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13: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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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꼬리 잡아당기면 끝에 MB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검찰이 박근혜정부 들어 첫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칼끝은 유난히 매섭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 여부를 두고 법무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강도 높은 검찰개혁이 요구된 탓에 일단 ‘강경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MB도 옴짝달싹 못하게 생겼다. 검찰의 칼끝은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심장을 겨눈 것일까? <일요시사>가 ‘원세훈 게이트’를 통해 MB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점쳐 봤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검경과 국회가 들썩인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짧지 않은 여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국정원과 경찰, 그리고 언론과 민주당 사이에 수차례 고소·고발이 오갔다. 그리고 최근 황보건설 전 대표 황보연씨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뒤늦게 동력이 붙은 검찰 수사도 그나마 아슬아슬하다. 오는 6월19일 국정원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MB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기는 원 전 원장과 마찬가지다.

수사과장 좌천 후
‘몸통’ 고발에 수사 개시

국정원사건은 작년 12월11일 민주당이 국정원 직원 김모씨를 선관위와 경찰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면서 발단이 됐다. 얼마 전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던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그날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수서경찰서는 국정원에 범죄수사 개시를 통보하고 노트북과 테스크탑 컴퓨터 등 증거를 수집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있기 3일 전 국정원이 이러한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다음날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를 방해하는 윗선의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권력층 비호 속
황보건설 승승장구

대선 이틀 전, 수사경찰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일축하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급거 발표했다. 그리고 대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2월4일 권 과장이 수서경찰서에서 송파경찰서로 전보되기까지, 권 과장과 경찰청 고위관계자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권 과장의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경찰 고위층의 심기를 건드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김모씨가 대선 관련 인터넷 글에 추천과 반대 의사 99차례 표시했다.” “경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나온 권 과장의 발언들이다.

경찰청 고위관계자가 권 과장에게 “(언론에) 한마디라도 더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 과장의 전보조치가 ‘좌천’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정원사건을 진두지휘했던 권 과장이 전보되면서 경찰 수사는 동력을 잃은 듯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을 고발하고 민주노총과 4대강범대위, 참여연대, 민변 등이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국정원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퇴임 이후 개인사무실 내고 뛰던 MB “나 지금 떨고 있니?”
국정원사건이 뭐라고. 경찰·검찰·국회·언론까지 ‘들었다 놨다’

경찰이 국정원사건을 수사한 지 4개월 만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하기로 하고 사건을 검찰에게 넘긴 탓에, 공무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왜 선거법을 적용하지 않느냐를 두고 정가와 검찰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었다.

검찰은 수사 내내 물증 확보에 주력했다. 경찰은 3개 사이트에서 불과 100여 건의 정치적인 글을 찾아내는 데 그쳤지만, 검찰은 1개 사이트를 분석해 수백 건을 확보했다. 국정원 직원이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거론한 글도 수사과정에서 발견되면서,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국정원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황보건설의 금품 로비 의혹이 정·관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원 전 원장은 검찰의 칼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 전 원장이 우선 황보건설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고, 골프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황보건설 전 대표 황씨를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해 철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황씨의 개인비리보다 정권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황씨가 원 전 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로 관급공사를 수주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황보건설은 MB정부 시절 8배 가까이 성장한 점이 더욱 의심을 샀다. 2008년 63억원에 불과하던 황보건설의 매출은 ▲2009년 296억원 ▲2010년 408억원 ▲2011년 473억원 등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2009년 970위대에서 2012년 380위대까지 급성장세를 기록했다. 

당시 황보건설은 대형업체가 수주했던 도로건설공사 중 일부를 수행했다. 이로 인해 황보건설은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채찍 든 검찰
당근 든 법무부

검찰은 황씨가 로비를 벌인 정관계 인사들이 황보건설이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하고 대형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줬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검찰은 황씨에 대한 수사 초기에 황보씨가 작성한 정관계 인사, 금융·언론인 등에게 보낸 ‘선물리스트'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황씨가 원 전 원장에게 순금과 명품의류, 가방 등 10여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제공했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인터넷상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이나 MB정부의 4대강 사업 등 정부 주력사업의 홍보 등을 지시했고, 심리정보국 산하 대응팀이 각종 사이트에서 댓글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한 상황에서 황보건설 로비 물증은 원 전 원장을 옥죄고도 남았다.

제동은 엉뚱한 곳에서 걸렸다.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검찰과 ‘신중해야 한다’는 법무부 간 갈등이 빚어진 것. 검찰은 정권 교체기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악습을 끊으려면 강도 높은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와 달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수사가 공안사건인 데다 선거법 적용 여부를 다투는 사안으로, 일반 형사사건이나 특수사건과 달리 정밀한 법리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국정원법 혐의만” 검찰 “선거법 위반도” 법무부 “신중히”
‘대표 MB맨’ 잡으면? 국정원·4대강·주가조작·내곡동 털린다  

검찰의 주장대로 원 전 원장을 구속할 경우 MB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정가의 일반적인 목소리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MB를 바로 끌어올 수 없으니, 원세훈을 거치는 것이다. 모든 칼날은 MB를 향하고 있다”라며 “국정원사건으로 원 전 원장을 건드리면 MB의 4대강, 주가조작, 내곡동까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실제로 국가 정보기관의 최고수장 자리에 올랐던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혔다. 원 전 원장은 MB가 서울시장 재임 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원 전 원장은 MB가 청와대에 입성하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에서 그는 승승장구했으며, 전례 없이 국정원장으로 장수했다.

전 국정원 직원이었던 김모씨가 원 전 원장에 대해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일 것”이라 말한 것만 보더라도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곧 MB를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불구속 기소 결정?
수사 난항 예상

실제로 당시 한 언론사는 “그동안 원 원장은 정부 내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untouchable) 실세’였다. 매주 금요일 MB를 독대한다. 이 자리엔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배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 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각종 민감한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원 원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장차관이 적지 않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키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기소 입장을 고수했던 일선 수사팀이 강력 반발하는 등 검찰 내 심각한 내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MB수사에 먹구름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진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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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