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릴레이 폭로’ 난타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03 14:21:16
  • 댓글 0개

회장님에 사모님·총장님까지 ‘헉’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페이퍼 컴퍼니’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심상찮은 시선은 일제히 실명이 공개된 기업체로 쏠리는 분위기다. 국세청도 곧바로 이들의 탈세 여부 조사에 착수할 태세다. 해당 사안들이 미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 타깃이 누가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달 27일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총수와 전·현직 임원 7명의 명단을 추가로 공개했다. 22일 1차 발표에 이은 2차 발표다. 이어 3일 뒤 금융·문화·교육계 인사가 포함된 3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페이퍼컴퍼니’에 연루된 재계인사는 17명으로 늘어났다.

삼성 임원도 ‘콕’

공개된 2차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 케미칼 부회장과 배우자 김영혜씨,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 등 국내 4개 대기업 회장과 전·현직 임원이 포함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는 2008년 10월2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그룹’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최 회장은 이 회사의 발행주식 5만주 가운데 90%인 4만5000주를 취득했고, 나머지 5000주는 당시 전무였던 조 전 대표가 보유했다.

황용득 사장은 1996년 2월19일 쿡아일랜드에 ‘파이브스타 아쿠 트러스트’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그 해 3월과 다음해 8월 각각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위치한 아파트 두 채를 잇달아 사들인 다음 5년 뒤인 2002년 6월 한화그룹 일본법인인 한화재팬에 매각했다.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235만494달러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트 구입 당시 황 사장이 39세의 일개 직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어 개인자산이 아닌 실제 소유주를 숨기기 위해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민호 전 부회장은 1996년 1월 선경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재직 중 버진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발행 주식은 단 1주에 불과했고, 그나마 1주의 주주도 익명 처리돼 있었다. 실제 주인을 알 수 없던 이 회사는 7년 뒤인 2003년에 조 전 부회장의 부인에게 넘어갔다.

이덕규 전 이사도 2005년 7월 버진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는데, 이 법인의 발행주식 또한 1주에 불과했다. 유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도 2007년 4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이 공개되자 해당 기업들은 자사와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한진해운 측은 “최 회장이 법인을 설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 11월께 모든 관계를 정리했다”고 해명했고, 한화 측 역시 “당시 우리나라 해외법인이 해외부동산 취득에 어려움이 있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2002년 적법한 절차를 통해 취득했다”고 말했다. SK 측도 10여년 전 퇴직한 임원의 개인적인 일을 기업과 연관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대우인터 역시 “이 전 이사는 2008년 퇴직했다.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며 항변했다.

해당기업들이 ‘선긋기’에 분주할 무렵, 3차 명단이 추가로 공개됐다. 3차 명단에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배우자인 연극배우 윤석화씨, 이수형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 등 금융·기업·문화·교육 분야 등 각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버진아일랜드 계좌명단 추가 공개
총수·임원·연예인·언론인 포함
조만간 4차 발표…다음 타깃 누구?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석기 전 사장은 1990년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총 6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보유 중이다. 그는 홍콩으로 도피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된 시기에도 3차례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인인 윤씨는 김 전 사장과 함께 1993년 1월 설립된 ‘STV 아시아’와 2001년 2월 세워진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에 주주로 참여했다.

특히 2005년 6월 세워진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 등기이사엔 김 전 사장 부부 뿐 아니라 이수형 전무, 조원표 대표가 나란히 등재돼 있어, 이들 4명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무와 조 대표는 동아일보를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특히 이 전무는 15년간 법조기자로 일하면서 기자상을 10차례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씨 측은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이름만 빌려줬을 뿐, 페이퍼컴퍼니의 설립과 임원으로 등재된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고, 이 전무도 언론에 공개한 경위서에서 “언론사 후배인 조 사장과 김 전 사장이 함께 일하게 되면서 조 사장을 통해 여권번호와 영문이름을 알려준 것이 전부”라며 “페이퍼컴퍼니인 줄 몰랐고 금전거래도 없었다. 삼성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공개된 3차 명단에는 또 전성용 경동대 총장이 포함됐다. 전 총장은 2007부터 2008년 사이, 버진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 총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김 전 사장에 이은 또 한명의 ‘조세피난처 큰 손’으로 지목됐다.

전 총장은 2007년 6월5일 ‘메럴리 월드와이드’란 법인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4일 ‘전성용’, 7월9일 ‘더블 콤포츠’(싱가포르), 2008년 10월21일 ‘인적 자원관리연구소’ 등을 각각 세우고, 등기이사와 주주 이름를 모두 차명으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취재가 시작된 이후 전 총장이 1주일 동안 대학교에 출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2,3차 명단을 <뉴스타파> 홈페이지, 유튜브, 팟캐스트, 다음TV팟 등을 통해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탈세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이날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은 탈세 등의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역시 과거 자료를 정밀분석해 탈세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만 빌려줬다?

그러나 재계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반기업 정서로 확산돼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나 정치권의 법안 경쟁이 더 가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역외탈세 불법성은 조사를 해봐야 하는 사안이지만 그 자체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여론의 흐름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재계에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화 남편’김석기 누구?
재벌가 사위 출신 주식전문가

<뉴스타파>가 발표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소유 한국인 3차 명단에 배우 윤석화씨와 남편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경 CJ 부회장과 이혼
과거에도 유령회사로 큰돈

윤씨의 남편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은 주식과 국제 금융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1990년대 초 홍콩에서 활동하며 국제적인 금융 감각을 키웠고 이를 국내 금융업계에 적용했다. 국내 회사의 채권을 외국에서는 싸게 사고 국내에서는 비싸게 파는 방법이었다. 

국내에서 거의 처음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주식 투자를 해서 성공했다고 알려진 김 전 사장은 국외의 조세 회피 지역에 서류만 있는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 이름으로 상장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화려한 경력과 성과를 쌓았던 김 전 사장은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과 결혼해 삼성가(家)의 사위가 되었지만 이혼했고, 이후 연극배우 윤석화 씨와 살았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 됐고, 당시 운영하던 중앙종금은 부실 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그는 홍콩 리펄스베이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인 윤씨는 1975년 민중 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 30여 년 동안 연극 <신의 아그네스> <딸에게 보내는 편지> <위트>, 뮤지컬 <명성황후> <넌센스> 등에 출연한 스타 배우다. <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