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릴레이 폭로’ 난타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03 14: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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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에 사모님·총장님까지 ‘헉’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페이퍼 컴퍼니’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심상찮은 시선은 일제히 실명이 공개된 기업체로 쏠리는 분위기다. 국세청도 곧바로 이들의 탈세 여부 조사에 착수할 태세다. 해당 사안들이 미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 타깃이 누가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달 27일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총수와 전·현직 임원 7명의 명단을 추가로 공개했다. 22일 1차 발표에 이은 2차 발표다. 이어 3일 뒤 금융·문화·교육계 인사가 포함된 3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페이퍼컴퍼니’에 연루된 재계인사는 17명으로 늘어났다.

삼성 임원도 ‘콕’

공개된 2차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 케미칼 부회장과 배우자 김영혜씨,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 등 국내 4개 대기업 회장과 전·현직 임원이 포함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는 2008년 10월2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그룹’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최 회장은 이 회사의 발행주식 5만주 가운데 90%인 4만5000주를 취득했고, 나머지 5000주는 당시 전무였던 조 전 대표가 보유했다.

황용득 사장은 1996년 2월19일 쿡아일랜드에 ‘파이브스타 아쿠 트러스트’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그 해 3월과 다음해 8월 각각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위치한 아파트 두 채를 잇달아 사들인 다음 5년 뒤인 2002년 6월 한화그룹 일본법인인 한화재팬에 매각했다.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235만494달러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트 구입 당시 황 사장이 39세의 일개 직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어 개인자산이 아닌 실제 소유주를 숨기기 위해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민호 전 부회장은 1996년 1월 선경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재직 중 버진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발행 주식은 단 1주에 불과했고, 그나마 1주의 주주도 익명 처리돼 있었다. 실제 주인을 알 수 없던 이 회사는 7년 뒤인 2003년에 조 전 부회장의 부인에게 넘어갔다.

이덕규 전 이사도 2005년 7월 버진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는데, 이 법인의 발행주식 또한 1주에 불과했다. 유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도 2007년 4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이 공개되자 해당 기업들은 자사와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한진해운 측은 “최 회장이 법인을 설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 11월께 모든 관계를 정리했다”고 해명했고, 한화 측 역시 “당시 우리나라 해외법인이 해외부동산 취득에 어려움이 있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2002년 적법한 절차를 통해 취득했다”고 말했다. SK 측도 10여년 전 퇴직한 임원의 개인적인 일을 기업과 연관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대우인터 역시 “이 전 이사는 2008년 퇴직했다.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며 항변했다.

해당기업들이 ‘선긋기’에 분주할 무렵, 3차 명단이 추가로 공개됐다. 3차 명단에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배우자인 연극배우 윤석화씨, 이수형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 등 금융·기업·문화·교육 분야 등 각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버진아일랜드 계좌명단 추가 공개
총수·임원·연예인·언론인 포함
조만간 4차 발표…다음 타깃 누구?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석기 전 사장은 1990년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총 6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보유 중이다. 그는 홍콩으로 도피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된 시기에도 3차례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인인 윤씨는 김 전 사장과 함께 1993년 1월 설립된 ‘STV 아시아’와 2001년 2월 세워진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에 주주로 참여했다.

특히 2005년 6월 세워진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 등기이사엔 김 전 사장 부부 뿐 아니라 이수형 전무, 조원표 대표가 나란히 등재돼 있어, 이들 4명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무와 조 대표는 동아일보를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특히 이 전무는 15년간 법조기자로 일하면서 기자상을 10차례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씨 측은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이름만 빌려줬을 뿐, 페이퍼컴퍼니의 설립과 임원으로 등재된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고, 이 전무도 언론에 공개한 경위서에서 “언론사 후배인 조 사장과 김 전 사장이 함께 일하게 되면서 조 사장을 통해 여권번호와 영문이름을 알려준 것이 전부”라며 “페이퍼컴퍼니인 줄 몰랐고 금전거래도 없었다. 삼성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공개된 3차 명단에는 또 전성용 경동대 총장이 포함됐다. 전 총장은 2007부터 2008년 사이, 버진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 총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김 전 사장에 이은 또 한명의 ‘조세피난처 큰 손’으로 지목됐다.

전 총장은 2007년 6월5일 ‘메럴리 월드와이드’란 법인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4일 ‘전성용’, 7월9일 ‘더블 콤포츠’(싱가포르), 2008년 10월21일 ‘인적 자원관리연구소’ 등을 각각 세우고, 등기이사와 주주 이름를 모두 차명으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취재가 시작된 이후 전 총장이 1주일 동안 대학교에 출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2,3차 명단을 <뉴스타파> 홈페이지, 유튜브, 팟캐스트, 다음TV팟 등을 통해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탈세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이날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은 탈세 등의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역시 과거 자료를 정밀분석해 탈세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만 빌려줬다?

그러나 재계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반기업 정서로 확산돼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나 정치권의 법안 경쟁이 더 가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역외탈세 불법성은 조사를 해봐야 하는 사안이지만 그 자체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여론의 흐름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재계에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화 남편’김석기 누구?
재벌가 사위 출신 주식전문가

<뉴스타파>가 발표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소유 한국인 3차 명단에 배우 윤석화씨와 남편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경 CJ 부회장과 이혼
과거에도 유령회사로 큰돈

윤씨의 남편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은 주식과 국제 금융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1990년대 초 홍콩에서 활동하며 국제적인 금융 감각을 키웠고 이를 국내 금융업계에 적용했다. 국내 회사의 채권을 외국에서는 싸게 사고 국내에서는 비싸게 파는 방법이었다. 

국내에서 거의 처음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주식 투자를 해서 성공했다고 알려진 김 전 사장은 국외의 조세 회피 지역에 서류만 있는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 이름으로 상장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화려한 경력과 성과를 쌓았던 김 전 사장은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과 결혼해 삼성가(家)의 사위가 되었지만 이혼했고, 이후 연극배우 윤석화 씨와 살았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 됐고, 당시 운영하던 중앙종금은 부실 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그는 홍콩 리펄스베이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인 윤씨는 1975년 민중 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 30여 년 동안 연극 <신의 아그네스> <딸에게 보내는 편지> <위트>, 뮤지컬 <명성황후> <넌센스> 등에 출연한 스타 배우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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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