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백년전쟁>에 담지 못한 비화 전격공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03 14: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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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노디김 ‘미스터리’ 3박4일…‘기차 안 침대에선…’

[일요시사=정치팀]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 했다. 왜곡된 과거는 왜곡된 미래를 부른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리겠다는 취지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바로 <백년전쟁>과 <프레이저보고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김지영 감독과 손을 잡고 대한민국 역사의 비스토리를 영상에 담았다. 반세기 넘게 빛을 보지 못한 역사는 몹시도 치열한 태동을 거쳐 김 감독의 손에 의해 재탄생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민족문제연구소가 과거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호기롭게 골리앗을 향해 돌을 던진 다윗 김지영 감독은 지금 ‘태풍의 눈’ 중심에 있다. <일요시사>가 김 감독을 만나 <백년전쟁>에 다 담지 못한 비화들을 들어봤다.




<백년전쟁-이승만의 두 얼굴>을 반박하는 내용에 재반격을 가할 대응영상을 만드느라 김지영 감독은 밤낮이 바뀐 지 오래다. 김 감독은 제작 중인 대응영상을 <백년전쟁 팬서비스 에디션>이라고 취재기자에게 소개했다.

김 감독은 “자료 제시하며 유쾌하게, 가능한 관객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요. 물론 당하는 쪽은 유쾌하지 않겠지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백년전쟁> 2부도 기획하고 있는데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분(유족)들까지 보라는 건 아니지만, 봐주면 더 좋고…. 이승만 대통령이 워낙 인기 없는 캐릭터라 많이 볼 거 같지는 않아요”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씨가 민족문제연구소와 김지영 감독을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탓에 금년 ‘개봉박두’가 예고된 <백년전쟁2>과 <프레이저보고서2>는 지금 상황만 봐서는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달 21일 이인수씨와 함께 검찰에서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는 ‘이승만기념사업회’의 김일주 사무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천인공노할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건국 대통령을 돈과 여자문제로 엮어서 망가뜨리려고 해요. 이건 분명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거지요”라고 말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승만 유족 고소 “싸움에서 졌다”

“어렵지만 낙관적” 6월10일쯤 영상 공개

“졌어요, 싸움에서.”

소송은 진행 중에 있고 대응 영상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서, 김 감독에게 나온 첫 마디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하지만 무심한 듯 그같은 말을 내뱉는 김 감독에게 패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자료 하나 내밀지 못하고 미디어로 밀어붙이는 그들을 보면서 새끼손가락으로도 제압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렇게 <백년전쟁>의 열두 가지 쟁점에 대해 하나하나 자료를 내밀며 반박하고 있었어요.”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백년전쟁>이 조작이라는 주장에 대해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김 총장도 기자회견 영상을 봤다고 했다. 김 총장은 “어떻게든 흠 잡으려고 하는데 비겁하고 당당하지 못했어요”라고 비난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전투에서 이겼는데 그들은 전쟁에서 이겼어요”라고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개발 이면의 진실이 담긴 <프레이저보고서>가 이전처럼 조명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달려든 사람들은 희생타였던 거예요. 계속 싸움을 걸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죠. <프레이저보고서>가 사라지고 박정희도 함께 사라졌어요. 박정희 세력이 얼마나 센가요. 정작 박정희 유족들은 가만히 있잖아요. 보수가 여자 엉덩이나 만지고 헐렁한 거 같지만, 통치집단의 힘이 이거구나 했죠. 그들을 큰판을 보는 거예요.”

5월21일 다큐영상 고소인 13시간 검찰조사 “천인공노할 거짓말”
사라진 박정희의 <프레이저보고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져”

그는 <백년전쟁>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실이 그늘에 가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처음엔 겁이 없었어요.”

김 감독은 <백년전쟁>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중이 인터넷을 통해 해당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모든 과정은 자료에 근거해 진행됐다고 공언했다. 조작이라는 주장에 대해 얼마든지 대응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로서는 겁먹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말려 죽일 건가 봐요. 연구소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김 감독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족문제연구소 구성원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저는 낙관적으로 봐요. 친일인명사전을 만들 때도 연구소 사람들은 소송에 걸리고 공격을 당했어요. 그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걸 보면 만만한 조직은 아니란 얘기죠.”

<백년전쟁> 팬서비스 영상은 당초 지난 5월30일에 완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 고문변호인단의 법적검토를 거치기로 하면서 ‘출시’가 늦어졌다.

김 감독은 오는 6월10일을 전후해 다큐멘터리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맨법(Mann Act)' 위반 사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가 전말을 밝혀냈다며 ‘예고편’이나 다름없는 내용을 취재기자에게 귀띔했다.

‘성문란 단속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핵심 ‘침대차’

“윗분들(민족문제연구소)이 싫어하실 텐데…. 연구소의 점잖음이 맘에 안 들어요”라고 눈살을 찌푸리던 김 감독은 조심스럽게 “사실 이건 백년전쟁에 안 넣었어요. 남녀문제를 깊이 다루면 주제가 흐려지기 때문이에요. 감독으로서 원래 표현하고 싶었던 건 독립운동가와 사익추구세력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제목도 대중적으로 ‘갱스터와 혁명가들’로 가려고 했죠. 이승만 다큐가 아니었어요. 그런 사람의 삶을 주인공으로 쓰는 게 싫었죠. 이승만이 어떤 인간인지는 이해하게 됐지만…”이라며 다큐멘터리 제목에 얽힌 사연을 전했다.

“제가 대방출할게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준비한 자료를 찾는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김 감독은 위아래 침대가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취재기자에게 보여줬다.

“혹시 침대 기차 타보셨어요? 이승만은 3박4일 동안 노디김과 이 기차를 탔어요. 낮에는 좌석인데, 밤이 되면 침실로 변해요. 그리고 커튼을 닫아줍니다.”

김 감독은 미국 철도박물관에 문의해 당시 운행된 침대차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노디김은 ‘이승만의 여자’로 거론된 여대생이다. 이 전 대통령이 노디김과 미국 대륙을 횡단하다가 수사관에 잡힌 사실이 <백년전쟁>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이 부분에 비난의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이 '부도덕한 성관계를 위해 주 경계를 넘은 혐의'로 고발된 저간의 배경을 둘러싸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1편에서 디테일한 부분은 뺐었죠.”

김 감독은 이 전 대통령과 노디김의 맨법 위반에 관한 내용을 대응 영상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룰 것이라고 했다.

맨법은 1920년대 미국의 ‘성문란 단속법’이라고 김 감독은 소개했다. 당시 미국은 청교도적인 부부관계가 요구됐는데, ‘유부남이 아내가 아닌 여자와 주를 넘는 행위를 1박으로 간주해 이를 단속해야 한다’는 미국사회의 요구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주를 건널 때 맨법 위반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보수통치집단의 힘은 큰판을 보는 것, 바로 이거구나 했다”
‘맨액트’ 위반 진실 쥐고 있는 ‘고데트 부인’ 여권신청서 찾아내

김 감독은 이 전 대통령이 이민국 조사과정에서 위증을 공모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민국은 국내 사법부와 마찬가지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김 감독이 펜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읽어 내려간 1920년 노디김의 서약진술서 내용은 이랬다.

경찰이 물었다. "당신은 이승만과 침대차에 탔습니까?"

노디 김이 대답했다. "이 박사는 위층 침대에서 나는 다른 위층 침대에서 잤어요. 우리는 다른 섹션에 있었어요."

김 감독은 “성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에요”라고 말한 후 계속 읽었다.

"이 박사의 아래쪽 침대에서 잤던 여자를 알아요. 이름은 H.M 고데트 부인. 주소는 워싱턴DC 북서쪽 11번가 1226번지예요."

노디김의 진술이다.

“수사관 조사의 핵심은 ‘이승만과 노디김이 성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같이 여행했는가’였어요. 노디김의 진술이 고데트 부인에 의해 알리바이가 맞아떨어지면서 두 사람은 풀려날 수 있었죠.” 

그리고 김 감독은 “이걸 조사했어요. 지금으로부터 93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 파헤쳤어요”라고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감독은 고데트 부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이른바 탐사보도를 했다. 고데트의 행적을 찾는 과정이 영상에 담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데트는 이 전 대통령과 한 섹션에 없었어요.”

김 감독이 제시한 자료는 여행을 마친 고데트 부인이 1921년 작성한 여권신청서였다.

알리바이 제공한 ‘제3자’
같은 기차 탄 적 없어

“고데트는 5월부터 7월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었어요. 이승만과 노디김이 여행을 한 건 6월16일부터예요.”
김 감독은 이같은 자료들이 1920년 당시 미국 수사관의 조사에 의해 나타났다면, 이 전 대통령은 위증죄로 재판에 회부된 후 징역을 살고, 이민법에 의해 추가재판을 받고 미국에서 추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상대측은 다큐멘터리 전체를 조작으로 몰며 이것을 쟁점으로 만드려고 해요. '이것이 조작이니 나머지도 조작'이라는 논리죠.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분도 아니고, 불가피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김 감독이 대응영상을 제작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양측이 한동안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진실을 둘러싼 싸움에 김 감독은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전쟁의 패자라고 말하면서도 치열한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김지영 감독.  그가 과연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펼쳐질 진실게임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승만기념사업회 김일주 사무총장 한마디

“이승만과 노디김 아무 관계도 없다”

이승만기념사업회의 김일주 사무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장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맨법 위반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이 맨법 위반으로 기소를 당했다고 했어요. 기소를 당한 사람은 피고인으로 피의자 또는 참고인 자격과 하늘과 땅 차이예요”라며 “미국 수사관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고 단정을 지어 놓고 패러디라는 핑계로 엉뚱한 사례를 붙여서 방어를 하고 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의 반박 자료에 대해서도 “답답한 게 자료 하나라도 더 잡아서 이승만의 도덕성을 허물려고 한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위증을 했다고 주장하는 고데트 부인에 대해 엉뚱하게 무슨 썸씽이 있다고 발표할까 봐 예의주시하고 있었어요”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서 1920년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1919년에 3·1운동이 있었잖아요. 임시정부가 한성과 상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어요. 그중 한성 임시정부가 전통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9월6일에 상해로 임시정부가 통합됐어요”라면서 “이때 이 전 대통령이 상해로 가야 했는데 일본에 의해 현상금 30만 불이 걸린 상태였어요.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 대통령으로 상해에 가지도 못하고 일본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독립운동 규합에만 힘을 쓰고 있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김 총장은 “상식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그런 상황에서 어린 여대생과 노닥거린다는 게 말이 안돼요.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이 전 대통령과 노디김의 관계를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김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은 1920년 상해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어요. 시체를 이송하는 배였는데, 아래쪽 관에 들어가 발견됐어요. 이게 진짜 이야기예요”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은 “검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씨가 조사받으면서 두 손을 떨면서 너무 억울해했어요. 얼마나 격앙되셨으면 그랬겠어요. 그분 나이가 여든이 넘었어요. 너무도 민망하고 황당한 일이죠”라고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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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