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민주당 김한길호 ‘3대 난제’ 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23 16: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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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직전에 키 잡았더니 날 저물고 비바람 몰아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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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정치팀] 야심차게 출범한 제1야당 ‘김한길호’가 험난한 항해를 시작한 지 벌써 3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풀어야 할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터라 동분서주 분주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일정은 빈틈없이 빼곡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신뢰보단 불신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오는 10월 치러질 재보선에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제1야당의 위상을 재정립할지가 관건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김 대표는 과연 어디부터 어떻게 손봐야 하는 것일까? 




계파대결로 점철됐던 민주당 대표 경선의 파열음 진동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가감 없이 드러난 친노·주류 진영과 비주류 진영의 갈등은 웬만해서는 봉합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예로부터 ‘가화만사성’이라 했다. 집안이 잠잠해야 ‘안풍’에 대비할 기운을 모으고, ‘윤창중 스캔들’로 발칵 뒤집힌 정국을 수습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으로 팽배하다.

민주당 지지율 회복
가능성 있지만 낮아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꾼다”면서 혁신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대대적인 공사가 공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이 이미 한 차례 민주당의 혁신을 예고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국민은 ‘역시나’ 하는 반응이었다. 별다른 기대감이 없기는 김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김 대표에게 호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만큼 민주당의 균열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우선 김 대표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선과 4월 재보선 패배 후 흐트러진 당심을 수습하고 가장 가까운 선거에서 호성적을 내야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10월 재보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
“매우 탄력적”

특히 김 대표는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왕이면 ‘협력적 경쟁관계’로 새누리당과 겨루는 게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치전문가들은 김 대표와 안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 “일단 상당히 유리한 환경에 놓였다”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작년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의원이 당 대표가 됐다면 상당히 합리적인 방향으로 당이 운영돼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주위에서 그렇게 말하는 정치권 관계자들을 많이 만났다”라며 “작년 총선은 물론이고 안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도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대표가 당선된 것은 매우 늦은 감이 있다. 운이 없었다. 민주당을 위해서는 김 대표의 당선이 그나마 다행이다. 혁신적 의의라고 본다”라며 매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안 의원과 교류하고 공감대를 구축하는데 친노·주류 진영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의 중도주의적 성향이 이념적 정치노선 상에 있어 상호간 공감대가 넓다는 해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각에서는 정계에 나도는 안 의원의 10월 재보선 전 신당창당 가능성에 얼마든지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의 신당창당 여부를 양자택일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10월 재보선 전 안철수 대비 불가피, 김한길 측 “혁신 먼저”
‘대탕평 인사’ 단행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물 배치해”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안 의원은 정국의 흐름, 정세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사람이다. 김 대표가 땅에 떨어진 민주당의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면 국민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거듭나면 안 의원도 대립구도를 설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당을 만든다 하더라도 당대 당 통합이 가능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 대표가 민주당 개혁에 실패해 지지세를 회복하지 못하면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안 의원 진영에게 유리한 국민여론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안 의원이 야권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예측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김 대표의 리더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로선 안 의원이 신당창당에 나선다 하더라도 조직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김 대표가 자신의 강점을 살려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이러한 틈새가 민주당의 효율적인 공략 지점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안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김 대표 측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김 대표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과의 경쟁관계는 중요한 게 아니다. 민주당 혁신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기득권 충돌 여지   
쉽지 않은 혁신

한 소식통에 의하면 김 대표가 민주당의 혁신과제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가 이러한 과제를 가시화하지 못할 경우 지도력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선 김 대표는 ‘대탕평 인사’를 통해 갈라진 당심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변인에 친노주류 측 인사인 배재정 의원을 인선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김 대표는 친노·주류진영 인선에 대해 측근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측근들이 탕평 인선에는 찬성하면서도 핵심당직은 비주류 인사들에게 맡겨 당내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김 대표가 계파갈등 봉합에 앞서 이같은 비주류 인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처음에 그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의견이 잘 모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당이 위기인 만큼 친노, 비노를 떠나 능력과 원칙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물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비주류 의원님들의 의견도 있지만, 민주당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두 같이 하실 분들이다. 당내 큰 반발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치개혁입법으로 기득권 내려놓기 당 내외 진통 예상       
비판·견제, 존중·격려 조화 이룬 ‘균형적 대여관계’ 정립해야

김 대표의 두 번째 난제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비롯해 정치관련 개혁입법을 다수 통과시켜 안 의원과의 경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안 의원과 경쟁하기 위해 원내 의석을 바탕으로 각종 개혁입법을 실질적으로 가시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난관에 부딪힐 것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초단체 공천권 폐지나 의원 세비 삭감 등 국회의원들의 기득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당내 반발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당내에서 충분히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려움이 없지 않겠지만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에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당의 저변을 확대할 인재를 영입하는 것. 이와 관련해서 윤여준 전 장관 등 중도성향의 인사들을 영입하는 일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김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과의 관계 설정, 흐트러진 민주당을 수습하기 위한 혁신 과제에 이어 김 대표가 해결해야 할 마지막 숙제는 제1야당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대여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비판과 견제만 하면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 평생 야권세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균형적인 대여관계가 필요하다. 기존의 대여관계는 일방적이었다. 야권은 비판하고 여권은 거기에 맞불을 놨다. 상호존중과 협력이 없는 여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긍정과 부정의 변증법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정치인 DJ 계승해
리더십 발휘해야

정치권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여권에 비타협적이고 자립적, 투쟁적이어야 한다는 내부적 견제와 태클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분에 거론되는 인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DJ)이다. DJ는 정치적 타협에 있어서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편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견제와 비판을 잘 병행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김 대표는 DJ가 아꼈던 정치참모다. DJ의 정치적 전통과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으로 안다. DJ의 프로정치인다운 모습이 김 대표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DJ정신을 계승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십수 년을 민주당에 몸담은 한 당직자는 “안철수에게 쏠려있는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민주당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정도 강도 높은 쇄신의 기수, 쇄신의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정당을 만드는 사람이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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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