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총 300명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154명, 제1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은 127명이다. 이 외에 무소속 의원 8명, 통합진보당 6명, 진보정의당 5명이 소수정예로 국회를 구성하고 있다. 아무리 다선의원이라도 이들 모두를 속속들이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의원들은 국회일정과 지역활동, 언론 인터뷰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모임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정책을 논의하기도 한다. 이에 <일요시사>가 국회의원의 이색모임을 들여다봤다.
‘오금모임?’
요즘 빠르게 번지는 줄임말 열풍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명 오금모임이 만들어져 눈길을 끌었다. 풀어쓰면 ‘오더(Order)금지모임’이다. 오금모임은 전대 당대표 경선에서부터 계파 없는 투표를 실천하겠다는 취지로 당내 전·현직 의원들이 참여해 지난달 11일 발족했다.
계파도 시대에 따라
오금모임은 여야 공히 계파모임이 사라지는 분위기와 맞물려 탄생했다. 당내 지역위원장의 대의원 투표 종용행태를 ‘오더’로 규정하고, 이를 철폐하자는 취지의 오금모임에 59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한 59명 중 현직 국회의원이 맡고 있는 원내지역위원장은 45명으로, 전체 원내지역위원장 108명 중 40% 이상이 가입했다. 다만 전체 지역위원장이 220여명에 달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그에 4분의1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오금모임 관계자들은 당초 가입자가 70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예상치를 밑돌았다.
당대표 경선에서 김한길, 이용섭 의원 간 1대1 구도가 형성돼 표 싸움이 치열해진 점이 오금모임 가입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외지역위원장의 경우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탓에 오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입자 명단에는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김동철 전 비대위원, 김성곤 전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박병석 국회부의장, 이낙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신경민·양승조·우원식·조경태 최고위원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고위원 후보였던 안민석 의원도 가입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윤호중·유성엽 후보는 동참하지 않았다. 당대표 후보인 김한길·이용섭 의원도 모임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민주당 초·재선을 중심으로 탈계파를 추구하는 모임인 ‘주춧돌’ ‘무신불립’ ‘대안’ 등의 모임도 일찌감치 출범했다. 이들은 “국민의 이익이나 정당의 가치보다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계파정치는 인적자원과 정보의 흐름을 왜곡하는 암세포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취지로 사라진 모임도 있다. 민주당에서 대선 패배 후 당 개혁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계파 청산 논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김기식·유은혜 의원 등 초선의원 33명은 “당내 낡은 구조를 청산해야 진정한 당 혁신이 가능하다”며 계파정치의 청산을 주장했다. 이에 ‘486(40대 연령과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의 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이 해체를 선언했다. 진보행동은 2010년 11월 결성된 모임으로 진보행동의 운영위원장이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우리의 부족함을 국민에게 고백하고 참회한다. 486정치인들이 먼저 반성하고 계파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 ‘탈계파’ 추구하는 초·재선 모임 탄생 ‘486'은 해체
새누리 18대 국회서 친이·친박 모임, 지금은 ‘공부모임’
진보행동은 손학규 대표 체제를 견인하고, 당내 진보세력의 영향력을 키워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실패했으며 이는 결국 해체로 이어졌다.
탈계파를 표방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 일부 혁신모임도 사실상 친노세력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또 다른 계파에 불과한 모임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주도해 만든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당내 야당을 자임하며 쇄신을 주장했지만, 사실상 친노에 대항하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근들의 모임이란 인식이 널리 펴져 있는 것.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규합하는 모임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에서는 18대 국회 초기인 2008년 친이계는 MB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통합포럼’ ‘함께 내일로’ 같은 대형 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다. 친이계도 공부모임을 표방하며 ‘선진사회연구포럼’과 ‘여의포럼’을 만들었다.
하지만 18대 국회 말부터 계파 해체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는데, 현재는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이 재편되면서 친이계 모임들은 사라진 상태다. 친박계도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계파모임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계파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다 계파 형성을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대신 대선의 핵심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를 다루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이 여당 최대 모임으로 부상했다. 친이·친박 구분 없이 당내 쇄신파가 주도했다고 알려진 이 모임은 재벌 개혁 법안을 다수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발족한 ‘국가모델연구회’는 경실모 회원 일부가 새누리당 의원들을 추가로 끌어들여 만든 공부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정몽준·이인제·이병석·이주영·안홍준 등 중진의원까지 합세해 당내 최대모임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여야 불문 ‘별별 모임’
시대의 화두를 반영하는 모임에는 여야 구별이 없는 게 특징이다. ‘다정다감(다양한 문화, 정있는 사회, 다 함께하는, 감동의 대한민국)’ ‘통일대비 의원연구모임’ ‘통일미래포럼’ ‘국회한류연구회’ 등이 그것이다. 기독인모임인 ‘국회조찬기도회’는 최대규모의 모임이다. 국회 의원회관 목욕탕을 이용하는 여야 의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목욕탕’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대표적인 국회 이색모임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복귀한 재선들의 모임이 있다고?
동병상련하게 헤쳐모여!
여야 모두 한 텀 건너서 돌아온 의원들의 모임이 있다. 새누리당에는 17대 대선 때 금배지를 달았다가 18대 때 떨어진 뒤 19대 때 다시 복귀한 재선들의 모임이 있는데 이른바 ‘복대 모임’이 그것이다. 복대(腹帶)란 편성된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떨어져 나갔다가 다시 편성된 대열에 찾아드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모임에 비해 이 모임은 아무런 견제가 없는 그야말로 동병상련의 친목모임이라는 전언이다. 동료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모임 적격자가 겨우 4명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모두들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민주당도 이와 같은 일명 ‘징검다리 모임’이 있다고 한다. 한 때 두 모임을 같이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징검다리는 다음에 한 번 쉬어야 하는 의미이므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는 함께할 수 없다고 새누리당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