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런 그가 아직도 국회의 ‘텃새’에 시달리는 듯하다. 의원은 의원들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안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연일 그에 관한 소식이 매체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갓 입학한 안철수’가 야권의 정계개편 나아가 차기 대권에까지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는 까닭이다. 정치 초년병 안 의원을 맞이하는 국회는 어떤 모습인지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첫날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국회 본회의장은 더 이상 국민 무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안 의원의 본회의 참석 모습을 보기 위해 국회의사중계 어플을 다운 받은 이들이 SNS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정가는 더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앞 다퉈 안 의원을 거론했다.
팔짱 낀 의원들 ‘싸늘’
재보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국회 본회의 인사말은 ‘3인3색’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소주 한 잔’ 발언에서 과연 5선 중진의원 다운 여유가 묻어났다. 9년 만에 의원회관을 찾은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국회에 처음 울린 안 의원의 목소리는 ‘조금 더’ 정치인스러웠다. 안 의원은 준비한 인사말을 떨리는 어조로 읽어 내려갔다.
안 의원은 “저는 정치란 조화를 이루며 함께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정치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 따끔하게 질책해주실 것도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라며 본회의장에 자리한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안 의원은 이어 “이 자리를 빌려서 저를 지지해주신 노원병 유권자 여러분,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며 지지자를 향한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안 의원이 인사를 마치고 내려가려 하자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에게도 인사를 하고 가야지!”라고 호통을 쳤다. 새누리당 의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안 의원은 멈칫하면서 선 채로 묵례를 했다.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안 의원을 찾아와 인사하는 의원도 더러 있었지만,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의원이 유일했다. 몇 가지 일화를 남긴 안 의원의 첫 본회의는 그런대로 끝이 났다.
논란이 인 건 SNS를 통해서였다. 같은 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안 의원을 겨냥해 “학교에 왔더니 전학 온 학생이 있다. 찰수는 내 옆자리, (김)무성이 형님은 내 뒤에 앉았다”라며 “그 중 1명하곤 같이 놀기 싫은데”라며 안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서 있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여기에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이 리트윗을 통해 김 의원의 글을 추천하거나 공감한다는 뜻을 표시해 안 의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의원을 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응은 비공식적으로 짓궂게 나타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다소 무거운 반응을 보였다. 일단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등원 첫날 새누리 “저 사람 싫어…” 민주, 신당 경계
상임위 배정 논란에 정치권 관계자들 한바탕 설전 벌어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지금 당선에 도취될 때가 아니다”라며 다소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 전 대표는 매체를 통해 “연합연대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어렵다”며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서는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보고 야권에서 활동해주는 것이 좋겠다”며 안 의원이 민주당과 손잡기를 바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안 의원이 ‘야권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알려진 데 대해 “새 정치나 바람직한 정치의 변화보다는 야권 내 분열과 같은 상황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매체를 통해 밝혔다. 지금까지 안 의원이 끊임없이 민주당의 ‘러브콜’을 받았던 만큼, 앞으로 선거가 닥칠 때마다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요구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의 국회 입성에 대해 여야가 약간의 온도 차를 보이는 가운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안랩(안철수 연구소)’ 주식과 관련된 상임위원회 배정에 인색하게 반응했다. 정치권은 안 의원의 상임위 배정을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다. 한쪽에서는 원하는 상임위로 보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전임자의 공석을 메워야 한다고 맞서 국회는 안 의원을 두고 크게 들썩였다. ‘안철수 효과’라 할만 했다.
안 의원은 애초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지망했었다. 하지만 기존 국회 관례대로 안 의원은 전임자인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의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배정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안 의원이 ‘주식 보유자 백지신탁 의무’에 따라 1000억원대 안랩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안 의원은 기존의 관례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은 설왕설래가 치열했다. 노 전 의원은 매체를 통해 “상임위 정수라는 국회 규칙이 있지만, 그 규칙이 제1당, 제2당의 담합의 결과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 의원의 상임위 배정권을 가진 국회의장에게 얘기해야 할 일을 ‘결사체의 횡포’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국민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한다”고 매체를 통해 밝혔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안 의원이 정무위에 못 오는 이유가 안랩 주가와 투자자 때문”이라며 “원칙적으로 노 전 의원의 지역구에 나와서 당선됐으니 당연히 정무위에 들어와야 한다”며 다른 상임위 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안철수 덕에 정치 관심”
안 의원이 국회에 등원하자마자 정가는 이처럼 몹시 시끄럽다. 예민한 정치권과 안 의원을 뒤쫓는 언론처럼, 국민도 이들만큼이나 안 의원에게 관심이 많다. 이를 지켜본 몇몇 국민은 “안 의원 덕분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얘기한다.
정치 초년생 안 의원에게 결코 쉽지 않은 국회 여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