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국 남녀PD ‘성폭행 진실공방’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10 19: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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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례나…20살 어린 딸같은 여후배에 당했다?

[일요시사=사회팀] 공중파 방송국에서 일하던 한 여성. 지구촌을 돌며 감동의 이야기를 담아 전해주던 그가 피켓을 들고 외로이 거리에 섰다. 피켓엔 지난 2년간 상사인 PD로부터 당한 억울한 사연이 담겼다. 그는 절박한 마음에 벌써 한 달 째 1인 시위 중이다.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27일 오후 4시 반.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공중파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하던 장모(38·여)씨다. 장씨가 입을 굳게 다문 채 들고 있는 피켓에는 “방송국 남자 PD가 20살 어린 여자 PD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고소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충격적인 문구에 장씨 주변으로 순식간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장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가 하면, “세상에, 저런 일이 다 있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일터였던 방송국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려는 까닭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감’ 때문이다. 방송국 정문 앞을 비롯해 강남역, 명동 등 번화가를 돌며 1인 시위를 감행한 지도 벌써 한 달 째. 거리로 나선 장씨가 기자와 만나 밝힌 사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자 PD 하려면
날라리가 되어라?”

지난 2010년 9월, 여러 방송국에서 AD(조연출)와 계약직 PD 경력이 있던 장씨는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 ○○’라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 AD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대부분 방송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공개채용 PD를 많이 뽑지 않고 계약직, 파견직 형태의 PD나 AD를 동원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이런 구조를 띄고 있다 보니 이들의 ‘방송 목숨’은 해당 방송국의 정규 직원인 선임 PD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장씨 역시 당시 프로그램 연출자인 A씨와 면접을 본 뒤 채용됐고, 공중파 방송국의 PD가 되고 싶어 하는 장씨의 간절한 욕구를 읽었는지 A씨는 면접당시 “너를 PD로 특별히 신경써서 키워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의 말을 큰 동기부여로 삼은 장씨는 계약직 AD로 방송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2년간 상사 PD에 성폭행·폭행·협박 주장
오히려 고소당하자 1인 시위 억울함 호소

그러나 입사 후 A씨 밑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장씨는 “과도한 신체접촉 및 성희롱 발언 등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장씨는 “A씨는 어깨를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고 ‘따뜻하다’고 말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 내가 불쾌감을 표현하면, 되레 ‘왜 이렇게 오버하냐’는 식의 대응을 했다”며 “PD를 하려면 다 사기꾼이 되고, 날라리가 돼야한다.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여자 PD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오히려 면박을 줬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성희롱, 성추행에 시달리던 중 장씨는 2011년 3월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오던 A씨가 장씨에게 전화해 “직원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맡겨 놓겠다”며 장씨 혼자 사는 집에 들어와 강제적인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장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지만, 회사를 관두고 A씨를 신고하자니 늦은 나이에 시작한 방송 제작자로서의 꿈이 사라질 것 같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냈고, A씨 밑에서 계속 일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내 말 잘 들어”
수차례 몹쓸짓


첫 성폭행이 있고 약 두 달 후, A씨는 장씨에게 “제작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장씨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차라리 방송국을 그만 두고 나가 프리랜서로 일해라. 내가 일자리를 알아봐 줄 것이고, 내가 맡기는 일을 하면 된다”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방송 일을 계속 하고 싶었던 장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1년 5월, 장씨는 방송국 계약직 PD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PD로 전향해 A씨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에 투입돼 계속 일을 해왔다.

이후 장씨는 “A씨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시켜 일을 한다는 명목 하에 2011년에만 동일한 방식으로 6차례의 성폭행을 했고, 지난해에는 4차례의 성폭행을 더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말 장씨의 아파트에 찾아와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 방송이 잘 되면 PD로 데뷔할 수 있다”며 간음했고, 2달 뒤 “너를 방송에도 참여하게 해줬는데, 니가 나한테 해 주는게 뭐가 있어?” “부장님 말만 잘 들어, 내년에 제작부서로 옮기게 되면 너에게 촬영 일도 많이 주고 할거야”라며 위력을 이용해 간음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장씨는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A씨 밑에서 2년 가까이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 일을 해오면서 임금의 상당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2년간 A씨로부터 받은 돈이 겨우 500만원이었다”라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약속한 임금을 달라고 말하면 A씨는 정당한 지급을 미루며 협박하거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밀린 임금 액수가 커지자 A씨가 약속대로 다른 일을 연결 시켜 주는가 싶더니 그 일들은 곧 종영되는 방송이거나 문제가 있는 일 뿐이었다”며 “스스로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해도, 자신의 일에만 종속시키려 하면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세 차례의 폭행에 대해선 기소의견 송치중이며, 3500만원에 이르는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노동부 조사 중에 있다.

남자를 덮친
협박범이라고?

장씨와 A씨의 악연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장씨는 “A씨의 부인으로부터 온갖 폭언의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자 내용인 즉, 장씨가 A씨를 성폭행한 후 그 사건을 빌미로 A씨를 협박해 왔다는 것이었다.

문자를 받은 지 얼마 후 A씨는 “남자를 성폭행하고 돈을 요구하는 협박범”이라며 장씨를 고소했다. 그동안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한 것과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요구한 것, 세 차례의 폭행을 당한 후 부당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화를 냈던 것, 성폭행을 당하면서 이씨가 시키는 대로 했던 말 등을 A씨가 모두 녹음하고 편집해 증거로 제출했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지난 1월 열린 대질심문에서 A씨는 “남자도 여자에게 성폭행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밝히겠다”라며 진술조서를 작성했고, 장씨는 같은달 성폭행 혐의에 대해 맞고소를 신청했다.

“키워줄께…순순히 벗고 누워”
             [vs]
“정신병자…회사 잘리자 앙심”

장씨는 “A씨는 이 모든 일을 은폐하기 위해 20살이나 어린 나로부터 수 차례 성폭행을 당해왔다며 나를 ‘남자를 성폭행한 후 협박하고 있는 사람’으로 거짓고소 했다”며 “나만한 딸이 있는 사람이 이런 일을 꾸미다니 너무 놀라울 따름”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A씨의 행동이 그동안 너무 힘들고 무서웠지만 법적으로 대항하는 것이 싫어서 고소하지 않고 있었던 내용들이었다”며 “전에는 방송 일을 계속 못한다는 말이 더 무서웠지만 이제는 방송제작을 위해 인권까지 무시당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장씨는 마지막 호소수단으로 1인 시위를 선택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알아야 하고, 만약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을 제대로, 똑바로 알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년 일했는데…
임금도 못받아

그렇다면 A씨의 입장은 어떨까.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 함께 일한 적은 있지만 장씨는 현재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라며 “해당사건은 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수사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고소 내용이 모두 사실이고, (장씨는) 회사에서 잘린 뒤 말도 안 되는 말로 협박하며 우리 딸들을 들먹이는 등 가정파괴범이나 다름없다”라며 “장씨에 대해서는 이번 고소건 뿐 아니라 주거침입,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도 고소 사건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씨의 주장과 맞고소, 1인 시위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현재 휴직상태로 복직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A씨는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은 장씨 역시 마찬가지다. 장씨의 방송국 앞 1인 시위는 기자와 만난 다음 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이런 장씨의 곁을 한 때 직장 동료였던 직원들은 무심코 왕래할 뿐이었다. 1인 시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장씨의 딱한 처지에 동정을 보내면서도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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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