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국 남녀PD ‘성폭행 진실공방’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10 19: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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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례나…20살 어린 딸같은 여후배에 당했다?

[일요시사=사회팀] 공중파 방송국에서 일하던 한 여성. 지구촌을 돌며 감동의 이야기를 담아 전해주던 그가 피켓을 들고 외로이 거리에 섰다. 피켓엔 지난 2년간 상사인 PD로부터 당한 억울한 사연이 담겼다. 그는 절박한 마음에 벌써 한 달 째 1인 시위 중이다.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27일 오후 4시 반.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공중파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하던 장모(38·여)씨다. 장씨가 입을 굳게 다문 채 들고 있는 피켓에는 “방송국 남자 PD가 20살 어린 여자 PD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고소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충격적인 문구에 장씨 주변으로 순식간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장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가 하면, “세상에, 저런 일이 다 있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일터였던 방송국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려는 까닭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감’ 때문이다. 방송국 정문 앞을 비롯해 강남역, 명동 등 번화가를 돌며 1인 시위를 감행한 지도 벌써 한 달 째. 거리로 나선 장씨가 기자와 만나 밝힌 사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자 PD 하려면
날라리가 되어라?”

지난 2010년 9월, 여러 방송국에서 AD(조연출)와 계약직 PD 경력이 있던 장씨는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 ○○’라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 AD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대부분 방송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공개채용 PD를 많이 뽑지 않고 계약직, 파견직 형태의 PD나 AD를 동원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이런 구조를 띄고 있다 보니 이들의 ‘방송 목숨’은 해당 방송국의 정규 직원인 선임 PD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장씨 역시 당시 프로그램 연출자인 A씨와 면접을 본 뒤 채용됐고, 공중파 방송국의 PD가 되고 싶어 하는 장씨의 간절한 욕구를 읽었는지 A씨는 면접당시 “너를 PD로 특별히 신경써서 키워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의 말을 큰 동기부여로 삼은 장씨는 계약직 AD로 방송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2년간 상사 PD에 성폭행·폭행·협박 주장
오히려 고소당하자 1인 시위 억울함 호소

그러나 입사 후 A씨 밑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장씨는 “과도한 신체접촉 및 성희롱 발언 등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장씨는 “A씨는 어깨를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고 ‘따뜻하다’고 말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 내가 불쾌감을 표현하면, 되레 ‘왜 이렇게 오버하냐’는 식의 대응을 했다”며 “PD를 하려면 다 사기꾼이 되고, 날라리가 돼야한다.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여자 PD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오히려 면박을 줬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성희롱, 성추행에 시달리던 중 장씨는 2011년 3월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오던 A씨가 장씨에게 전화해 “직원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맡겨 놓겠다”며 장씨 혼자 사는 집에 들어와 강제적인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장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지만, 회사를 관두고 A씨를 신고하자니 늦은 나이에 시작한 방송 제작자로서의 꿈이 사라질 것 같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냈고, A씨 밑에서 계속 일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내 말 잘 들어”
수차례 몹쓸짓


첫 성폭행이 있고 약 두 달 후, A씨는 장씨에게 “제작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장씨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차라리 방송국을 그만 두고 나가 프리랜서로 일해라. 내가 일자리를 알아봐 줄 것이고, 내가 맡기는 일을 하면 된다”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방송 일을 계속 하고 싶었던 장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1년 5월, 장씨는 방송국 계약직 PD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PD로 전향해 A씨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에 투입돼 계속 일을 해왔다.

이후 장씨는 “A씨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시켜 일을 한다는 명목 하에 2011년에만 동일한 방식으로 6차례의 성폭행을 했고, 지난해에는 4차례의 성폭행을 더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말 장씨의 아파트에 찾아와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 방송이 잘 되면 PD로 데뷔할 수 있다”며 간음했고, 2달 뒤 “너를 방송에도 참여하게 해줬는데, 니가 나한테 해 주는게 뭐가 있어?” “부장님 말만 잘 들어, 내년에 제작부서로 옮기게 되면 너에게 촬영 일도 많이 주고 할거야”라며 위력을 이용해 간음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장씨는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A씨 밑에서 2년 가까이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 일을 해오면서 임금의 상당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2년간 A씨로부터 받은 돈이 겨우 500만원이었다”라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약속한 임금을 달라고 말하면 A씨는 정당한 지급을 미루며 협박하거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밀린 임금 액수가 커지자 A씨가 약속대로 다른 일을 연결 시켜 주는가 싶더니 그 일들은 곧 종영되는 방송이거나 문제가 있는 일 뿐이었다”며 “스스로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해도, 자신의 일에만 종속시키려 하면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세 차례의 폭행에 대해선 기소의견 송치중이며, 3500만원에 이르는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노동부 조사 중에 있다.

남자를 덮친
협박범이라고?

장씨와 A씨의 악연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장씨는 “A씨의 부인으로부터 온갖 폭언의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자 내용인 즉, 장씨가 A씨를 성폭행한 후 그 사건을 빌미로 A씨를 협박해 왔다는 것이었다.

문자를 받은 지 얼마 후 A씨는 “남자를 성폭행하고 돈을 요구하는 협박범”이라며 장씨를 고소했다. 그동안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한 것과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요구한 것, 세 차례의 폭행을 당한 후 부당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화를 냈던 것, 성폭행을 당하면서 이씨가 시키는 대로 했던 말 등을 A씨가 모두 녹음하고 편집해 증거로 제출했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지난 1월 열린 대질심문에서 A씨는 “남자도 여자에게 성폭행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밝히겠다”라며 진술조서를 작성했고, 장씨는 같은달 성폭행 혐의에 대해 맞고소를 신청했다.

“키워줄께…순순히 벗고 누워”
             [vs]
“정신병자…회사 잘리자 앙심”

장씨는 “A씨는 이 모든 일을 은폐하기 위해 20살이나 어린 나로부터 수 차례 성폭행을 당해왔다며 나를 ‘남자를 성폭행한 후 협박하고 있는 사람’으로 거짓고소 했다”며 “나만한 딸이 있는 사람이 이런 일을 꾸미다니 너무 놀라울 따름”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A씨의 행동이 그동안 너무 힘들고 무서웠지만 법적으로 대항하는 것이 싫어서 고소하지 않고 있었던 내용들이었다”며 “전에는 방송 일을 계속 못한다는 말이 더 무서웠지만 이제는 방송제작을 위해 인권까지 무시당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장씨는 마지막 호소수단으로 1인 시위를 선택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알아야 하고, 만약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을 제대로, 똑바로 알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년 일했는데…
임금도 못받아

그렇다면 A씨의 입장은 어떨까.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 함께 일한 적은 있지만 장씨는 현재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라며 “해당사건은 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수사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고소 내용이 모두 사실이고, (장씨는) 회사에서 잘린 뒤 말도 안 되는 말로 협박하며 우리 딸들을 들먹이는 등 가정파괴범이나 다름없다”라며 “장씨에 대해서는 이번 고소건 뿐 아니라 주거침입,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도 고소 사건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씨의 주장과 맞고소, 1인 시위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현재 휴직상태로 복직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A씨는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은 장씨 역시 마찬가지다. 장씨의 방송국 앞 1인 시위는 기자와 만난 다음 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이런 장씨의 곁을 한 때 직장 동료였던 직원들은 무심코 왕래할 뿐이었다. 1인 시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장씨의 딱한 처지에 동정을 보내면서도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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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