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국 남녀PD ‘성폭행 진실공방’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10 19: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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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례나…20살 어린 딸같은 여후배에 당했다?

[일요시사=사회팀] 공중파 방송국에서 일하던 한 여성. 지구촌을 돌며 감동의 이야기를 담아 전해주던 그가 피켓을 들고 외로이 거리에 섰다. 피켓엔 지난 2년간 상사인 PD로부터 당한 억울한 사연이 담겼다. 그는 절박한 마음에 벌써 한 달 째 1인 시위 중이다.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27일 오후 4시 반.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공중파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하던 장모(38·여)씨다. 장씨가 입을 굳게 다문 채 들고 있는 피켓에는 “방송국 남자 PD가 20살 어린 여자 PD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고소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충격적인 문구에 장씨 주변으로 순식간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장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가 하면, “세상에, 저런 일이 다 있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일터였던 방송국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려는 까닭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감’ 때문이다. 방송국 정문 앞을 비롯해 강남역, 명동 등 번화가를 돌며 1인 시위를 감행한 지도 벌써 한 달 째. 거리로 나선 장씨가 기자와 만나 밝힌 사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자 PD 하려면
날라리가 되어라?”

지난 2010년 9월, 여러 방송국에서 AD(조연출)와 계약직 PD 경력이 있던 장씨는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 ○○’라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 AD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대부분 방송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공개채용 PD를 많이 뽑지 않고 계약직, 파견직 형태의 PD나 AD를 동원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이런 구조를 띄고 있다 보니 이들의 ‘방송 목숨’은 해당 방송국의 정규 직원인 선임 PD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장씨 역시 당시 프로그램 연출자인 A씨와 면접을 본 뒤 채용됐고, 공중파 방송국의 PD가 되고 싶어 하는 장씨의 간절한 욕구를 읽었는지 A씨는 면접당시 “너를 PD로 특별히 신경써서 키워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의 말을 큰 동기부여로 삼은 장씨는 계약직 AD로 방송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2년간 상사 PD에 성폭행·폭행·협박 주장
오히려 고소당하자 1인 시위 억울함 호소

그러나 입사 후 A씨 밑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장씨는 “과도한 신체접촉 및 성희롱 발언 등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장씨는 “A씨는 어깨를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고 ‘따뜻하다’고 말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 내가 불쾌감을 표현하면, 되레 ‘왜 이렇게 오버하냐’는 식의 대응을 했다”며 “PD를 하려면 다 사기꾼이 되고, 날라리가 돼야한다.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여자 PD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오히려 면박을 줬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성희롱, 성추행에 시달리던 중 장씨는 2011년 3월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오던 A씨가 장씨에게 전화해 “직원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맡겨 놓겠다”며 장씨 혼자 사는 집에 들어와 강제적인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장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지만, 회사를 관두고 A씨를 신고하자니 늦은 나이에 시작한 방송 제작자로서의 꿈이 사라질 것 같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냈고, A씨 밑에서 계속 일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내 말 잘 들어”
수차례 몹쓸짓


첫 성폭행이 있고 약 두 달 후, A씨는 장씨에게 “제작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장씨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차라리 방송국을 그만 두고 나가 프리랜서로 일해라. 내가 일자리를 알아봐 줄 것이고, 내가 맡기는 일을 하면 된다”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방송 일을 계속 하고 싶었던 장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1년 5월, 장씨는 방송국 계약직 PD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PD로 전향해 A씨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에 투입돼 계속 일을 해왔다.

이후 장씨는 “A씨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시켜 일을 한다는 명목 하에 2011년에만 동일한 방식으로 6차례의 성폭행을 했고, 지난해에는 4차례의 성폭행을 더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말 장씨의 아파트에 찾아와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 방송이 잘 되면 PD로 데뷔할 수 있다”며 간음했고, 2달 뒤 “너를 방송에도 참여하게 해줬는데, 니가 나한테 해 주는게 뭐가 있어?” “부장님 말만 잘 들어, 내년에 제작부서로 옮기게 되면 너에게 촬영 일도 많이 주고 할거야”라며 위력을 이용해 간음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장씨는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A씨 밑에서 2년 가까이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 일을 해오면서 임금의 상당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2년간 A씨로부터 받은 돈이 겨우 500만원이었다”라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약속한 임금을 달라고 말하면 A씨는 정당한 지급을 미루며 협박하거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밀린 임금 액수가 커지자 A씨가 약속대로 다른 일을 연결 시켜 주는가 싶더니 그 일들은 곧 종영되는 방송이거나 문제가 있는 일 뿐이었다”며 “스스로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해도, 자신의 일에만 종속시키려 하면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세 차례의 폭행에 대해선 기소의견 송치중이며, 3500만원에 이르는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노동부 조사 중에 있다.

남자를 덮친
협박범이라고?

장씨와 A씨의 악연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장씨는 “A씨의 부인으로부터 온갖 폭언의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자 내용인 즉, 장씨가 A씨를 성폭행한 후 그 사건을 빌미로 A씨를 협박해 왔다는 것이었다.

문자를 받은 지 얼마 후 A씨는 “남자를 성폭행하고 돈을 요구하는 협박범”이라며 장씨를 고소했다. 그동안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한 것과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요구한 것, 세 차례의 폭행을 당한 후 부당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화를 냈던 것, 성폭행을 당하면서 이씨가 시키는 대로 했던 말 등을 A씨가 모두 녹음하고 편집해 증거로 제출했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지난 1월 열린 대질심문에서 A씨는 “남자도 여자에게 성폭행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밝히겠다”라며 진술조서를 작성했고, 장씨는 같은달 성폭행 혐의에 대해 맞고소를 신청했다.

“키워줄께…순순히 벗고 누워”
             [vs]
“정신병자…회사 잘리자 앙심”

장씨는 “A씨는 이 모든 일을 은폐하기 위해 20살이나 어린 나로부터 수 차례 성폭행을 당해왔다며 나를 ‘남자를 성폭행한 후 협박하고 있는 사람’으로 거짓고소 했다”며 “나만한 딸이 있는 사람이 이런 일을 꾸미다니 너무 놀라울 따름”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A씨의 행동이 그동안 너무 힘들고 무서웠지만 법적으로 대항하는 것이 싫어서 고소하지 않고 있었던 내용들이었다”며 “전에는 방송 일을 계속 못한다는 말이 더 무서웠지만 이제는 방송제작을 위해 인권까지 무시당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장씨는 마지막 호소수단으로 1인 시위를 선택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알아야 하고, 만약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을 제대로, 똑바로 알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년 일했는데…
임금도 못받아

그렇다면 A씨의 입장은 어떨까.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 함께 일한 적은 있지만 장씨는 현재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라며 “해당사건은 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수사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고소 내용이 모두 사실이고, (장씨는) 회사에서 잘린 뒤 말도 안 되는 말로 협박하며 우리 딸들을 들먹이는 등 가정파괴범이나 다름없다”라며 “장씨에 대해서는 이번 고소건 뿐 아니라 주거침입,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도 고소 사건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씨의 주장과 맞고소, 1인 시위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현재 휴직상태로 복직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A씨는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은 장씨 역시 마찬가지다. 장씨의 방송국 앞 1인 시위는 기자와 만난 다음 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이런 장씨의 곁을 한 때 직장 동료였던 직원들은 무심코 왕래할 뿐이었다. 1인 시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장씨의 딱한 처지에 동정을 보내면서도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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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