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부터 판결까지’ 담철곤 비리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06 15: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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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회삿돈 쓰기…초코파이 팔아 ‘황제생활’

[일요시사=경제1팀] ‘정(情)’으로 유명한 국민간식을 만들어 온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초코파이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계열사에 회삿돈을 빼돌려 고급외제차를 몇 대씩 굴린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실형은 면했지만 2015년 아시아 넘버원을 꿈꾸던 오리온의 향후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담 회장의 기막힌 횡령사건. 수사부터 판결까지 풀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2011년 3월22일 오리온 본사 압수수색 ▲5월6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 ▲5월11일 조경민 오리온 사장 구속 ▲5월14일 담철곤 회장 자택 압수수색 ▲25월23일 담 회장 소환 조사 ▲5월26일 담 회장 구속 ▲10월20일 담 회장 징역 3년 선고 ▲2012년 1월18일 담 회장 항소심서 징역3년·집행유예 5년 선고….

초코파이 회장님
횡령·배임 망신

‘초코파이 회장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던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담 회장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인정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담 회장은 총 30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리고 비자금을 조성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11년 6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하고, 람보르기니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해 자녀들을 태워 학교에 보내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주방 담당 등 자택 관리 인력을 계열사 직원처럼 꾸며 20억여원의 관리비도 회삿돈으로 부렸다. 재판부는 이 같은 공소 내용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금액은 수사 초기 의심됐던 40억원에서 구속 당시 100억원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300억원대로 늘어났다. 담 회장 자택에 있던 100억원이 넘는 미술품들의 가격이 횡령액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개인 소장 미술품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은 담 회장이 처음이었다.

담 회장은 해외 유명작가의 고가 미술품들을 계열사 법인자금 140억원으로 매입해 서울 성북동 자택에 설치했다. 담 회장이 회사 소유의 그림을 대여료 없이 집에 걸어놓는 작품은 모두 10여점. 그러다 지난 2010년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 가운데 6점을 경기도 양평 그룹 연수원으로 옮겨 놨다.

검찰은 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4점이 인테리어 용도로 설치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모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으로, 담 회장이 대표로 있던 계열사들이 홍송원 대표의 서미 갤러리에서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 300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 유죄 확정
횡령·배임 혐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담 회장은 회사가 구입한 프란츠 클라인의 시가 55억원짜리 그림 ‘Painting 11’을 자택 식당에 걸었다. 주방 천장엔 알렉산더 칼더의 28억원짜리 모빌 ‘Three White Dots and One Yellow’를 매달았다.

담 회장은 안젤름 키퍼의 작품 ‘Rock and Lead Books’도 자택에 설치했다. 이 작품의 가격은 14억원에 이른다. 오리온 계열사가 약 20억원에 사들인 데미안 허스트의 설치미술 작품 ‘After Stubbs Cigarette Butts Wall Mounted Cabinet’도 있었다.


당시 검찰은 “담 회장 자택에 걸린 작품들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오리온그룹 계열사 4곳의 법인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라며 “미술품의 경우 소유자를 공시하지 않는 만큼 지속적으로 집에 걸어뒀다면 소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녀들 통학용
최고급 외제차

이외에도 담 회장의 ‘회삿돈 쓰기’는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가의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렸다.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사들이거나 리스한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등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계열사가 리스료와 차량보험료, 자동차세 등 부수적인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사용,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황제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담 회장은 1999년부터 최근까지 자택에 집사와 가정부 등 관리자 8명을 두고 연간 2억원씩 10여년 동안 총 20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 돈은 모두 위장계열사 I사에서 나갔다.

담 회장이 받은 혐의 곳곳엔 위장계열사 I사가 등장한다. 담 회장은 I사의 차명 지분을 사들일 목적으로 홍콩에 세운 유령회사 P사에 I사 중국 자회사 자금 19억원을 빼돌리고, 다시 자회사 지분을 P사에 헐값에 팔아치우며 회사에 31억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이 있다. I사는 담 회장 부부가 지분 76.66%를 보유한 실소유주로 전해졌다.

비리 진원지 I사
멈추지 않는 특혜

담 회장 집과 맞닿은 땅에 세워진 I사의 서울영업소는 실상 담 회장 가족의 공간으로 사용됐음에도 8억원 상당의 임대료를 물지 않았고, 오히려 I사 자금 3억여원을 들여 영업소 건물에 체력 단련실, 외제차 보관소, 사진 작업실 등 개인서재 등이 갖춰지도록 구조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소 관리 5억여원은 물론 I사가 부담했다. 담 회장은 I사 임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38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담 회장을 사법처리할 당시 담 회장의 지시에 따라 비자금을 조성한 해외계열사 신모 전 대표가 자진 귀국해 재판에 넘겨지면서 지난 2010년부터 이어진 오리온그룹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앞서 1심은 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투명하고 합법적인 기업경영을 하여야 할 무거운 사회적·법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계열사 기업들을 사유물 취급하여 사익 추구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어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담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횡령·배임액이 285억원 정도에 이를 정도로 큰 금액인 점 등을 보태 죄절이 매우 불량하다 아니할 수 없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건강성과 자정능력, 법치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훼손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수십억 고가 미술품 공금으로 매입해 설치
람보르기니 등 법인리스 고급 외제차 유용
위장계열사 자금으로 집사·가정부 급여


재판부는 특히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중국 자회사를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또 거액의 법인자금으로 고가 미술품과 외제 승용차를 구입해 사용하거나 사택관리비까지 회사 자금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미술품에 대해서는 “회사를 위한 게 아니라 집을 장식하려 그림을 구입한 것으로 보이고 장기간 집에 전시하면서 개인 소유로 취급할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2심은 “I사 관련 범행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경민 전 사장 등이 주도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액을 모두 갚은 점, 향후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다짐을 하고 있는 등 개전의 정이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담 회장을 풀어줬다. 담 회장은 두 달 뒤 3년 임기 대표이사 연임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측근 비리 수사
뜨거운 감자

담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도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지만 담 회장과 나란히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조 전 사장은 반년도 되지 않아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구속 기소됐고,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홍송원 서미 갤러리 대표도 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인물 가운데 하나다. 홍 대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4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홍 대표는 조 전 사장이 팔아달라고 맡긴 미술품들을 서미갤러리 것인 양 담보로 내놓고 대출을 받아 90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자금 5억 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 대표는 또 2007∼2010년 고가 미술품 및 고급 수입 가구를 거래하며 세금 수십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고발당해 출국금지 조치와 더불어 다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담 회장을 비롯해 그 측근들이 끊임없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오리온그룹이 과연 ‘도덕성’과 ‘사회적 신용’을 충분히 갖춘 기업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향후 오리온그룹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담철곤은 누구?
재벌가 딸 만나 인생역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재벌가 딸과 결혼해 그룹 회장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둘째 사위로, 오리온의 전신인 동양제과에서 잔뼈가 굵었다.

창업주 둘째 사위
30년 초코파이맨

화교 3세로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대(마케팅 전공)를 나온 뒤 1980년 동양시멘트 대리로 동양그룹에 첫 발을 들여놨다. 이양구 선대 회장의 차녀이자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과 결혼한 것도 이 무렵. 둘은 서울외국인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 회장은 동양시멘트 입사 이듬해 동양제과 구매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30년 동안 대부분 제과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이 전 회장이 타계한 1989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동양제과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오너 집안 출신 중에서 흔치 않은 ‘제과 맨’이라는 게 업계 평가였다. 

2001년 동양그룹에서 분리된 동양제과는 2003년 오리온으로 명칭을 바꾼 뒤 국내 대표적인 제과업체로 성장했다. 담 회장은 오리온을 국내 소비재 기업 중에서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기도 했다. 

오리온은 동양그룹에서 분리되기 전인 1997년 중국 베이징 인근에 초코파이 고래밥 등의 생산 공장을 세운 뒤 당시 30억원이던 중국법인 매출을 지난해 5600억원대로 키워냈다. 이 결과 오리온그룹은 2009년부터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초과하는 ‘글로벌’ 제과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무리하게 확장한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에는 바이더웨이를 매각했고, 2007년에는 메가박스를 팔았다. 2008년에는 테라마크를 2010년에는 롸이즈온과 온미디어 등 총 12개사를 매각했다. 그 후 오리온 그룹의 ‘효자상품’은 중국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국민과자’ 초코파이와 프리미엄 과자인 닥터유 등만 남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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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