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생명 인턴 자살 미스터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5.06 15: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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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42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일요시사=경제1팀] 불광동의 한 원룸에서 29살 청년이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사인은 자살. 대기업 입사 3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이었다. 자살 전 청년은 회사에 메시지를 남겼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던 걸까.



그간 보험설계사는 40∼50대 여성들이 도맡았었다. 그런데 최근 금융업계에서는 20∼30대 '청년 보험설계사'가 늘고 있다. 금융사들은 인턴이나 비정규직 형식으로 청년 보험설계사를 채용한 뒤 실적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고 있다. 문제는 실적이다. 업무를 배우기보단 실적을 강요받다보니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동부금융 인턴 자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규직 약속했는데

사건은 동부금융네트워크가 '핵심인재 양성프로그램' 공고를 냈던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부금융네트워크는 '도전자의 열정과 동부그룹의 투지가 만들어낼 통합 금융의 주인공을 찾는다'는 이 캠페인을 통해 총 300여명의 인재를 인턴십으로 채용하고 특전으로 업계 유일 정규직 전환형 제도를 내세웠다. 동부금융네트워크는 동부그룹의 화재·생명·증권·자산운용·캐피탈·저축은행 등 6개 금융 계열사의 통합브랜드다.

서울 소재 모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금융 관련 전문 자격증을 따면서 취직을 준비해 오던 최모씨는 이 공고를 보고 지원, 60명의 동기들과 함께 올해 1월 인턴사원으로 뽑혔다. 사측은 최씨를 비롯한 채용된 인턴사원들에게 '연간 1200만원 기본급. 인턴 기간 내 성과 평가제도 적용으로 성과 우수자 정규직 발탁'을 골자로 한 공지사항을 알렸다.

2개월 동안 동부금융네트워크의 동부생명, 동부화재, 동부증권의 전문가 기초과정을 이수한 최씨는 지난 3월5일실무과정의 일환으로 동부생명 강남통합금융지점으로 발령, 첫 출근을 했다. 그리고 42일만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씨 자살사건을 조사한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19일 서울 불광동 원룸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고인이 자살 직전 유족들에게 여러 차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상 자살한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도대체 42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유족들에 따르면 최씨는 지인들에게 CMA, 연금 등 금융 상품을 팔아 실적이 좋은 편이었다. 최씨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은 3월 중순께였다. 위 천공 수술을 받고 2주간 병가를 낸 후 업무에 복귀한 최씨는 홀어머니와 누나들에게 "힘들어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 "수술을 받고 오니 동기들에 비해 뒤처진 것 같다"고 말했다. 며칠 뒤 동생이 걱정된 누나가 최씨의 원룸을 찾았을 때 이미 최씨는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다.

동부금융네트워크는 인턴을 모집할 때 '업계 유일의 정규직 전환형 제도' '준신입사원 육성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했다. 최씨는 인턴사원이었지만 실제로는 회사에 소속된 사원이 아닌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였다. 개인사업자는 회사와 계약 시 노동자로서 법정 보호를 받지 못하며 고용안정성 및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하지만 회사 측은 실적저하나 기타 이유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

원룸 화장실서 극단적 선택
유족에 업무 스트레스 호소
동부 이상한 채용제도 도마

동부금융은 지난해 초 처음 인턴십제도를 발표했다. 동부금융은 인턴십제도를 6개월 마다 시행, 올해로 3기째를 맞고 있다. 동부금융의 채용 시스템을 살펴보면 동부금융은 인턴 기간 동안 성과평가제도를 적용해 12개월간 매월 100만원(확정지급)을 지급하고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이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다. 동부생명의 경우,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지점장이 되어야만 하며 지점장이 되기 위해서는 '세일즈매니저'직으로 승급해야 한다.

지난해 동부생명에서 교육을 받은 30명의 인턴사원 중 세일즈매니저로 승급한 사원은 6명에 불과하다. 세일즈매니저는 정규직 전 단계로 이 단계를 거친 사원들은 1년 후 성과평가를 거쳐 지점장으로 승진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 실적'이 요구된다. 그만큼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취업준비생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금융회사들의 비양심적인 인턴십제도를 입을 모아 비난하고 있다. 월급은 고작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면서 업무 수준은 정규직 직원 이상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교보증권에서는 베테랑 영업사원들에게도 어려운 주식거래를 영업인턴들에게 맡겨 고객 돈 50억원을 날리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제재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사건에 연루됐던 인턴직원들은 정규직 전환도 물 건너갔을 뿐만 아니라 거래 달성을 위해 제 주머니에서 꺼내 놓은 돈마저 날리는 상황에 놓였다.


SC제일은행 역시 지난 2009년부터 이른바 '세일즈 인턴제'를 실시하면서 심한 업무실적을 강요하는 반면, 낮은 정규직 전환율로 사회적 비판을 받은 바 있다. SC은행은 기본급 88만원에 실적당 3000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내세우면서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할당량을 주고 압박을 가했다. 그해 인턴 100명 중 50여명이 중도 포기한 이유다.

"회사와 무관" 발뺌

최씨의 자살에 대해 동부생명 측은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동부생명 관계자는 "회사는 영업을 강요하지 않았다"며 "(최씨가) 힘든 가정 형편 등으로 16일 지점장과 면담했고 17일 정상 출근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씨는) 설계사로 개인사업자다. 인턴십을 통해 채용된 경우 회사에서는 6개월만 영업을 시키지 않고 교육만 한다"며 "특히 (최씨는) 늘 6시에 정시 퇴근 한 것으로 안다. 실적에 따른 압박감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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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