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표심 흔든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 중간점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10 18: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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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따로~ 속 따로~ 호박에 줄 긋는 다고 수박되나?

[일요시사=정치팀] 경제민주화는 18대 대선 최대 화두였다.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대국민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두 달여가 지나서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입법화되고 있지만, 계류된 법안이 수 백 개인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에 이어 또다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극심한 진통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대선 표심을 흔들었던 경제민주화는 어디까지 진척되고 있는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경제민주화 법안이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며, (기업 활동을)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로부터 보름 후 하도급법과 금융시장법 통과로 경제민주화는 첫발을 뗐다. 통과된 법안은 총 7건이었다.

제1호 하도급법안
법원 판결 받아야 효력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제1호 법안’은 불공정하도급거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법안은 기존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을 세 가지로 확대한 것으로 ▲원청업자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 반품 등이 제재 대상이다. 이에 대한 피해를 3배의 범위에서 손해배상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무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건설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도 협력사들이 있다. 이들 관계에서 원청업자는 하도급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 납품단가를 후려친다든가 물가인상률만큼 올려주지 않는다든가….”라고 발의의 배경을 밝혔다.

법안 통과될 때마다
당혹한 재계 반발

그는 이어 “하도급업체가 100 정도 피해를 봤다고 하면, 법원에서는 100도 받기 어려웠다. 이제는 300까지 손배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원청업체의 부담이 커져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는 불법행위에 관해 부담해야 할 경제적 손해를 증가시켜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법관이 3배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려야 법안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관계자는 “그렇다. 판단할 수 있는 제재수단을 좀 더 많이 준 것이다”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권투로 보면 그동안 통과된 법안은 강도가 약한 ‘잽’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도로 대기업의 불공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 법안이 국회 관문을 넘어섰다. 재계는 불경기 투자의욕을 꺾는 ‘악법조치’라고 반발했지만 마땅한 대응책 없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 법안 통과로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연봉 5억원 이상인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재계는 “포퓰리즘 입법”이라고 반발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 등의 연봉이 일반에 공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수백 개 중 지난 4월 국회 7건 통과 
5억 이상 임원 연봉 공개 통과, 미등기 임원인 이건희 연봉은 제외   

하지만 임원 연봉 공개 무용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 연봉 공개 대상이 등기임원들로 제한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미등기 임원의 연봉은 공개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미등기임원들까지 연봉 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법안무용론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1부동산대책 관련 법안도 처리했다. 국회는 연말까지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 주택 구입 시 양도소득세를 5년간 감면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4월 1일 부로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또 부부합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가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6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를 면제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같은 방법으로 적용키로 했다. 

군복무 중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공직 퇴임 후 로펌에 취업한 전관 변호사들이 수입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변호사법 일부 개정안도 통과됐다.

정부예산안 제출 시기를 회기 시작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으로 분류된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소속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해 국가 예산만 370조에 달한다.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보면 예산의 운용이 아니라 처음에 정부가 작성한 예산안을 상임위가 사업별로 꼼꼼히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직 통과되지 못한 주요 경제민주화 법안 중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총 3건으로, 경제민주화의 가장 예민한 이슈로 분류된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공정위 힘 빼기
통과 여부 주목

그 중 하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이 법안에 찬성한 민주당 관계자는 “고발의무권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원래 이 법에 따른 각종 금지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적 제재는 검사의 공소제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문제는 공정위의 고발을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정위뿐만 아니라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 세 군데에 고발권을 주기 때문에 이들이 조사요구를 하는 순간 공정위는 선택의 여지없이 고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논란이 됐던 프랜차이즈법은 가맹점주를 보호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허위과장광고로 가맹점을 모집한 업체에게 피해액의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게 원안. 하지만 그 배율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보여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세청이 탈세자금을 추적·징수하기 위해 금융거래정보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FIU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이었다.

공정위 고발전속권, 프랜차이즈법,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아직 표류 중
“선거용 상품화 전략에 그칠 가능성 커,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울 것”  

대표발의한 민주당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경제민주화라기보다는 지하자금 양성화에 관련된 내용을 담는 법안이다. 고액거래가 이루어진다거나 범죄거래가 의심되는 내용이 있으면 은행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고, 국세청이나 관세청이 조세포탈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러한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주는 게 개정초안이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와 국세청의 권한남용을 우려로 최종적으로 국세청이 아닌 FIU가 정보 제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논의 또는 계류 중인 주요 경제민주화법안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독점규제법, 대주주 자격 심사를 비은행 금융회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금융회사법, 금산분리 원칙을 제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등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논의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향후 별 무리 없이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들은 논의과정에서 발의된 법안내용이 수정됐으며, 수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법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당초 제안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통과시킨 경우도 있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작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방어적 차원의 경제민주화를 받아들이면서 야권의 프레임 운동장에 들어왔으며, 여전히 작동 중에 있다고 본다.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표면적 노력은 하고 있지만, 법인세 감액·부자감세 등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기업중심의 정책이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대정신 받아들여”
VS “정책은 역행 중”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강경·보수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도자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MB에게 패배하고, MB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MB는 중도실용주의 노선으로 대선에서 재미를 봤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노선도 그것과 내용이 같다. 그럴싸하게 상품화시킨 것뿐이다. MB의 중도실용주의가 정책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것처럼,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도 선거용 전략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통과된 법안을 보더라도 경제민주화가 굉장히 불안전한 형태로 표출 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p.kr>



말 많고 탈 많은 '프랜차이즈' 왜 싸우나 보니

“파행까지는 아니고 추가 조율 중”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프랜차이즈 본사보다 가맹점주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는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이 프랜차이즈법에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넣자고 주장하면서 파행사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회의 중단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허위 과장광고에 대한 징벌적 손배조항을 담은 수정안을 이날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무위 회의 과정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보통 가맹점 100개 이상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9% 정도로 91%는 점포수가 100개 미만이다. 지난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을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해 통과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는 놀부보쌈 같은 중소 프랜차이즈에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기에 이견이 있었다. 중소 프랜차이즈까지 다 포함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과 아무리 중소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당하는 입장은 똑같기 때문에 경미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부딪혔다. 또한 가맹점만큼 본사의 권익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추가 조율하고 것이고 파행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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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