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야권대물 ‘경우의 수’ 대예측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06 15: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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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끝 차이’로 밀리거나 밀어내거나 혹은 같이 살거나

[일요시사=정치팀] ‘예상대로’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되면서 야권의 ‘빅3’가 새롭게 재편됐다. 지난해 대선까지만 하더라도 야권은 문재인-안철수 구도였다. 하지만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당권을 장악하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노원병 보선에서 국회에 입성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차기 대권을 둘러싼 야권대물 3인의 역학관계를 <일요시사>가 미리 예측해봤다.



민주당의 ‘안철수 카드’에 대해 최종결단을 내릴 이는 이제 김한길 민주당 대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큰 빚을 지고, 차기 대권후보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안 의원의 정치 행보는 향후 민주당과 야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도 남는다.

김 대표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을 경계하면서 안 의원 포섭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시장은 일단 민주당 가까이에서 신당 합류설을 일축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눈치다. 안 의원은 국회에 적응하고 국회 인사들과 스킨십을 넓히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신당 창당은 민주당 종말
계파색 반드시 지워야

대선과 재보선 이후 패배주의에 허덕이며 갈라진 민주당심을 봉합하기 위해 김 대표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안 의원과의 관계설정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머지않아 민주당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안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민주당 계파 갈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은 당내 위기감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에는 무시 못 할 악재라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러한 평가는 주로 친노·주류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친노·주류는 최악의 경우 민주당의 분열까지 내다보는 상황이다.


김한길 역할론 지우고
우회로 뚫어 공략

반면 비노·비주류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정가는 향후 김 대표를 필두로 비노·비주류와 안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 의원을 둘러싼 민주당 계파 득실 계산이 오히려 안 의원과 민주당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내전 자체가 유불리를 떠나 안 의원이 민주당과 손을 잡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비노·비주류와 손을 잡아 자칫 친노·주류세력의 배제 혹은 이탈이라는 결과를 야기할 경우, 안 의원은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한 원흉으로 회자될 것이란 당내의 평가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나온 상황을 빗댄 말이다. 실제로 <일요시사>와 만난 대다수의 민주당 당직자들은 안 의원으로 인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민주당 역사가 반복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김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대표가 비노?비주류라는 이유로 안 의원과의 연대에 수월한 인물이라는 정가의 평가가 바뀌지 않는 한, 안 의원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에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비노·비주류 김한길 오히려 안철수와 야권연대 불리할 수도 
‘호남쟁탈전’ 경쟁구도 부담, 세력 분산 막기 위한 연대 모색

김 대표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안 의원에 대한 친노·주류와 비노·비주류의 온도 차를 좁혀야 하는 입장이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안 의원과 접촉할 때에 이러한 시각차를 좁히기 위한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의원과의 관계에서 ‘김한길 역할론’이 공론화되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최적의 환경 조성을 우선과제로 삼아 우회로를 뚫는다는 것이다.


안 의원으로 하여금 민주당과 거리를 둘 명분을 없애고 친노·주류로 하여금 안 의원을 적대시할 위기감을 희석시켜, 민주당 세력 이탈을 막고 안 의원 지지층을 흡수한다는 셈법이다.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불리한 여론을 타개할 수 있다는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사실상 안 의원도 민주당과의 관계에 최소한의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입장임에 틀림없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 때문이다. 안 의원으로선 작년 대선과 같이 민주당과 경쟁구도로 나아갈 경우 호남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듯, 호남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의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내심 걱정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호남쟁탈전’을 통해 야권세력이 분산되지 않는 노선을 찾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와의 연대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서 거론되는 인사가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안 의원 당선과 함께 야권 개편과정의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동력 상실 민주당
우위 선점 박원순

박 시장은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조직력 열세라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것은 ‘야권령’ 서울시장 깃발과 ‘안철수 측근’이라는 카드로 어느 정도는 민주당 세력을 견제하며 잡아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대표와의 관계다. 제3의 야권대물로 평가받는 박 시장에게 민주당의 갈라진 계파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매우 불편한 요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박 시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야권 새판짜기가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어, 리더십 공백상태인 민주당의 입장이 더욱 곤혹스러워지는 상황 또한 박 시장이 해결해야 할 난제다.

박 시장은 무게 중심을 잘 잡아가며 이 같은 난제를 풀어야 하는 처지다. 현재 김 대표와 안 의원의 연대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비노·비주류에 조금이라도 치우친 스탠스를 취해 친노·주류의 반발을 산다면, 이 역시 안 의원과의 관계를 요원하게 만들 위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박 시장은 김 대표와 안 의원의 거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친노·주류와 거리 조절을 하면서 민주당과 안 의원 사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에 참패해 민주당의 정계개편 추동력이 상실된 터라, 안 의원과 관계설정의 주도권은 박 시장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민주당 계파 사이 무게 중심 잡으며 가교 역할 해야
서울시장 대권플랜 가동 시 민주당 세력 두고 안-박 경쟁    

반면, 박 시장은 안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양보’로 정치적 채무를 가지고 있어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정치권은 두 사람의 묘한 인연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정을 운영하면서 확고한 위상을 확보해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굳히고 있다. 박 시장의 위상 변화는 굵직한 야권인사 등으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은 데서 감지된다.


박 시장은 노원병 보선 출마를 앞둔 안 의원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어 5·4 전당대회에 출마할 민주당 대표 후보군들도 잇달아 박 시장을 만났다. 이용섭 민주당 대표 후보와 사퇴한 강기정 전 후보도 박 시장을 찾았다.

박 시장이 민주당 내에서 자신의 정치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 같은 배경에서 박 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내년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언론은 이를 박 시장의 차기 대권행보로 앞 다퉈 해석했다.

또한 얼마 전 안철수 신당 합류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안 의원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의 시선이 일제이 박 시장의 의중에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당선되면서 안 의원의 민주당 흔들기가 더 이상 불가능해, 박 시장으로서는 입지가 좁아진 안 후보를 위해 같이 갈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이러한 박 시장의 행보를 안 후보와 거리두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도 있다. 오히려 박 시장이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안 의원과 민주당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여전한 세력 싸움
관건은 변수 주도


만약 박 시장이 안 의원을 뛰어넘어 차기 대권을 노리는 심산이라면, 안 의원도 민주당 지도부와 접촉면을 넓혀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민주당과 세력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대표의 역할도 변수 중 하나로 등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안 의원은 민주당과는 별개로 독자적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박 시장은 민주당과 안 의원의 가교로서 야권연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대략 세 사람의 복잡한 삼각관계가 정리되는 듯하다. 야권 정계개편은 김 대표의 계파 갈등 수습, 민주당과 안 의원 중심에 있는 박 시장의 대권플랜, 안 의원의 세력구축 등에 따라 2:1 구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중 누가 변수를 견인해 야권의 중심으로 차기 대권주자가 될지,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정치판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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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