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수백억 건설뇌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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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좋아하는 '리틀MB'… 터질락 말락 '처남 스캔들'

[일요시사=사회팀] MB는 떠났지만 MB를 롤모델로 대형 토목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라는 거대 지하도시 건설을 목표로 동분서주 중이다. 그러나 진 청장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 일대에 '언더그라운드 시티(지하도시)' 건설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퍼졌다. 다음날인 12일 관련주는 일제히 뛰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한 건설사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3.7% 오른 가격에 거래됐으며 코스피에서도 D건설사는 1.44%의 오름세를 보였다.

건설 업종은 아니지만 '언더그라운드 시티' 추진으로 반사 이익을 얻은 곳도 있었다. 해당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장사들은 각각 6∼8%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돈이 몰리고 있었다.

확정되지 않았는데
지역에 뜬소문 난무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사업이다. 사실상 개발 포화 상태인 서울 강남과 서초 일대 지상 상권을 지하로 분산시킨다는 이 매력적인 프로젝트는 오 전 시장의 '디자인 서울' 행정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관할 구청인 강남구와 서초구도 '지하도시'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강남역과 논현역 사이의 밀집된 교통량을 근거로 각 구청은 지하도시 건설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몇몇 구청 공무원들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보궐 당선과 함께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토목 사업에 박 시장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익철 서초구청장이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진 청장의 지방선거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강남역 지하 일대를 너비 42m, 길이 670m, 총면적 2만8517㎡ 규모로 개발한다는 게 선거 당시 진 청장이 내세운 복안이었다.

진 청장의 당선 직후 서초구는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쓰인 용역비는 모두 5억원. 더불어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의 원류인 캐나다 몬트리올에 직접 시찰을 다녀오는 등 '지하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시와의 협의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 여부를 놓고 사업 가능성을 검토했다. 당시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서초구는 공공연히 지하도시 건설 계획을 외부로 알렸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무리한 추진 구설수
구 재정 위기에도 강행…구청장 의도는?

서초구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 '신논현역 지하도시' 건설은 기정사실과 다름없었다. 대형 브랜드 아파트 입주 전단지에는 "논현역 역세권에 '지하도시'가 들어선다”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한 관계자는 "언더그라운드 시티와 관련한 뜬소문이 인근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형 토목공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배경에는 신분당선 신축공사가 있다. 신분당선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두산건설은 서초구의 지하도시 건설안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울메트로9호선 등 지하철 사업이 이윤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역 주변의 상권 개발은 두산건설에 이득을 안겨줄 게 분명했다.


두산건설은 올 1월 서울시에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의 개발권을 갖는 대신 60년 후 서울시에 개발된 구간을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이 지하도시 개발권을 놓고 서울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보니 진 청장도 힘을 냈다. 지하도시가 곧 개발될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이어갔다. 2014년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고 있는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로 또 한 번의 '세몰이'에 나선 것이다.

선거용 공약
MB와 닮은꼴

그러나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진 청장 스스로가 지하도시 건립 가능성을 봤을 때 '건설이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진 청장이 MB의 '청계천 사업'처럼 대규모 토목공사로 치적을 쌓으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원래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구상된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상가 분양을 통한 이권 챙기기로 돌변했다"며 "서울 회현역 등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하도시 건설은 결국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9년 기준 4166억원의 세금을 거뒀던 서초구는 불과 2년 사이 약 1200억원이나 감소한 세수(2967억원)를 보였다. 또 서초구는 예산 고갈로 서초역 주변의 국유지를 매각하는 등 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정 예산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 청장은 왜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 개발 소문과 관련 오랜 추문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진 청장의 처남이자 건축사인 김모씨와 관련한 의혹이었다.

지난 2010년 9월 진 청장은 서초구 산하 건축위원회와 건축민원조정위원회에 김씨를 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같은 해 11월 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에도 김씨를 위촉했다. 건축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는 지역의 대규모 건설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로 소위 '노른자'로 분류된다. 즉 공직의 수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 친인척을 알짜 기구에 앉힌 것이다.

2011년 7월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씨는 위원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김씨와 관련한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오래 전부터 구청장과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경북 안동 출신의 건축설계사로 알려져 있다.

구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월 김씨가 경찰의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초경찰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김씨의 내사 사실을 전하며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서초구의 건축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한 후에도 최근까지 서초구의 건설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초구는 태안과 횡성에 각각 휴양소를 갖고 있는데 이중 한 휴양소의 내부 보수를 맡은 게 김씨라는 설명이었다. 해당 보수 사업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거론되는 이상한 사업은 또 있다. 바로 우면산 예방사업이다.


건축 관련 비리
경찰 내사 진행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서초구 도시디자인국이 지난 2012년 11월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우면산 산사태 복구 사업비'에 쓰인 돈은 모두 591억여원이다. 또 2012년 '우면산 예방사방사업'에 책정된 세비는 136억여원에 이른다. 도합 727억원이 넘는 거액이 산사태 복구 및 예방 사업에 쓰인 것이다.

그러나 우면산 복구사업은 졸속 행정으로 뭇매를 맞았다. 산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밀한 설계 없이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복구공사를 맡은 산림조합중앙회는 공사가 절반 이상 진척되고 나서야 설계를 완료했다. 이는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복구사업에 'Fast Track'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면산 산사태 진상조사위로 활동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원인조사 없이 복구공사부터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공사하지 말아야 할 걸 하고, 일단 때우자는 식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우면산 복구 사업에서 있었던 재해 위험지역 선정에 대해 "토양의 지질과 지형, 산사태 이력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각 지역마다 적절한 예산이 편성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시는 우면산 복구사업 및 예방사업 시행을 서초구로 위임했다. 2011년 7월 서울시가 서초구로 보낸 공문(산지대책반-100684)에 따르면 시는 '2억원 이상의 사방사업 시공감리'를 담당 구청에 위탁했다. 즉 우면산 공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기관이 바로 서초구란 설명이다.


우면산 복구공사 업체로 선정됐던 산림조합중앙회는 2012년 서초구 예방사방사업에도 참여했다. 서초구 소재 남부순환로 도로변(방배동 산102-8) 등 모두 26곳에서 공사가 진행된 가운데 산림조합중앙회는 이중 18곳의 공사를 맡았다. 그런데 남은 5곳의 공사를 맡은 업체와 관련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됐다. 구청 주변의 산사태 예방사업을 맡은 업체가 '안동시산림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지난 2012년 4월께부터 예방공사에 참여했으며, '말죽거리공원 호우 피해 복구'를 명목으로 '말죽거리공원 우성아파트' '말죽거리공원 구민회관'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말죽거리공원 경진갓길사면' 등 모두 4곳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또 우면산 예방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10억3000만원)이 책정된 관문사 주변의 공사도 맡았다.

친인척 특혜 의혹 재점화우면산 복구사업에도 거론
'강남 지하도시' 치적용? 재선용?

2012년 작성된 '서울시내 산사태 예방사방사업 계약현황 목록'에 따르면 서울시의 각 구청 중 모든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맺은 구는 서초구가 유일했다. 서초구는 안동시산림조합을 포함한 3곳의 업체와 모두 수의계약을 맺었다.

복수 관계자는 "왜 서초구가 안동시산림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구청장 재량에 따라 긴급을 요할 때 허용되는데 안동에 있는 산림조합이 어떻게 서울에 있는 현장으로 '긴급히' 출동할 수 있냐는 것이다. 더불어 2012년 4월은 우면산 산사태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음으로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을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예정된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는데 많게는 3차례에 걸쳐 준공이 연기됐다. 안동시가 서초구로부터 추가로 수주 받은 서초구청 뒤 예방공사는 지난 19일이 돼서야 공사가 완료됐다.

이와 관련 한 구청 관계자는 "구는 기상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원래 예방공사는 봄에 시작해 우기인 여름 전까지 끝내는 게 상식"이라며 "처음부터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줘 사업이 지속적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동시산림조합이 처음 사업을 맡았을 때 포클레인이 1대 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업체가 공사를 맡도록 허가를 내준 건 '안동'을 생각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안동 출신인 김씨와 진 구청장의 입김으로 안동시산림조합이라는 부실 건설업체에 사업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이번 예방사업으로 모두 4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안동시산림조합이 공사를 완료한 서초구청 뒤는 나무가 무분별하게 잘려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주변은 대대적인 벌목으로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인근 주민은 "말죽거리공원은 집중호우 때 수해를 입지도 않았는데 왜 예방공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풍경만 나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안동시산림조합
특혜 있나 없나

이 같은 배경 속에 서초구의회는 우면산진상조사특위를 발족했다. 구의회 측은 "현재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6월내에 담당 부처에 감사를 청구해 우면산 예방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진 청장이 우면산 예방사업 뿐만 아니라 1000억원 규모의 구민회관 재건축 등에서 '턴키' 방식으로 설계를 의뢰하려 한 적이 있다"며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도 결국은 진 청장이 김씨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진 청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민자 사업이고, 김씨와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만약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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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