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수백억 건설뇌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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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좋아하는 '리틀MB'… 터질락 말락 '처남 스캔들'

[일요시사=사회팀] MB는 떠났지만 MB를 롤모델로 대형 토목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라는 거대 지하도시 건설을 목표로 동분서주 중이다. 그러나 진 청장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 일대에 '언더그라운드 시티(지하도시)' 건설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퍼졌다. 다음날인 12일 관련주는 일제히 뛰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한 건설사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3.7% 오른 가격에 거래됐으며 코스피에서도 D건설사는 1.44%의 오름세를 보였다.

건설 업종은 아니지만 '언더그라운드 시티' 추진으로 반사 이익을 얻은 곳도 있었다. 해당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장사들은 각각 6∼8%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돈이 몰리고 있었다.

확정되지 않았는데
지역에 뜬소문 난무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사업이다. 사실상 개발 포화 상태인 서울 강남과 서초 일대 지상 상권을 지하로 분산시킨다는 이 매력적인 프로젝트는 오 전 시장의 '디자인 서울' 행정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관할 구청인 강남구와 서초구도 '지하도시'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강남역과 논현역 사이의 밀집된 교통량을 근거로 각 구청은 지하도시 건설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몇몇 구청 공무원들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보궐 당선과 함께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토목 사업에 박 시장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익철 서초구청장이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진 청장의 지방선거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강남역 지하 일대를 너비 42m, 길이 670m, 총면적 2만8517㎡ 규모로 개발한다는 게 선거 당시 진 청장이 내세운 복안이었다.

진 청장의 당선 직후 서초구는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쓰인 용역비는 모두 5억원. 더불어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의 원류인 캐나다 몬트리올에 직접 시찰을 다녀오는 등 '지하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시와의 협의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 여부를 놓고 사업 가능성을 검토했다. 당시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서초구는 공공연히 지하도시 건설 계획을 외부로 알렸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무리한 추진 구설수
구 재정 위기에도 강행…구청장 의도는?

서초구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 '신논현역 지하도시' 건설은 기정사실과 다름없었다. 대형 브랜드 아파트 입주 전단지에는 "논현역 역세권에 '지하도시'가 들어선다”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한 관계자는 "언더그라운드 시티와 관련한 뜬소문이 인근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형 토목공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배경에는 신분당선 신축공사가 있다. 신분당선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두산건설은 서초구의 지하도시 건설안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울메트로9호선 등 지하철 사업이 이윤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역 주변의 상권 개발은 두산건설에 이득을 안겨줄 게 분명했다.

두산건설은 올 1월 서울시에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의 개발권을 갖는 대신 60년 후 서울시에 개발된 구간을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이 지하도시 개발권을 놓고 서울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보니 진 청장도 힘을 냈다. 지하도시가 곧 개발될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이어갔다. 2014년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고 있는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로 또 한 번의 '세몰이'에 나선 것이다.

선거용 공약
MB와 닮은꼴

그러나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진 청장 스스로가 지하도시 건립 가능성을 봤을 때 '건설이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진 청장이 MB의 '청계천 사업'처럼 대규모 토목공사로 치적을 쌓으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원래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구상된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상가 분양을 통한 이권 챙기기로 돌변했다"며 "서울 회현역 등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하도시 건설은 결국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9년 기준 4166억원의 세금을 거뒀던 서초구는 불과 2년 사이 약 1200억원이나 감소한 세수(2967억원)를 보였다. 또 서초구는 예산 고갈로 서초역 주변의 국유지를 매각하는 등 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정 예산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 청장은 왜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 개발 소문과 관련 오랜 추문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진 청장의 처남이자 건축사인 김모씨와 관련한 의혹이었다.

지난 2010년 9월 진 청장은 서초구 산하 건축위원회와 건축민원조정위원회에 김씨를 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같은 해 11월 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에도 김씨를 위촉했다. 건축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는 지역의 대규모 건설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로 소위 '노른자'로 분류된다. 즉 공직의 수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 친인척을 알짜 기구에 앉힌 것이다.

2011년 7월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씨는 위원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김씨와 관련한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오래 전부터 구청장과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경북 안동 출신의 건축설계사로 알려져 있다.

구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월 김씨가 경찰의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초경찰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김씨의 내사 사실을 전하며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서초구의 건축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한 후에도 최근까지 서초구의 건설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초구는 태안과 횡성에 각각 휴양소를 갖고 있는데 이중 한 휴양소의 내부 보수를 맡은 게 김씨라는 설명이었다. 해당 보수 사업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거론되는 이상한 사업은 또 있다. 바로 우면산 예방사업이다.

건축 관련 비리
경찰 내사 진행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서초구 도시디자인국이 지난 2012년 11월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우면산 산사태 복구 사업비'에 쓰인 돈은 모두 591억여원이다. 또 2012년 '우면산 예방사방사업'에 책정된 세비는 136억여원에 이른다. 도합 727억원이 넘는 거액이 산사태 복구 및 예방 사업에 쓰인 것이다.

그러나 우면산 복구사업은 졸속 행정으로 뭇매를 맞았다. 산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밀한 설계 없이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복구공사를 맡은 산림조합중앙회는 공사가 절반 이상 진척되고 나서야 설계를 완료했다. 이는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복구사업에 'Fast Track'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면산 산사태 진상조사위로 활동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원인조사 없이 복구공사부터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공사하지 말아야 할 걸 하고, 일단 때우자는 식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우면산 복구 사업에서 있었던 재해 위험지역 선정에 대해 "토양의 지질과 지형, 산사태 이력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각 지역마다 적절한 예산이 편성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시는 우면산 복구사업 및 예방사업 시행을 서초구로 위임했다. 2011년 7월 서울시가 서초구로 보낸 공문(산지대책반-100684)에 따르면 시는 '2억원 이상의 사방사업 시공감리'를 담당 구청에 위탁했다. 즉 우면산 공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기관이 바로 서초구란 설명이다.

우면산 복구공사 업체로 선정됐던 산림조합중앙회는 2012년 서초구 예방사방사업에도 참여했다. 서초구 소재 남부순환로 도로변(방배동 산102-8) 등 모두 26곳에서 공사가 진행된 가운데 산림조합중앙회는 이중 18곳의 공사를 맡았다. 그런데 남은 5곳의 공사를 맡은 업체와 관련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됐다. 구청 주변의 산사태 예방사업을 맡은 업체가 '안동시산림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지난 2012년 4월께부터 예방공사에 참여했으며, '말죽거리공원 호우 피해 복구'를 명목으로 '말죽거리공원 우성아파트' '말죽거리공원 구민회관'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말죽거리공원 경진갓길사면' 등 모두 4곳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또 우면산 예방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10억3000만원)이 책정된 관문사 주변의 공사도 맡았다.

친인척 특혜 의혹 재점화우면산 복구사업에도 거론
'강남 지하도시' 치적용? 재선용?

2012년 작성된 '서울시내 산사태 예방사방사업 계약현황 목록'에 따르면 서울시의 각 구청 중 모든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맺은 구는 서초구가 유일했다. 서초구는 안동시산림조합을 포함한 3곳의 업체와 모두 수의계약을 맺었다.

복수 관계자는 "왜 서초구가 안동시산림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구청장 재량에 따라 긴급을 요할 때 허용되는데 안동에 있는 산림조합이 어떻게 서울에 있는 현장으로 '긴급히' 출동할 수 있냐는 것이다. 더불어 2012년 4월은 우면산 산사태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음으로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을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예정된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는데 많게는 3차례에 걸쳐 준공이 연기됐다. 안동시가 서초구로부터 추가로 수주 받은 서초구청 뒤 예방공사는 지난 19일이 돼서야 공사가 완료됐다.

이와 관련 한 구청 관계자는 "구는 기상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원래 예방공사는 봄에 시작해 우기인 여름 전까지 끝내는 게 상식"이라며 "처음부터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줘 사업이 지속적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동시산림조합이 처음 사업을 맡았을 때 포클레인이 1대 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업체가 공사를 맡도록 허가를 내준 건 '안동'을 생각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안동 출신인 김씨와 진 구청장의 입김으로 안동시산림조합이라는 부실 건설업체에 사업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이번 예방사업으로 모두 4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안동시산림조합이 공사를 완료한 서초구청 뒤는 나무가 무분별하게 잘려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주변은 대대적인 벌목으로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인근 주민은 "말죽거리공원은 집중호우 때 수해를 입지도 않았는데 왜 예방공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풍경만 나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안동시산림조합
특혜 있나 없나

이 같은 배경 속에 서초구의회는 우면산진상조사특위를 발족했다. 구의회 측은 "현재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6월내에 담당 부처에 감사를 청구해 우면산 예방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진 청장이 우면산 예방사업 뿐만 아니라 1000억원 규모의 구민회관 재건축 등에서 '턴키' 방식으로 설계를 의뢰하려 한 적이 있다"며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도 결국은 진 청장이 김씨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진 청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민자 사업이고, 김씨와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만약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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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