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남북 긴장 속 예비군훈련 가보니…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29 17: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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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옛말…전쟁날라 '빡센 FM'

[일요시사=경제1팀] "이거 완전 FM이네." 2박3일간의 동원 예비군훈련을 마치고 처음 든 생각이다. 예비군 훈련이 달라졌다. "대충 시간 좀 보내다 오지 뭐∼"라는 생각을 했던 기자는 '큰 코'다쳤다. 물론 아직 아쉬운 점도 보였다.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만만치 않았던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올해로 4년차. 지난 23일 오전 6시, 기자는 마지막 동원훈련을 받기위해 사전에 고지 받은 집결지를 찾아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라탔다. '병력동원'이라는 스티커를 붙인 5대의 버스는 2시간여를 달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대기 중이던 헌병대 차량과 조우했다. 헌병대 차량을 선두로 20여 분을 더 달린 버스는 강원도 원주 36보병사단 108연대 훈련장에 도착했다.

준비상태 철저

"선배님들 상의 바지에 넣겠습니다. 고무링, 전투모 착용하시고 입장하시겠습니다."

복장을 착용한 예비군들은 자신이 3일 동안 머무를 생활관을 찾아 들어갔다. 개인화기와 방탄, 단독군장을 착용한 채로 입소식이 진행됐다. 예비군들이 지급 받은 개인화기는 K2 소총. 현역 때 사용했던 소총을 예비군 때 지급받은 것은 이번 훈련이 처음이었다. 방탄모, 수통, 탄띠, 요대 등 예비군들이 지급받은 장비는 대부분 깨끗했다. 예비군들이 입소하기 전 해당 부대의 현역군인들의 노고를 엿볼 수 있었다.

입소식 후 진행된 첫 교육은 수류탄, 통신, 소총수, M60기관총, M203, 60·81mm 박격포, 경계 등으로 나누어 진행된 주특기 훈련이었다. 기자가 3일 동안 훈련받은 주특기는 M60기관총. 현역시절 육군훈련소 조교로 복무했던 터라 M60기관총을 잡아본 기자는 무척이나 생소했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교관·조교의 상세한 설명과 몇몇 예비군들의 도움으로 교육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3중대 선배님들 식사 집합하시겠습니다. 생활관별로 1열로 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은 옛말이었다. 준비되어 있던 밥과 반찬은 나름 훌륭했다. 잘 닦인 식탁에는 식수가 담긴 물통과 일회용 컵, 식단이 입에 맞지 않는 예비군들을 위한 고추장 등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꿀맛 같은 식사를 마친 예비군들을 기다린 것은 '훈련의 꽃' 정신교육이었다. 조교들의 통제에 따라 안보교육관에 입장했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 정신교육에서 교육을 맡은 군 간부들은 퀴즈를 내고 상품을 지급하는 등 예비군들의 적극적인 교육참여를 유도했다. 디도스·은행전산망 해킹 등이 언급되어 비교적 최신 자료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리해야 할 중요한 업무가 있다" "받아야 할 전화가 있다" "은행업무 처리에 문제가 생겨 신용상 불이익이 생기면 부대에서 책임질 것인가?"

첫날 훈련을 마친 뒤 찾아온 취침시간. 생활관 여기저기서 진풍경이 나왔다. 휴대폰을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들의 신경전이다. 입소식 전 휴대폰을 자진 사전 제출한 예비군은 전체 인원의 불과 10% 정도. 생활관 콘센트에는 누군가 가져온 멀티탭에 4∼5개의 휴대폰 충전기가 동시에 불을 반짝였다.

"휴대폰을 꼭 사용하셔야 할 경우 행정반으로 오시면 지휘관이 보는 앞에서 사용하실 수 있도록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순찰을 돌며 휴대폰을 압수하던 군 간부의 말에 예비군들은 휴대폰을 내 줄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는 '동원예비군 훈련장의 휴대폰 반입 금지는 권장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예비군은 훈련 소집을 받음과 동시에 현역에 준하는 신분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각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휴대폰 관련 통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비와도 굴리고 또 굴리고
예전과 다른 훈련장 분위기
개인 화기·장비 상태 최상


"3cm 원 안에 탄착군이 형성되면 원주시내 가장 유명한 수건집에서 제작한 기념 수건을 지급하겠습니다. 대대로 가보로 남길 수 있을 만큼 의미있는 물건이니 현역 때 느낌을 잘 살려 최선을 다해 사격하시기 바랍니다."

이튿날 오전 진행된 K2소총 영점사격. 대대장의 우스갯소리를 들은 대부분의 예비군들은 "수건 필요없다" "차라리 안 받고 말지" 등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사격에 들어갔을 때 이들의 모습은 180도 변했다. '연발'에 놓고 '대충 갈겼던' 예전과는 달리 한발한발 신중하게 격발했다. 소총 기능 고장이 나도 당황하지 않고 배운대로 조치했다. 사격을 마치고 판정관에게 표적지를 보여주고 수건을 받은 예비군은 환호성을 질렀고 기념품을 받지 못한 예비군들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3일 동안 진행된 훈련은 타이트했다. 훈련기간 동안 상당한 양의 비가 왔지만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교육시간과 휴식시간의 구분은 철저했으며 조금은 일찍 끝나기 마련인 마지막 날에도 예정된 훈련을 모두 마치고 퇴소식을 진행했다. 예비군을 통제하는 교관·조교와 예비군이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었으며 예비군 간의 충돌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통제에서 벗어나 돌출 행동을 하는 예비군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예비군은 순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위협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비군과 현역군인 모두에게서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북한의 위협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별 관심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교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한 예비군을 다른 예비군이 지적하면서 작은 시비가 붙었는데 두 사람의 다툼에 예비군들은 관심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정신교육 시간으로 이어진 이런 생각은 예비군들의 눈꺼풀에 무게를 더했다. 이들을 통제해야하는 현역군인들도 밀려오는 졸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주특기 부여도 아쉬움을 더했다. 현역 때 소총수였던 예비군이 박격포 주특기를 받거나 특수 보직 중 취사를 담당했던 예비군이 M203 주특기를 부여 받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주특기가 부여되어 당황하는 예비군이 한둘이 아니었다.

육군훈련소 조교로 복무해 쏴 봤던 총이라고는 K2소총밖에 없었던 기자만 해도 M60기관총 주특기를 부여받았을 때 '연천 예비군 폭발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지난 1993년 연천 동원 예비군 훈련장에서 포사격 훈련 중 폭탄이 터져 예비군 16명, 현역 4명 등 모두 20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사고를 당한 예비군 대부분은 포병이 아닌 보병이나 다른 병과 주특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 예비군의 군사 주특기 등을 고려하지 않는 동원지정에 대한 비판여론이 크게 일었다. 당시 권영해 국방부 장관은 여단장 이하 간부들을 파면, 구속시켰지만 예비군 훈련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과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보병이 포병으로

36사단 동원훈련 담당 관계자는 "동원훈련 시 부대에 필요한 병과와 병력을 병무청에 요청하고 병무청에서 조건에 맞는 병력을 동원하지만 일부 주특기의 경우 인원이 부족해 주특기가 변경될 수도 있다"며 "현역 때 주특기를 고려해 최대한 유사한 쪽으로 주특기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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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