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음주청문회’ 논란 엿보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01 15: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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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으면 검증이고 뭐고 필요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말 많고 탈 많던 인사청문회였다. 박근혜정부 초기 인사청문회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면서 크고 작은 논란에 정국이 몇 차례나 들썩였다. 그렇다고 다 그랬던 건 아니다. 그중에서도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인사청문회는 예외다. 청문회를 보는 이가 적다 보니 아무래도 이를 준비하는 국회의원들의 긴장감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인사청문을 진행하는 청문위원들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사소한 감정싸움에 뒷말도 무성하다. 게다가 술을 마신 의원까지 있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인터넷 검색창에 인사청문회라고 치면 상단에 유권자의 관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연관검색어가 뜬다. 단연 일등은 윤진숙 인사청문회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링크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유명세를 날렸다.

다음은 채동욱, 조윤선, 남재준 인사청문회 순이다. 인사청문회 방송에는 의자에 빼곡히 앉은 인사청문위원들이 준비한 서류 다발을 부산스럽게 찾고 정리하는 모습이 비친다. 빈자리는 거의 없다. 만약 방송을 타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질의시간 두고 기싸움

얼마 전 열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장) 후보 내정자의 오후와 저녁 인사청문회는 몹시 썰렁했다. 의원 간 몇 차례 고성도 오갔다.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없던 탓도 있지만, 오전·오후·저녁에 걸쳐 진행된 인사청문회가 방송을 탄 건 오전뿐인 이유도 있었다.

오전 10시 4분에 개의한 인사청문회에서 한선교 위원장은 “오늘 인사청문회는 KBS와 SBS에서 오전회의 부분만 녹화해서 KBS는 오늘 오후 2시 10분부터 4시까지, SBS는 오후 2시 40분부터 4시까지 중계 방송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하며 회의를 시작했다.

한 위원장은 아나운서 출신답게 분명한 목소리와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청문회를 진행했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은 자리가 꽉 찼다. 창가 쪽에 나란히 선 사진기자들은 이 위원장 후보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며 연신 플래시를 터트렸다.

이날 청문회 속기록을 보면 오전회의에서 유성엽 민주통합당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의원이 5분여의 질의 시간을 가졌다. 다시 말하면, 유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한 번씩 카메라에 얼굴을 비쳤다. 2시간 38분에 걸쳐 진행된 오전청문회는 오후 12시42분에 중지됐고, 오후 2시57분에 다시 시작됐다.

국회 영상회의록 화면에 비친 회의실은 오전과 달리 거의 텅 비어 있다. 질의응답 내용을 분주하게 받아 기록하던 취재기자와 플래시를 터트리던 사진기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첫 번째 전병헌 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시작되자마자 청문회는 고삐 풀린 듯 흐트러졌다. 전 의원은 질의하려다 “왜 발언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가지요?”라고 이의를 제기한 뒤 다시 진행해 줄 것을 한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한 위원장은 짜증 섞인 투로 “아, 참 별것 가지고 다 그러네 진짜”라며 “그냥 하시면 되지 그것 뭐, (중략) 아니 무슨 이의를 제기하실 것 가지고 하셔야지”라며 소리 높여 정 의원을 다그쳤다.

전 의원은 이에 “위원장은 그것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 아니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한 위원장이 “소리 지리지 마시고, 점잖으신 분이 왜…”라고 말하며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청문회는 이내 다시 진행됐다. 

시작과 동시에 삐거덕거린 오후 첫 번째 청문회 회의록에는 총 7명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새누리당의 김기현, 김태원, 남경필, 박대출, 이상일, 이재영 의원 민주당의 최재천 의원 등이다. 오후 8시35분에 회의를 속개하겠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을 마무리로 청문회는 오후 6시36분에 중지됐다.


오전 중계방송 끝나자 텅 빈 회의실, 말다툼에 고성까지
저녁식사 2시간 16분, 청문회 질의서 준비시간도 부족해

저녁회의는 한 위원장이 “저녁 맛있게 드셨습니까?”라는 인사와 함께 두 시간이 조금 넘은 8시51분에 시작했다. 회의 속개를 알리는 한 위원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젖히는 한 위원장의 얼굴은 약간 홍조를 띠는 듯했다. 

화면에 비친 회의실은 더욱 한산했다. 저녁에 진행된 청문회에서 질의하는 의원 수는 처음보다 절반 정도 줄었다. 마지막 청문회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새누리당의 권은희 민병주 염동열 이우현 조해진 의원 등 5명, 민주통합당의 노웅래 배재정 유승희 윤관석 장병완 전병헌 최민희 의원 등 7명, 진보정의당의 이석기 의원 1명으로 총 27명의 출석의원 중 한 위원장을 제외하고 13명이다.

이 중 질의는 하지 않은 채 자리만 지킨 의원이 있다. 이석기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 한 위원장은 “이우현 의원님!”이라고 호명하며 이 의원과 눈을 맞췄다. “서면으로 질의하겠습니다.” 화면에 등장하지 않은 이 의원은 답은 짤막했다.

곧이어 의원 간 고성이 오갔다. 의원들의 보충·추가 질의 내용에 이미 한 차례 불만을 표했던 염동열 의원이 유승희 의원의 보충질의 제안을 걸고넘어지면서 청문회는 여야 간 싸움으로 번져 한바탕 아수라장이 됐다. 

청문회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 A씨는 취재기자와 만남에서 “의원들은 청문회 앞두고 끼니를 걸러 가며 질의서 준비하고 조사한다”라며 “한쪽은 질의를 하겠다고 하고, 한쪽은 질의를 못하게 하다 양측이 부딪쳤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저녁시간 술 마시고 들어와 청문회 내내 자리에 앉아 조는 의원도 있을 정도였다.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라며 의원 3명을 지목했다. 또 다른 의원실 B보좌관은 “누군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술 드시고 청문회에 참석하셨던 분은 계셨다”라고 답했다.

그날 청문회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관계자 C씨는 “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간사에게 문의하시면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음주청문회’를 했다고 지목된 의원실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하나 같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싸움보다 검증 먼저

당시 청문회에 참석했던 보좌관 D씨는 “그때 의원님은 저녁 약속이 있어 갔다가 청문회에 참석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우리 의원님은 한 잔만 마셔도 응급실에 실려 가신다. 술을 전혀 못 드시는 분이다”라고 밝혔다. 다른 의원실 보좌관 E씨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의원님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보좌관 F씨는 한동안 대답을 못 하다가 “정확한 사실이 아닌 떠도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취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실무근이라는 것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답했다.


음주 여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안방 전파를 타지 않는 청문회장의 모습은 너무도 달랐다. 카메라 사각지대는 더 이상 공직후보자 검증의 자리가 아니다. 국민은 과연 언제쯤 마음 놓고 국회에 나랏일을 맡길 수 있을까.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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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