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월 전당대회 ‘흥행저조’ 진짜 속사정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4: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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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는커녕 초교 반장선거만도 못하게 생겼다

[일요시사=정치팀] “나빠도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5월 전당대회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1야당의 전당대회는 그래도 한때는 정치권의 대사(大事)이자 야권의 흥행 보증수표였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진면모가 연설과정에서 드러나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는가 하면, 다른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려 독주를 이어가리라 예상했던 인물이 한순간에 외면당해 눈물을 삼키는 경우도 있었다. 전대 결과는 그대로 총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까지 영향을 미쳤기에, 이것은 곧 야권의 운명과 나아가 국운을 결정지을 것이란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수의 고정 활동가들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관심을 두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이벤트’는커녕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게 생겼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요시사>가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오늘 5월4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엄연히 말하자면 전당대회는 이미 시작됐다.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 합동연설회가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누가 어떠한 내용으로 연설했는지 언론조차 관심을 끄고 그에 대한 보도도 비교적 조용하다. 지지자의 관심을 끌어 올리려는 민주당의 노력에도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색한 전문가
등 돌린 지지자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대선 전과 후를 비교해서 보면 신세가 처량하게 됐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민주통합당 이야기다.”

한 언론인이 칼럼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현 상황의 민주당의 처지를 적절히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 정치전문가는 하나같이 민주당의 쇠락을 점쳤고, 얼마 전 진보논객인 진중권 교수는 “문재인 빼고 민주당은 다 쓰레기더미”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주당을 향한 날 선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


야권 지지자는 일찌감치 등을 돌렸다. 얼마 전 민주당 대의원이었던 당원 김모씨는  민주당을 탈당한 후 “민주당이 뭘 하든 이젠 관심 없다”라며 그간의 행태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문희상도 계파 척결
후보들도 계파 척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야권지지자 원모씨는 “작년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민주당을 응원하며 뉴스와 신문을 꼼꼼히 살폈다. 이제 그런 소식도 끊은 지 오래다. 그게 오히려 편하더라”라고 취재기자에게 민주당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이 민주당이 인정해야 하는 현주소임은 부정할 수 없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은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등 돌린 지지자의 허탈감을 달랠 여유가 없었다. 대선이 끝난 지 벌써 5개월여가 지났지만 민주당 내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었다. 민주당은 끝내 해묵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야심차게 출범한 ‘문희상호’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마저 땅으로 떨어뜨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전당대회에 야권 지지자의 참여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견해다.

탈퇴한 민주당 당원 “민주당이 뭘 하든 이제 관심 없다” 토로
진중권 “문재인 빼고 민주당은 다 쓰레기더미” 파장 일파만파


문제는 이 같은 대립과 말뿐인 공언이 아직도 반복된다는 데 있다. 몇 차례 이루어진 전당대회 연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구호는 ‘계파척결’이다. 민주당은 올해 들어 내내 그랬다.

당초 비대위가 출범하고 문희상 의원이 위원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분열된 민주당을 봉합하기에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문 위원장의 슬로건은 ‘당파주의 종식’이었다. 문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까지 시사하면서 “우리가 이기면 뭐하나. 만경창파 조각배를 타고 선장 누구 하나를 놓고 싸우다 난파선 돼 빠지면 다 죽는다. 민주당이라는 배가 일엽편주처럼 간당간당하는데 뒤집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누란의 위기, 벼랑 끝에 섰다고 생각하면 하나가 돼야 하며, 죽기를 각오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며 계파 및 당파주의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내 모바일선거 도입 주장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한 날 선 비난을 이어가, 야권지지자들은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구호에 그친 계파척결이 이번 전당대회 후보연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도 마음 떠난 지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너무 뻔한 합동연설
‘통합’으로 당심 잡기

후보들은 최근 친노 핵심인사 퇴진론까지 확산된 분란을 의식한 듯, 너도나도 자신이 계파 갈등을 청산할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 대전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들어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강기정 후보는 “주류·비주류 등 계파 얘기가 나오면 민주당은 분열의 길을 걷게 된다”며 “이를 막아내고 재탄생의 길을 걷는데 앞장서겠다”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이어 등장한 김한길 후보는 “우리가 민주당이라는 간판 아래 모인 이후 한 번도 제대로 된 통합을 이룬 적이 없다”며 “이제는 계파 명찰을 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용섭 후보 역시 “계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실력을 갖추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 대표가 되면 앞장서서 공천혁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윤호중·조경태·우원식·신경민·유성협·양승조 후보 등도 계파청산을 역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날 이해찬 전 대표 2선 퇴진을 주장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민석 후보도 계파청산을 언급했다.

제18대 대선 후 계파 갈등 잡음 여전해, 말 뿐인 통합과 화합
노원병 출사표 던진 안철수 재보선 효과에 설 곳 없는 민주당


한 정치전문가는 칼럼을 통해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멀어진 세간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후보는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면 신당 창당이 점쳐진다. 지금 상태의 민주당에게는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될 수도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는 일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의 의견대로 민주당이 등 돌린 지지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노원병에 출마한 안 후보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정국의 이목은 4월24일 노원병 선거에 쏠리고, 언론은 안 후보의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짜며 박근혜정부 5년을 점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열흘 후 맥 빠진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이번 노원병 선거는 안 후보의 첫 번째 정치입문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 당선 여부를 떠나 앞으로 있을 선거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원병 무공천을 결정하고, 이동섭 노원병 위원장이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의 선거 유세 지원을 거절해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제로에 가까워졌다.

재보선 열흘 후 전대  
김한길 독주 속 외면


노원병에서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 김한길 체제의 독주가 이어지는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멀어진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선거에서 떨어진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의 친노시대 종식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목소리다.

그럴 경우 안 후보와 비주류의 선봉인 김한길 후보가 손을 잡아 창당에 가까운 새로운 야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보지만, 김빠진 상태에서 선출된 김 후보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있다.

저조한 흥행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제1야당 민주당의 전당대회. ‘사망 위기’에 놓인 민주당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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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