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월 전당대회 ‘흥행저조’ 진짜 속사정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4: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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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는커녕 초교 반장선거만도 못하게 생겼다

[일요시사=정치팀] “나빠도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5월 전당대회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1야당의 전당대회는 그래도 한때는 정치권의 대사(大事)이자 야권의 흥행 보증수표였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진면모가 연설과정에서 드러나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는가 하면, 다른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려 독주를 이어가리라 예상했던 인물이 한순간에 외면당해 눈물을 삼키는 경우도 있었다. 전대 결과는 그대로 총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까지 영향을 미쳤기에, 이것은 곧 야권의 운명과 나아가 국운을 결정지을 것이란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수의 고정 활동가들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관심을 두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이벤트’는커녕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게 생겼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요시사>가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오늘 5월4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엄연히 말하자면 전당대회는 이미 시작됐다.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 합동연설회가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누가 어떠한 내용으로 연설했는지 언론조차 관심을 끄고 그에 대한 보도도 비교적 조용하다. 지지자의 관심을 끌어 올리려는 민주당의 노력에도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색한 전문가
등 돌린 지지자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대선 전과 후를 비교해서 보면 신세가 처량하게 됐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민주통합당 이야기다.”

한 언론인이 칼럼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현 상황의 민주당의 처지를 적절히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 정치전문가는 하나같이 민주당의 쇠락을 점쳤고, 얼마 전 진보논객인 진중권 교수는 “문재인 빼고 민주당은 다 쓰레기더미”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주당을 향한 날 선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

야권 지지자는 일찌감치 등을 돌렸다. 얼마 전 민주당 대의원이었던 당원 김모씨는  민주당을 탈당한 후 “민주당이 뭘 하든 이젠 관심 없다”라며 그간의 행태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문희상도 계파 척결
후보들도 계파 척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야권지지자 원모씨는 “작년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민주당을 응원하며 뉴스와 신문을 꼼꼼히 살폈다. 이제 그런 소식도 끊은 지 오래다. 그게 오히려 편하더라”라고 취재기자에게 민주당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이 민주당이 인정해야 하는 현주소임은 부정할 수 없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은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등 돌린 지지자의 허탈감을 달랠 여유가 없었다. 대선이 끝난 지 벌써 5개월여가 지났지만 민주당 내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었다. 민주당은 끝내 해묵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야심차게 출범한 ‘문희상호’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마저 땅으로 떨어뜨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전당대회에 야권 지지자의 참여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견해다.

탈퇴한 민주당 당원 “민주당이 뭘 하든 이제 관심 없다” 토로
진중권 “문재인 빼고 민주당은 다 쓰레기더미” 파장 일파만파

문제는 이 같은 대립과 말뿐인 공언이 아직도 반복된다는 데 있다. 몇 차례 이루어진 전당대회 연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구호는 ‘계파척결’이다. 민주당은 올해 들어 내내 그랬다.

당초 비대위가 출범하고 문희상 의원이 위원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분열된 민주당을 봉합하기에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문 위원장의 슬로건은 ‘당파주의 종식’이었다. 문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까지 시사하면서 “우리가 이기면 뭐하나. 만경창파 조각배를 타고 선장 누구 하나를 놓고 싸우다 난파선 돼 빠지면 다 죽는다. 민주당이라는 배가 일엽편주처럼 간당간당하는데 뒤집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누란의 위기, 벼랑 끝에 섰다고 생각하면 하나가 돼야 하며, 죽기를 각오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며 계파 및 당파주의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내 모바일선거 도입 주장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한 날 선 비난을 이어가, 야권지지자들은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구호에 그친 계파척결이 이번 전당대회 후보연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도 마음 떠난 지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너무 뻔한 합동연설
‘통합’으로 당심 잡기

후보들은 최근 친노 핵심인사 퇴진론까지 확산된 분란을 의식한 듯, 너도나도 자신이 계파 갈등을 청산할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 대전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들어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강기정 후보는 “주류·비주류 등 계파 얘기가 나오면 민주당은 분열의 길을 걷게 된다”며 “이를 막아내고 재탄생의 길을 걷는데 앞장서겠다”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이어 등장한 김한길 후보는 “우리가 민주당이라는 간판 아래 모인 이후 한 번도 제대로 된 통합을 이룬 적이 없다”며 “이제는 계파 명찰을 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용섭 후보 역시 “계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실력을 갖추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 대표가 되면 앞장서서 공천혁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윤호중·조경태·우원식·신경민·유성협·양승조 후보 등도 계파청산을 역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날 이해찬 전 대표 2선 퇴진을 주장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민석 후보도 계파청산을 언급했다.

제18대 대선 후 계파 갈등 잡음 여전해, 말 뿐인 통합과 화합
노원병 출사표 던진 안철수 재보선 효과에 설 곳 없는 민주당

한 정치전문가는 칼럼을 통해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멀어진 세간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후보는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면 신당 창당이 점쳐진다. 지금 상태의 민주당에게는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될 수도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는 일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의 의견대로 민주당이 등 돌린 지지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노원병에 출마한 안 후보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정국의 이목은 4월24일 노원병 선거에 쏠리고, 언론은 안 후보의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짜며 박근혜정부 5년을 점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열흘 후 맥 빠진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이번 노원병 선거는 안 후보의 첫 번째 정치입문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 당선 여부를 떠나 앞으로 있을 선거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원병 무공천을 결정하고, 이동섭 노원병 위원장이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의 선거 유세 지원을 거절해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제로에 가까워졌다.

재보선 열흘 후 전대  
김한길 독주 속 외면

노원병에서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 김한길 체제의 독주가 이어지는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멀어진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선거에서 떨어진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의 친노시대 종식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목소리다.

그럴 경우 안 후보와 비주류의 선봉인 김한길 후보가 손을 잡아 창당에 가까운 새로운 야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보지만, 김빠진 상태에서 선출된 김 후보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있다.

저조한 흥행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제1야당 민주당의 전당대회. ‘사망 위기’에 놓인 민주당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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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